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저소득층은 안 내도 될까?

누구나 가입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국민건강보험 뽀개기 [상식 편]

2021년 07월 13일
에디터 한슬

시작하며

“어떻게 헬조선까지 사랑하겠어, 의료보험을 사랑하는 거지.”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치료비가 천문학적 금액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경제적 부담이 적다. 마음이 놓인다. 갑자기 국민건강보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복지제도처럼 느껴진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의 목적은 뭘까? 그 목적이 잘 달성되고 있을까? 만약에 내가 소득이 없어지면 보험료를 못 낼 텐데, 그럼 병원에도 못 가는 건가?

그래서 준비했다. 알고 싶다, 건강보험. 첫 번째는 상식 편.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 국민건강보험은 뭘 위한 제도지?
  •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피부양자가 뭐지?
  • 소득이 없으면 건강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건가?
  • 재벌 회장도, 전직 대통령도 건강보험료를 엄청 조금 낸다던데 어떻게 된 거야?

이미 다 아는 얘기라면 건강보험료를 못 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체납 편, 연대납부 편으로 넘어가길 추천!

Q1.

국민건강보험이 뭐지?

사람이 살다 보면 병도 걸리고 부상도 당하기 마련. 그런데 의료비가 너무 많이 들면 어떡하지?
국민들이 과도한 의료비 부담에 짓눌리지 않도록 만든 사회보장제도가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 피보험자 : 국민.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병원에 가거나 약을 살 때 보험 혜택을 받는다.
  • 보험자 : 국가. 정확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들의 보험료를 관리, 운영, 보험 급여를 제공한다.

국민건강보험은 병이나 부상을 당하고 나서, 사후 치료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예방, 진단, 치료, 재활, 출산, 사망, 건강증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Q2.

직장가입자?

건강보험 가입자에는 세 종류가 있다. 직장가입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지역가입자.

첫 번째는 직장가입자다. 말 그대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다. 회사가 고용된 사람들의 보험료를 모아서 한꺼번에 낸다. 월급 기준 6.86%를 보험료로 내는데, 이 중 가입자가 절반, 회사가 절반을 낸다. 월급에서 미리 보험료를 빼고 주는 방식이다.

직장가입자가 월급으로 받는 것 말고 다른 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한다면, 여기에도 보험료가 부과된다.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 직장가입자다.

  • 모든 회사의 근로자와 사용자. 근로자가 단 1명일지라도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 공무원 및 교직원
  • 고용 기간이 1개월 이상이며, 1개월에 8일 이상 일한 일용직 근로자
  • 임의계속가입자 : 퇴사한 이후에도 최장 3년까지 직장가입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 퇴사 이전 18개월 동안 전 직장에서 건강보험을 1년 이상 유지했다면 신청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사람들은 직장가입자가 아니다.

  • 고용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직 근로자
  • 짧게 일하는 근로자나 교직원 (1개월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
  • 소재지가 일정하지 않은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
  • 근로자가 없거나 비상근 근로자 또는 단시간 근로자만 고용하는 사업장의 사업주
  • 현역병, 전환복무를 하는 사람, 군간부후보생
  • 선거에 당선되어 취임하는 공무원으로서 매월 급료를 받지 않는 사람

Q3.

피부양자?

직장가입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오, 정말? 너도나도 피부양자 등록해서 보험료 안 내면 되겠네?”

그렇지 않다. 부양 요건, 소득 요건, 재산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고 길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읽어 보자!

부양 요건은 가족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 배우자 : 같이 살아도, 같이 살지 않아도 인정된다.
  • 같이 사는 부모, 자식, 며느리, 사위, 배우자의 부모, 조부모, 손자 : 인정된다.
  • 떨어져 사는 자식 : 자식이 미혼이면 인정된다.
  • 떨어져 사는 부모 : 부모와 동거 중인 형제 자매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득이 없는 경우 인정된다.
  • 떨어져 사는 조부모 : 손자가 미혼이고 부모가 없는 경우 인정된다.
  • 떨어져 사는 손자 : 동거 중인 직계 비속이 존재하지 않거나, 소득이 없는 경우 인정된다.
  • 떨어져 사는 며느리 또는 사위 : 인정되지 않는다.
  • 떨어져 사는 배우자의 부모, 조부모 : 배우자의 부모와 동거하는 배우자의 형제 자매가 없거나, 소득이 없는 경우 인정된다.
  • 떨어져 사는 재혼한 배우자의 자식 : 인정되지 않는다. (같이 살고 미혼이면 인정)
  • 형제, 자매 : 기본적으로 다음 중 한 가지에 해당해야 한다.
    • 30세 미만
    • 65세 이상
    • 장애인, 국가유공자, 보훈보상 대상자
    • 같이 살 경우 : 미혼으로 부모가 없거나 소득이 없으면 인정된다.
    • 떨어져 살 경우 : 미혼으로 부모, 다른 형제자매가 없거나 소득이 없으면 인정된다.

소득 요건은 소득 액수에 따라 결정된다.

  • 모든 소득(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 소득)이 연 3,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 사업자등록이 없는데 사업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 사업자등록이 있어도 사업소득이 없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 피부양자가 기혼인 경우, 부부 모두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산 요건 재산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 재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토지, 건축물, 주택, 선박 및 항공기 합계액이 5억 4천만원 이하여야 한다.
  • 부양요건 중 형제자매에 해당되는 사람은 좀 더 빡빡하다. 합계액이 1억 8천만원 이하여야 한다.
  • 합계액이 5억 4천만원 초과, 9억원 이하이고 연 소득이 1천만원 이하면 해당된다.

피부양자 자격은 이럴 때 상실된다.

  • 직장가입자가 퇴사 등의 이유로 자격을 상실한 날
  • 사망한 날의 다음 날
  • 국적을 상실한 날의 다음 날
  •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날의 다음 날
  •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된 날

피부양자 신청은 직장가입자가 해야 한다. 그러니까 은퇴한 부모님을 직장인인 나의 피부양자로 등록하고 싶다면, 내가 신청해야 한다.

신청 방법은 3가지.

  •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한다.
  • 1577-1000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전화로 신청한 뒤 팩스로 서류를 보낸다.
  • 4대사회보험 정보연계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신고한다(공인인증서 필수).

자격이 변경된 뒤 14일 내에 신청해야 한다. 혹시 늦게 했다면 최대 90일까지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지역가입자가 피부양자로 전환할 때는 날짜에 주의하자. 6월 1일에 신청하면 6월부터 지역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6월 2일 이후에 신고하면 6월까지 지역보험료를 내야 한다.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 받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 2018년 7월부터 형제자매를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소득, 재산 요건도 강화됐다.
  • 2022년 7월, 소득 요건이 연 3,400만원에서 연 2,000만원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재산 요건이 합계 5억 4천만원에서 3억 6천만원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Q4.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를 제외하면 모두 지역가입자다. 예를 들면 프리랜서, 농어업인, 자영업자 등이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소득, 재산(건물, 토지, 전월세), 자동차 가격을 참작하여 정해진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세대 단위로 부과한다. 한 세대에 사는 개개인의 건강보험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고, 세대주가 한꺼번에 낸다.

Q5.

미성년자도 건강보험료를 내야해?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 내야한다. 특히 배당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으면 무조건 낸다. 아래에 해당하는 미성년자는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다.

  • 소득과 재산이 없는 미성년자
  • 연 소득 100만원 이하인 미성년자
  • 부모가 모두 사망한 미성년자

놀랍게도 2017년에야 달라진 법이다. 그 전에는 소득이 없고, 부모가 사망한 미성년자도 모두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다.

Q6.

건강보험료는 모두가 똑같은 금액을 내는 거야?

그렇지 않다. 직장가입자는 월급의 3.43%를 낸다. 지역가입자는 재산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낸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인정되면 조금 더 부담이 낮아진다. 아래와 같은 사람을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인정한다.

  • 소득이 기준중위소득의 40% 이하인 사람(1인 가구 73만원, 4인가구 195만원)
  • 기초생활수급자
  • 북한 이탈 주민
  • 18세 미만 입양 아동
  • 노숙인
  • 국가유공자 등

의료급여 수급권자라고 무조건 공짜로 병원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근로 능력’에 따라 1종, 2종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 다르다.

Q7.

그럼 재벌이면 엄청나게 많이 내겠네?

꼭 그렇지는 않다.

2011년까지, 직장가입자는 무조건 급여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2년 서울시장 선거 후보였을 때, 신고한 재산만 186억원이었는데도 건강보험료가 2만원 정도였다.
  •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을 관리하는 임대관리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의 대표로 등록해 월급을 2000년 99만원, 2001년 133만원 받는다고 신고했다.
  • 그리고 직장가입자로 보험료를 냈다!
  • 이런 ‘수상한’ 직장가입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2010년 말 기준,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직장가입자 중 재산이 10억원~50억원 사이인 경우가 1만 2천명이었다. (재산이 50억원~100억원 569명, 100억원을 넘는 사람도 149명.)
  • 당시 월 급여가 100만원 이하인 직장가입자의 월 건강보험료는 평균 2만2255원이었다.

2011년부터 법이 바뀌었다. 직장가입자도 3400만원을 초과하는 이자, 사업소득 등 급여 외의 소득에 대해서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단, 상한선이 있다.

아무리 부자라도 월 636만5520원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2021년 급여소득 부과 기준, 전전년도 평균

월급 외의 이자, 배당, 사업 소득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월 318만2760원을 넘지 않는다(2021년 급여 외 소득 부과 기준, 전전년도 평균 보험료의 15배).

재벌 회장과 나의 월급은 100배 정도 차이가 날 텐데, 보험료는 30배 차이밖에 안 난다. 월급 외 소득이 3400만원인 사람과 1천억원인 사람의 월 보험료 차이도 최대 15배 뿐이다.

반면 하한선은 꽤 높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에 부과하는 보험료 최저액은 전전년도 평균 액의 8%, 2021년 기준 1만8020원. 최저임금을 벌어도 한 달에 이만큼은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최저보험료는 1만4380원. 재산이 없고 연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세대라도 이만큼은 내야 한다. 연 소득이 100만원이면 월 8만원을 번다는 뜻인데, 그 중 건강보험료를 1만4380원 내야 한다.

물론 중위소득 40% 이하라면 의료급여 수급 자격을 신청해, 보험료를 좀 더 감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신청주의’다. 소득이 낮다고 자동적으로 “의료급여 대상이시네요. 신청하세요.”라는 안내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료수급 제도를 잘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면, 월 8만원 이하를 벌면서 그 중 1만4380원을 건강보험료로 내야 한다.

만약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 자세한 내용은 체납 편에서 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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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취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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