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사법원이 군인의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인의 범죄를 다루는 군사경찰, 군검찰, 군사법원. 어떻게 굴러갈까?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바꿔야 할까?
군사법원까지 오기 전에, 군 내 성폭력을 신고하기까지 제도와 현실을 보려면 이 글을, 신고 이후의 단계를 보려면 이 글을 먼저 읽고 오기를 추천한다.
따로 있다. 군인이 저지른 형사사건의 수사, 기소, 재판은 일반 경찰・검찰・법원이 아니라 군사경찰・군검찰・군사법원이 맡는다. 군인이 군대 밖에서 저지른 범죄도 마찬가지다. 현역병은 군인이 되기 전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는다.
군대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군사법원이 따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1996년, 군사법원에 대한 위헌소송이 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군사법원을 두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런 이유였다.
2009년, 현역병이 군인이 되기 전 저지른 범죄를 군사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에 대한 위헌소송이 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것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런 이유였다.
2018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 보고서가 군사법원 폐지 찬반론의 근거를 잘 정리했다.
지휘체계
일반적으로 경찰・검찰・법원은 각각 수사, 기소, 재판을 맡는 독립적인 조직이다.
그런데 군사경찰, 군검찰, 군사법원은 국방부 소속이다. 군사법원이 설치된 군단급 이상 부대의 지휘관은 군사법원의 행정사무, 군사법경찰관, 군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갖는다. 한마디로 군 지휘관이 수사, 기소, 재판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이런 지휘체계에서 군사경찰, 군검찰, 군사법원이 계급이 높은 군인을 제대로 수사, 기소, 재판할 수 있을까?
인력 구조
군검찰과 군사법원의 인력은 군법무관이 채운다. 직업군인인 장기 법무관과 군 복무를 대신하는 단기 법무관으로 나뉜다. 단기 법무관은 로스쿨 졸업생 중에 뽑힌다. 1차적으로 지원을 받고, 정원보다 많은 경우 성적이 높은 순서대로 뽑는다.
법무실장 아래 군판사, 군검사, 국선변호사가 함께 복무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군검사와 함께 복무하는 국선변호사가 나를 위해 제대로 된 법적 조력을 제공해줄 거라고 믿을 수 있을까? 군판사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가 있긴 한데...
원칙적으로는 한 번만 성범죄를 저질러도 군에서 퇴출된다.
2013년 육군 노 소령의 성범죄로 부하 군인이 자살한 사건 이후, 2015년 국방부는 '성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내놨다. 성폭력 범죄에 대해 단 1번 적발되어도 군에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직속 상관과 인사, 감찰, 법무 관계자가 묵인하거나 방관해도 처벌하는 내용도 이때 정해졌다.
그러나 2017년에도 해군 대령의 성범죄로 부하 군인이 자살했다. 국방부는 2018년에도 '성범죄 특별대책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한 번 더 확인했다.
한 번만 저질러도 군에서 퇴출시키는 엄한 처벌이 있는데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오히려 "상관 앞길 막는다" "너만 참으면 된다"는 회유와 압박의 근거가 되는 건 아닐까?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남녀 간부 25%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툭하면 형량을 깎아주는 군사법원
군사법원 1심에서 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비율은 민간법원보다 현저히 적다.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군인이 성범죄로 징역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0%. 같은 기간 민간인이 법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25%.
성범죄자의 양형을 깎아주는 방식도 가지가지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2년간 각 군 성범죄 판결문 158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잘 나와 있다.
사회에서는 사라진 성범죄 '주취감경'이 군사법원에는 살아 있었다. 2013년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돼 성폭력 범죄에는 음주로 인한 감경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군사법원 판결문에서는 여전히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성범죄 양형을 깎아주는 판례가 발견된다.
군 복무를 오래했다고 유리하게 봐주고, 피해자가 아닌 다른 동료 군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해 유대관계가 좋다고 형을 줄여주기도 했다.
맞다. 심지어 정부도 군사법원 제도를 바꾸자는 법안을 냈다.
21대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각론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 비슷한 법안은 묶어서 정리했다. 발의한 사람을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