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스 점검 나왔습니다

할 말 많은 가스 점검원 노동 이야기

2021년 08월 31일
에디터 우리

에디터의 말

어릴 적 집 현관문에 붙어있던 중국집 전단지, 열쇠 출장 수리 스티커, 그리고 때때로 '가스 점검 방문 메모'. "부재중이어서 가스를 점검하지 못했으니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가스 검침은 직원이 잠깐 집에 들러 가스레인지 밸브만 확인하고 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종종 뉴스에서 가스 누출로 큰 화재가 났다는 사고 소식을 들으면, 가스를 점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이 쭈뼛하도록 느꼈던 것 같아요.

메모 한 장, 문자 하나로 우리의 안부를 묻는 가스점검원들. 어떻게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을까요?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며 점검하는 일에는 어떤 고충이 있을까요? 가스점검원 네 분이 직접 계량기와 배기관을 손으로 짚어가며 들려주는 '할 말 많은 가스점검원' 이야기로 초대합니다.

인물 소개

공순옥 프로필 이미지
공순옥
22년 차 가스점검원, 서울도시가스 소속.
김영애 프로필 이미지
김영애
17년 차 가스점검원, 예스코 도시가스 소속.
김효영 프로필 이미지
김효영
7년 차 가스점검원, 예스코 도시가스 소속.
이선희 프로필 이미지
이선희
8년 차 가스점검원, 서울도시가스 소속.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골목길에 모여 앉은 네 분의 가스점검원들.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골목길에 모여 앉은 네 분의 가스점검원들.

어떻게 가스점검원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김효영: 애들을 어느 정도 키워 두고 나서, 직장을 다니고 싶은데 뭘 할 게 없더라고요. 결혼 전에 경리로 근무할 때 전산회계 자격증도 따 두고, 도배를 배우기도 했었는데 써 주는 데가 없었어요.

어느 날 가스점검원이 집에 와서 가스레인지 밸브 한 번 휙 돌리고, 보일러 한 번 휙 보는데 일이 쉬워 보이데. 저도 그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마침 빈 자리가 있다길래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이선희: 저는 무역회사를 20년 정도 다니다가 2008년에 그만두고, 3년 정도 육아를 했어요. 그 3년 동안 일을 안 하니까 우울한 거예요. 종일 살림만 하다가 밤에 잠들면 삶이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계속 인터넷에서 일자리를 찾고, 서른 군데 넘게 지원서를 냈어요. 연락이 온 데는 두 군데뿐이었어요. 하나는 월 60만 원밖에 못 버는 일이라 포기했어요. 저도 우리 집에 온 가스점검원 분 일하는 거 보고 괜찮아 보여서, 도시가스공사에 지원서를 넣었어요.

김영애: 저도 경력이 단절됐거든요. 여기저기에 이력서 넣었는데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가스점검원은 주말에 쉰다길래 '진짜 좋은 일자리구나.' 생각하고 지원했어요. 17년 전만 해도 주말에 안 쉬었거든요.

공순옥: 저는 한국전력공사 콜센터 상담원이었어요. 365일 전화가 폭주야. 한 달에 2번, 일요일만 쉬었어요.

그때 작은 애가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감기를 계속 달고 살았어요. 병원을 갈 짬이 없더라고요. 첫째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동네에 좀도둑이 돌았거든요. 딸이 집에 혼자 있다가 무슨 일 당할까 봐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6개월 만에 그만뒀어요.

사무실에서는 저를 잘 봤었나 봐요. 저한테 전화 와서, "너희 동네에 가스 점검원 자리가 났다. 애들 보면서 일할 수 있는데 하지 않겠냐."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죠.

김효영: (순옥이 노조활동을 하게 됐으니) 회사가 그렇게 제안한 게 실수한 거지. (웃음)

골목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스점검원들.
골목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스점검원들.

가스점검원은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공순옥: 자유롭기는 해요. 그러니까 애들이 아프면 잠깐 집에 들러서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절대 여유로운 건 아니에요. 우선 업무량만 봐도 절대 여유를 가질 수 없어요.

김효영: 계량기 검침만 4,800개를 해야 돼요. 검침을 한 달에 한 번씩 해야 돼요. 말하자면 검침하다가, 점검하다가, 중간중간 가스요금 고지서 송달하다가, 또 상반기 업무 기한 막판에 남은 세대들을 점검하는 거예요.

김영애: 전체 세대 중에 한 번 방문으로 점검할 수 있는 비율이 보통 40%이에요. 그럼 사실상 점검하는 횟수는 4,800번이 아닌 거예요. 모든 세대를 점검하려면 최소 두세 번은 가야 하니까요. 제가 제일 많이 갔던 횟수는 20번이에요.

김효영: 저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샀어요. 고객 전화는 계속 오는데, 애들이랑 남편 저녁은 챙겨야 하니까요. 이어폰으로 고객과 방문 약속을 잡으면서 밥하는 거예요.

노동조합 가입 전까지는 아이들, 신랑하고 저녁을 같이 먹어본 적이 없어요. 주말에도 거의 없었어요. 밥만 챙겨놓고 검침하러 나갔거든요.

공순옥: 점검률 100%를 달성하려면, 새벽에 오라면 새벽에 가야 하고 밤 11시에 오라고 해도 가야 해요.

한 주택의 계량기를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 가스점검원들.
한 주택의 계량기를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 가스점검원들.

김영애: 가스점검원은 간주근로제에요. 우리는 "하루에 8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정해뒀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8시간을 훨씬 넘어요. 특히 오피스텔에 사는 젊은 친구들은 집에 잘 없어요. 그래서 밤 11시까지도 일해 봤어요.

간주근로제: 출장 등으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시간만큼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

공순옥: 보통 가스 점검원은 집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뽑아요. 그러면 "교통비 안 들고 밥값 안 들고 하니까 좋겠다."라고 해요. 대신 우리 월급에는 교통비, 식비가 빠져 있어요. 보통 회사에 다닐 때 교통비랑 밥값이 드는 대신 그만큼 월급에 포함돼 있으니까, 더 좋은 일은 아닌 거죠.

공순옥: 추석 때 전을 부치다 전화 받고, 상 차리다 전화 받고 했어요. 그때는 업무 폰이 없었으니까요. 제가 담당했던 5,300세대의 전화를 제 개인 핸드폰으로 다 받아내야 했어요. 집안일도 제대로 못 해, 업무도 제대로 못 해.

이선희: 그런데 저희 보고 "운동 삼아 돈도 벌고 좋겠다."고 하죠.

공순옥: 이게 운동이 아니라, 정말 중노동이에요.

가스 점검 업무가, 정말 발로 뛰어다니는 일이잖아요. 직업병도 많이 앓으실 것 같아요.

김영애: 점검할 세대가 워낙 많으니까 빨리빨리 이동하다가 넘어진 적이 있어요. 아팠는데 참고 나머지 세대들도 점검했어, 그냥. 병원을 갔더니 십자인대가 완전히 끊어져서, 수술하고 4개월 입원하라고 했어요. 원래는 산업재해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신청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안 잘리려면 사장하고 트러블을 만들지 말아야 했으니까, 시키는 대로 했죠.

계량기가 땅에서 1m, 2m 위에 있는 곳들이 있어요. 쓰레기통 같은 데를 밟고 올라가서 검침하는데, 땅으로 내려올 때 항상 불안불안해요. 조심해도 무릎에 충격이 가거나, 어딜 짚고 내려가면 손목이 꺾이기도 하고요. 계단도 맨날 오르락내리락하고… 우리는 아마 정년퇴임하고 나면 병원비 쓸 일만 남았을 거야.

십자인대: 무릎 관절 안에서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며 관절을 받쳐주는 두 인대.

김효영: (인터뷰 장소의 계단을 가리키며) 겨울에 이렇게 가파른 곳들 다니면서 점검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 오고, 눈 오고 하면 얼마나 미끄러워요. 십자인대 파열뿐 아니라 골반이 나간 사람도 있어요. 발목 삐는 일은 태반이고요.

그런데 우리는 대체 인력이 없어요. 다친 사람이 치료하는 동안은 월급을 못 받으면서, 자기 돈으로 동료에게 돈을 주고 자기 몫의 일을 부탁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도 도저히 할당량을 못 채우는 사람은 자르는 게 회사의 업무였던 거죠. 손 안 대고 코 풀었던 거지.

도시가스공사에서는 가스점검 업무량을 조정해주지 않는 건가요?

공순옥: 도시가스 안전관리규정에 '고객 집에 세 번을 방문했는데도 고객을 만나지 못하면 점검을 생략한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노동조합 가입 전에는 그 규정을 몰랐어요.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비조합원 직원들은 지금도 점검률이 99% 정도 돼요. 몇몇 분들은 노동조합원들을 일 안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더라고요. 저희는 고객이 세 번 부재중이면 더 방문을 안 하니까, 점검률이 그것보단 낮거든요. 회사에서는 점검률 99% 달성한 직원한테 인센티브를 줘요. 주부 사원들은 몇만 원이라도 더 받고 싶으니까, 그 사정을 이용하는 거예요.

일반도시가스사업자 표준안전관리규정 제36조 제2항 10호

김영애: 우리가 성과를 올려야 하는 영업직이 아니잖아요. 하나하나 제대로 점검해서 가스 안전을 지켜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공순옥: '부적합'을 너무 안 끊어도, 너무 많이 끊어도 한 소리를 들어요.

'부적합'이 무슨 뜻인가요?

김효영: 연통 이음새 부분에 가스 배출이 되지 않도록 실리콘 처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실리콘이 떨어지거나 녹기도 하거든요. 그 부분을 발견하면 '부적합'이라고 서류상에 남겨요. 고객들에게 알려서 부적합 상태를 고치도록 하는 거죠.

또 가스레인지에 밸브가 있잖아요? 이 밸브를 사용하다가 헐거워지면 가스가 누출돼요. 이때도 부적합을 끊어요.

공순옥: 그 외에도 부적합을 끊어야 하는 규정이 많아요. 그걸 다 꼼꼼히 보면 부적합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김효영: 전체 점검한 건수 중 부적합을 끊은 비율을 '부적합률'이라고 해요. 이게 적을수록 공사 측에서는 실적이 돼요. 부적합을 많이 끊으면 부적합률도 높아지니까, 안 좋아하더라고요.

아니, 부적합이어서 부적합을 끊었는데 "왜 부적합을 많이 끊느냐?"라고 하면 저희는 말 그대로 미쳐버리는 거예요.

그런데도 가스점검원은 "주부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김영애: 전기 점검원, 수도 점검원은 직업 분류가 있는데, 가스 점검원은 아예 직업군 자체가 없어요. 주차관련 종사원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표준직업분류 중 분류코드 '992': 계기검침수금 및 주차관련 종사원. 가스ㆍ수도ㆍ전력의 사용량을 검침하고, 각종 대금을 수금하며 주차관리를 하는 직군이 포함된다. 이 직업은 계기 점검원 및 가스 점검원(9921), 수금원(9922), 주차 관리원 및 안내원(9923)으로 구성돼 있다.

공순옥: 도시가스공사부터 우리를 주부 사원, 그러니까 부업 하는 사람으로 취급해요. 직원이 아닌 거죠.

김효영: 회식도 자기네들끼리 하잖아.

공순옥: 직원이 일을 그만둬도 얘기가 없어요. 이번에 두 분이 10년 정도 일하다가 정년퇴직했거든요. 그러면 직원들에게 인사라도 시키고, "여태 고생하셨습니다." 이 정도는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두 분이랑 사장님이랑 담당 팀장이랑 면담하고, 넷이서 밥만 먹고 끝이에요. 그렇게 하고 다음 달에 바로 회의를 한다는 거예요. 노조원들끼리 "그거는 너무 말이 안 된다."라고 말이 나와서, 한 번 출근을 거부했었어요.

김영애: 입사했을 때 월급제가 아니었어요. 한 세대를 점검하면 800원씩 줬어요. 그런데 네 번째 방문해서야 점검하게 되면 건당 200원짜리가 되는 거예요. 그때는 세 번 방문했는데 부재중이면 점검 유예하지 않고 무조건 점검률 100%를 채우려 했으니까요.

또 만약에 이달에 10% 점검을 못 했잖아요? 다음 달에 그 못한 것까지 포함해서 점검해도, 점검 못 한 세대 한 건당 50원씩 수당에서 뺐어요.

회사에서 우리보고 "너네는 주부 사원이고, 가장이 아니니까 월급을 적게 주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업무 중에 아이들도 돌보고 가사 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줘야 하는데, 아니거든요.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점검하러 가야 하는 거예요.

가스 점검이 우리 안전과 직결된 일이잖아요. 그런데 사고가 난 후에야 가스 점검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공순옥: 도시가스공사에서 항상 가스 사고 사례를 교육해요. "너희가 점검을 조금만 잘못해도 인명 사고가 난다. 그러면 너네한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렇게 암묵적으로 압박을 줘요. 그런데 교육에서 말하는 것처럼 저희가 중요한 일을 하는 거면 그만큼 대우해줘야 하는데, 월급이 너무 적잖아요.

김영애: 서울에만 천 명이 넘는 가스 점검원들이 있어요. 이 점검원들이 각자 1년에 한 건의 가스 누출을 예방한다고 치면, 그 해 1천 건의 가스누출을 예방하는 거예요.

우리 센터 구역에서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가스가 새는 바람에 한 사람은 사망하고 다른 한 사람은 중태였어요.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던 게, 피해자들이 외국인이었거든요. 돈을 벌려고 우리나라에 와서 지하 방에 세를 들어갔는데, 이사 간 다음 날 그렇게 된 거예요.

그 집이 몇 년 비어있던 거예요. 10년 전만 해도 점검원한테 할당된 세대 수가 지금보다 많았고, 100% 점검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 담당 점검원도 빨리빨리 점검하려고 했겠죠. 집이 비어있으니까 점검을 했다는 스티커만 붙였는데, 그게 사고가 딱 났네?

사망한 분의 딸이 돈이 없어서 한국에 오지를 못하니까, 경찰들이 돈을 모아 비행기 값을 내 줬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500만 원에 합의를 봤더라고요. 일차적으로는 그 점검원 잘못이 맞지만, 회사에서는 다 그분 책임으로 몰았어요.

공순옥: 이게 그런 거야. "가스 점검을 100% 해야 하는데, 외국 나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요?" 이렇게 물어보면 관리자들은 "그냥 알아서 하세요."라고 해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자는 발을 빼요. "내가 언제 그렇게 시켰냐?" 라고요.

김영애: 이 일을 할수록 겁이 나요. '이 집에 왔는데 아까 그 집에서 가스 사고 나면 어쩌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 만약에 가스 사고 뉴스가 나면 막 정신을 팔고 보는 거예요.

'가스 사고 나면 잘릴까 봐 무서워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내가 점검했던 집에서 인명사고 같은 게 나는 게 훨씬 무서운 거예요.

김효영: 한 대단지 아파트를 점검했을 때예요. 한 집의 문을 두드렸을 때 고객이 안 나와서 옆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문을 여시더라고요. 그런데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는 거예요. "할머니, 가스 냄새나요." 그랬더니 "무슨 냄새? 나 코가 안 좋아."라고 하셔서 급하게 문 열고, 밸브 잠그고, 창문 다 열어서 환기했어요. 보니까 가스레인지 중간 밸브에서 가스가 굉장히 많이 새고 있었어요. 매니저 부르고, 할머니 아드님한테 연락해서 병원 가시게끔 조치를 했어요.

집에 와서 애들한테 "너네 맨날 엄마한테 저녁 안 차려준다고 그러지? 엄마 오늘 사람 살리고 왔어."라고 자랑하고 가볍게 얘기했어요.

그날 밤에 자다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깼어요. '만약에 그 시간에 내가 안 갔으면?' 그 할머니뿐 아니라 위, 아래, 옆집까지 잘못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이게 굉장히 무서운 직업이구나. 그런데 왜 나만 책임지고 있지?'
한 주택가의 계량기들.
한 주택가의 계량기들.

가스 점검이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일 것 같아요.

공순옥: 겉에서 보기에는 저희가 가스 점검을 휙, 하고 가는 모습만 보니까 쉬워 보일 수 있어요. "가스 새지도 않고, 형식적으로 와서 하는 거 뭐 하러 와." 이런 말을 들을 때 상처를 받죠.

그런데 저희 때문에 개선된 부분이 많아요. 보일러 설비 기사분들이, 초창기에 대충 시공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걸 우리가 많이 잡아내서, 이제 기사분들도 꼼꼼히 설비하게 됐거든요.

김영애: 5년 전인가, 한 설비 기사분이 저한테 전화해서 "네가 뭔데 나한테 시공을 하라 마라 하느냐." 이러면서 난리를 쳤어요. 저도 '가오'가 있어서 그냥 안 넘어갔죠. "그러세요? 끝까지 한 번 해볼까요? 제 이름은 김영애이고요,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랬더니 이름을 왜 물어보냐고 해요. "그쪽 전화번호 저한테 있고요. 제가 당신한테 어떻게 하는지 보세요."라고 했죠.

기준에 따라 시공을 제대로 안 하면 벌금을 문대요. 그걸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더니, 5분도 안 돼서 연락이 왔어요. "여사님,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그 시공 꼭 할게요." 이러더라고요. 자기도 알아보니까 잘못될 줄 알았던 거지.

가스시설 시공자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44조1항 등의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에 의해 시공하고 완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시공자는 액법 제70조 벌칙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배기관을 점검하는 가스점검원들.
배기관을 점검하는 가스점검원들.

가스점검 업무가 남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다 보니, 불청객 취급을 받는 일도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김효영: 몇몇 분들은 정말 저희를 불청객 취급해요.

"연락하고 오셨어요? 연락하고 오셨냐 구요. 우리 애들 지금 밥 먹는 거 안 보이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분도 있었어요. "저희 지금 식사하고 있으니 다음에 와 주세요."라고 하면 되잖아요.

어떤 아저씨는 밤 10시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는데 포르노를 틀어놓고 저의 반응을 보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100% 점검률 달성해야 하니까 쩔쩔맸을 거예요. 지금은 당연히 안 들어가죠.

옛날에도 점검을 거부할 수 있었는데, '거부 사인'을 받으라고 했어요. 아니, 고객이 문도 안 열어주고, "안 받는다니까요!"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 "그럼 고객님, 나오셔서 여기다가 거부 사인을 해주세요." 이게 가능하냐고요.

이선희: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김효영: 고객님이 현관문만 열면 발부터 딱 문에 걸었어요. 나는 점검 100% 해야 하니까. "제발 점검 좀 해 주세요. 1분만 시간 내주세요." 사정하는 거야.

공순옥: 고객 중에 우리를 대기조로 보는 경우도 있어요. 고객이 집에 안 계셔서 "연락을 주시면 점검을 하러 가겠습니다." 안내문을 붙여두면 "지금 당장 와요."라고 하는 거죠. 그거 안 맞춰주면 말이 거칠어지고, 화내는 분도 있었고요.

이런 고충에도 불구하고, 어떤 마음으로 가스점검 업무를 임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김효영: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고객은 집에 없으면 항상 문에 쪽지를 붙여놓고 나중에 전화를 주시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은 연락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집 할머니께 "어머니, 저 앞집 어머니 연락이 없네." 했거든요. 그러니까 "몰랐어?" 이러세요.

돌아가셨대요. 이게 진짜 마음이 아파. 6개월에 한 번 뵙는 분이었지만, 저 같은 경우 7년을 그 지역을 다니다 보니까 어느 정도는 안다는 말이에요.

어르신 중에 혼자 사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검침할 때 보면 분명히 가스 사용량이 있어야 되는데, 없으면 불안해요. 언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데 겨울에 두 달 연속으로 사용량이 없는 거예요. 계속 그 집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어머니, 집에 오시면 연락 좀 주세요."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며칠 뒤에 전화가 왔어요. 어디 갔었냐고 하니까 병원을 다녀오셨대. 그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남인데도 이렇게 집에 없다고 걱정해 주는 게 너무너무 고마워." 이러시더라고요.

김영애: 월급만 생각하면 우리 여기 못 다녀. 이 업무를 계속하게 되는 건, 먼저 우리가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리를 챙겨주시는 고객님들. 요즘 같은 여름날 "덥지?"라고 하시면서 얼음물이나 수박을 챙겨주시기도 하거든요.

김효영: 그런 일들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다녀요. 어제도 한 집이 보일러 호스가 빠져 있던 걸 밤 9시에 잡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뿌듯해요. '내가 진짜 훌륭한 일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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