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죽고 나서야 이야기 되는 군대 내 성폭력, 왜 반복될까?

피해자가 죽고 나서야 이야기 되는 군대 내 성폭력, 왜 반복될까?

주로 피해를 입는 게 특히 3년 차 미만 하사, 중사예요|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 인터뷰

2021년 07월 08일
에디터 한슬

에디터의 말

2021년 6월, 뉴스를 뒤덮은 공군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답답했던 사람이 저 하나만은 아닐 거예요.

'가해자는 뭘 믿고 저렇게 당당했던 거지? 왜 피해자를 괴롭히면서까지 신고 자체를 무마하려고 했지?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죽기 전까지 두 달 간,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무 것도 없었던 건가?'

군대는 폐쇄적입니다. '특별한' 몇몇 사건이 아니면, 외부자는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일까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항상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서야 '화제'가 되고, 파헤쳐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됩니다.

성폭력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는 포기하고 좌절하는 군대 내 조직문화란 대체 어떤 걸까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해병대 대위로 5년 간 복무했던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에게 여군이 처한 현실을 자세히 들었습니다.

이번 공군 성폭력 사건이 보도되면서,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이 적나라하게 밝혀졌어요.

군대에서 성폭력을 처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는 게 드러났죠.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고요. 그래서 국방부를 믿을 수 없다, 국정조사나 특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군인권센터에서 조직적인 은폐 정황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군대에서 3대 악성 사고가 보안, 음주, 성폭력이에요. 용서가 안 되는 주요 사건으로 무조건 윗선에 보고가 됩니다. 군대는 보고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뭔가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누락이 되는 걸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조직이에요.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군사경찰이 가해자를 조사하기도 전에 불구속 의견을 낸다든가,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 보고서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빼라고 지시한다든가, 이런 일이 연거푸 발생했잖아요.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에서 '이상한 보고'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보고서에는 사망자가 군 내 강제추행 피해자였고, 유족들이 같은 부대원들로부터 가해자 선처 요구를 받아 힘들어했고, 조사 및 처벌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있다. '조치' 사항에는 전 소속 부대원 대상으로 강제추행 사건 가해자 비호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

피해자가 다른 이유가 아닌 군 내 성범죄로 인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2차 가해와 관련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세한 보고서다.

그런데 5월 23일, 공군본부 조사경찰단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린 보고서에는 성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전부 삭제됐다. 사망자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도, 가해자 비호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조치 사항도 빠졌다. 유족들에 대해서는 "애통해하는 것 외 특이반응 없음"이라고 내용이 바뀌었다.

5월 23일 공군본부 조사경찰단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린 보고서.
5월 23일 공군본부 조사경찰단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린 보고서.

실제로 5월 31일, 유족들이 언론을 통해 사건을 알리기 전까지, 공군 군사경찰과 군 검찰은 2차 가해와 관련해 어떤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는 "단순한 허위 보고를 넘어서 은폐, 무마 시도"라고 비판했다.

왜 사건을 축소하려고 할까요?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첫번째, 3대 악성 사고는 부대 평가에 영향을 끼쳐요. 부대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무사고'거든요. 사고가 없는 게 좋은 부대라는 거죠. 부대 평가에 기반해서 성과상여금이나 부대 표창을 주고요. 지휘관의 평판과도 연결되죠.

그래서 부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사건은 '조용히' 해결하려고 해요. 군대가 가지고 있는 나쁜 버릇이죠.

사실 성폭력 신고 건수가 늘어난다는 게 무조건 나쁜 일이 아니거든요. 마음껏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뜻이잖아요. 결국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야 제대로 처리를 할 수 있고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신고 건수가 늘어나면 무조건 부대가 망가졌다고 생각하죠.

두번째, 성폭력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라고 해서 선처가 없어요. 사건이 정상대로 처리되면 가해자는 최소한 파면이나 해임이에요. 군대를 나가야 하는 거죠.

여기서 피해자한테 참으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온갖 얘기가 다 나오죠. "진급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족이 있는데, 자식도 있는데, 쟤가 나가서 뭘 먹고 사냐." 합의를 강요하거나 처벌하지 말라는 의사를 밝히라고 하기도 하고요.

세번째, 성폭력 자체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휘부에서는 맨날 심각하다, 심각하다 하는데 막상 군대 내에서는 성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서 사건을 덮기로 하는 거죠.

성폭력을 겪어도 신고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이네요.

여군들은 이런 일을 끊임없이 보잖아요. '부대가 저렇게 싫어하는데, 내가 한 번 참아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인터뷰를 하는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
인터뷰를 하는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래, 살다가 한 번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없던 일로 해야겠다.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지.'

굳이 내가 사건화하지 않으면 수면 위로 올라올 필요도 없잖아요. 그럼 나에 대한 소문도 없는 거고요.

성폭력 2차 가해 혐의로 기소된 공군 노⃝⃝ 중사가 "살다보면 많이 겪는 일"이라 말하며 피해자의 신고를 무마하려 했다.

사건화하지 않으면 소문이나 유언비어 같은 2차 피해를 입지 않으니까.

주로 피해를 입는 게 특히 3년 차 미만 하사, 중사예요.

군대에는 장군, 장교, 부사관, 병이 있고, 장교 계급은 위관, 영관, 상사, 중사, 하사, 병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즉 간부 중에 가장 낮은 계급이 하사예요. 연령도 낮고, 경력도 적죠. 대부분 임관을 20살에 하거든요. 성폭력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회적인 경험도 없는 상태죠.

게다가 간부들이 3~4년차에 '장기 선발'을 거쳐요. 군인은 단기자원, 중기자원, 장기자원으로 나눠지거든요. 20년 이상 근속할 수 있는 장기자원으로 자동 선발되는 건 사관학교 출신들 밖에 없어요. 나머지 단기자원, 중기자원은 따로 선발을 거쳐야 해요. 아니면 4년 차에 전역하거나, 7년차에 전역해야 해요.

여군은 남군보다 직업으로서 군인을 선택한 동기가 강해요. 남군은 단기자원으로 전역하더라도 그냥 군복무를 대신했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여군에게는 3~4년차 장기 선발이 너무 중요한 거예요.

그런데 장기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사고과거든요. 그 외에도 소문, 인적 평가, 연줄, 부대에서 나를 밀어주느냐. 왜냐하면 표창 점수나 체력 점수는 다 맞춰 오기 때문에 이런 것들로 갈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3년 차 이하에 성폭력 피해를 입더라도, 장기 선발을 앞두고 인적 평가에서 패널티를 얻기 싫으면 침묵하는 거죠. '선발 되고 나면 생각해야겠다.'

실제로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나요?

군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부대의 '사기'예요. 그런 부분에서 피해자 탓을 많이 하죠.

성폭력 피해자가 신고를 합니다. 그럼 군사경찰도 오고, 검찰도 오고, 당사자를 조사하고, 주변인도 조사하고, 참고인도 조사해요. 부대 분위기가 굉장히 뒤숭숭해지거든요.

처음에는 이런 얘기를 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바뀌죠. "왜 신고해가지고 부대 분위기가 이렇게 되느냐."

이런 상황에 피해자랑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다 피하기 시작하고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2차 피해가 더 심하죠.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탄원서 받으러 오기도 하고요. 한 번만 봐 달라고 회유도 하고요.

이 와중에 피해자는 상담도 받고, 휴가도 가고, 치료도 받고 하다 보면 부대에서 업무 공백이 생겨요. 객관적으로 힘든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다가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주니까, 업무에 집중하거나 성과를 낼 수 없어요.

결국 이런 것들이 인사고과로 이어지는 거죠. "이 친구는 지각을 해서 안 돼, 휴가를 너무 많이 써서 안 돼, 맨날 구멍이 나."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잖아요. 피해자는 힘드니까요. 그런데도 피해자 탓을 하는 거죠.

군대에서 성폭력을 신고한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겹겹의 불이익. 많은 여군이 신고를 망설이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군대에서 성폭력을 신고한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겹겹의 불이익. 많은 여군이 신고를 망설이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되면 다행인데, 사건이 해결이 안 되면 가해자가 복귀해요. 그러면 일이 더 커지는 거죠. 이런 말이 나오고요. "어쩐지. 무혐의 날 줄 알았어."

그런데 성폭력 사건이 무혐의로 처리되는 이유는 너무 많거든요. 죄가 없어서만은 아니에요. 피해자가 몇 시, 몇 분, 몇 초에 무슨 일을 했는지, 당일에 계산을 카드로 했는지 현금으로 했는지, 침대 위치가 어디였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또는 군 검찰이 죄가 인정되지만 단건이고 추행의 정도가 약해서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이러면 피해자만 미치고 팔짝 뛰는 거죠. 결국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서 피해자가 다른 부대로 가거나 전역을 하기도 해요.

신고를 포기할 이유가 너무 많네요.

물론 사건화를 포기한다고 해서 내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사건이 있고 나서 한참 뒤에 신고를 결심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거죠.

저는 이번 공군 사건의 피해자도 절대 처음 겪는 사건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신고를 무마했던 상관의 다른 성폭력 사건도 수사되고 있고요. 피해자가 4년 정도 근무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 날이 임계치였던 게 아닐까요? 증거도 있고, 목격자도 있고.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런데 결단을 한 결과가 이렇게 되니까… 여군들은 이걸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더 얘기를 안 하려고 할지도 몰라요.

안 좋은 결과를 학습하게 되니까.

여군 선배들이 신고하지 말라는 얘기도 많이 해요. 어떻게 될지 잘 아니까요. 네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여군들 전체가 알고 있죠. 신고했다가는 내 군생활이 다 망가진다고요.

그런데 가해자도 똑같이 학습하거든요. 저 사람은 신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니까. 그래서 여군 성폭력 사건의 60% 이상은 상습범이에요. 한 가해자가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거나, 다른 가해자가 개입하거나.

이번 공군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지금 수사에 대한 프로세스나, 누가 책임이 있는지,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 대단히 주목 받고 있어요. 하지만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지는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여군 입장에선 좌절스럽죠. '사람들은 이런 거엔 별로 관심이 없구나. 우리가 왜 힘든지, 어째서 왜곡된 조직문화 속에서 버텨야 하는지.'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제일 걱정되는 결과는 몇몇 사람들만 정리되고 다시 수면으로 가라앉는 거예요.

이건 군대 안의 어떤 특수한 가해자와 지휘관의 문제가 절대 아니예요.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성폭력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탓하고, 폭력적인 남녀관계를 사적인 문제로 덮어버리고, 술자리에 남성 옆에 여성을 앉히려는 문화. 꼭 군대만의 문제일까요? 우리 사회 전반의 왜곡된 인식이 군대와 만났을 때 어떻게 어그러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바꾸기 위해서 꾸준히, 많이 노력해야 하고요.

닷페이스 은선 PD, 선욱 PD에게 군대 내 성폭력의 특징을 설명하는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
닷페이스 은선 PD, 선욱 PD에게 군대 내 성폭력의 특징을 설명하는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

군대 내에서 반복되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먼저 비군사범죄는 민간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군대 내에서는 의도적으로 사건을 덮는 방향으로 수사해도 어떤 견제도 할 수 없잖아요.

두번째는 피해자를 위한 성폭력 전담기구가 필요해요. 지금 양성평등센터는 성폭력 관련 문제만 담당하지 않아요. 일・가정 양립 제도, 여군 인사문제까지 다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성폭력 사건은 사건 처리 과정도, 피해자 보호 과정도 굉장히 예민한 전문성이 필요하잖아요. 이번 사건에서도 제때 개입하지 못했고요.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한 시점부터 복귀할 때까지 밀착 마킹해 줄 수 있는 전담 기구가 있어야죠.

세번째는 군대를 견제할 제도가 필요해요. 비단 성폭력뿐만 아니라,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암암리에 처리하려는 성격이 강하잖아요. 그런 걸 보완할 수 있는 옴부즈만 제도나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있어야죠.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성폭력 전담 기구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외부에서 견제해 주는 거죠.

특히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이미 법에 근거가 있어요. 설치가 안 됐을 뿐이죠. 성폭력 전담기구도 2018년에 한창 논의 되다가 엎어졌어요. 국회가 해결해 줘야 하는 문제이죠.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02-7337-119)는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인 상담, 법률지원, 의료지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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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인터뷰, 작성
  • 선욱 | 촬영
  • 모모 |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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