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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
2022-01-19
닷페이스가 이재명 후보를 만났다

"동료 정치인의 성폭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닷페이스가 이재명 후보를 만났다 [페미니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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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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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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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닷페이스 인터뷰에 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채널의 성격을 '페미니스트 방송'으로 규정한 일부 2030 남성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연합뉴스가 1월 19일에 보도한 내용입니다. '페미니스트 방송'이란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 속의 성차별과 성폭력을 포착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온 방송? 그렇다면 닷페이스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될 것 같네요.

하미나 씨는 30대 초반 페미니스트 여성입니다. 아직 이재명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지는 않아요. 열린 마음으로, 설득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러 왔어요. 과연 이재명 후보는 하미나 씨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요?

인물소개

하미나
하미나

대학원에서 과학사를 공부하고,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썼다.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 부문 10종에 선정되었고 2021년 출판인이 뽑은 올해의 교양 도서, 동료에게 권하고 싶은 책(알라딘)으로 뽑혔다.

이재명
이재명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재명: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미나: 저는 하미나 작가라고 합니다. 먼저 책을 한 권 선물할게요. 지금 아주 장안의 화제인데요. (웃는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라는 책인데요. 저와 같은 젊은 여성들의 우울증을 다룬 책입니다.

이재명: 아, 우울증을 다룬 거예요?

하미나: 네. 요새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높은 게 화제가 많이 됐잖아요.

이재명: 저는 행정적으로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에 20대 여성 자살률이 50% 정도 늘었다는 보고를 받았거든요.

하미나: 책을 쓰면서 제가 인터뷰 했던 분들 중에 잠적한 분들도 있고요. 세상을 떠난 분도 계세요. 저에게 굉장히 피부로 와닿고 중요한 문제인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참 궁금합니다.

이재명: 이런 얘기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저도 사실 그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봤던 시기가 있었죠.

20대 여성들, 정말 옛날 말로, 요즘은 그런 얘기 하면 또 혼날 일인데, '꽃다운 나이'라고 보통 표현하는데. 그렇게 소중한 시기에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사정이 대체 뭘까.

제일 큰 게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하네요.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여성이 취업에서 조금 어려운 상황,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요. 물론 공무원이나 이런 부분은 또 다를 텐데, 전체적으로는요.

어쨌든 코로나19 때문에 보통 여성들이 취업하는 서비스 영역이 거의 무너져버렸다는 거예요. 소득도 끊어지고, 미래도 없고, 그게 제일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 국민들,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포기해버릴 정도의 상황을 만든 거에 대해서는, 정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정말 가슴 아프고 죄송하게 생각하죠. 그러지 않게 만드는 게 진짜 중요한데.

하미나: 구체적으로 정책이 마련된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재명: 제가 경기도지사일 때 '청년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이라고 하는 걸 급하게 만들어서, 상담이라도 해 주고, 또 추적 관리를 하는 일들을 해봤죠.

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다 돌아가신 분도 있잖아요. 최소한 음식물은 무상 제공해 주자는 그런 것도 만들어보고. 재난 지원에 관련해서도 꼭 자영업자가 아니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분들이 많으니까 일반적인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싸우다시피 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결국은 직접적으로 자살을 막는 방법은 못 되죠. 구조를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재난 상황을 국민이 책임지도록 상당 부분 떠넘긴 측면이 있거든요. 원래는 국가가 다 책임져야 되는데.

하미나: 이렇게 오래된 우울 문제, 자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신 건강을 지원해주는 수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것도 결국 그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 남긴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젊은 여성의 고통이 제일 힘들어요'는 아니고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봐달라는 것이거든요. 그때 우리가 고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이재명: 그렇죠. 인간이 스스로 자기의 존재를 통째로 부정한다는 게 보통의 일은 아니죠. 얼마나 극단적인 상황이겠습니까?

하미나: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인상을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가족에게서도 많이 받는데요.

성폭력 문제도 그래요. 국가적으로 굉장히 관심을 많이 받는 성폭력 이슈에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보았을 때, 여성들이 어떤 집단적인 메시지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좀 불편하실 수 있겠지만 이 질문을 안 드릴 수 없을 것 같은데요. 3~4년 전만 하더라도 안희정, 박원순이라는 굉장히 유력한 대선 후보가 있었잖아요. 후보님의 동료이기도 했고요.

이재명: 존경하는 분도 계셨죠.

하미나: 후보님이 그 사건을 정치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어떻게 통과하셨는지 좀 궁금해요.

이재명: 글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는 거하고는 좀 다르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감수성이 있는 편입니다.

성남시장을 할 때도, 경기도지사를 할 때도, 제가 모범을 보여야 하잖아요. 우리 직원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여성 또는 여자라는 말을 쓰지 마라."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는, 여자가, 이런 표현을 하지 말라고. 저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요.

소위 상급자들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 추행, 이런 게 논쟁이 되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걸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되지? 누가 얘기한 것처럼 '펜스룰' 이런 걸 적용해야 되나? 그것 또한 인권 침해고, 차별이고.

미국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절대 단 둘이 식사를 하지 않으며, 아내와 함께 하지 않으면 주류가 포함된 행사에 아예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에서 비롯된 말로, 성폭력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여성과의 동석이나 교류를 피하는 것. 오히려 공적 자리에서 여성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저는 나름 조심을 한다고 생각을 했고,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지 못하게 해야 될 입장이었기 때문에, 19년 동안 저는 그런 위험 자체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미나: 제가 사실 궁금했던 게 그런 부분이었어요.

이재명: 제가 훨씬 더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거죠? 인상으로. 제가 굉장히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웃는다)

하미나: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모르니까요. 알지 않은 채로 평가하지 않아요.

이재명: 농담입니다. (웃는다)

하미나: 그런 게 아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보님이 '두려우셨을까?' 이게 제일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이게 내 일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후보님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아니라, '혹시 과거에 나의 행동이나 언어를 성폭력이라고 느낀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재명: 저는 누가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고요. 저는 진짜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다만 왜곡 공격을 당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그 우려를 많이 했죠.

하미나: 저는 그 부분이 후보님 나이대에 사회적인 위치에 계신 분들과, 저와 제 또래 여자들 사이의 큰 감수성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만약에 후보님의 입장이라면 '내가 혹시 가해를 저지르지는 않았을까' 두려웠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한번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나는 그러지 않았어. 근데 누가 나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훼방을 놓을까 걱정돼"라고 답하셔서, 이 부분이 우리 사이의 큰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이재명: 며칠 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성남시장을 할 때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하미나: 그런데 많은 가해자들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합니다. 저는 그게 고의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이재명: 제가 그런 염려 때문에 제가 성남시장 때부터 직원들이 노래방 출입을 아예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하미나: 네.

이재명: 한 10년 전이죠. 그 때까지만 해도 회식을 하면 2차는 당연히 노래방이었고, 강제로 춤추게 하고, 그러다 보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고. 그래서 제가 원칙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하미나: 그러니까 제 말은, 폭력을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후보님이 그러신 거 아니냐고 묻는 게 아니고요.

우리가 성폭력을 성폭력으로 부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성폭력이라는 언어가 우리에게 있죠. 성폭력을 성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고요.

이재명: 그렇죠.

하미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지금은 우리가 성폭력이라는 개념 안에서 산다는 거예요. 피해를 말하고, 싸워 온 사람들 덕분에요. "이건 성폭력입니다" 하고, 미투하고, 싸운 여자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새로운 상식을 만든 과정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그런데 왜 사람들이 그들의 업적을 이렇게 폄하할까. 저는 그게 사실 굉장히 속상하거든요.

이재명: 그러니까 이게 결국 인식의 문제인데요. 사회적 기준이고, 문화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이것을 부당한 행위로 간주할 것인지, 정당한 행위로 볼지, 그 기준점은 계속 변하죠. 제가 보기엔 그 기준점이 계속 개선되고 있는 것 같고, 속도도 매우 빠른 측면도 있고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죠.

페미니스트 또는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도, 저는 단 한 개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노동이라고 하면, 옛날에는 '빨갱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한편 노동은 정말 신성한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양 측면이 공존하지 않습니까?

제가 농담 하나 하면요.

하미나: 꼭 재미있어야 합니다. (웃는다)

이재명: '어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얼마나 가슴 떨리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어느 날 의미가 바뀌었어요. 어버이 연합이라고 하는 게 생겨나면서 어버이라고 하면 '이게 뭐지?' 혼돈 상태가 온 거죠.

용어에도 함의라는 게 계속 바뀌거든요. 페미니즘이든 페미니스트든, 정말 포괄하는 범위가 아주 넓은데. 이게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다 보니까 해석을 각자 다르게 하고 있는 거예요.

하미나: 그런데 역사적으로 페미니스트들이 해왔던 일들, 그들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상식들을 폄하하고 악마화하는 건 늘 있어왔던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이렇게 얘기할 때 항상 겁이 나요. 왜냐면 너무 많은 공격을 받거든요. 사실 저는 좀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페미니스트들이 하고 있는 주장에 가장 극단적이고 가장 때리기 좋은 것들만 가지고 와서 악마화하는 거죠.

실제로 페미니스트가 바꿔놓은 것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게 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보님께서 그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네, 그래요. 그러니까 하나의 단어로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계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 저한테 조언을 한 게 하나 있어요. 제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해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고 접근해야 하냐고 여쭤봤더니, "웬만하면 그냥 말하지 마라"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게 너무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거예요.

하미나: 네. 그런데 우리가 어버이 연합이 있다고 해서 어버이라는 단어의 뜻을 바꾸지는 않잖아요.

이재명: 결국 이것도 일종의 사상 투쟁 과정일 수도 있는데요, 옛날 말로 하면.

우리 사회에 각종 불균형, 불평등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지역 간 불평등도 있고요.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도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도 있고요.

그중에 하나가 남녀 간 불평등이고, 현실적으로 존재하죠. 특히 기성세대 사이에서의 불평등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압도적이고요. 그 정도가 점점 축소되고 있기는 한데, 여전히 개선해야 될 중요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성 불평등이라고 하는 것이.

그런데 청년 세대들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어차피 기회가 너무 많이 줄어들어가지고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어려운 사람끼리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이게 제일 저희가 볼 때 안타까운 부분이죠.

기성세대는 기회를 누리면서 거기서 생기는 부작용을 방치했어요. 불평등, 불공정을 방치하다 보니까 양극화도 심해지고 저성장이 왔고 기회는 작아졌고. 그 피해를 청년 세대들이 다 감당하는데 이 좁은 둥지 안에서 서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게 남녀로 나눠가지고 서로 밀어내기를 하면서 악감정을 갖게 되는 그런 과정까지 갔는데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사실 그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될 몫이라고 생각해요.

하미나: 네, 사실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는 이대남이나 이대녀나 비슷할 텐데요. 저는 기성세대가 이대남이라는 호칭을 붙이면서 굉장히 그들에게 쩔쩔맨다고 많이 느꼈거든요.

이재명: 이대녀한테도 쩔쩔맵니다.

하미나: 그렇습니까?

사실 저는 이미 20~30대 여성들이 좋은 시민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을 찍어도, 실제로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고 많은 걸 바꿔냈잖아요. 그런데 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제스처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요.

이재명: 저는 사실 청년 세대의 갈등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기로 작정했던 것 같아요. 가까이 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하더라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가 없으니까. 어느 쪽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도 오해받거나 불필요하게 갈등을 격화시킨다고 봤기 때문에.

그런데 최근에 생각을 바꾸고 좀 가까이에서 들어보자고 했더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거기는 가지 마." "저쪽으로도 가지 마." 참모진에서도 인터뷰 할까 말까, 왔다 갔다 하고, 이렇게 되는 거죠.

이것도 참 외면하면 안 되겠다고 최근에는 생각하고 있어요.

하미나: 닷페이스에 나와주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재명: 나와준 건 아니고요. (웃는다) 나온 거죠.

하미나: 더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고요.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된 여성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정리한 게 저의 책이기도 하고요.

저는 우울증, 자살과 관련된 문제를 보면서 어떻게 풀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건 좀 천천히 살아야 되는 문제라는 답을 내렸어요.

지금 대선에서도 모든 후보가 성장과 번영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잖아요. 그렇게 되는 한 스스로 죽는 사람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여성이나 아픈 사람들이나 나이 든 사람들이나, 더 취약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빨리 나올 테고요.

이재명: 제가 우리 작가님한테 하나 말씀 드리면, 우리는 총량으로서는 이미 물질적 풍요를 이루고 있어요. 전체로는 소위 경제 선진국 아닙니까? 10대 경제 강국에 들어갈 만큼.

그런데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너무 격차가 커서 불행하게 느끼는 거죠. 내가 객관적으로 많이 가졌다고 해서 행복하지는 않거든요. 남과 비교될 때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차별과 격차, 불평등이 불행의 한 요인이죠.

제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이미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최소한의 노동력을 투입하면서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걸 특정 소수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일할 기회가 없어요. 소득을 벌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최소한의 삶은 정부가, 우리 공동체가 책임져주자는 생각입니다.

하미나: 저는 그렇게 비교하는 문화가 사실 고통의 경우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내가 더 아파. 네가 뭐가 힘들어?"라고 말하는 문화가 우울증을 심화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가 아프다고 할 때 "그래, 너 아팠구나. 어디가 아팠어?"라고 묻을 수 있다면, 그렇게 나의 고통을 인정받고 나면 다른 사람의 고통도 보이고 인정하기 쉬워진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여성이 힘들다고 하면 "야, 남자들이 더 힘들어" 이렇게 말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스스로의 고통을 못 믿는 사람들인가 생각하게 돼요. 그러니까 자기 고통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더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지' '내가 뭐가 힘들다고' 이런 생각을 얼마나 스스로 많이 했길래 저렇게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대하나 싶어요.

지금 시간이 거의 안 남았는데요. 제가 제일 궁금했던 건 안희정, 박원순 사건을 어떻게 통과하셨는가 하는 거였는데…

이재명: 그런 일을 안 겪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웃는다)

하미나: 아니요. 살아남은 게 아니라 심정적인 변화가 궁금했던 거죠.

왜냐하면 저는 한국 사회가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전국민적인 학습이 어느 정도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훌륭한 정치인이었잖아요. 저는 두 가지를 배웠어요. 첫 번째는 훌륭한 정치인도 성폭력을 저지른다. 두 번째는 훌륭한 정치인이라서 피해자는 고발하기가 더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니까. 그렇게 두 가지를 느꼈어요.

이재명: 사실 박원순 시장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하는 분이셨고, 매우 놀라웠죠. 충격이었습니다.

충격이었는데.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재명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문화의 차이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겠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그래서 매우 안타까워요.

하미나: 사실 이전에도 피해자는 굉장히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이 '이게 폭력이다'라고 말을 하기 시작한 게 아니고요. 사람들이 듣기 시작하는 때인 거죠. 피해자의 의견과 생각을요.

이재명: 기준이 바뀌어가는 것도 있고요. 우리 어머니 세대의 남녀 간 교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했잖아요. 그만큼 이제 변하는 거죠.

하미나: 네, 그런 변화를 페미니스트들이 이끌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재명: 고맙습니다.

Q. 이재명 후보와 이야기를 나눠 본 소감은?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느꼈고요.

우리가 되게 다른 시대에 태어나서 다른 도덕과 상식을 배우며 자랐잖아요. 그래서 기성세대에게는 지금의 세대가 요구하는 것들이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서로 대화할 수 있는가, 얼마나 낯선 것도 듣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쨌든 이재명 후보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어요. 내가 너무 희망적으로 생각하나? (웃는다)

제가 안희정, 박원순 사건 때 두렵지 않으셨냐고 물어봤던 건, 사실 성찰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남자라면 무서울 것 같거든요. 내가 그런 적이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이게 문제인지 몰랐는데 이게 문제구나, 간접적으로든 방임자로든 내가 그 폭력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는 안 했는데, 왜곡해서 공격할까 봐 겁난다고 하셔서… 좀 신기해요. 내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저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일정 부분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폭력을 방관한 것은 아닌가. 저 말고도 그렇게 괴로워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았는데. 누군가는 굉장히 선을 긋고 있네요. 그 부분이 우리의 차이가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대화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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