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다, 차별금지법 [상식 편]

어떤 차별을 어떻게 금지해? 차근차근 알아 보자

2021년 06월 18일
에디터 우리

시작하며

차별은 나쁘다. 그건 모두가 안다. 그런데 왜 차별금지법 통과는 번번이 무산되는 걸까? 차별금지법에서는 어떤 차별을 금지하자고 하길래? 굳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까지 제정될 필요가 있을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한국의 법과 현실을 짚어본다. 첫 번째는 상식 편.
이미 차별금지법에 대한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주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이 글부터 읽기를 추천!

Q1.

차별금지법이 뭐야?

차별 행위를 국가 기관에 신고하고, 시정하고, 경우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법률.

세부적인 내용은 법안마다 조금씩 다르다. 현재 국회에 정식으로 발의된 법안은 두 가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하 장혜영안)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하 이상민안).

같은 해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네 번째 법안(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Q2.

모든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건가?

장혜영안에서는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이 대상이다.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4가지 영역.

  • 고용: 모집・채용, 근로계약・임금・금품 지급, 교육 훈련, 승진배치, 해고・퇴직, 직장 괴롭힘 등
  • 교육: 교육 기회 및 교육 내용, 학교 활동 및 교육 서비스, 교육기관의 편의 제공 의무, 학내 괴롭힘 등
  • 재화・용역: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교통수단, 상업・공공시설물, 토지・주거시설, 보건・의료 서비스, 문화・체육・오락, 방송・정보통신 서비스 등
  • 행정서비스: 참정권 행사, 행정 서비스 이용, 수사・재판에서의 동등 대우 등

박주민안은 고용, 교육, 재화·용역, 법령·정책 4가지 영역. 상세 내용은 장혜영안과 다르지 않다.

이상민안은 좀 더 적용 영역이 넓다.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공공서비스의 제공・이용 등 모든 영역’에서의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든 영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서 성희롱과 혐오·차별 발언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고려한 방안이다.

Q3.

정확히 어떤 사례가 해당되는 거지?

예를 들면 이런 사례.

  •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중교통 승차를 거부당했다.
  •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 입학을 거부당했다.
  •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장에서 적은 임금을 받았다.
  • 특정 종교를 비방하는 지하철 광고물을 게시했다.
  • 입사지원서에 출신 학교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라고 했다.
  • 노키즈존(No-Kids Zone)이라며 어린이라는 이유로 매장에서 쫓겨났다.
  • 회사 대표와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됐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가장 폭넓은 차별 사유 개수는 23가지다.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출산, 가족가구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사회적 신분 등.

Q4.

차별이라는 게 어떤 행동이야?

차별에도 종류가 있다.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으로 총 3가지.

'직접차별'은 성별, 장애, 나이 등 차별금지 사유를 이유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걸 말한다.

'간접차별'은 결과적으로 그 기준 때문에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불균등하게 대우 받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영어 의사소통이 본질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업무임에도 일률적으로 토익 600점을 요구한 채용공고. 인권위는 이런 채용공고는 중증 청각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기준으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괴롭힘'. 말 그대로다. 차별금지 사유를 이유로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환경을 만들어 인간의 존엄성에 해를 입히는 의도나 효과를 갖는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이 포함된다.

단, 예외가 있다.

직무 특성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격은 간접차별로 보지 않는다. 외과 전문의 전공 시험에 시각장애인이 응시할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사람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 장애인 고용 할당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Q5.

차별금지법으로 어떤 처벌이 가능해?

①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신청한다.

: 인권위는 진정을 검토한 뒤 가해자에게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린다. 지금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인권위는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시정 권고를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이에게 시정 ‘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인권위는 3,000만 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②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

: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들! 공적 영역의 차별행위에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차별 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을 돈으로 배상 받을 수 있다. (악의적 차별은 더 크게 배상 받을 수 있다) 중대한 차별 사건의 경우 인권위가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할 수 있고,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적극적인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차별행위를 멈추라거나, 근로조건을 바꾸라거나. 필요한 경우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임시로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으로는, 차별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차별행위를 신고하거나 증언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장혜영 안). 피해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예방하고자 하는 의도다.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이 있고 피해의 규모가 크면 ‘악의적 차별'이라고 본다. 이 때 재산상 손해액 이외에 별도의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 손해액의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무엇보다, 차별에 관한 주요한 내용을 차별의 피해자가 아니라 차별을 가한쪽이이 증명해야 한다.

Q6.

지금은 차별에 관한 법이나 뭐가 없어?

그렇지 않다. 지금도 있기는 하다.

① 헌법

: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국가인권위원회법

: 차별 행위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행하고, 긴급 구제조치를 권고한다.

③ 개별적인 차별금지법

: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 연령차별금지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④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

: 대표적으로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1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인권침해에 초점을 둔 결의안을 처음 채택했다. 2016년에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독립전문가를 신설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위 결의안에 모두 찬성을 표한 바 있다.

Q7.

그런데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따로 필요한거야?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으로 각종 차별들을 포괄하거나 통합적으로 다룰 수 없고, 실효성 있는 대처와 피해 구제가 쉽지 않기 때문.

① 헌법상 차별금지 조항의 한계가 있다

: 권리만 명시했을 뿐, 관련 법령이 제정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기관, 사람, 절차, 예산 등을 마련할 수 없다.

② 국가인권위원회법도 한계가 있다.

: 차별의 정의, 유형, 예외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차별 행위에 대해 시정 '권고'만 가능하다. 권고를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이나 강제 사항이 없다.

③ 고용, 성차별 등 영역별로 하나씩 다루는 차별금지법으론 한계가 있다.

: 인종이나 출신 지역, 학력, 병력,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의 사유에 대해서는 제재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고용상의 차별만 다루고 있다. 고용 외에 교육이나 재화‧용역을 다루는 건 장애인차별금지법뿐이다. 고용 영역에서도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지 않은 노동자(예를 들면,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차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민법상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을 뿐, 재발방지를 위한 근거조항이 없다.

법은 개별적인데, 차별은 개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차별과 복잡하게 연결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장애여성노인이 직장에서 차별받았을 때, 연령차별금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성차별금지법 중 어느 법안을 통해 구제 신청을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장애여성노인의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입증이 쉬운' 차별 사유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모든 법은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차별을 증명해야 한다.

인권조약 이행을 감독하는 여러 유엔 기구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복해서 권고해 왔다.

한국에 대한 최종견해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인권 기구: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07년), 사회권규약위원회(2009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및 아동권리위원회(2011년),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12년), 자유권위원회(2015년), 사회권위원회(2017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및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18년),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보고서: 2008년, 2012년, 2017년 세 차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차별금지법은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선택적으로 어떤 차별은 시정되고, 어떤 차별은 내버려 두는 식으로는 평등해질 수 없다. 그래서 포괄적으로 차별의 경험을 바라볼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 👍

이제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볼 차례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정말 말 잘못했다고 감옥을 가게 되는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는지 이 글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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