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토’와 다이어트, 까놓고 얘기해 볼까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와 나눈 솔직한 대화

2021년 08월 27일
에디터 한슬

에디터의 말

“다이어트는 여자의 숙명이다.” “마른 건 권력이다.” “지방을 잘라내고 싶다.”

한국 사회를 살면서 너무 흔하게 듣는 말.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기도 해요. 여성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검열하고 혐오하고 학대하게 만드는 말들.

이 글은 아무렇지 않게 여성의 몸을 ‘말리고’, 줄이고, 굶기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두 명의 대화입니다.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닷페이스 영 PD와 식이장애 전문 김윤아 상담사가 서로의 경험을 솔직하게 까놨어요.

다이어트 때문에 힘들었던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 대화의 당사자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인물 소개

영 프로필 이미지
닷페이스 PD. 내 몸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긍정하고 싶지만 ‘그 전에 일단 마른 몸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내 몸이 마르지 않은 체형이 되든, 내 몸을 망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든, 이래도 저래도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결론으로 끝나는 게 답답하다. 이런 사람이 나뿐일까?
김윤아 프로필 이미지
김윤아
누다심 상담심리센터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 6년간 식이장애를 겪었다. 에세이 <또, 먹어버렸습니다> 저자.

: 식이장애가 무엇인지부터 짚어 주세요.

김윤아(상담사): 흔히 거식증, 폭식증이라고 부르는 병증이 포함되죠. 강박적으로 먹지 않거나, 강박적으로 먹거나.

폭식증은 그냥 좀 많이 먹었다, 과식했다는 것과 달라요. 임상적인 폭식의 기준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듯한 느낌’, ‘통제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입니다.

거식증은 내가 생각하는 체중이나 신체상이 왜곡되어 있어, 필요로 하는 영양분보다 너무 적게 먹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한다고 모두 식이장애를 겪는 건 아니지요.

다이어트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고, 마치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내가 원하는 체중에 달린 것처럼, 체중조절이 삶에서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할 때, 그것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에 식이장애를 진단합니다.

: 이 상담소를 찾는 식이장애 환자가 얼마나 많은가요?

김윤아(상담사): 전화를 통한 질문, 문의, 요청까지 다 포함하면 적어도 한 달에 50명은 되는 것 같아요.

: 정말 많네요. 1년이면 600명이잖아요.

김윤아(상담사): 엄청 많죠. 20대, 30대 여성분들이 가장 많고요. 간혹 청소년분들도. 대부분 스스로 오기보다는 부모님이 동행해서 와요.

사실 식이장애를 겪는 10대 청소년이 더 많을 거라고 짐작해요. 최소한 20대만큼은 많을 것 같은데. 스스로 문제라고 지각하지 않거나,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금전적인 여유도 없어서 상담 비율이 적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식이장애를 자각하고 상담 치료를 결심하기까지 보통 몇년씩 걸려요.

일반적으로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식이장애가 시작돼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상담소를 찾으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때쯤 되면 혼자 식이장애를 견디고 견디다 ‘아, 이건 나 혼자선 안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건강에 문제가 많이 생기기 시작하기도 하고요.

청소년기에는 몸이 아직 건강하다 보니까 후유증이 바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이 되면서 점점 나타나요. 제가 그랬거든요. 청소년기에는 거식과 폭식의 영향으로 이렇게까지 힘들어질 거라고 예측을 못했어요. 무월경, 난소 질환, 관절 질환, 우울증,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 저는 22살 때부터 식이장애를 겪고 있어요. 지금 26살이니까 5년 정도 됐네요. 한 때는 42kg에서 45kg까지 뺐어요. 엄청 안 먹고. 아침에 사과, 점심에 일반식의 절반 정도, 저녁에 선식이랑 계란.

1년 정도 그렇게 먹다 보니 폭식이 왔어요. 주 2~3회는 엄청나게 먹고. 또 안 먹고. 그러니까 온갖 병이 다 오기 시작했죠. 5년째 무월경이거든요. 정신질환도 따라왔고요.

김윤아(상담사): 식이장애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영 님은 ‘45kg보다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내 몸이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왜 45kg가 되고 싶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 중학교 때부터 처음 다이어트를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는 튀고 싶지 않아서 살을 뺐어요. 제가 길거리에서 많은 말이 얹어지는 몸이었거든요.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딸한테 “많이 먹으면 저렇게 된다.”고 한다든지. 남자애들이 “야 저런 애들도 치마 입고 다닌다?”한다든지.

김윤아(상담사): 가만히 있어도 비난을 받고. 자꾸 평가를 듣게 됐군요.

: 네. 처음에는 그런 말을 안 듣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살을 빼고 나면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게 긍정적으로 바뀌잖아요. 어떻게 보면 학습을 한 거죠. ‘내가 마른 몸을 유지하면 사람들이 다가오는구나.’

그 후에는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내 욕심이 되어 버린 거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나를 괴롭히게 된 거예요.

누다심 상담심리센터에서 닷페이스PD 영과 김윤아 상담사가 대화하고 있다.

김윤아(상담사): 안 튀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비극적인 것 같아요.

사실 영님이 하는 말 속에 다 답이 있어요.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칭찬, 부러움, 찬사가 이어지다보니 점점 더 45kg라는 숫자에 집착하게 됐다는 거.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랑 관계를 잘 맺고 싶고, 미움 받고 싶지 않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잖아요. 근데 사실은 너무 당연한 욕구이거든요.

생존 욕구와도 관련이 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 받고 싶어 하고, 관심 받고 싶어 하는데, 체중과 외모라는 건 강렬한 경험을 주잖아요.

식이장애가 특히 청소년기에 많이 시작되는 이유도 그거예요. 외모와 체중이라는 게 그 시기에 뚜렷하게 인정받는 성취처럼 여겨지는 거죠. 굉장히 쉽게 눈에 보이기도 하고요.

영님도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청소년기에 또래에게 미움 받지 않는 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거든요. 저도 학교에 거의 안 갔어요. 얼굴 잘 안 드러내고 다니고.

: 사실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수단도 되게 많잖아요. 예를 들어 주변에 인기가 많은 친구들을 보면, 되게 웃긴 친구들도 있고,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나는 왜 외모에 집착하게 됐을까.’

김윤아(상담사): 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사실은 이 사회에 화가 많이 나고 속상해요.

다이어트를 하게 만든 게 사회인데, 다이어트 때문에 망하면 그건 다 개인의 탓이 되거든요. “왜 그렇게까지 해? 너 되게 한심하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예요.

: 억울한 기분이 들었어요. 남자애들은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몸이 커지는데, 왜 여자들은 식욕을 억제하고, 먹는 걸 거부하고, 작아지고, 약해져야 하는지.

김윤아(상담사): 그렇죠. 저는 “왜 그렇게 유난스럽게 다이어트를 하냐.”는 말을 남자가 하면 특히 좀 성질 나더라고요. (웃음) 네가 우리 상황을 알아?

: 네가 뭘 알아!

김윤아(상담사): 그렇게까지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사회적인 이유가 있어. 네가 한 번 살아 봐.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남자들도 체중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를 들어 본 적이 있겠지만, 여자들이 처한 상황은 다르잖아요. 진짜 과장 안하고 어렸을 때부터 외모 평가만 만 번은 들어 본 것 같은데. 그 정도 들어 봤어? 물론 남자들도 안 힘들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여성들에게 절대적으로 너무나 가혹한 걸 먼저 짚고 넘어가자는 생각이 들죠.

저도 식이장애를 겪었지만, ‘다시 돌아가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어요. 저는 혼자 뭔가 열심히 해내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거든요.

이야기하는 김윤아 상담사.

: 저도 그래요. 혼자서 뭔가 해내는 것과 식이장애가 연관이 있나요?

김윤아(상담사): 관련이 깊어요. 사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꾸 뭔가 시도해야 하잖아요.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고, 싸우고, 화해도 하고.

그런데 식이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그게 너무 어려운 거죠. 혼자서 하는 게 너무 익숙해서 자꾸만 혼자 해결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혼자서 고군분투 하는데 어쨌든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다이어트, 공부, 일, 이런 것에 중독되는 거죠. 메커니즘은 비슷해요. 그래서 식이장애를 앓다가 일 중독으로 가는 경우도 되게 많아요.

영님도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시작한 다이어트였는데, 갈수록 ‘45kg’에 꽂혀버린 거잖아요. 사람들은 빠져 버리고 45kg만 덩그러니 남아서 ‘나는 45kg가 되어야 해’에만 몰두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식이장애를 앓는 분들을 함께 모아서 뭔가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자꾸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다보면 점점 고립되거든요.

: 스스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많은데, 이게 식이장애와 연관된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그럼 누구나 식이장애에 걸릴 수 있는 건가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닷페이스PD 영.

김윤아(상담사): 저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 번 시작되면 더 심하게 빠지는 성향은 있을 수도 있죠. 쉽게 중독된다든지, 강박적인 성향이 강하다든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든지, 불안이 강하다든지. 하지만 그런 걸 다 떼고서도 그냥 모두가 식이장애에 취약합니다.

식이장애를 자꾸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살을 빼서 예뻐지고는 싶지만, 거기까지 치열하고 힘든 과정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아예 얘기를 안하고,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도 식이장애에 대해서 말하지 않게 되는 거예요.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 거죠. 사람들한테 인정받으려면 다이어트는 해야 되겠는데, 다이어트 때문에 이렇게 힘들다고 얘기는 못하고.

마치 이런 거잖아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되게 좋아하지만, <스카이캐슬>처럼 공부를 잘하려고 별 수를 다 쓰는 열망은 이상하고 기괴하게 생각하잖아요. 다이어트도 비슷한 것 같아요.

: 저도 식이장애에 대해 사람들한테 얘기해 본 적이 없거든요. 특히 폭식에 대해서는 더 그래요. 이야기해도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윤아(상담사): 다이어트를 엄청나게 하다가 폭식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거의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잖아요. 음식 중독에 가까운 상태가 돼요. 뭐랄까, 정말 ‘씌인’ 것 같은 느낌. 폭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어서 뭐든지 꺼내 먹고.

저 같은 경우엔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냥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다 꺼내 먹었거든요. 더 이상 못 먹을 때까지 다 먹고 나면, 정신이 돌아오면서, ‘아, 이게 뭐지. 또 이랬네. 뭐하는 거지.’ 스스로 죄책감이 드는 거죠. ‘음식 하나 조절 못하는데 왜 사는 거지.’

‘먹는 걸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까, 쉽게 얘기를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니까. 당시 일기에 ‘괴물 같아. 쓰레기 같아.’ 이런 말을 많이 썼어요. 남들은 잘 먹고 잘 조절하는데. 도대체 왜 이게 안 될까 싶기도 하고요.

닷페이스PD 영은 무리한 다이어트의 반작용으로 폭식증에 시달릴 때 시리얼을 한 번에 한 통씩 먹었다.

: 맞아요. 저도 가족한테도 얘기를 잘 못했어요. 내가 다이어트를 하느라 이렇게 됐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못했어요.

김윤아(상담사): 되게 아이러니한 게, 사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만큼 식이장애를 앓거나 위험군에 있는 사람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는 거죠. 내가 다이어트 하다가 식이장애가 생겼다고.

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다이어트 하니까 굶는 건 당연하지.” “너무 많이 먹어서 토했나보지.” 그러니까 치료 받을 생각이 안 들기도 하고.

결국 사람들은 잘 된 것만 얘기하는 거죠. 무슨 비트코인도 아니고. (웃음)

: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에 비해 식이장애가 조명을 못 받는 것 같아요.

김윤아(상담사): 사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데에 유명인들, 특히 연예인들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공개적으로 자기 경험을 밝히면서, 하나둘씩 나도 그랬다고 얘기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연예인들이야말로 식이장애를 굉장히 많이 겪을 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얘기를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얘기하면 대중화되지 않을까,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

: 맞아요. 특히 나이가 어린 여자 아이돌을 보면 분명 힘들 것 같은데.

김윤아(상담사): 그런데 소속사에서 절대 반대하겠죠.

: 연습생 시절에 뭘 몰래 먹었다든가, 이런 얘기는 많잖아요. 그런데 식이장애라는 이름표가 붙지 않는 것 같아요.

김윤아(상담사): 솔직히 저는 아이돌의 건강이 멀쩡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누가 봐도 저체중이 심각하고. 무월경이나 관절 질환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너무 발랄하게 나오니까 머리 아프고. 그런 얘기는 공공연하게 하지 않죠.

: 식이장애를 상담하시면서 내담자들에게 가장 유해하다고 느꼈던 환경적인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윤아(상담사): SNS죠. 마른 몸의 이미지가 너무 직관적으로 확 와닿으니까. 생각보다 잔상도 오래 가고, 마치 그게 표준인 것처럼 받아들여 버리거든요. 심지어 그걸 한 번 누르면 비슷한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나와요.

이게 표준이 아니라는 걸 분별하는 게 성인조차 쉽지 않아요. 시간이 좀 걸리죠. 그런데 청소년들은 어떻겠어요. 절대 못해요.

게다가 SNS에는 광고가 정말 많이 들어가잖아요. 인지할 수 없는 교묘한 광고. 심지어 요즘은 일반인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광고를 시키죠.

처음에는 그래도 연예인이어서 좀 멀리 느끼다가, 이제 내 옆사람으로 확장되는 거죠. 너무 숨막히는 일이에요. 정말 ‘안 튀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 화면 속의 사람들이 내 주변 사람들이 되어 버리는 거구나. 그 사이에서 튀지 않아야 하는 거고요.

김윤아(상담사): 그렇죠

: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에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게 있어요. 어떤 유명한 모델이 방송에 나와서 “몸 하나 관리 못하면 어떻게 다른 걸 관리하나요? 내 몸은 내 맘대로 되니까 가장 관리하기 쉬워요.” 이렇게 얘기했더라고요.

김윤아(상담사): 되게 위험한 말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적정 몸무게를 타고나요. 어떤 사람은 본인의 적정 몸무게가 다른 사람보다 적을 수도 있죠. 진짜 살이 안 찌는 사람. 아주 소수지만 있긴 있겠죠.

어쨌든 타고난 적정 몸무게의 범위를 벗어나면 몸이 저항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마치 노력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되죠.

노력만으로 가능하면 다이어트 업체들이 성공할 이유가 없어요. 다 망했겠죠.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식욕억제제, 다이어트 보조제, 엄청나게 시장이 크잖아요. 왜 그렇겠어요. 적정 체중을 벗어나는 다이어트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거예요. 입으로는 ‘너는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죠.

게다가 모델, 연예인, 무용수 같은 직업은 식이장애 위험군에 속해요. 전세계 어디서나 식이장애가 심각한 직업군이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들이 자꾸 로망이다, 워너비다 하잖아요.

: 식이장애는 완치가 없다고들 하던데, 그럼 선생님은 이제 식이장애를 관리하며 지내시는 건가요?

김윤아(상담사): 그렇죠.

식이장애 치료는 규칙적으로 먹는 것부터 시작해요. ‘정상식’이라고 부르는데요. 처음에는 굉장히 타이트하게 관리했어요. 간식도 챙겨먹고.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식사를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너무 오래 공복을 지속하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면 공복이 지속되면 폭식 욕구가 생긴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도 다이어트 욕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점점 희미해질 뿐이지. 어쨌든 현재 우리 사회 환경에서 제가 자유로울 수가 없잖아요.

대신 식이장애 경험과 치료에 대해서 혼자서 뭔가 해보려고 하기 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감정도 나누고, 관심도 받으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다이어트 욕구가 들어도 ‘이게 나한테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놓게 되는 것 같아요.

: 식이장애를 예방할 방법이 있을까요?

김윤아(상담사): 저는 많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이어트가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

“마른 몸을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이 뒤따르고, 오랫동안 힘들고, 사실 네가 다치는 거야.” 계속 얘기해야죠. 왜냐하면 다이어트 업체에서는 얘기를 안 할테니까요.

: 어떤 부작용인지 한 번 쭉 읊어 주신다면?

김윤아(상담사): 너무 많죠. 무월경, 탈모, 골다공증, 위장장애, 우울증도 동반되고. 토하기 시작하면 턱 관절에도 무리가 많이 가고요. 침샘이 부어요. 저체중이 지속되면 합병증도 정말 위험하고요. 잘못 걸리면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저체온증도 위험한 병이고요.

웃긴 게 고도 비만이나 과체중의 위험성은 그렇게 많이 얘기하는데, 사실 그에 못지않게 저체중도 위험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왜 얘기하지 않는지. 오히려 저체중을 좋아하고. 환장하겠어요.

: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만큼 사실 저체중과의 전쟁도 선포해야 되는 거네요. 왜 비만 혐오만 심하고 저체중은 선호할까요?

김윤아(상담사): 정말 많이 고민해 봤는데요. 돈이랑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자꾸 해야 한다고 말하고,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불안을 심어줘야만 마케팅이 되거든요. 먹고 살이 찌는 건 쉬운데, 덜 먹는 건 엄청 힘든 일이고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죠. 그래서 돈이 되는 거예요.

: 한 편에는 거대한 식품 산업이 있고, 한 편에는 거대한 다이어트 산업이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는 끊임없이 먹으라고 하고, 저기서는 끊임없이 먹지 말라고 하고. 그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기분.

그 사이에서 우리 모두 건강이 너무 나빠졌는데, 이게 나만의 책임은 아닌 것 같은데요. 누구한테 화를 내야 하고,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김윤아(상담사): 식이장애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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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 한슬 | 작성
  • | 인터뷰
  • 소현 |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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