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일 간 공항에 갇혔던 난민이 있다

423일 간 공항에 갇혔던 난민이 있다

한국 정부는 난민 신청조차 거절했다

2021년 06월 25일
에디터 한슬

Intro.

닷페이스 <공항난민 프로젝트> 취재 뒷이야기.

인물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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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공항난민 A씨를 취재한 닷페이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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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
A씨의 공동변호인.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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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재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Q1.

A씨는 누구?

모모: A씨의 이름과 출신국은 신변·사생활 보호를 위해 드러내지 않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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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고국에서 반정부 무장단체에 반년 간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했습니다. 무장단체는 A씨의 집을 찾아내 불을 지르고, 동생을 살해했습니다. 자식 5명도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닿지 않아요.

A씨는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싶었지만, 난민을 수용하는 법과 제도를 갖춘 나라가 없었습니다. 일단 멀리 떨어진 동남아시아 국가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한국을 경유하는 표였습니다.

2020년 2월 15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난민협약 가입국이며, 난민 신청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Q2.

A씨는 왜 공항에 갇혔지?

이일: 법무부가 A씨의 난민 신청 접수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A씨가 '환승객'으로, 비행기표에 쓰여진 최종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난민법은 난민인지 아닌지 심사 받을 기회를 권리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어떻게 한국에 왔는지는 법적인 고려 기준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공항 출입국관리소는 A씨의 난민 신청을 접수조차 하지 않고, A씨에게 원래 살던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A씨가 그 나라에서 목숨의 위협을 피해 도망쳤는데도요. 국내 입국도 거부 당하고, 원래 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는 A씨는 환승구역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Q3.

A씨는 공항에서 얼마나 살았어?

이한재: 2021년 4월 13일 공항 밖으로 나올 때까지 423일 간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공항 난민’ 사례 중에서도 가장 긴 기간입니다.

한국이 가입한 난민협약은 난민 심사도 하지 않고 원래 나라로 강제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라고 하는데요. 한국 난민법에도 적시된 내용입니다.

또한 국경 지대에 난민 신청자를 오랫동안 구금하거나 방치해도 안 됩니다. 그 사람이 난민 신청을 하러 온 게 맞는지 최대한 빨리 심사하고, 일단 입국한 뒤에 신청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난민법에 따르면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 7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며, 만약 7일이 지나면 일단 입국시켜야 합니다.

난민 신청 절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Q4.

공항에서 어떻게 살았지?

모모: 2020년 11월에 인천공항으로 A씨를 만나러 갔어요. A씨는 24시간 환하게 불이 켜진 환승구역에서 생활했습니다. 터미널 의자에 누워 쪽잠을 자고, 아무도 없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었습니다. 식사는 인권변호사들이 즉석밥과 통조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환승구역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식사는 한 끼에 만원이 넘어가, 급하게 본국을 떠나 온 A씨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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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잠깐 머물렀다 가는 곳에서 누군가는 1년을 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게 답답하더라고요.

Q5.

공항에 있는데 어떻게 취재했어? 비행기표 끊어서 환승구역에 갔어?

모모: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난민 문제를 주관하는 법무부에 정식으로 취재요청을 해서 환승구역에서 사는 A씨를 만나려고 했는데요. "담당 공무원이 인솔해 준다는 조건 하에 환승구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래서 인솔을 부탁했죠. 그런데 갑자기 말이 바뀌었어요. "그 분은 환승객이라서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인천공항에 물어 보세요."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인천공항 쪽에 연락했어요. 그러자 반대로 "난민 문제는 법무부 소관입니다."라고 서로 떠넘기더라고요.

결국 비행기표를 끊어서 들어갔어요. 하늘만 돌다가 내려오는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을 샀습니다.

이일: 공항의 환승구역은 특별한 보안 구역이잖아요. 변호사 접견, 취재 같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가 인솔해 줘야 들어갈 수 있어요. 누가 인솔을 해야 될 주체인지도 촘촘하게 나눠져 있고요.

A씨 같은 난민은 존중받는 인간이 아니라, 마치 불편한 짐처럼 서로 저 쪽이 관리해야 된다고 떠넘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책임도 아닌데 왜 굳이 취재진을 인솔해줘야 하냐는 태도가 공무원들의 답변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

모모: 법무부 관계자와 통화할 때 실제로 사람이라기보다 귀찮은 물건처럼 여긴다는 태도를 느꼈어요. "아, 거기 계신 그 분이요?" 이렇게 바로 응답하시더라고요. A씨가 환승구역에서 장기간 살고 있다는 걸 다 아는 거죠. 그런데도 딱 잘라서 '우리가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더라고요.

이일: 사실 정확하게는 법무부 난민정책과가 난민을 전담하고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그런데 난민 신청 절차나 관련 통계를 관리할 뿐,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관점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Q6.

A씨가 공항에서 나올 방법이 없는 거야?

이한재: 그렇지 않습니다. 인권변호사들로 구성된 공익변호인단이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어요. 두 가지 소송이었는데요. 첫 번째는 A씨의 난민 신청 접수를 받아줘야 한다는 소송이었고, 두 번째는 환승구역에 난민 신청자를 방치하는 것은 불법 구금이라는 소송이었습니다.

A씨는 두 소송 모두 승리했습니다. 법원은 A씨의 난민 신청을 접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2021년 4월 12일, A씨가 1년 2개월 가까이 환승구역에 갇혀 있는 상황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13일 자로 바로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A씨는 드디어 공항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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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공항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이일 변호사님이 판사님과 계속 통화하면서, 지금 이 분을 안전한 곳으로 바로 데려가야 한다고 남은 절차를 처리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셨거든요. 나오신 다음에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A씨가 가장 먼저 핸드폰 꺼내서 바깥 풍경 사진을 찍으시더라고요. 굉장히 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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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 공항에서 나오는 날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때 A씨에게 한국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가 대신 기자들에게 전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감사한 분들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름은 모르겠지만 인천공항 직원 중에 아침마다 인사를 건넸던 분, 매일 웃어주시던 청소 노동자분들께 한 분 한 분 감사하다고요.

한국 정부는 항상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핑계로 난민법의 취지와 달리 최대한 난민을 거부하는 정책을 폅니다. 하지만 실제 A씨와 매일 얼굴을 맞댄 한국 사람들은 따뜻하게 인사와 미소를 건넸다는 거잖아요.

A씨는 한국이 자신을 받아주기만 하면 후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는데요.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Q7.

지금은 어떻게 됐어?

이한재: 2021년 5월 12일, A씨의 소송에 대한 항소 기간이 끝나 최종 승소가 확정되었습니다. A씨는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거주시설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법무부에서 회부심사를 받으라는 전화가 왔어요.

회부 심사가 뭔지 궁금하다면

A씨는 원래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했기 때문에, 다시 인천공항에서 본 심사 전에 회부심사부터 거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인천공항에 다시 갇히는 건 아니고, 지내는 거주시설과 공항을 오가며 심사를 받아요. 5월 24일에 회부심사를 최종 통과해 난민 신청 접수증을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서울에서 난민 심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심사가 산 넘어 산입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받아들여진 난민은 0.4%밖에 안 됩니다. 이 확률을 뚫어야 하는 것입니다. 심사 결과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소송도 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을 끝까지 다 거친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Q8.

A씨를 돕거나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이일: 저는 A씨를 처음 만났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인권변호사가 공항 난민을 만나러 갔을 때, 난민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알 수 없잖아요. 한국에 와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만 하고, 나의 얘기를 믿어주지도 들어주지도 않고,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쉽게 믿을 수 있을까요? 나를 쫓아내려고 정부에서 보낸 사람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믿고 A씨의 이야기를 해 준 첫 번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때 처음으로 A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서 옆에 있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1년 넘게 부당한 피해를 받는 동안 조금이라도 기댈 만한 공간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이한재: 저는 A씨가 처음 환승구역을 떠나 한국에 들어와 입국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달에 첫 발을 디딘 순간이 인류에게 큰 도약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A씨의 경우도 한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제도적으로 큰 진보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최소한 환승객이라는 이유만으로 난민 신청 접수조차 받지 않고 공항에 가둬 두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정말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수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기댈 수 있는 판결이 나온 것 같아요.

모모: 정말 많은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요. 닷페이스에서 A씨가 아직 공항에 있을 때부터, 이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 함께 지켜 보고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열었어요. 1,176명이 '지켜보기'를 하고, 243명이 A씨를 위한 후원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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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명과 함께 A씨의 판결 소식, A씨가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어요.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을 같이 나눴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2021년 5월 13일에는 지켜봐 주신 분들 중 70여분, 이한재 변호사님, 이일 변호사님과 음성모임을 통해 후일담을 나눴는데요. 난민과 관해 추가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기도 하고요. 그 자리도 정말 특별했어요.

음성모임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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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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