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말 잘못하면 감옥 가? [오해와 진실 편]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풀어 보자

2021년 06월 18일
에디터 우리

시작하며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정말 말 한번 잘못했다고 감옥에 갈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을까? 이게 차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이 글을 다 읽으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들을 풀 수 있다.

그 전에 차별금지법의 개념이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면, 먼저 상식 편을 읽고 오기를 추천!

Q1.

차별금지법 시행되면 말 한번 잘못했다고 감옥 간다던데?

그렇지 않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어떤 차별금지법안도 차별 행위를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① 민사 소송은 할 수 있다.

: 차별 행위로 인해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 특별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면 재산상 손해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손해배상 해야 한다(징벌적 손해배상).

단, 피해자에게 ‘보복행위’를 했을 때는 형사처벌 받는다(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안). 공공영역에서 피해자가 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거나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좌천을 시키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안에는 보복행위를 했을 때 형사처벌 받는다는 조항이 없다.

② 사적인 영역은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다(장혜영 안, 박주민 안).

: 장혜영·박주민안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공공 영역에서 일어나는 차별에만 해당된다.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4가지 영역이다. 개인의 신앙, 양심, 표현 등 사적인 영역에는 일절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내용으로 교회에서 설교하거나, 출판하거나, 길거리에서 발언하더라도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 예배당이 아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교 단체에 소속된 기관’은 예외다.

법적 규제에 해당하는 건 예를 들면 이런 경우.

  • 서울시의 위탁을 받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직원에게 예배 참석이나 헌금 내는 것을 강요할 때
  •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교육 기관에서, 교직원 지원 자격을 특정 종교인으로 제한할 때
  • 입사 지원서에 종교 사항을 의무적으로 밝힐 때

이상민안에서는 차별이 금지되는 영역을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공공서비스의 제공・이용 등 모든 영역”이라고 보다 폭넓게 정의했다.

③ 방송에서 차별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 장혜영안, 박주민안에 따르면, 기독교 전문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는 것도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이 법안은 '정보통신과 방송 서비스 공급·이용의 차별 금지' 조항에서 '내용'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소수자와 약자에게 방송을 '공급'하지 않거나, 이들의 방송 '이용'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된다.

Q2.

감옥은 가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 아니야?

반대로 질문해 보자. 정말 모두가 표현의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고 있나?

국제 인권 규범은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발언이나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한 표현이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어떤 자유도 무제한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재산권, 행복추구권조차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에는 제한을 받는다.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일부 기독교인은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반면, 성소수자 대부분은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모두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은 이런 현실을 바꾸려는 제도다. 표현의 자유를 일부만 누리지 않도록, 평등하게 보장하자는 것이다.

Q3.

차별받았다는 걸 어떻게 알아?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니야?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차별 행위에 대한 판단을 국가인권위원회, 법원이라는 공공기관에 맡긴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닌 평등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기 위해서다. 이런 판단의 법적인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Q4.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 혜택받는 거 아니야?

차별금지법에 혜택받는 사람들은 현재 차별받는 모든 사람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가 해당된다.

누구도 인생을 살면서 언제 어떤 이유로 차별받을지 알 수 없다. 누구든지 그럴 때 차별금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폭력과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하지 않아도, 언젠가 나 혹은 가족, 소중한 사람이 폭력을 처벌하는 형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사기죄를 처벌하는 법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차별은 '혜택'이 아닌 '권리'의 문제다. 누군가의 존엄만 선택적으로 존중받는다면,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다.

Q5.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이미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이 존재한다.

유럽 연합(EU) 회원국은 모두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EU 가입 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법이 있는 경우 그 수준을 맞춰 개정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에는 평등법(Equality Act)이 있고, 독일에는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이 있다. 미국에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호주와 캐나다에는 차별금지법(Discrimination laws), 인권법(Human Rights Act), 그리고 이스라엘에도 차별금지법(Prohibition of discrimination on grounds of place of residence)이 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질문을 하나하나 뽀개고 여기까지 온 당신, 수고했다. 👏👏

이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정치적인 사안과 절차들을 알아보는 일만 남았다! 이 글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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