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설명해주는 식욕억제제의 부작용

연간 133만 명이 식욕억제제를 구매한다

2021년 08월 26일
에디터 한슬

시작하며

‘살 빼는 약’이 있다면 먹고 싶나요?

그 약이 정부가 지정한 마약류 약물이라면? 심장병, 의존성, 불안, 초조, 불면, 흥분 상태, 조현병과 유사한 정신이상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래도 먹고 싶나요?

한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살을 빼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우리 주변을 공기처럼 꽉 채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요.

하지만 식욕을 잊게 해서 살을 빼게 만드는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는 사람이 1년에 133만 명이라는 것, 그 중 91.4%는 여성이라는 것, 식욕억제제는 정부가 지정한 마약류 약품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을까요?

밝은미소약국 배현 약사에게 식욕억제제는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먹다가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오래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비만이 아닌 사람도 먹어도 되는지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조사 결과.

Q1.

식욕억제제는 어떤 약인가요?

배현 (약사): 중추신경에 작용해서 말 그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인데요.

어릴적 식사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놀거나, 게임 삼매경에 푹 빠져 배고픔도 느끼지 않고 3~4시간이 훌쩍 지나갔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런 현상은 뇌에서 흥분성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런 흥분성 물질을 강제로 분비하게 만드는 약물이 바로 식욕억제제예요. 흔히 도파민이라고 하는 물질을 많이 분비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약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활기찬 느낌이 들면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잊게 돼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허가한 식욕억제제 성분은 다섯가지입니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모두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해서 관리해요.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펜타민’이라는 약물은 무려 12시간 정도 식욕을 억제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밥을 한 끼도 안 먹었는데 배가 안 고팠다는 분도 있더라고요. 배고픔을 느껴야 되는 상황에서 배고픔을 못 느끼는 거죠.

펜타민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펜타민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향정신성의약품은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지정되고 관리된다.

Q2.

살을 빼고 싶다면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인가요?

배현 (약사): 원칙적으로는 고도비만 환자한테만 처방이 돼야 합니다.

고도비만 환자를 치료할 때조차 약부터 권하지는 않아요.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안 될 때 선택하는 방법이 약물입니다. 여러가지 부작용 때문에, 절대 처음부터 약을 권하면 안 돼요.

또한 장기복용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펜터민은 식약처에서 4주까지만 연속으로 처방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어요. 그 다음에는 중단하라고 합니다.

다 이유가 있겠죠. 장기복용을 해도 좋은 약이라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효과가 강한 만큼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굉장히 중점을 두고 관리하고 있는 약물 중 하나예요.

식약처가 배포한 <식욕억제제 안전복용 가이드(일반인용)> 참조.

Q3.

어떤 부작용이 있나요?

배현 (약사): 가장 큰 문제는 의존성과 남용성입니다.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흥분하게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활력이 생긴다거나, ‘업’된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이런 작용을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강제로 흥분을 일으킨다는 건, 어떻게 보면 내 몸을 손상시키는 거예요.

펜터민은 기본적으로 4주 복용한 후에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약을 지속적으로 먹다가 끊으면 어떻게 될까요? 약물로 인해서 흥분상태였던 게 일순간에 사라지니까 갑자기 확 처집니다.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 같고,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이 발생해요. 그러니까 약을 또 찾게 됩니다. 이게 의존성이에요.

남용성도 심각하죠. 식욕이 억제 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체중감량이 일어나겠죠. 어쨌든 안 먹으면 살이 빠지니까요.

그래서 먹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먹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고도비만이 아닌 정상체중이거나 저체중인 사람들이 먹는 거예요.

이렇게 의존하거나 남용하다보니 약물 자체의 부작용이 많이 생깁니다. 중추신경 흥분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심혈관계통 부작용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거예요. 심하면 고혈압이 발생하거나, 안압이 올라가서 녹내장이 생기거나, 비뇨기계가 안좋아 지거나, 혈당조절이 안 될 수 있어요. 위장간계도 나빠집니다. 구토,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심하면 장 운동 기능이 완전히 떨어질 수도 있어요.

또 호르몬에 작용하다보니 세로토닌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세로토닌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어요. 굉장히 위험한 증상입니다. 섬망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갈 수도 있어요.

굉장히 극단적인 부작용까지 길게 말씀드렸는데요. 약물 부작용은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식욕억제제를 먹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진 않아요.

하지만 식욕억제제가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약물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만큼 위험한 약물이에요.

체중 관리를 위해 식욕억제제를 먹는다? 소탐대실입니다. 빈대 하나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걸 수 있어요.

신경정신계통으로 작용하는 약물은 굉장히 주의깊게 사용하셔야 합니다. 함부로 쓸 약이 아니에요. 긴급한 고도비만 환자도 아닌데, 단순히 체중을 좀 줄여보려는 목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쓴다면 내 몸을 굉장히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섬망은 일시적으로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란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잠을 안자고,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것과 같은 심한 과다행동이나 환각, 환청, 초조함,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Q4.

이렇게 부작용이 심각한데, 왜 정부가 이런 약을 허가했나요?

배현 (약사): 비만치료를 위해서죠. 그러니까 비만이 아닌 사람들이 먹는 약물이 아니에요. 비만이라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 먹는 비만치료제로서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식욕억제제에 대해 설명하는 배현 약사.
모든 사람들이 체중 조절 목적으로 먹으라고 허가 내준 약이 아니죠. 건강기능식품처럼 체중조절에 도움을 주는 용도가 아닌 거예요.

Q5.

고도비만인 사람들도 부작용에 노출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배현 (약사): 그렇죠. 하지만 고도비만이 약물 부작용보다 더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비만은 각종 대사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니까요. 모든 약물은 경중을 따져야죠. 그 약물을 썼을 때 받는 이득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크다면 당연히 이익에 맞춰서 씁니다. 이득을 볼 수 있는 만큼만 복용하고 그 다음에는 중단해야 하고요.

아까도 설명드렸듯이 처음부터 식욕억제제만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른 수단을 써도 효과가 없을 때 식욕억제제를 사용하고, 항상 중단 시기를 정해 놓고, 중단한 이후에는 생활요법이나 운동요법을 병행해서 체중을 조절합니다.

Q6.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는 사람들이 많나요?

배현 (약사): 식약처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1년 동안 133만 명이 식욕억제제를 구매했다고 해요. 4주 처방 제한이 있는데도 3개월 넘게 처방된 경우가 5만8천여 건이고요. 처방량이 어마무시한 거죠. 굉장히 많은 분들이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갈수록 좀 줄여가야 된다고 봐요.

그 중 91.4%가 여성이었다고 해요. 대부분 여성이 복용하고 있는 거죠.

결국 여성분들이 이렇게까지 살을 빼는 게 맞느냐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빼빼 마른 몸으로만 여성들을 몰고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무조건 살을 빼야만, 말라야만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운동이 가장 좋은 방법인 건 알지만, 난 운동할 시간도 없고 움직이기도 싫은데…’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먹는 수단을 찾는 거죠.

식욕억제제 오남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시선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해요. 부작용이 심각하고 장기복용하면 안 되는 약을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먹을까요?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먹어야 되는 약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10대~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부분이 본인을 과체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나라 20대 여성 비만율은 엄청나게 낮거든요.

무조건 살을 뺀다고 건강한 게 절대로 아니에요. 요즘은 ‘바디 프로필’이 유행이라 체지방을 3%, 1%로 만들고 근육만 늘린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위험한 거죠. 우리 몸에서 지방이 하는 역할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체지방을 줄이면 얼마나 큰 타격을 입겠어요.

지방이 나쁜 게 아니거든요. 내장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예요. 또 에너지원이기도 하고요. 지방이 없으면 결국 단백질을 분해해서 써야 되는 상황이 와요. 그러면 에너지 대사에 문제가 생겨요. 또 지방은 에스트로겐을 저장하기 때문에 호르몬에도 영향을 줍니다. 여성들은 지방을 과격하게 빼면 반드시 생리불순이 와요. 생리통도 심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자궁질환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 좋은 건, 사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체중을 과도하게 빼는 건 정말 위험한 거거든요. 특히 약물을 이용해서까지 살을 뺀다? 더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어요. 적정 체중, 적정 지방을 지켜야 건강한 거예요.

지금 소위 겁을 주려고 그냥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정말 내 몸에 데미지가 크게 올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해요.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면 의존성이 발생하거나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의약품 부적정 처방이나 이로 인한 이상사례를 경험하시면 즉시 의사와 상담하고 의약품안전관리원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거식이나 폭식 등 식이장애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식욕억제제 처방이 식약처의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관련 의원이나 상담기관을 방문하셔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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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작성
  • | 인터뷰, 촬영
  • 소현 |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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