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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지혜
에디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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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7

'방제는 섹시한 느낌이 좋고, 썸네일도 섹시한 느낌으로'

"나는 BJ지, 남성의 성적 만족감 채워주는 사람이 아닌데"

여성
노동자
여성BJ
개인방송

BJ가 되려고 생애 첫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민영씨(가명, 23)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있었다. 로드매니저, 코디네이터, 연예인 매니저 등 방송 관련 업종에 지원했다. 그중에는 BJ를 양성하는 엔터테인먼트도 있었다. 공고에는 '혜택과 지원을 누리면서 BJ의 꿈을 키워보세요' '저희는 BJ의 의사를 존중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BJ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방송 플랫폼에 따라 유튜버, 스트리머, 크리에이터 등 지칭하는 말이 조금씩 다르다. 유머, 수다, 게임, 먹방 같은 콘텐츠로 방송을 하고 시청자에게 '별풍선' '하트' 같은 후원금을 받는다.

다음 날, 한 엔터테인먼트에서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해왔다. 공식 홈페이지 링크와 몇 가지 안내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방송을 하고 싶지만 장비를 마련하는 데 부담이 있고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을 지원해줍니다' '우리는 절대 성인방송을 하지 않습니다' 등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측은 민영씨에게 BJ를 왜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 기획자이자 제작자, BJ로서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 여성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영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일했던 그는 '카메라 뒤'가 아니라 '앞'에 서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에는 연기를 공부했고 대입시험에서 연극영화과를 목표로 설정했을 만큼 배우가 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방송작가로 커리어를 쌓았고 예능과 교양이 섞인 방송을 만들었다. 엔터 측에서 연락을 받고 "솔깃"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꺼내보지 못했던 잠재력을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여겼다. 스스로 기획한 방송에 직접 출연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전히 기쁘거나 설레지는 못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미팅을 잡은 것이나 사무실 위치가 홈페이지와 다른 것 등이 의심스러웠다. 첫 만남에 회사 '고위직'에 있는 한 사람이 "우리 이상한 회사 아니야"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민영씨의 의문을 알고 있다는 듯했다. 그리고 어떤 BJ가 소속해 있는지, 무슨 방송장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민영씨는 먼저 생각해놓은, 그가 하고 싶은 방송에 대해 브리핑했다. '명예가 실추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거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순조롭게 두 번째 미팅이 이어졌고 이때 계약서가 등장했다.

계약서에는 8장 빼곡하게 '갑' 엔터테인먼트와 '을' 민영씨의 역할과 의무 등이 적혀 있었다. 수익분배, 계약기간, 방송시간 등 기본적인 사항과 손해배상 항목이 길게 나열돼 있었다. 먼저 회사 대표가 계약서를 읽으면 민영씨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식이었다. 계약서를 검토하는 시간이 꽤 길게 이어졌다. 법률용어가 꽉 찬 계약서에서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하고 또 불리한지 몰랐던 민영씨는 결국 적혀 있던 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엇을 검토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스물두살에 처음으로 도장을 찍은 계약서의 '손해배상' 항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을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요구가 있을 경우, 갑은 을의 크리에이터 활동에 따른 수익을 계산하여 남은 계약기간 동안 창출할 수 있는 예상수익의 100%를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계약해지 시점부터 남은 계약기간 동안 예상되는 수익을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계약은 불공정하다.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MCN(인터넷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BJ의 소속사) 사업자 세 곳에 시정을 권고한 내용을 보면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돼 있다. 그에 따르면 계약을 해지할 때 '을'에게 위약금 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약관조항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을 앞둔 BJ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항은 적지 않다. 엔터 측과 BJ간 계약서 검토를 돕는 한 변호사는 "방송활동 겸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 계약 종료 후 방송계정의 소유와 운영 등에 대한 조항, 수익 배분, '회사의 이미지에 손상을 끼칠 행위'에 대한 배상 항목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민영씨는 방송을 이어갈 수 없다고 통보하고서야 "계약서에 왜 이렇게 적혀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한 여성이 계약서를 보여주고 있다.
민영씨가 BJ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신입BJ전달사항.txt'

민영씨가 BJ를 시작한 건 계약을 마치고 한달여 지난 2021년 12월. 방송을 앞두고 회사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몇 가지 파일이 올라왔다. '신입BJ전달사항.txt' '미션.txt'에는 생각지 못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3 뽀뽀
♥150~200 섹시댄스
♥30~40개 스쿼트 3회
♥38 엉덩이 이름
♥얼굴낙서(10분) 50~99개
♥101 아이돌 댄스
♥1818 108

수십 가지 행동이 '미션'으로 적혀 있었다. 가장 아래에는 '리액션은 참고용입니다. 할 수 있는 거 정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덧붙여져 있었다.

하트와 숫자는, 후원금 액수다. 하트의 숫자가 클수록 후원금이 높다는 뜻이다. BJ는 시청자에게 후원을 받고 그들이 원하는 '리액션'을 한다. '안내.txt'에는 '방송 중 후원을 받았을 때 감사하다는 리액션을 크게 할수록 시청자도 좋아하고, 그 모습을 더 좋아해서 후원을 더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돼 있었다. 뒤이어 '섹시댄스' 영상 링크가 올라왔다. 참고해서 연습하라는 뜻이었다.

'리액션'은 그저 반응이 아니다.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특정한 행동이다. 특히 남성이 주 시청자이자 후원자인 여성BJ는 몸에 딱 달라붙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발차기' '절' 등 미션을 수행하는 문화가 있다. '신입BJ전달사항.txt'에 적힌 참고사항 아홉 가지 중 '섹시'라는 단어가 네 번 나온다. '음악방송도 섹시한 컨셉이 필요하다' '섹시한 컨셉이라고 벗는 게 아니라 의상정도' '방제는 섹시한 느낌' '썸네일도 섹시한 느낌'...

휴대폰 화면에 '신입BJ전달사항.txt'이라는 제목의 글이 보인다.
민영씨가 BJ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전달받은 '신입BJ전달사항.txt' 파일.

민영씨는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 방송 기획서를 만들어 회사에 제출했다. '연애 고민 상담' '신청곡 부르기' '게스트 초대' 같은 내용이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다만 회사에서는 '섹시한' 리액션이 포함된 방송을 해야만 시청자를 끌어올 수 있다고 부추겼다. "하고 싶은 건 나중에. 일단 인기부터 얻고나서." 이런 지시가 강요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섹시한 콘셉트를 거절한다고 방송을 못 하게 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이런 '조언'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측은 민영씨가 진행할 방송을 성인방송 플랫폼에 배정했다. 민영씨에게 이를 선택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일방적인 지정이었다. 성인방송 플랫폼에서도 게임이나 춤, 코믹 등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몸매를 드러내고 성적인 묘사를 하는 '19세 미만 시청 금지' 방송이 주를 이룬다. 성인방송 플랫폼인 만큼 '성인방송'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시청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사측은 민영씨에게 두 가지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방송장비를 지급하고, 매니저를 배정해 방송을 관리해주었다. 민영씨는 매니저가 방송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시청자의 악의적인 댓글을 막고 방송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여성이 휴대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휴대폰 화면에는 개인방송 스튜디오 공간을 찍은 사진이 보인다.
민영씨가 방송했던 공간.

하지만 매니저는 악성 시청자가 아닌 민영씨를 관리했다. 매니저는 자동으로 기록되는 썸네일(화면에 보이는 첫 이미지)에 고개를 숙여 가슴을 보이거나 선 채로 다리 라인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영씨가 방송 중에 시청자를 '~님'이라고 지칭하자 그는 즉시 "~님이라고 하지 말고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성희롱을 암시하는 댓글을 읽고 관련 방송에 '좋아요'를 누르라고도 했다. 민영씨가 이런 '관리'에 응하지 않자, 매니저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소통하지 않는 BJ"라고 비난했다.

"성인방송을 하지 않을 거라던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지만 안 지킨 것도 아닌" 상태가 되면서 그는 자문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여성BJ를 어떻게 보는 거지? 나를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민영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이다. 남성의 성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다. '이 정도는 각오했어야지' 따위의 말들로 나를 질타하는 시선이 끔찍하다."

그는 매니저의 불성실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운 좋게"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20여일 간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나서였다.

"벗지 않을 거면 방송 꺼라"

이상한 건 회사뿐만이 아니었다. 시청자의 후원으로 돌아가는 개인방송 세계에서 여성BJ는 '을'이었다. BJ는 시청자가 요구한 '리액션'을 해야 한다. 이들은 BJ의 팬이 되었다가도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일부 시청자는 여성BJ가 춤추는 리액션을 보다가 그의 숨이 거칠어지자 해당 부분만 짜깁기해 성적 흥분을 암시하는 이미지로 만들어 유포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방송을 쉬는 여성BJ 명단을 만들어 "(애인이 있는 BJ를) 색출하겠다"고 '협박'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씨는 방송하는 게 마냥 좋지 않았다. 성희롱 뉘앙스가 담긴 아이디를 쓰는 시청자는 "닉네임을 읽어달라"고 했다. 성기 또는 성행위와 연관된 말들이었다. 민영씨가 말을 더듬거나 당황해하고, 화를 내는 모습을 즐기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회사가 제시한 '리액션' 역시 성적 묘사와 닮아 있었다. 민영씨는 청자들에게 "야하게 안 하면 우리를 무시하는 거" "벗지 않을 거면 방송 꺼라" 등의 말을 들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한 시청자가 민영씨를 대상으로 홀로 하는 유사연애였다. 직업, 나이, 일하는 곳 등을 밝힌 남성은 매일 채팅창에 속삭였다. "민영아, 오빠를 위해 춤춰주면 안 돼?" "민영아, 우리 가게 놀러와." "민영이는 개인 메시지 안 하니?" "민영이와 밥 먹으려면 얼마를 내야 하지?"

그의 말은 민영씨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일부 BJ가 시청자에게 신분이 노출돼 스토킹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 기사로 보더라도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BJ를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름, 나이, 사는 곳 등 개인 신상을 절대 밝히지 않으려는 이유다.

스토커가 BJ를 따라다니면 엔터테인먼트사가 이들을 보호해줄까? 그렇지 않다. 엔터테인먼트와 BJ는 비즈니스 계약 관계일 뿐이다. 계약서상에도 '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BJ가 분쟁에 휘말리거나 시청자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일 등에 엔터테인먼트가 나서서 해결할 필요가 없다.

"다 할 수 있어, 다 할 수 있어요."

개인방송을 해본 20여일을, 그는 '투쟁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이상했고, 이상한 것 많이 시켰고, 안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방송을 마치고 4개월여가 지난 지금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돌이켜보면 '19금'을 건 성인방송이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여성BJ라면 수행해야 할 임무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남성 시청자의 성적 만족을 책임지는 일."

물론 노출을 하지 않으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콘텐츠로 사랑받는 여성BJ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콘텐츠로 성공할 확률은 아주 드물다. 애초에 인지도가 있는 이들이 개인방송을 시작하거나 인기 있는 BJ와의 '합방'으로 "확 뜨는" 경우에나 가능할 법하다. 아무런 배경 없이 처음 방송을 시작하는 이들은 엔터테인먼트와 시청자의 요구에 휘둘리기 쉽다.

컴퓨터 앞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민영씨가 보기에 '남성 시청자의 만족을 채우라고 요구하는' 방송 구조는 "성매매 업소의 사이버 버전"이다. "여성BJ를 대하는 엔터테인먼트와 시청자의 태도가 성매매 업소 포주와 성 구매자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신체가 보이는 썸네일을 클릭하는 일이 성매매할 여성을 선택하는 일 같은 느낌이 든다. 오직 후원(돈)과 리액션(접대)의 교환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성매매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이들까지 '성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구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개인방송을 할 수 없는 건가?' '이런 구조를 여성BJ는 정말로 동의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경험이었다.

현재 그는 "괜찮지 않다". 일종의 후유증이 남았다. 방송을 한 20일 남짓 동안 어떤 기록이 짜깁기되어 돌아다닐지 알 수 없다. "원치 않는 리액션은 안 하려고 했고, 그나마 리액션도 스스로 허락할 수 있는 최소한만 했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자책할 일이 아닌데도 자책하게 된다. 내가 왜 그랬지, 하는." 그는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면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곱씹고 있다.

민영씨는 BJ가 되기를 희망하는 많은 이들이 끼와 재능이 많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많은 '어린'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민영씨 자신도 그랬다. 이들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는 "이들이 나쁜 엔터테인먼트와 시청자를 만나 '먹잇감'이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민영씨처럼 '그런' 일을 하기 싫다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에게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게 길들이고 유도하면서 가스라이팅하는 것이다.

이들 BJ의 경우, 사회 경험이 적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거의 없는 까닭에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시도하지 못한다. '자기가 원해서 방송해놓고 남 탓한다'는 비난에 정서적·물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민영씨는 이런 '악플'을 예상하며 '정말로 원해서 한 건지' 진지하게 따져보고 싶기도 하다.

한 여성이 컴퓨터를 하고 있는 뒷모습.

그가 경험한 '인터넷 방송' 생태계는 엄청나게 큰 격동이 있는 반면 사회적인 관심이나 목소리는 거의 없다. 포털사이트에는 여성BJ의 노출이나 영상에 대한 반응 등을 다룬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가 대부분이고, 그 외에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벌어진 사건사고 기사뿐이다. BJ의 인권이나 노동권에 대한 논의는 시작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산업 구조에 대한 파악조차 전무하다.

이같은 분위기가 "여성BJ를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라고 민영씨는 말했다. "여성BJ라는 존재가 B급을 넘어 C급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여성BJ라면 당연히 벗을 거라고 생각하는 문화, 왜 이런 문화가 발달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영씨는 이런 사회를 '직면'할 동료를 구한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고집스럽게 영화 시나리오 하나를 끌어안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독립영화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여성이 사회에 나와 어떤 손길에 노출되는지, 여성의 불안과 우울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담았다. 지금까지 그가 구상해둔 이야기에는 일체의 희망이 없다. "이 세상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동료 작가와 연출가를 만나 풍성하게 의견을 나누며 "세상을 제대로 꼬집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금에서야 그는 방송을 하던 때에도 '동료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한다. 모든 과정을 혼자 진행하면서 계약서를 쓰고 방송을 꾸리고 대응을 한 탓에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던 건 아닐까. "방송을 하겠다니, 내가 너무 헛된 꿈을 꿨나…" 말을 줄이던 그가 곧장 힘주며 다시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다 할 수 있어. 다 할 수 있어요. 영화도 할 수 있어." 인터뷰하던 두 시간 동안, 그는 가장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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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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