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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
2022-02-03

‘비호감 대선’, 진보당은 좀 다른가?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에게 물어보았다

페미니즘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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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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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후위기

에디터의 말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진보당 사무실 창문에서는 청와대가 보입니다. 대선 후보 사진 찍기 딱 좋은 풍경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뭐 이런 느낌으로요.

"후보님, 여기 청와대가 정말 잘 보이네요."

촬영거리를 찾아 신이 난 에디터에게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이 앞에 정말 많은 고통 받은 분들이 모이셔요. 청와대 앞으로."

저는 이 대화가 김재연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인지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대선에 출마한 이후 만나는 사람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의 인터뷰는 1월 2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됐는데요. 벌써 일정을 두 개 소화하고 왔다는 거예요. 새벽에는 경기도 수원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다음에는 국회에서 돌봄기본법을 발의하며 필리핀에서 결혼 이주를 한 여성과 간담회를 했다고요.

닷페이스는 2022년 대선 후보 검증을 공약과 정책 위주로 꾸준히 진행해왔죠. 김재연 후보는 어떤 공약을 준비했을까요?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공약이 있을까요? 충분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일까요?

닷페이스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세 가지 이슈(여성 대상 폭력, 살 만한 집과 주거, 기후위기)를 위주로 물어보았습니다. 또한 다른 후보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소수자 인권을 위한 공약도 짚어봤어요. 함께 보시죠!

20대 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대통령?

남색 정장 자켓을 입은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손짓하며 말하고 있다.
김재연 후보의 20대 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대통령 공약
  •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
  • 피해촬영물 삭제와 피해자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디지털성범죄 없는 안전한 세상
  • 비동의 강간죄, 스텔싱 및 정액 테러 처벌을 위한 젠더폭력 대응 강화
  •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강력 처벌
  • 집에서 불안에 떨지 않도록 월패드 해킹 전수조사와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
  • 안전한 임신 중지 보장과 출산을 위한 성 · 재생산 권리 보장
  • 모든 생애주기의 여성 건강을 향해 여성건강기본법 제정
  • 직 · 간접적 차별금지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채용 성차별 근절
  •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 보장! 직장 내 성희롱 OUT법 제정
  • 직종 분리부터 임금차별까지 다각도로 성별 임금 격차 해소
  • 고용 단절 방지를 위한 바로복직제도
  • 결혼하지 않아도 살기 좋은 사회로! 생활동반자법 제정

'20대 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 눈에 띈다. 그런데 페미니즘은 20대 여성만을 위한 문제의식이 아니지 않나?

물론. 저도 40대 여성이다. (웃는다)

'20대 여성'을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

기성 주류 정치권에서 너무 '이대남'에 주목한다. 단순히 20대 남성들의 목소리를 귀하게 듣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反)페미니즘의 정서에 기대어 성평등에 반하는 정책이나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양상이다.

거기에 반발하고 싶다. 페미니즘을 강하게 요구하는 2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백래시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치를 누군가는 선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조직해내는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에는 '20대 여성'의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반페미니즘 정서는 이렇게 말한다. "기성세대에서 성차별이 심각했던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남녀평등의 시대를 산다." 그래서 여성가족부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여전히 20대 여성들은 안전하게 밤거리를 활보할 수 없다. 집을 구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범죄에 취약하지 않은가'이다. 그런 현실이 기성 정치인들한테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다.

지금 20대 여성들이 취업이 잘되는가? 남녀 간 임금 평등이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반페미니즘 정서는 이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공약 발표로까지 이어졌다. 이것을 바꾸지 못하면 앞으로도 성차별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누군가는 강경하게 말해야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경하게 말해야 할까?

성평등 요구가 다양한 목소리 중에 하나인 것처럼 대답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닷페이스 같은 곳에서도 한 번 얘기를 들어보자" 이런 거.

성평등은 그 자체로 그냥 정의이고 진리고 선이다. 성평등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악이다.

마치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선이고, 사람의 생명이 경시돼도 된다는 것은 악인 것처럼. 성평등은 다양한 목소리 중에 하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지향하고 실천하고 행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해야 할 가치다. 이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해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선거다.

살 만한 집, 부동산 공약

남색 정장 자켓을 입은 사람이 말하고 있다.
김재연 후보의 부동산 공약
  • 토지공개념 헌법에 명시, 관련법 전면 추진
  • 20평 1억대 건설 원가 아파트 연간 10만 호 공급
  •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 금지
  • 무주택 청년 대상 월세 10만원 상한제 도입, 주거비 지원
  • 지역별 공공 임대 20% 의무화
  • 저소득층 무상 주택 도입
  • 임대차 계약은 예외 사유가 없는 경우 무제한의 평생계약갱신청구권 보장
  • 공직자 실거주 1가구 1주택 외 백지 신탁
  •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전면 금지
  •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1%

공약에서 20평대, 1억원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런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일단 왜 이렇게 '혹할' 단어를 썼는지 말씀드리고 싶다. 저를 포함한 당원 대다수가 집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집값을 올리거나 낮추는 정책, 양도세나 종부세 정책에 별로 관심이 없다. 양도세를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웃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이냐? 서민들의 주거권이다. 쫓겨나지 않고,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것.

연구와 토론을 거듭한 결과 '20평 1억 아파트'를 내놓았다. 물론 이게 저희가 최초로 내놓은 정책은 아니다. 이미 이명박 정권 시절에 서울 강남, 서초에 그런 아파트가 있었다. 다만 이를 민간 시장에 되팔 수 있었기 때문에 '로또 분양'이라는 말을 들었다. 진보당은 그런 점을 보완해서 국가가 분양했다가 국가에 되팔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말한다. 관련 기사는 여기.

땅값을 고려하지 않으면 집값을 계산하는 건 너무 쉽다. 건축비만 생각하면 된다. 사실 건축비는 집을 경상도에 짓든 서울 강남에 짓든 큰 차이가 날 이유가 별로 없다.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기본 건설 단가가 평당 687만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2021년 서울 신림 1구역 재개발 때는 모 공사 업체가 평당 400만 원을 제시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그래서 건설 원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했을 때 평당 500만 원 정도로 보고, 20평이면 1억 원이라고 계산했다.

왜 땅값은 안 들까?

진보당은 토지공개념(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공이 이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 소유의 땅을 더 늘리고, 거기에 지은 주택에서 국민들이 건설 원가에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결국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공공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집과 토지를 갖는 것이다.

임대 아파트에 살면 어쨌든 언젠가 나가야 한다. 공공 임대 아파트조차 수입이 늘어나거나 가족이 취업하거나 결혼하면 더이상 살 수 없다. 민간 전월세도 벽에 못 하나 자기 마음대로 못 박는 게 현실이다.

진보당이 생각하는 공공 아파트는 분양이기 때문에 내가 살고 싶을 때까지 살고, 살기 싫으면 다시 공공에 되팔면 된다.

지금은 LH나 SH가 아주 헐값에 땅을 매입한 다음에, 상당히 비싼 값에 민간 개발사에 팔아서 집을 짓는다. 서민들은 그 집을 빚내서 사야 한다. LH, SH, 성남도시개발공사 같은 곳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이익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건 집값을 감당하느라 평생 빚을 져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실제 50억짜리 공사를 11억 정도에 해야 하는 하청업체들이다. 이번에 공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2주 걸리는 일을 6일 만에 해치우다가 광주 화정 아이파크에서 사고가 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문제를 얘기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이라고 말했다. 성남시가 돈을 많이 번 것이 그렇게 자랑할 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신에 성남의 집값은 훨씬 많이 올랐다. 그럼 청년들은 성남을 떠나야 한다.

노동자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

남색 정장 자켓을 입은 사람이 분홍색 하트 모양 포스트잇이 붙은 피켓을 가리키며 웃고 있다.
김재연 후보의 기후위기 공약
  • 2029년 석탄발전소 퇴출
  •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17년 대비 59% 달성
  •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00%
  •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 지역별 에너지 자립
  • 노동 중심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법안 마련(기후정의기본법, 공동결정제도 도입 및 노조법 개정)
  • '공항 대신 철도' 강력 추진

진보당의 기후위기 대처 공약을 보면 농민과 노동자가 주인공이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공약일까?

사실 기업은 전환의 시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어떻게든 시류의 변화에 따라 시스템을 바꾼다. 연구도 하고 인력도 배치하고, 심지어 법과 제도도 바꾼다. 기업은 그렇게 잘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데 빠르게 시스템이 전환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이나 농민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업도 정부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제가 선거 운동하면서 제일 많이 만난 사람들이 노동자다. 이를테면 울산이나 경남에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큰 공단 지역이 있다. 소위 2차, 3차 벤더(제조업체 및 판매업체)라고 하는 하청업체에 20~30대 청년분들이 많이 일한다. 거의 최저임금 받고.

이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다는 상황을 아는 분들이 거의 없다. 그런 변화가 왔을 때 내가 다니는 작은 회사에서 만드는 부품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분도.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는다.

기업은 알려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대체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구조가 전환될 때, 가장 큰 위기를 실감하는 사람들은 노동자일 것이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스스로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그리고 있을까?

노동자가 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참여를 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하거나 법률적인 지식을 가지고 대응하는 담당자를 둘 수 있다.

그러려면 노동조합이 힘을 가져야 한다. 유럽에서는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다고 노동자를 그냥 막 해고할 수 없다. 노동조합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 가입률이 굉장히 높다.

우리나라는 2021년 노조 조직률이 14.2%다. 현저히 낮다. 특히 하청업체를 비롯해 아주 작은 업체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OECD 주요 국가의 2019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다음과 같다. 아이슬란드 90.7% 덴마크 67%, 스웨덴 65.2%, 핀란드 58.8%, 노르웨이 50.4%, 벨기에 49.1%, 이탈리아 32.5%, 영국 23.5%, 일본 16.8%, 독일 16.3%, 네덜란드 15.4%, 미국 9.9%.

노동조합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늦추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 않나?

저희가 시민에 의한 전환이 아니라, '민중'에 의한 전환이라는 단어를 썼다. 일상에서는 잘 안 쓰는 단어다. 민중은 조직된 시민을 의미한다.

그런 조직은 쉽사리 불의를 선택할 수 없다. 가볍게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는 순간, 그것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금 전남 화순에서 풍력발전소와 마을 간의 거리 규제를 두고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80대 할머니도 포함이다.

그분들이 "우리 동네에 태양광 발전소 지으면 안 돼"라고만 하는 게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쟁을 하다보니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를 살펴보게 된다. '왜 전기를 이런 식으로 만들지? 왜 이렇게 송전탑을 많이 짓지?'

들여다보니 서울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대부분을 지방에서 생산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이 소비할 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생산하라는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021년 산업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2.7%에 불과하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데에 연평균 2300억원이 소요된다.

소수자 인권 공약

벽에 '진보당'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걸려 있다. 바로 위에 무지개색 팻말이 걸려 있다. 남색 자켓을 입은 사람이 무지개색 팻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재연 후보의 소수자 인권 공약

이주여성 인권 보장

  • 모든 비자 유형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주여성 통합 지원 시설 마련
  • 이주 여성 노동자 주거 안전 확보
  • 가족에 종속된 결혼 이주민 체류 제도 개선,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 강화
  • 이주 여성 및 이주 남성과의 출산, 임신중지 등 성재생산권리 보장을 위한 방안 마련

성소수자 인권 보장

  • 군형법 92조의6(성폭력 처벌 조항과 별도로 군인 간의 항문성교나 그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조항) 폐지
  • 성평등, 성소수자 등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담긴 성교육 표준안 마련
  • 양성평등 → 성평등 용어 수정
  • HIV/AIDS 감염인 인권, 치료받을 권리 보장
  • 공공기관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
  •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특별법 제정

노숙인 인권 보장

  • 재난 상황 맞춤형 지원
  • 노숙인 및 홈리스의 안정적, 독립적 주거공간 보장
  • 여성 홈리스 특성을 고려한 지원 정책 마련
  • 노숙인도 동등하게 의료 지원

난민 인권 보장

  • 국내 거주 중인 모든 난민에 대해 난민협약에 의거한 실질적 인정/보호조치 마련
  •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처우를 난민과 동일하게 인정
  • 파병, 군사 개입 등 전쟁 지원 행위 중단

진보당 대선 캠프는 현재 유일하게 '소수자 인권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이주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인권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1월 24일 기준). 이 공약을 만들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월 26일 이주민 인권 공약을 블로그에 발표했다.

차별을 넘어서는 게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만연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있다. 이를테면 50대 남성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무디거나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진보당에는 건설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50대 남성 당원분들이 굉장히 많다. 이분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국민 동의 청원을 열심히 하셨고, 각 지역에서 1인 시위도 하셨다. 이런 연대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게 당장 나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결국 그 길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폭넓은 연대를 만들어가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자 공약을 발표한 이유가 있다면?

이주민, 난민 인권 공약이 표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말은 그런 뜻인 것 같다. 단순히 이주민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을 넘어서 '우리 권리 뺏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감표가 된다는 거다. 진짜 비참한 상황이다.

강아지가 얼어 있는 강 위에 묶여 있었다는 기사를 보면 눈물 겨운 댓글이 달린다. 이주민이나 동물이나 투표권이 없는 상황은 똑같은데 왜 동물들에게 느끼는 감정과 이주민, 난민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를까? 사람이 동물보다 더 귀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 안에서 배제와 혐오가 어느새 학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소수자를 위한 정책은 나를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내가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존과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로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 성별이 다른 사람, 언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든 이 그라운드에서 밀어내야 내가 먹고살 수 있다는 인식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우리 동네에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센터가 생긴다고, 나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생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

그런 나쁜 정치에 맞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당장 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보당의 모든 공약에 그런 정신이 배어들 수 있게, 그래서 유권자들께서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실 수 있게끔 끊임없이 외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랑하고 싶은 공약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만든 공약 중에 제일 잘 만든 걸 자랑하는 시간을 드리겠다.

정말 중요한 공약이 있다. 돌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법률 중에 '돌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없다. 이 문제는 모든 부처에 흩어져 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기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도 누군가가 옷을 빨아줘서 입고 다닌다.

'돌봄'은 아무나 하는 일로 취급받았다. 결국 누가 하나? 대체로 여성이 한다. 엄마가 하거나 헐값으로 쓸 수 있는 5060 여성 노동자들, 또는 이주 여성들이 하거나.

시대가 변했다. 돌봄이 노동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얼마나 중요한 노동인가를 인식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 많은 사람들은 평생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평생 돌봄 문제 때문에 끙끙 앓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다.

국가책임제를 통한 평등하고 민주적인 좋은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돌봄기본법, 돌봄노동자기본법 두 가지 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청원을 올렸다. 대선 공약에도 포함했다.

김재연 후보는 '군소후보'로 묶여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선 토론에 출연할 수 있는 법적 기준도 채우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할 전략이 있다면?

국회에 5석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 직전 대선 ·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 비례대표 지방의원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의 후보.

저희가 가장 대변하고 싶은 사람들은 정치 공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아무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한테 회자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다수라고 생각한다. 힘은 없어도. 노동자는 우리 사회 다수이고, 성평등한 사회가 너무나 절실한 여성은 우리 사회의 절반이다.

진보당은 창당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원이 8만 5천 명이 넘었다. 3분의 2 이상이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자들이다. 당 내 당 조직들도 있다. 청년진보당, 여성∙엄마당, 노동자당, 빈민당, 농민당.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정당에 가입해봤는데, 이런 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십시일반으로 당비를 내주시고 모금을 해주신다. 그 힘으로 작은 신생 정당이 이 어려운 대선을 치를 수 있다. 물론 돈 걱정을 안 하지는 않지만… (웃는다)

우리 사회의 정치에 소외되었던 분들이 구경꾼이 아니라 정치의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런 분들이 다수라면 진보당이 다수의 표를 받아야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아직 저희가 대선에 처음 출마해서… 또 언론에서 저희를 잘 안 다뤄주신다. 제가 출마했다는 걸 모르는 국민들이 99%이지 않을까?

이번 선거에서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유권자들에게 어필해본다면?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언론에서 보는 기성 정치인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불평등한데, 이런 사회를 만들어 놓은 게 저 사람들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사과도 없고 반성도 없으면서 "내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게"라고 얘기하는 게 하나도 신뢰가 가지 않는 거다.

그러면 기득권에 맞서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걸 기득권들이 하겠나? 절대 안 한다. 기득권 바깥에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배제와 차별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분투하는 사람들이 같이 손을 잡아야 된다.

지난 20년 꼬박 진보 정치 활동을 해왔다.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는 힘을 조직하는 데 지난 20년을 보내왔다.

이런 도전과 실험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우리의 목소리가 결코 소수의 작은 목소리로 머물거나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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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 한슬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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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아현
    조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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