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가 약속한 내집 마련, 얼마면 돼?

2022 대선 캐비닛, 주거 공약 살펴보기 [가격 편]

2021년 11월 24일
에디터 리나

작은 물건을 하나 사도 가격을 하나하나 점검합니다. 이미 산 물건이 몇 천 원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발견해도 은근히 속 쓰리니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물건'에 속하는 게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집인지 상태를 따지고, 비싼 만큼 조금이라도 할인받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처럼 집을 비교하기도 어렵고, 내 돈으로 온전히 사기도 어렵습니다.

집을 살 여력이 없다면 전세나 월세로 집을 빌립니다. 100% 내 돈으로 집을 빌리기도 어려워서 대부분 은행에서 부족한 돈을 빌려줘요. 우리가 얼마를 버는지에 따라서는 국가가 좀 더 저렴하게 빌려주거나, 아예 보태주기도 합니다.

세 명의 대선 후보가 이 비싼 집을 더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빌릴 수 있도록 주거 정책을 내놨습니다. 이 정책이 실행된다면, 누구나 원한다면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얼마나 저렴하게 전∙월세로 빌릴 수 있을까요? 대선 후보들은 과연 어떻게 약속했는지 닷페이스가 검토해봤습니다.

집을 빌리는 사람부터 챙겨줄게

우선 집을 빌리는 사람, 그러니까 전월세 임차인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낸 후보는 2021년 11월 현재 정의당 심상정 후보밖에 없어요. 심 후보는 주거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임차인 보호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무주택자 주거 수당'을 대선 공약으로 포함했습니다. 주거수당 대상자를 현재 주거급여 대상자보다 두 배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주거급여는 대상자 소득·주거형태·주거비 부담 수준 등을 고려해 저소득층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주거수당 대상자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심 후보는 대상자 범위를 현재 기준인 '중위소득 45% 이하'에서 '중위소득 6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월 평균 소득 기준을 뜻한다.

'중위소득 45% 이하'는 무슨 뜻일까요? 한달 평균 얼마나 버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2021년 현재 기준으로는 1인 가구 82만 2524원(2인 가구 138만 9636원) 이하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주거급여 대상자가 되면 매달 1인 31만원, 2인 34만 8000원(서울 기준)을 받습니다. 심 후보 말대로 이 대상자를 '중위소득 60% 이상'으로 넓히면, 1인 가구 기준으로 매달 109만 6000원 이상 버는 사람도 주거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심상정 후보는 전월세 임차인의 '계속거주권'을 보장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임대차 계약 시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공약이에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공주택 임대와 관련해서 큰 틀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세부 정책을 발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건설 원가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하겠다고 하네요. 이 내용만 봐서는 기본주택 임대료가 과연 얼마로 책정될지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공공주택 건설 원가는 행정규칙인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제15조 별표 2에 규정된 택지공급가격 및 토목, 건축 및 기계설비 등에 해당하는 세부 분류 62개 항목에 쓴 비용을 뜻한다.

임대보다 매매! 집 사도록 도와줄게

임대보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집 매수를 주장하는 후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인데요. 윤석열 후보가 발표한 '청년 원가주택'의 분양가는 주변 주택이 거래되는 시세의 50%, 역세권이면 시세의 60~70% 정도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안에 합리적 가격의 공공주택 분양 정책을 포함했습니다. 기본주택은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에 충분한 면적으로 만든 주택으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다네요. 기본주택은 건축물만 분양하는 '분양형'과 건축물도 임대하는 '임대형'이 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기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토지임대부 공공자가주택'을 공급하겠대요. 구체적인 금액 대신 "10년 일해서 돈 모으면 내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파격적인 가격 안에는 사실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세 후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집값을 낮추겠다고 장담했거든요.

땅은 국가에게 빌리고, 건물만 갖는다

세 후보가 집값 할인을 장담한 배경에는 바로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이 숨어있습니다.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은 아파트 같은 건축물만 분양하고 건축물이 세워진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는 주택 형태를 말합니다. 분양가를 반값 이하로 낮춘 대신 토지 사용료로 매달 국가에 일정 금액을 내는 주택이죠.

지금 우리가 집을 살 땐 토지 가격에 건축물 가격을 합친 금액을 내야 하는데요. 만약 토지 임대부 제도를 도입하면 토지 가격을 뺀 건축물 가격만 내면 됩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선 토론회에서 싱가포르를 예로 들면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싱가포르는 국가 소유인 토지 위에 공공주택을 지어서 사람들에게 분양하거든요. 심상정 후보도 공공 임대주택 중 자기 집에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토지임대부 공공자가주택을 분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약하면, 세 후보가 모두 땅값을 뺀 가격에 집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의미입니다. 대신 토지는 국가가 갖고, 건축물인 집만 개인이 갖는 거죠.

그래서 얼마나 저렴한 집을 공급하겠다는 이야기일까요?

결론적으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 시세의 최대 50%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애매모호한 수치일 뿐입니다. 이 주택이 어떤 위치에 들어서는지, 아파트인지 오피스텔인지 다세대 주택인지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거든요.

심상정 후보는 전월세 임차인 중에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죠. 저소득 세입자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지만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10년 일해서 집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유권자마다 수입이 천차만별이거든요. 누구를 기준으로 얘기한 걸까요?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을 구매할 때 건설 원가를 적용하겠다고 하는데요. 건설 원가 산정 기준은 항목이 총 62개 항목나 되고, 매우 복잡한 과정을 통해 건설 원가가 나옵니다.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야 알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역시 모호한 약속입니다.

그렇다면 이 집은 앞으로 어디에 짓겠다는 걸까요? 다음 편을 함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네 줄 요약

  • 전월세 임차인을 위한 주택 정책과 같은 구체적인 공약은 심상정 후보만 발표했다.
  • 윤석열, 이재명, 심상정 후보 모두 공공주택 분양가를 낮출 토지 임대부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 토지 임대부란 땅값을 제외하고 건물 가격만 분양가로 책정한 제도로, 이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국가에 토지 사용료를 낸다.
  • 구체적인 공공주택 임대료나 매매가, 혹은 관련 수치를 말한 후보는 아직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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