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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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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2022년 대선 캐비닛

차별금지법,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2022 대선 캐비닛, 소수자와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 편]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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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배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일이 당연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 모두의 인권을 위한 정책이 있어요. 바로 공적 영역에서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처음 발의된 후 14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닷페이스는 2017년 대선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취재했어요.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도 알아봤고요.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자세히 풀어드리기도 했습니다. 2500명과 함께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과연 대통령이 바뀌면 이 기다림이 끝날 수 있을까요? 이번 편에서는 각 대선 후보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발언을 싹 모아 봤습니다. 후보들의 말이 너무 길거나, 반복된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있는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했어요.

윤석열 후보: 차별할 자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직간접적인 차별이나 괴롭힘이 있었을 때 인권위가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 인권위가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어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출산, 가족가구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사회적 신분 등.

여기에 대해 대선 주자들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차별금지법안을 검토해 보지도 않은 게 아닌지 의심돼요. 아예 사실과 어긋난 말을 했거든요. 11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서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형사법 집행이라는 건 공동체의 필수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집행하는 거지만, 자칫 잘못하면 개인에게 아주 심각한 프라이버시와 자유 침해를 가져오는 경우들이 많고요.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도, 개별 사안마다 합리적으로 자유와 평등이라는 것이 신중하게 형량이 안 되고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기고.

그렇지만 현재 발의된 어떤 차별금지법안도 차별 행위 그 자체를 형사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법안에서 차별 행위 신고자에게 보복 행위를 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입니다.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요. (단, 차별 피해를 받은 사람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요.)

현재 국회에 올라 간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이 글을 참조.

차별금지법 때문에 자유와 평등이 부딪히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발언도 사실이 아니죠. 오히려 배제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보호하는 법인데요. 설마 '남을 차별할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건 아니겠죠?

윤석열 후보는 12월 14일 관훈토론회에서도 한 번 더 비슷한 발언을 했어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차별이라는 것이, 우리가 다 받아들이는 공감하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는, 예를 들어서 인종을 차별한다, 남녀를 차별한다, 이런 것은 이미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문명 사회가 다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법률 효과가 나에게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 차별하지 말고 동등하게 대하라고 하는 부분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면, 그 부분은 더 공론화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

차별 금지를 가장 먼저 이슈화해서 추진해나간 곳이 미국의 연방대법원이고 (중략) 그런 선진국조차 어떤 포괄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해서 차별 금지라고 하는 것을 사회 전체적으로 강제하지는 않고요. 구체적 사안마다 법원의 판결과 법 조항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통일적인 차별금지법은 전면적으로 법으로 강제하기에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제 입장입니다. 이것은 헌법 해석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제 개인 성향 문제가 아니고요. 헌법에서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조화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지. 평등만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막상 윤석열 후보가 예시로 들었던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2016년에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고 판결했죠.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 그래서 제정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의심을 받고 있어요. 때에 따라 발언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바뀌거든요.

가장 문제가 된 발언은 11월 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어요. 이 만남은 전문 녹취록이나 영상 녹화 자료가 없어, 한겨레신문 보도를 인용할게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그것(차별금지법)이 현실에서 잘못 작동할 경우 우려가 높으신 것 같고, 국외에 그런 왜곡된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다 보니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란 (기독교계) 의견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정말 긴급한 현안 문제, 당장 닥친 위험 제거나, 반드시 필요한,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한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


"이런 문제를 놓고 일방적으로,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충분한 논의'나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만 하겠다고 강조하는 건, 14년째 입법을 미룬 핑계와 크게 다르지 않죠.

차별금지법이 '긴급한 현안, 당장 닥친 위험 제거'가 아니라는 발언은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성소수자들을 떠올려 보면, 차별금지법은 충분히 긴급한 현안입니다.

그 후 이재명 후보를 만난 사람들은 꾸준히 차별금지법에 대해 질문했어요.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은 제정해야 한다"라고 대답합니다. 11월 10일 관훈토론회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저는 차별이 인종이든 지역이든 남녀든 어떤 영역에서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죠. 합리적 근거가 없는, 즉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저는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을 믿는 쪽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 현장에서 오해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물론 의도적 곡해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불식하는 과정을 거쳐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100%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건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하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면 우리가 추진하는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원 합의는 아니고요.

교회에 갔다고 해서 이렇게 얘기하고, 다른 데 가서 다른 얘기 하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입법이다, 그러나 일방통행, 강행 처리 방식으로 갈등을 극화하는 방식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타협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충분히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1월 29일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차별금지법, 필요하다. 입법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곡해와 오해가 상당히 존재하더라. 충분한 논쟁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의미가 대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지, 모두가 동의하는 걸 말하는 건 아니에요. 모두가 동의하는 일이란 정치 또는 정책이 아니죠. 동의하는 건 그냥 하면 되지, 무슨 결정이 필요하겠습니까.

(차별금지법은) 원칙적으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추진해야 하고, 다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곡해가 있는 걸 제가 현장에서 봤어요. 예를 들면 처벌 조항도 없는데, 혹시 내가 동성애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처벌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오해를 걷어내고. 혹여라도 우려점이나 문제가 있다면 그건 수용하면 되죠. 그렇다고 안 할 이유는 없죠. 필요한 보완 장치를 둔다든지 이런 논의 과정을 거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12월 10일에는 대구에서 2030 청년과의 쓴소리 경청 간담회를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주 오래된 의제이기도 하고. 저는 차별금지법 만들어야 된다고 보죠.

제가 목사님들이나 종교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두 가지일텐데, 누군가의 의도적인 곡해일 수도 있고 곡해에 의한 오해일 수도 있는데, 정말로 잘못 알고 있는 게 많아요. 차별금지법에 따르지 않으면 처벌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없거든요, 그런 게? 그런 얘기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고요.

지금은 저는 국회에서 논의를 하자, 공식적으로. 미룰 게 아니고. 국회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 일정한 시점을 정해서 처리해야겠죠. 너무 오래 가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한편 12월 16일 한국일보는 이재명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하며 성소수자 차별만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전략을 연구하는 민주연구원에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선거대책위원회에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연구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연구원은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을 제외하는 '차별금지법 부분 입법' 관련 제안을 한 바 없다. 한국일보의 보도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상정·김재연·오준호 후보: 망설임 없이 즉시 제정하겠어

차별금지법을 당장 제정해야 한다고 확실하게 말한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도 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반드시 차별금지법 제정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어요.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두 분 모두 차별금지법 제정 다음에 하시려거든, 대통령도 다음에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고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 부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남성은 70%만 월급 받아라. 비장애인은 버스도 지하철도 타지 마라. 이성애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만 만나라. 만약에 이런 차별이 존재한다면 단 하루라도 견딜 수 있겠습니까?

눈에 띄는 점은 심상정 후보도 이재명 후보처럼 한국기독교총연합을 방문했다는 거예요. 차별금지법에 대해 목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 저희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한 가지입니다.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는 것이고, 또 그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인권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략)

저는 그렇게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간이 다양하다는 거죠. 그 다양성이 있는 그대로 존중되는 것이 인권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말씀드리는 거고, 그것이 적용될 때 이 차별금지법만 작동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또 다양한 관련법들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다. 제가 목사님들과 말씀을 나눠보면 아주 극단적인 사례까지 걱정을 하시는데, 이 법만 작동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은 권리구제의 최소법이다, 최소 가이드라인이다, 힘 있고 권력 있고 돈 있고 이런 분들은 차별금지법 필요 없어요. 권력도 없고 돈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 분들은 이런 법이 필요한 겁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대선에 출정한 모든 후보들은 앞으로 곳곳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질문을 받을 텐데,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이쪽도 저쪽도 욕먹지 않을 그런 답을 내놓지 말고, 오늘도 상처받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라고 했어요.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대전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꼽았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발언, 어떤가요? 여러분의 선택에 참고가 되었나요?

정치인들은 말이 참 길어요. 그래도 최대한 현장의 영상 기록을 참고해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누가 가장 진정성 있게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 같은지, 각자 판단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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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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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디오하프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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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캐비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