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보험료 연대 납부 제도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연대 납부는 뭐고, 제도는 왜 이렇게 만들어진 걸까?

2021년 07월 15일
에디터 우리

Intro.

휴학하고 방송국에서 잠깐 일을 하고 있던 23살의 소현 PD.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어요.

"박소현 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미납한 보험료를 내지 않으시면, 통장이 압류됩니다."

소현의 아버지가 200만 원 정도 건강보험료(이하 보험료)를 밀렸는데, 소현에게도 그 보험료를 갚을 의무가 있다는 통보였어요.

소현은 20대 초반에 잠깐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지금은 연락조차 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보험료를 자신이 내야 한다는 걸 납득할 수 없었어요. 또 미납금을 낼 돈은 압류된 통장에 들어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소현의 어머니가 대신 미납금의 일부를 갚아주신 덕에 겨우 통장 압류를 풀었어요.

통장 압류를 풀고 나서도, 달마다 남은 체납금을 분할해서 갚아야 했어요. 그때마다 '그라데이션 분노'가 차올랐어요. '내가 미납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내야 하지?'

한편으로는 헷갈렸어요. '이런 일이 당연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 혼자만 화를 내고 있나?'

소현 PD에게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건강 보험료 '연대납부' 제도, 정말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기 위한 걸까요?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운영위원, 비영리 연구기관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센터장을 찾아가 답을 구해봤어요.

건강보험 체납과 관련된 제도를 상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하세요.

인물소개

소현 프로필 이미지
소현
닷페이스 PD
김선 프로필 이미지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건강정책연구센터장
김재천 프로필 이미지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 운영위원

Q1.

왜 아빠 보험료까지 내야 해?

소현: 스무 살에 서울로 상경했어요. 그때 서울에 있는 아버지 집에 잠깐 사느라 세대를 합쳤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미납한 건강보험료도 제가 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김선: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의 보험료라기보다 가족 전체가 부담하는 보험료에요. 지역 가입 보험 개념 자체가 그래요. "한 세대 전체가 납부의 의무를 진다."

한 세대 전체의 소득과 재산으로 보험료를 계산하고, 고지서는 부양자인 아버지 이름으로 나가는 거예요.

김재천: 소현 PD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미성년자일 때는 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는데, 성인이 되어서 취직할 때 부모가 밀린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회사에서 보험료 체납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또 월급이 들어와도 통장이 압류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세요.

김선: 우리 사회에서 이런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요. 대부분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연대납부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심지어 건강보험 조사에 참여했던 연구자 중에도 "나도 체납한 적 있다."고 말한 분이 있어요.

본가에서 독립하거나, 결혼하거나, 이혼할 때 본인이 알아서 세대를 분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같은 세대에 살고 있다고 보고, 같이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봐요.

'정부에서 자동으로 처리를 하거나 알림이라도 오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많은 분이 소현 PD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어요.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건강정책연구센터장의 설명을 듣는 소현PD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건강정책연구센터장의 설명을 듣는 소현PD

Q2.

건강보험, 왜 가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지?

김선: 지역 건강보험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가 기본적으로 혈연 가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요. 일차적으로 취약한 개인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부담하게 하고, 가족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국가가 책임을 져요.

가족 구조가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1인 가구가 다수(39.5%, 행정안전부 2021년 1분기 인구통계)가 되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보험료는 여전히 세대 단위로 책임져야 해요.

또 이혼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보통 이혼한 가정주부가 가장 취약해요. 가정주부는 소득 활동이 인정되지 않아요. 결혼제도 안에서는 가부장 앞으로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혼하면 경력도 단절되고, 취업도 어려운데 무조건 최저보험료를 내라고 해요. 취약함을 더하는 방향이죠.

Q3.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소현: 아버지가 납부할 뜻이 전혀 없으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재천: 보험료가 체납된 기간에 그 금액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따져보세요. 특히 부동산은 금액 조정이 가장 쉬워요. 재산 가치가 유동적이거든요. 부동산은 공시지가도 계속 바뀌고, 같은 브랜드 아파트라도 매매가가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이 같아도 같은 매물인데 더 싸게 매입할 수도 있잖아요.

보험료 중 월세 보증금이 500만 원이었는데, 700만 원으로 계산돼 있었다면 초과해서 낸 부분은 소급적용해서 돌려받을 수 있어요.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사무국 운영위원에게 설명을 듣는 소현PD

소현: 만약에 집주인과 월세나 보증금을 현금으로 주고받거나, 친구 집에 얹혀살아서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달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재천: 공단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집주인이나 그 친구에게 확인서를 받아오면 돼요. 아니면 친구에게 부탁해, 한 달 만원 정도를 월세로 내는 계약서를 만들어도 되고요.

Q4.

원금을 줄이는 법: 프리랜서로 일했다면, 해촉 증명서를 챙기자

김재천: 보통 큰 회사에서 일하면,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국세청에 신고해요. 공단도 그 신고 사항을 공유하거든요. 공단에서는 그 일이 일용직인지, 계약직인지, 아르바이트인지 상관없이 고정수입으로 계속 부과해요.

금액이 조금 달라도, 이렇게 생각해요. '국가가 하는 일이니 맞겠지.' 공단은 소득 신고한 건 귀신같이 알아도, 그만둔 건 확인 잘 안 해요.

해촉 증명서는 미리미리 떼야 해요. 회사가 없어지면 증명하기가 어려워요.

해촉 증명서: 프리랜서가 더이상 발주처에서 재직하지 않고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문서.

Q5.

최대한 나눠 내는 법 ①압류될 통장에 최소 생계비만 남겨두자

김재천: 보험료 원금을 최대한 줄였다면, 조금이라도 부담을 나누는 납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압류를 풀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따로 규정이 없어요. 공단 직원 재량이에요.

소현: 저도 공단 직원분에게 사정사정해서 압류를 풀기 위해 200만 원 중 100만 원만 내기로 했어요. 사실 그렇게 줄이는 과정도 엄청 힘들었어요.

김재천: 압류할 통장 잔액이 돈이 최소 생계비인 150만 원보다 적으면 압류할 수 없어요. 금융내역은 공단이 확인 못 하니까, 통장에 150만 원보다 적게 있으면 공단에 압류 해제를 요청하세요.

압류될 통장에 잔금을 최소 생계비인 150만 원 미만으로 유지하세요. 급여가 들어오면 바로 출금해서 현금화하거나, 통장을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Q6.

최대한 나눠 내는 법 ②분할 납부, 더 분할할 수 있다
소현PD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해 찾아 보고 있다
소현PD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해 찾아 보고 있다

김재천: 분할납부 기간을 정하는 것도 공단 직원 재량이 커요. 200만 원이 체납됐다고 할 때, 12개월로 나눠서 내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금액도 내기 어려운 사정일 수 있어요.

처음에는 10만 원으로 12개월씩 낸다고 한 다음, 마지막 12개월째에 다시 분할납부 신청을 하세요.

Q7.

최대한 나눠 내는 법 ③공단 직원을 잘 설득하자

김재천: 분할납부 제도를 신청한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니고, 공단 직원을 설득하고 신뢰를 줘야 해요.

분할 납부를 섣불리 신청하지 마세요. 꾸준히 갚을 여건이 되는지 신중히 판단하세요.

소현PD 앞으로 온 건강보험공단 고지서
소현PD 앞으로 온 건강보험공단 고지서

분할납부 기간을 다시 연장하려면, 그전에 공단 직원에게 성실함을 보여줘야 해요. 약속한 금액을 약속한 기간만큼 계속 납부해야 해요.

소현: 제 동료도 아버지 이름으로 천만 원어치 보험료가 체납됐었어요. 동료의 동생이 먼저 취직했는데, 취직 첫날 출근 택시 안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공단 직원이 분할납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 동료와 동생이 500만 원씩 냈다고 하더라고요. 화가 나네요.

김재천: 공단 직원이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좀처럼 분할납부 기회를 주지 않아 화가 나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어요.

화를 낸다고 체납금이 해결되지도 않고, 모멸감에 대한 보상이나 조치를 받는 방법도 없거든요. 최대한 손해를 덜 보려면 공단 직원을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힘든 상황을 읍소하면서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어야 해요.

Q8.

건강보험료 징수율 99%, 좋은 게 아니었다?

소현: 제가 체납 당사자가 아닐 때는 공단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해외보다 얼마나 좋은데.'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공단이 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식이 폭력적이고 무섭다고 느꼈어요.

김선: 건강보험 제도는 시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이 1순위여야 해요. 그런데 실제로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 관료들에게는, 징수율이 1순위에요. 징수율이 무려 99.8%(2019년 기준) 예요.

김재천: 보험료 문제로 상담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해요.

"공단이 사채보다 훨씬 더하다." 공단이 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데, 징수율이 높다고 자랑하는 건 이상하죠.

보통 세금을 체납하면 파산이나 회생 제도를 활용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보험료 체납금은 끝까지 남아있어요.

소현: 보험료 체납 이율이 5%잖아요. 제가 체납했을 때에는 9%였거든요. '이자가 거의 현금서비스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선: 그것도 그나마 개선한 수준인 거죠.

Q9.

지금의 보험료 징수 방식, 최선인가?

소현: 통장을 압류하는 것도, 경제적인 활동을 강하게 제약하는 일이잖아요. 경제활동을 해야 돈을 갚을 텐데 말이에요. '오히려 징수가 안 되는 방식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김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통장 압류가 편하겠죠.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도 사람들이 잘 납부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행정가의 역할이잖아요. 지금은 보험 가입자에게 책임을 손쉽게 떠넘기는 방식이죠.

소현: 공단이 개인의 금융 자산을 이렇게 쉽게 압류해도 되나요?

김선: 보통 공공기관에서는 쉽지 않아요. 개인의 금융 자산을 압류하려면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요. 담당자가 기안을 올리고, 중간 관리자들이 결재하고, 장관까지 승인해야 하죠.

그런데 공단에서는 통합전산망에서 클릭 한 번이면 가능해요.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데, 행정 편의적으로 설계된 거예요.

소현: 사례를 보니, 취업할 때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내느라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런 방향이 맞는 걸까요?

김선: 전혀 아니죠. 정부에서는 "시민들이 이런 방식을 원한다. 나는 열심히 내는데 다른 사람은 왜 안 내냐고 한다." 이렇게 말해요. 그렇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부 차원에서 시민의식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어요.

정부가 소통해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사람들에게 "열악한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는 보장해주자." 이렇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런데 정부가 형평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조장해요. 언론은 이런 말을 확산시키고요.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건강보험의 가입 자격 취득과 상실 이력을 밝힌 서류.
건강보험 체납 상담 가이드북
건강보험 체납 상담 가이드북

김선: 시민들이 보험료를 잘 납부하도록 하는 건 필요해요.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은 의료보장이잖아요.

저소득층 장기체납자들은 생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보험료를 내고 있어 '생계형 체납자'라고 불려요. 당장 쌀을 사야 하고, 핸드폰 요금과 월세도 내야 하는데 보험료 납부가 1순위가 되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한테까지 무리해서 징수할 필요가 있냐는 거죠.

Q10.

그럼 어떻게 바뀌어야 하지?

김선: 기본적으로 개인별로 보험료를 부과해야 해요. 선진국의 사회보장보험 제도가 그래요.

우리나라 직장보험이 가입자와 피부양자로 나뉜 것처럼, 소득자와 가입자로 나뉘는 경우가 많아요. 보험료를 내야 의료 보험을 보장받는 구조가 아닌 거죠. 세금을 따로 걷고, 그 일부를 보건의료를 보장하는 재정으로 활용해요. 의료보험 서비스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필요할 때 모두 혜택을 받도록 한 거죠.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이에요.

우리나라는 달라요. 자격을 확인해요. 보험료를 납부하는 게 자격이에요. 그러면 납부 능력이 없는 체납자에 대해 낙인이 생겨요.

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면제해주고, 의료 보장 서비스는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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