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집을 어디에 짓겠다는 건지

2022 대선 캐비닛, 주거 공약 살펴보기 [위치 편]

2021년 11월 24일
에디터 한슬

대선 주자들은 합창하듯 집을 더 많이 짓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50만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만호를 짓겠다고 해요.

앞선 아티클에서 그 집이 어떤 형태의 집인지, 누가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는지, 그 집은 얼마인지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그 집을 어디에 짓겠다는 것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에 역세권이 그렇게나 많았던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집을 지을 위치에 대해 역세권을 강조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250만호 중에서 150만호는 재건축∙재개발로 짓고, 100만호는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세울 거래요. 기본주택은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들어설 거라고 강조했어요.

근데 역세권에 150만호를 지을 만한 땅이 있나요? 경선 토론회에서도 이 점을 지적당한 적이 있어요. 8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질문했습니다.

정세균: 역세권이면 대부분 민간 토지인데, 분당 신도시 10개 규모의 물량이 들어갈 택지를 도대체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겁니까?

이재명: 아마 우리 후보님께서는 현장 행정을 직접적으로 안 하셔서 그런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경기도에 신도시 개발하는 과정을 실제 다 보고 있지 않습니까. 기존에 있는 역세권에 개발하는 게 아니고, 택지를 대규모 개발할 때 역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대개 분양 아파트 부지를 역 근처에 배치하고, 임대 아파트 부지를 외곽에 배치하거든요. 이걸 좀 바꾸자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역세권에 집을 짓겠다는 게 아니라, 새로 지어지는 대규모 주택단지에 새로운 지하철역이 생긴다는 뜻이네요. 오… 창조역세권…? 이재명 후보가 구체적으로 기본주택을 지을 후보 지역을 밝힌 적은 아직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아예 '역세권 첫집주택'이라는 공약을 내놨어요. 지금 존재하는 역세권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조정하겠다고 해요.

용적률은 이런 거예요. 땅 면적이 10인 곳에 면적이 5인 5층짜리 건물을 짓는다고 해볼까요? 그러면 이 건물의 모든 층의 면적을 합치면 5*5=25겠죠. 땅 면적이 10, 모든 층의 면적을 합친 게 25. 이런 경우 용적률은 250%입니다. 일반주거지역에 건물을 세울 때는 용적률이 300%까지만 허용되어 있어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역세권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 할 때 용적률을 500%까지 완화해주려고 해요. 그러면 재건축을 시행하는 측에서는 집 개수가 늘어나니까 완전 이득이겠죠? 대신에 증가한 분량의 절반을 국가가 가져가서 '역세권 첫집주택'으로 분양하겠다는 겁니다. 이 방법으로 5년 내에 1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하네요.

또 역세권 주변의 국공유지를 남김없이 개발하겠다고 해요. 현재 공영차고지, 유수지, 차량기지로 쓰이는 곳인데요. 중랑공영차고지와 신천 빗물펌프장을 예시로 들었어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이런데요.

윤석열 국민캠프가 올린 카드뉴스 중 한 컷. 제목, 국공유지 입체 복합화 개발을 통한 10만호 공급. 내용, 서울 등 대도시에는 저활용되고 있는 역세권 국공유지, 예를 들면 공영차고지, 유수지, 차량기지 등 활용. 예시 1번, 중랑공영차고지. 중랑공영차고지의 위성사진 옆에 고층아파트단지로 개발한 상상도가 붙어 있다. 예시 2번, 신천 빗물펌프장 ‘역세권 첫집주택’. 신천빗물펌프장의 위성사진 옆에 고층 빌딩으로 개발한 상상도가 붙어 있다.

실제로 그곳의 사진은 이렇습니다. 주변 아파트 단지 모습과 비교하며, 여기에 실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모습을 각자 상상해 보라고 위성사진을 가져와 봤어요.

중랑공영차고지의 위성 사진. 경춘선과 6호선이 지나가는 신내역 바로 앞에 길쭉한 사다리꼴 모양의 차고지가 보인다.
신천 빗물펌프장의 위성 사진. 잠실나루역 근처에 오각형 모양의 신천 빗물펌프장이 보인다. 바로 옆에 있는 잠실고등학교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심상정 후보는 주택단지를 구체적으로 '어디에' 짓겠다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역세권을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수도권이 터질 것 같아

대선주자들이 약속하는 집은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지어집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짓겠다는 주택 250만호 중 130만호는 수도권에 지어질 예정입니다. 그 중에서 '청년원가주택' 30만호는 서울 도심에서 30~40분 거리의 지역에 새로운 신도시를 또 만들어서 지을 거라고 해요. 어떻게 30~40분이 나오냐면, GTX와 연계된 대도시권 광역철도망을 구축할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철도를 타고 주변 신도시로 출퇴근을 하는 그림이군요. 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이 공항철도라서, 출퇴근 시간에 인천에서부터 서울로 밀려 오는 '사람의 바다'가 무엇인지 잘 알아요. 그 숨막히는 광경이 확 떠오르네요.

이재명 후보도 대부분의 주택은 수도권에 지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선 토론회 발언을 힌트로 추측했는데요. 8월 17일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주택 250만호를 어디에 지으시는 거죠?"라고 물어봤거든요. 이재명 후보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 평균 56만호를 공급하기로 계획했고, 그것은 수도권만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분산되어 다 물량이 정해져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럼 문재인 정부는 어디에 집을 많이 지으려고 할까요? 당연히 수도권입니다. 2021년 2월 4일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에서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중 서울∙인천∙경기에 해당하는 부지가 61만호 규모라고 해요. 서울에만 32만호를 지을 건데, "분당신도시 3개, 강남3구 아파트 수와 유사"한 규모라고 하네요. 어디에 그런 아파트가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땅을 확보하겠다고 했지, 정확히 몇 호를 짓겠다고 한 건 아니다. 구체적인 집 개수는 후속 계획을 봐야 한다. 2021년 8월 30일에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제3차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에서 일부 구체적인 택지와 지어질 집의 호수가 발표됐다. 총 14만호 중 수도권이 12만호, 지방이 2만호다.

수도권에 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공약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죠. 애초에 새 집을 많이 짓겠다는 게 집값을 낮추겠다는 대책인데, 난리가 난 건 수도권 집값이니까요.

결과적으로 인구가 수도권에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순 없겠죠. 2020년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50.1%)이 살고 있어요. 주거 정책을 뜯어보고 있자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점점 더 많아질 예정인 것 같네요.

대선주자들 공약을 뜯어 보다가, 답이 없는 질문에 맞닥뜨리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집이 많이 생기면, 나도 수도권에 집이 생길까?
서울 면적은 한정적이니까, 결국 서울 주변 위성도시가 더 많이 생기겠지?
'확장된 서울'인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사람이나 차로 꽉 막힌 편도 1시간 출근길을 매일 오가는 삶. 우리의 선택지는 앞으로도 그거밖에 없겠지?
그게 최선의 행복한 삶일까?

쉬운 문제는 아닌데요. 지금 이 딜레마를 대선 주자들이 함께 마주하고 있는 것 같진 않네요.

지금까지 대선주자들의 주택 공약을 쭉 살펴봤어요. 어떻게 생긴 집을 짓겠다는 건지, 거기 누가 살 수 있는지, 얼마면 들어갈 수 있는 건지, 어디에 짓겠다는 건지. 다음 편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주택 소유는 한 가구에 몇 채까지인지 알아봅니다.

네 줄 요약

  •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을 지을 위치로 역세권을 강조한다. 대규모 공공주택 근처에 역을 지을 거라고.
  • 윤석열 후보도 역세권청년주택을 위치로 역세권을 강조한다. 용적률을 완화해서 고층 주택을 지을 거라고.
  • 심상정 후보는 공공주택의 위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 중앙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은 수도권 위주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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