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가 약속한 그 집, 나도 살 수 있을까?

2022 대선 캐비닛, 주거 공약 살펴보기 [사람 편]

2021년 11월 24일
에디터 리나

[유형 편]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가 어떤 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지 그들의 공약을 번역해 봤어요.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그 집을 주겠다는 건지도 궁금하죠. 또 번역기를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대선 후보가 약속한 정책 내용과 토론회 발언을 통해서 그 대상을 찾아봤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과연 다음 대통령의 주택 정책에 포함되는 사람일까요?

청년을 위한 집을 준다고? 그 청년은 누구야?

닷페이스 설문 조사에 응답해준 수많은 여러분은 "청년" "비혼" "1인 가구"에게 대선 후보가 어떤 집을 약속할지 가장 궁금하게 여겼는데요. 우선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청년을 위한 주택 정책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후보들이 바라보는 '청년'은 과연 누구일까요?

심 후보가 주거 정책 대상자로 삼은 청년은 "반려 건조대와 함께 잠들어야 하는" 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반려 건조대는 빨래건조대가 방을 모두 차지하는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단어더라고요.

심상정 후보가 생각하는 청년은 주로 반지하나 옥탑방, 고시원처럼 좁은 공간에 혼자 삽니다. 또 부모와 떨어져 사는 만 19세에서 29세 정도 연령인 사람이었어요. 주로 비혼이고 1인 가구인 20대 청년에게 호응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방' 말고 '집'을 달라고 호소하는 청년에게 가장 관심이 많았습니다. 청년 독립 가구 대다수는 '집다운 집에서 사는 삶'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들에게 주거권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집 없는 청년을 위해 '청년원가주택'을 30만호,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첫집주택' 20만호 등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윤 후보가 말하는 청년과 청년신혼부부는 범위가 좀 애매합니다. 9월 16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경선토론에서 윤석열 후보는 청년원가주택 공급 대상을 "청년 플러스 40대 정도"로 말합니다.

또 청년원가주택 공급 대상이 "무주택 다자녀"라고 했고, "점수제를 둬서" 새 집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청약 저축 제도에서도 40대인 무주택 다자녀 가구는 청약 가점을 많이 받아서 상대적으로 1인 가구나 2인 가구보다는 유리합니다.

현재 주택 청약 가점은 총 84점이 만점이다. 주요 평가 항목은 '무주택기간'(32점)과 '부양가족수'(35점), '입주자저축가입기간'(17점)이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이후 15년 이상부터 최고점이다. 부양가족수는 본인 제외 6명 이상일 경우에 최고점이며, 입주자저축가입기간은 만 20세 이후 청약 저축에 가입한 기간이 15년 이상이면 만점이다.

청년이라고 해서 모두 청년원가주택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들의 소득이나 재산이나 직업이나 이런 거 다 따져야 되고, 이건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거든요.

경선 토론 한 달여 뒤인 10월 27일 윤석열 후보의 선거 캠프는 이 원가주택을 2030 세대에게 집중적으로 분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청년 신혼부부라면 2030 세대 중 기혼자를 의미하겠네요.

결론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생각한 청년은 20대부터 40대 중에서 현재의 소득과 보유 재산, 종사 직업 등을 고려해서 차등적으로 선별한 무주택자이자 기혼인 사람입니다.

그럼 청년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집을 준대?

그럼요. 모든 대선 후보는 다양한 유권자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집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대상자입니다.

심상정 후보도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을 살 수 있도록 공공주택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또 1인, 2인 가구 외에도 다인 가구 맞춤형 주택이나 노인 가구 및 장애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공공주택을 보급하겠다고 하네요.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세 후보 다 임기 5년간 최소 200만 명 이상에게 새로운 집을 지어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럼 매년 50만 명 이상이 이 혜택을 받게 되겠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 포함) 다들 잘 몰랐겠지만, 이미 매년 새로 건설되는 집이 약 45만 채랍니다. 지난 10년간 전국에 평균 45만 7천호씩 새집이 생겨났어요. 수도권에 22만7천호, 서울에 6만9천호가 새로 지어졌습니다.

지금 대선 후보들마다 40~50만채씩 새로 짓겠다고 약속하는데, 이미 모든 정부는 매년 새로운 집을 만들고 있었어요. 한마디로 숫자로만 보면 현재와 다를 게 없는 정책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지어진 집은 잘 보이지 않고, 공약이 지켜져도 지금과 다를 게 없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나만 집 없어... 왜 그럴까?

정부가 1인 가구보다 (결혼한) 2~3인 이상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를 주로 짓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매년 지어지는 45만7천 호 중 약 70%인 30만6천호는 아파트입니다. 수도권과 서울에 새로 생기는 아파트는 각 14만3천호(62.9%)와 3만4천호(49.2%)예요.

반면, 1인 가구는 주로 아파트가 아닌 주거 공간에서 살아요.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인 가구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24.9%뿐입니다. 1인 가구는 자꾸 늘어나는데, 새로 생겨나는 집 중 70%는 아파트예요.

심상정 후보가 9월 30일 정의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한 말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에 310만 채를 새로 지었는데, 무주택자가 받은 집의 개수는 34만 채이고, 나머지는 다 다주택자한테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정으로 범위를 좁히면, 집이 부족한 게 맞아요. 서울에만 955만227명(2021년 8월 기준)이 삽니다. 전체 인구의 5분의 1 정도예요. 그런데 서울에 새로 생기는 집은 전체 신규 주택의 15%밖에 안 됩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이라면 현재 주택 정책에서든, 미래의 대통령이 약속하는 정책에서든 여러모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집이 많이 지어져도 누군가에게는 먼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대선 후보는 대체 이 집을 얼마에 주겠다고 약속했을지, 다음 편에서 한 번 살펴볼게요.

네 줄 요약

  • 심상정 후보는 1인 가구인 20대 청년을, 윤석열 후보는 다인 가구인 20~40대 기혼 청년(!)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 이재명, 심상정 후보는 중산층이라도 무주택자라면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 세 후보가 임기 내 200~250만호씩 새집을 공급하겠다는데, 이미 전국 평균 주택이 40~50만 호씩 새로 지어지고 있다.
  • 새집 중 70%가 아파트이므로, 아파트 외에 주로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세부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번에도 주거 정책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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