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못 내면 병원도 약국도 못 가?

누구나 가입하지만 아무도 안 알려준 건강보험료 뽀개기 [체납 편]

2021년 07월 13일
에디터 한슬

시작하며

알고 싶다, 건강보험, 두 번째는 체납 편이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아 보자.

기본적인 용어가 너무 헷갈리면 상식 편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연대납부 편으로 넘어가길 추천!

Q1.

건강보험료, 안 내는 사람이 많아?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료 징수율은 직장가입자 99.6%, 지역가입자 99.8%다(2019년 기준). 거의 100% 징수된다.

안 밀리고 제 때 내는 사람이 절대 다수다. 납부기한 내 징수율은 직장가입자 93.6%, 지역가입자 82.4%다(2019년 기준).

2019년까지 누적된 보험료 체납 건수는 약 433만 건이었다. 여기서 1건이란 보험증 1개를 말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자격이 바뀌어 보험증이 갱신되면 새로운 체납 건수가 발생한다.

징수율: (실제 건강보험료를 걷은 액수) ÷ (건강보험료를 부과한 액수) X 100
체납: 세금을 기한까지 전부 내지 못한 것.

Q2.

못 걷은 금액이 어마어마하다던데?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사업장(직장가입자)이 체납한 건강보험료는 5941억원. 지역가입자가 체납한 건강보험료는 1조9737억원.

엄청난 금액 같지만, 2019년에 걷은 건강보험료 총액 59조1천억원의 4.3%에 불과하다. (2019 건강보험 통계연보 참조) 다시 말하지만, 건강보험료 징수율은 거의 100%다.

Q3.

왜 안 내는 거야?

대부분은 가난해서 못 낸다.

세금을 안 냈다고 하면 보통 의사, 변호사, 고소득자, 자산가인데도 안 내고 버티는 ‘나쁜’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건강보험료는 그런 사람들보다 돈이 없어서 못 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6번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을 ‘장기체납자’라고 한다. 이 중 대다수는 월 보험료가 5만원 미만이다(2019년 기준 74%). 그만큼 재산이 적은 저소득·차상위 계층이다.

이런 사람들을 생계형 체납자라고 한다. 쉽게 말해 생계가 급한 사람들이다.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 자체는 아주 적은데, 이를 내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한 번 건강보험료가 밀리기 시작하면 악순환에 빠진다. 장기체납자 중에서 한 번 체납이 시작된 바로 그 해 안에 체납을 끊고 다시 돈을 내기 시작한 경우는 26%에 불과하다(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2~2015년 기준). 그나마 월 보험료가 5만원 이상인 사람들이 이렇게 초기에 체납을 끊는 비율도 높고, 밀린 보험료를 청산하는 비율도 높았다.

갑작스러운 실직, 파산, 질병을 맞닥뜨려 건강보험료를 빼먹은 줄도 모르고 못 내는 경우도 있다. 직장가입자들은 휴직 시기에 잠시 건강보험료 내는 것을 유예할 수 있다. 농어민들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면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그러나 농어민이 아닌 지역가입자들은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간편한 절차가 없다.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들의 자세한 사연이 궁금하다면 2017년 발간된 이 보고서의 91쪽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Q4.

건강보험료, 못 내면 병원도 못 가는 거야?

그렇지 않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금액이 고스란히 빚이 된다.

건강보험료를 6번 이상 못 내면 보험급여가 중단된다. 즉, 의료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도 된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된 비용(전체 의료비의 30%)만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집으로 통지서가 온다. '건강보험 급여제한 기간 중 진료사실 통지서'.

이런 뜻이다.

"건강보험료를 6번 이상 못 내서 급여가 제한됐는데 진료를 받으셨네요. '부당이득'을 취하신 거예요. 그 때 내지 않은 의료비의 70%를 내세요. 매일매일 0.06%씩 붙는 연체금도 같이!"

이 통지를 받고 2달 안에 밀린 보험료를 완납하면 보험 급여를 인정한다. 즉, 의료비의 70%와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예외가 있다. 연 소득·자산이 100만원 이하인 사람은 6개월 이상 체납해도 의료급여가 중단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생계형 체납자들이 ‘의료비 폭탄’이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간다.

Q5.

그래도 계속 못 내면 어떻게 돼?

① 연체금, 즉 이자가 붙는다.

  • 밀린 보험료에 붙는다.
  • 급여 제한 기간 동안 진료를 받았다면 ‘부당이득’ 징수금에도 붙는다.
  • 매일매일 붙는다. 첫 한 달 동안은 매일 0.06%씩, 그 다음부터는 매일 0.016%씩.
  • 상한선이 있다. 첫 한 달 동안은 최대 2%, 그 이후에는 최대 5%. 만만치 않은 이자율이다. 그나마 2020년에 줄어든 것이다. 2019년까지는 최대 9%였다!

② 독촉장이 온다. 독촉장은 이렇게 생겼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보험 체납상담 가이드북> 중에서.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보험 체납상담 가이드북> 중에서.

이미지 속 번호는 이런 의미다.

➀납부의무자: 체납한 사람의 이름. 지역가입자에게 오는 독촉장이기 때문에 보통 세대주의 이름이다.
➁납부자번호: 건강보험공단이 관리를 위해 생성하는 번호. 여러 장을 받았을 때 납부자번호가 다르다면 공단에 확인해 보고 합산해야 정확한 체납 금액을 알 수 있다.
➂➃독촉기간(개월) 및 미납월 안내: ➂에서 괄호 안의 숫자가 체납 횟수. ➃가 총 체납개월 수.
➄체납한 보험료, 연체금, 체납처분비: 체납처분비란 압류나 경매 등 밀린 보험료를 환수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을 때 그 집행비용이다. 이런 것도 체납자가 내야 한다!

③ 독촉장을 받고도 돈을 내지 않으면 재산, 예금, 월급에서 강제로 떼 간다. '압류'라고 한다.

6번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을 경우에 해당한다.

'압류 예고 통지서'가 온다. "건강보험료를 6번 이상 안 내셨군요. 원금과 이자 합쳐서 이만큼이고요. 지금 안 내면 압류됩니다."

엄청나게 강력하고 강제적이다. 사실 금융 부채, 그러니까 ‘빚’을 지고 갚지 못할 때 이렇게 직장에 연락해 강제적으로 통장을 압류하면 불법이다. 대부업체라 할지라도 ‘채권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재판을 통해야만 한다. 정부가 가장 무서운 ‘빚쟁이’인 셈이다.

④ 체납 기록이 개인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세대출, 학자금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Q6.

이자는 보험료를 안 내는 동안 계속 불어나?

최대 210일까지만 불어난다. 월 5%보다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Q7.

통장이 압류되면 어떻게 돼?

해당 통장으로는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 돈이 들어와도 손을 댈 수 없다. 그래서 밀린 보험료를 내고 싶어도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이 묶여서 못 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단, 잔액이 150만원보다 적은 통장은 압류해선 안 된다. 생계에 필요한 최소 금액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압류 금지 재산’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압류당했다면 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서 풀어 달라고 해야 한다.

Q8.

월급에서 강제로 떼 가는 경우도 있어?

건강보험료가 밀린 상태에서 직장가입자로 자격이 전환될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지역가입자일 때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고 해 보자. 그 사람이 취직해서 직장가입자가 되면, 당장 밀린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통지서가 온다. 내지 않으면 월급에서 압류하겠다고. 그간 쌓인 이자까지!

이 경우는 지역가입자가 통장을 압류당하는 것보다 압박이 크다. 회사가 나의 건강보험 체납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Q9.

압류를 해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밀린 보험료를 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단, 사업이 망했거나 하는 이유로 파산신청을 할 때 건강보험 체납분을 포함할 수 있다.

Q10.

어떤 수를 써도 당장 낼 돈이 없으면 어떡하지?

① 나눠서 내는 방법이 있다. ‘분할납부’라고 한다.

24번 이상 밀린 경우, 최대 24번까지 나눠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30번 못 냈다면 24번까지 나눠 낼 수 있다.

24번 미만 밀린 경우, 밀린 횟수만큼 나눠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10번 못 냈다면 10번까지 나눠 낼 수 있다.

② 탕감해주는 제도가 있다. ‘결손처분’이라고 한다.

아무나 해 주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보험료 납부가 극히 어렵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가능성이 있다.

  • 재산이 없고, 소득이 없다.
  •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다.
  • 밀린 보험료가 크지 않다.

결손처분 여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결정한다. 매 분기 신청을 받는다. 알아서 되는 건 없다.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면, 점점 체납금만 쌓여 간다.

신분증을 들고 가까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찾아가거나, 1577-5000 고객센터로 물어보면 된다.

Q11.

내가 어쩌다 깜빡하고 못 내면 바로 알려주겠지?

꼭 그렇지는 않다.

독촉장은 우편으로 온다. 그것도 꼭 본인을 확인해야 하는 등기우편이 아니라, 일반우편으로 오거나 정기고지서와 함께 온다. 이사를 자주 다니거나, 오랫동안 우편물이 쌓여 있다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역가입자는 한 세대로 묶여 있다. 가족 중 한 명에게만 통지하면 나머지 모두에게 통지한 것으로 간주한다.

반드시 등기우편으로 송달해야 하는 건 ‘압류예정통보서’와 ‘급여제한통지’ 뿐이다. 그러니까 일이 커지고 나서야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갑자기 내 통장이 압류된다니! 건강보험이 적용이 안 된다니!

사람이 바쁘게 살다 보면 등기우편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있다. (꼭 그런 건 내가 집에 없을 때만 오더라.) 그런데 ‘주소불명’ 등의 이유로 ‘교부 또는 우편에 의한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로 간주되면, 건강보험공단은 충분히 고지했다고 처리한다. 당사자가 받지 못했는데도, 이미 여러 번 통지한 것으로 보고 절차가 진행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통장이 압류될 수도 있는 것이다.

Q12.

미성년자는 당연히 안 내겠지?

그렇지 않다. 만 19세 미만이라도 원칙적으로는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 재산, 소득이 없는 만 19세 미만
  • 연 소득 100만원 이하인 만 19세 미만
  • 부모가 모두 사망한 만 19세 미만

이런 경우 건강보험공단에 결손처분을 신청하면 인정된다. 안 내도 된다는 뜻이다. (같은 미성년자라도 소득, 재산이 있으면 내야 한다.)

이럴 거면 왜 부과하는지 궁금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미 미성년자 지역가입자의 97%가 건강보험료를 안 내고 있다(2019년 기준).

보건복지부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초등학생인데 이미 건물주거나, 주식 부자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미성년자의 납부 의무 자체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2019년). 미성년자 지역가입자의 3%가 차지하는 금액은 어차피 미미하다. 미성년자는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사회·경제적 약자이니 납부 의무를 없애라는 의견이다.

Q13.

체납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있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상담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신분증을 들고 가까운 지사를 찾아가거나, 1577-1000 고객센터에 물어 보자.

2018년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사회복지현장 활동가를 위한 건강보험 체납 상담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2020년에 관련법이 개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참고해 보자. 특히 고지서 읽는 법, 독촉장 읽는 법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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