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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게 어떻게 젠더 문제일까요?
에디터 민
에디터
·
2022-03-14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게 어떻게 젠더 문제일까요?

추적단불꽃 '불'에서 정치인 박지현으로

대선
2022대선
대선공약
박지현

들어가며

추적단불꽃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고 고발하던 활동가 박지현씨가 가면을 벗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계기였다. 그는 1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실명으로 정치에 참여하기로 한 이상, 얼굴을 드러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범죄자들의 보복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가 존재를 드러내자 2030 여성들의 지지 선언이 따라왔다. 그는 지지에 동참한 사람의 수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7431명이 이재명으로 마음을 돌렸어요."

2022년 3월 9일 선거가 끝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박지현씨에게 이번 대선은 승리일까, 패배일까? 앞으로 정치인 박지현은 어떤 길을 걸어갈까? 닷페이스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생방송으로 그를 인터뷰했다.

라이브는 하루 전에 예고되었다. 금요일 오후 네시 반에 진행한 라이브에서 최고 접속자 수는 1800명이었다. 각자의 일터에서 몰래 들었던 한 시간짜리 이야기를 정리했다.

추적단불꽃의 불에서 정치인 박지현으로

썸머: 그 긴 여정을 달리고서 굉장히 많이 몸도 마음도 지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 사람들도 박지현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여요. 어떤 분은 지현씨를 계기로 가족 세 명이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이 되었다고 해요. '박지현 더 잘될 수 있게 해줘라' 이런 말이 참 많네요. 살펴보셨나요?

박지현: 봤어요. 그런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마냥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썸머: 전에 닷페이스와 만났을 때는 저희가 제작한 원숭이 가면을 쓰고 나오셨죠. 다른 자리에서도 가면을 많이 쓰셨고요.

박지현: 맞아요. 그때 닷페이스에서 만들어준 원숭이 가면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썼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크다 보니까 이게 좀 눈도 안 맞고 숨도 잘 안 쉬어지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확 벗어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썸머: 그간 얼굴을 가리고 활동한 이유가 명확했어요. 박지현씨의 지난 몇 년을 '추적단불꽃의 불'에서 '정치인 박지현'으로서 얼굴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때, 그 시점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정치를 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을까요?

박지현: 2019년 7월부터 추적단불꽃의 불로서 디지털 성범죄 취재 및 보도 활동을 시작했어요. 세상이 N번방 사건을 알게 된 건 2020년 3월이 되어서였습니다. 제가 활동을 시작한 지 한참 지난 뒤였죠. 좀 늦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바뀐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N번방 금지법도 생겼고,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도 생기고, 3천 명 이상의 가해자가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저희를 찾는 언론이 줄기 시작했어요. 변화에 대해 계속 말해도 전처럼 큰 목소리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그러던 중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어요. 권 의원을 통해 정치가 가지는 힘이 크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이야기로 기사가 나왔고, '추적단불꽃, 이제 정치한다고 까불겠네' 하는 악플이 달렸는데…

썸머: 정확한 예언이었네요.

사진 왼편에 유튜브 라이브에 참여한 박지현씨가 있다. 단발머리를 하고, 고동색 자켓을 입고 있다. 오른편에는 닷페이스 대표 썸머가 있다. 쇼트커트 헤어에 회색 상의를 입고 있다.
대선이 끝난 2022년 3월 11일, 유튜브에서 '[LIVE] 박지현 X 닷페이스'를 진행했다. 이 라이브에 참여한 박지현씨와 썸머.

박지현: 확실하게 결심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댓글을 보면서 '정치, 할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긴 했어요. '정치권에서 안 좋은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보단 네가 낫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저 스스로도 '저들보단 내가 낫지' 하는 마음이 들 무렵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제안을 주셨어요. 그때 들어오게 된 거죠.

썸머: 추적단불꽃과 닷페이스가 만나서 영상을 제작했을 때, 제가 과거에 쓴 일기를 다시 봤거든요. N번방 취재를 했을 때였어요. 이렇게 썼더라고요. "취재에 동행하면서 헛구역질도 나고 오한도 나도 눈물도 났다. 크고 정확한 영향력을 갖고 싶다."

그런 마음을 소화하는 방식이 지현씨에겐 정치가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정치인으로 데뷔해 이재명 후보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좀 낯선 거예요. 그 무렵 이런 기사 제목이 나왔죠. "​​이재명 멱살이라도 잡고 가겠다." 사실 확인을 해보고 싶어지네요. 멱살, 잡아봤어요?

박지현: 그때 '박지현 때문에 이재명 뽑았다' 하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어깨가 무겁더라고요. 나를 믿고 이렇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신다는 것에 굉장히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이재명 후보도 저한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박지현을 위해서라도 내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많이 쓰셨고요.

근데 그런 결심은 대통령이 되어 봐야 아는 거죠. 이 후보가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만약 그 말을 지키지 않으면 제가 멱살이라도 잡고 끌고 가는 심정으로 애쓰겠다고 인터뷰에서 말을 했던 건데 그게 제목으로 뽑힐 줄은 몰랐죠.

썸머: '잡았다'는 아니고 '잡는 심정으로 하겠다'인 거네요.

박지현: 그렇죠. 아직 잡을 일은 없었습니다.

썸머: 저는 그게 기대되는 장면이기도 했거든요. 이 후보가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이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잖아요? 옆에서 멱살이라도 잡아줄 사람이 있을 만큼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참 짜릿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박지현이라면 더욱 짜릿할 거라고.

"선거에선 졌지만, 여성은 이겼다"

썸머: 이번 선거에서만큼 정치인들이 성별을 갈라치고, 여자 무시하는 전략을 쓴 적이 없었어요. 그 과정에서 2030 유권자들의 존재를 누구보다도 실감하셨을 텐데, 지현님 시점에서 이를 회고해볼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박지현: 저는 올해 1월 27일 더불어민주당에 들어왔어요. 들어오기 전까지 많이 고민했지만, 이재명 후보가 일을 잘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결정했어요.

처음에는 꽤 많은 여성이 당혹을 비쳤죠.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을 잘 알아요. 박원순, 안희정의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대선까지 왔잖아요.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더불어만진당' 아니냐 하는 말도 있으니까요.

저 또한 이 사건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거대 의석을 가진 당이고, 권인숙・정춘숙 의원처럼 문제를 알고 변화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저도 '같은 목소리를 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어요.

막상 들어오고 나니까 '쟤가 왜 저기 들어갔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이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좋은 여성 공약을 많이 발표했고, 젠더 이슈나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2030 여성들의 이재명 지지 선언이 있었어요. 7431명이 이재명으로 마음을 돌린 것이죠. 이것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그때 연대의 힘을 느꼈거든요. 마감을 두 시간 앞둔 시점에 3천 명 이상이 서명을 더 해주셨어요.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민주당 유세 현장. 회색 재킷에 파란색 머플러를 한 박지현씨가 현장에서 유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썸머: 한편으로는 좀 이상하기도 했어요.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성 유권자를 처음부터 의식한 것 같지는 않거든요. 처음엔 닷페이스 인터뷰에 나갈까 말까, 페미니즘에 대해 언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히 큰 당이니 여러 의견이 있었겠지만, 차차 전략을 바꾼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 결정에 지현씨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아니면 민주당은 원래 그런 스탠스가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까요? 어떤 계기로 젊은 여성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가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변화한 것일까요?

박지현: 제가 들어오기 전까지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혐오 전략,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먹히는 느낌이 있었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더불어민주당 남성 의원들도 그 전략을 따라 했던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저도 초반 전략에 대해서는 안타깝습니다. 이 당 안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의견이 대립될 수 있어요.

그런데 전략을 떠나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정치인의 기본적인 소양이잖아요. 이제는 그런 식의 전략이 틀리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은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오늘 국민의힘 어떤 사람이…

썸머: 그냥 실명 얘기하면 안 돼요? 어떤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공인 아닌가요?

박지현: 얘기를 안 하려는 게, 그 사람을 띄워주고 싶지 않아서요. 어쨌든 국민의힘 한 관계자가 20대 의제가 젠더만 있는 게 아닌데 제 사진으로 여성의 시야를 가려버린다고 비판하는 글을 썼더라고요.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게 어떻게 젠더 문제일까요? 심각한 범죄잖아요. 성범죄를 '젠더 문제'로 호도하는 사람이 정치권에 너무 많아요.

썸머: 폭력의 구조에 대한 얘기를 하면 젠더 얘기를 안 풀고 갈 수가 없거든요. 폭력은 여성, 아동 같은 약자를 대상으로 하니까요. 그런데 이것에 '페미니즘 문제'라고 말을 붙여서 정치적으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건 '일부의 문제다' '20대 여성들의 문제다' 하는 식으로요.

이번엔 좀 뼈아프긴 해요. 2030 여성들이 파란을 일으켰다고는 하지만, 혐오 선동 전략을 쓴 곳이 선거 결과에선 이겼으니까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박지현: 너무 아쉽죠. 처음엔 현실을 직시하는 게 어려웠어요. 유력, 확정 같은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도 개표가 다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남은 표가 다 이재명이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0.73%포인트(24만여 표) 정도 차이가 난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건 국민의 선택인 거고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마음의 정리를 했고요.

이게 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선거로 인해서 2030 여성들이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준석의 갈라치기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과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으니까요.

선거에선 졌지만 여성은 이긴 게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썸머: '이준석 당 대표의 전략은 졌다'고 할 수도 있겠죠. 사실 어느 당이 이긴다고 해도 2030 여성들은 매일매일 일상에서 정치를 해왔다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성에 안 차겠지만, 박지현이 있어서 든든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몰라요.

더불어민주당을 바꿀 수 있을까?

썸머: 이번 선거를 '이준석 vs 박지현' 대결 구도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한 인터뷰에서 이걸 나란히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하셨죠.

박지현: 일부는 '야, 너 이준석이랑 비슷하더라' '너 그 급인가보다' 하고 반응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유쾌하진 않았고요.

같다고 말할 수 없죠. 그가 내세웠던 정치적인 전략과 제가 했던 발언을 봤을 때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그런 식의 구도가 나왔다면 국민의힘의 청년 정치인,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정치인으로 비교가 되는 것뿐이지 싶어요.

썸머: 박지현의 정치가 있지만 이준석의 정치도 있잖아요. 이준석의 정치에 대해서 평가해달라고 하면, 너무 어려운 요구일까요?

박지현: 제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한 40일 정도라서 누구의 정치를 판단한다는 건 건방진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한다면 저는 이준석 당 대표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치인이라면 타인의 약함에 공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하는데, 그저 자기 이야기에만 급급하고 바쁘죠. 물론 그 전략이 먹힌 부분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방향은 정치인으로서 가질 행보는 아니라고 봐요.

썸머: 그러면 박지현의 정치도 얘기해봅시다. 어떤 계획이 있나요? 비대위에 합류하실까요?

박지현: 이미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정치인이 되어버렸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치를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고요. 저도 책임을 느끼고 계속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어요.

내부에서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는데, 비대위와 관련해 확정된 건은 아직 없어요. 이재명 후보가 함께하면 좋겠다고 전화로 제안한 정도예요. 몸이 괜찮아지면 검토하려고요.

이 라이브는 3월 11일 금요일에 진행됐다. 그날 박지현씨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일요일 오전에 박지현씨를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저의 당직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우선 이재명 후보가 냈던 공약을 정책화해야죠. 더불어민주당이 꽤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분명하게 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선거 유세 현장에 참여한 박지현씨. 단발머리를 하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썸머: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 이거 하나는 해결한다' '이런 걸 만들고 싶어서 한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지현씨에게 그 소신은 무엇일까요. 디지털 성폭력일까요, 아니면 다른 범위까지 생각하고 있을까요?

박지현: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부분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이긴 해요. 대단히 심각하고 추악한 범죄를 많이 봤고, 계속 심화돼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기에 해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가 많죠. 저 또한 관심 영역이 있고요. 다만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갈지는 저도 공부를 더 하면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썸머: 정당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을 정치라고 보면, 이미 시작을 하셨어요. 그런데 정치인 박지현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사실 뒷배경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큰 것 같아요. 안희정씨 가족상에 조문 가는 것만 봐도 그렇죠. 2차 가해잖아요. 피해자 보호에 노력하고 있지 않아요.

'그냥 더불어민주당은 박지현 영입해서 생색 내려고 하는 것 아니야?'로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이런 불신을 뚫고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변화가 가능한 곳이라고 느끼는지 궁금해요.

박지현: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이 안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당의 모든 입장을 반영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이 안에서 제가 내는 목소리가 맞다는 것을 증명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계속 이렇게 나가다보면 당 구성원들도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지금 계속 화가 나요. 안희정씨 조문 가는 거 보면서 '아 나도 가뜩이나 몸 아파서 힘들어 죽겠는데 이 아저씨들은 왜 그러나,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썸머: 멱살 잡을 손이 좀 많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박지현: 그래서 손을 보태주시면.

썸머: 멱살 잡을 사람 구합니다, 여러분. 사실 이렇게 '멱살 모임'을 생각할 만큼 바꿔야 하는 게 너무 많잖아요. 그냥 기본적인 문화나 인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세대도 섞여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져요.

박지현: 50~60년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 대다수인데, 그분들의 생각을 고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아빠랑 얘기하면서도 '어떻게 내 아빠인데 저런 말을 해' 할 때가 있거든요.

많이 싸우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그래, 우리 아빠도 저런데 저 정치권 기득권 아저씨들, 남성 의원들은 얼마나 더할까' 싶더라고요. 변화를 위해선 일단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어서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고요.

썸머: 그러니까요. 근데 '아저씨들 원래 저래'라고 하기 시작하면, 그게 현실 직시이기도 하지만 포기이기도 하잖아요. 올해 8월이면 안희정씨가 출소하는데, 그때까지 민주당 내부가 얼마나 바뀔까 싶기도 해요. 어쨌건 옆에 박지현이 눈을 부릅 뜨고 있는데 좀 눈치 보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리고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그간 추적단불꽃이 해왔던 일은 어떻게 될까요?

박지현: 추적단불꽃 활동은 한때 함께했던 '단'님이 이어가요. 이전처럼 계속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일을 할 거예요. 저는 추적단불꽃이 아닌 박지현 활동가로서, 혹은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거고요. 둘의 위치와 역할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목표는 같고, 이루고자 하는 방향성은 같습니다.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일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썸머: 마지막으로, 라이브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을 건넬게요. '나는 정치인 박지현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어떻게든 힘이 돼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이 가장 많았거든요. 우리가 박지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박지현: 거취를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7431명의 지지 선언을 계속 기억하려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연대하는 마음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런 마음이 이어진다면 저를 위한, 또 우리를 위한 행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썸머: 근데 7431명이라고 말할 때, 헷갈리지 않아요?(웃음) 그 숫자와 그 사람들이 지현씨한테 인상적이고 소중한 사람이었겠다 하는 생각도 드네요.

박지현: 그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줄은 몰랐거든요. 내부에서는 '100인의 지지 선언'으로 받아놓을까 하는 소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7431명이나 해주실 줄은 몰랐죠.

썸머: 7000% 달성했네요. '100인 지지 선언' 안 하길 잘했네요. 그렇게 한정해놨으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은데.

박지현: 맞아요.

썸머: 좋습니다. 지현씨, 오늘 몸이 좋지 않은데도 말을 참 잘해주셨어요. 게다가 다들 많이 기대하고 오셨나봐요. 금요일 오후 4시 반에 시작했는데 최고 접속자 수가 1800까지 갔거든요. 다들 일하면서 몰래 듣고 계시대요. 다들 일하면서 몰래 들으시는 데 고수이시군요.

선거 결과를 누가 당선됐느냐만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봐요. 그 선거를 우리가 어떻게 치러냈느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느냐, 그 안에서 누가 등장했느냐, 그리고 우리는 뭘 느꼈느냐… 이런 것도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현씨가 있어서 든든하기도 했고,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고 그 목소리가 결과로 나오기도 해서 뿌듯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박지현: 우리가 원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이 나라가 그 사람 한 명으로 좌지우지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와요. 그게 헌법 1조잖아요. 세상은 우리 국민들이 만듭니다. 변화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변화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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