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페이스 홈으로
홈으로 가기
  • 주제별 보기
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
2021-08-18
탈시설: 당신 곁에 살 권리

탈시설 지원법이 생기면 뭐가 달라질까

국회의원 장혜영, 최혜영에게 물었습니다

정책
장애
탈시설

시작하며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한 문장이 현실이 되려면 무엇부터 필요할까요?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법'이 먼저 필요할지도 몰라요.

사실은 이 문장부터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 지원법)' 제3조에서 발췌한 것이랍니다. 모든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살아갈 권리가 법에 명시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법안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이 법이 제정되면 당장 모든 시설이 사라진다는 뜻일까요?

탈시설 지원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대표발의자이자 본인이 척수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이며 중증 발달장애인의 가족인 장혜영 의원입니다.

인물소개

최혜영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탈시설 지원법을 대표발의했다.

장혜영

21대 정의당 국회의원. 탈시설 지원법을 공동발의했다.

Q1.
탈시설 지원법, 어떤 법인가요?

최혜영: 장애인의 삶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좋은 시설은 없다'라는 말, 들어보셨을 거예요. 시설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설에서의 삶은 집단생활이다 보니 획일화될 수밖에 없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어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의 71%가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아요. 통장, 신분증을 시설에서 관리하기도 하고요.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비자발적으로 시설에 입소한 비율은 67%나 됩니다.

한번 입소하면 10년 이상, 20년 이상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도 많아요. 상당수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요.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장애인들을 한 곳에 모아 두고 사회와 분리시키는 것은 명백히 옳은 방향이 아닙니다.

장혜영: 탈시설 지원법의 가장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권리로서 탈시설을 규정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장애인들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거죠.

지금 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이 2만9천 명 정도거든요. 이분들이 10년 안에 모두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오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어요. 그 과정에서 국가나 지자체가 어떻게 시설이나 당사자를 도울 수 있는지도 담고 있고요.

2021년 8월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은 2041년까지 20년 계획을 세웠다. 로드맵에 따르면 2041년에도 24시간 요양・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2200명은 시설에 거주하게 된다.

Q2.
탈시설 지원법이 생기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장혜영: 탈시설 지원법은 굉장히 중요한 마일스톤이 될 거예요. 진짜 준비를 시작하게 만드는 지점인 거죠.

사실 수많은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외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에요. 오랫동안 투쟁한 끝에 문재인 정부의 42번째 국정과제가 '탈시설'이 된 거죠. 그런데 4년이 지나도록 정부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어요. 장애인들이 시설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요구에 대해, 정부도 지자체도 항상 "지역사회가 준비가 안 돼 있다."라는 말만 계속 반복해 왔어요.

사실 지역사회가 준비되어야 시설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건 맞는 말이죠.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시설을 없애면 장애인들이 어떻게 이 엄혹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냐'는 논리죠.

지역사회가 준비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시설로 보내지지 않는 거죠.

너무 속상한 통계가 있어요. 2017년 기준으로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연령대를 보면, 18세에서 29세 사이가 가장 많아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 갈 곳이 없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에 간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설에 가는 거예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겠죠. 성인이 되고 나서 지역사회에서 집을 찾고, 일터를 찾고, 기본적인 소득을 보조받으며, 부모가 아니더라도 활동지원사 등 자신의 일상을 지원해 줄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 이런 체계를 갖추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시설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는 거죠. 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존에 장애인 거주시설을 완전히 없애고 탈시설을 이뤄낸 스웨덴 같은 국가의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입법이 먼저다."라고 말해요.

법을 만들어서 몇년도까지 시설이 정말 없어진다는 시점을 박아 놓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비로소 지역사회의 준비가 시작된다는 거예요.

시설이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이미 시설에 장애인을 수용하는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진짜 근본적인 지역사회 준비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거죠.

최혜영: 가장 크게 보면 장애인 정책의 대원칙과 방향성이 변하겠지요. 시설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지역사회 자립생활 중심의 정책으로요.

실질적인 변화도 기대해 봅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법적으로 규정했으니까요. 탈시설 관련 정책과 제도가 보다 탄력을 받아, 주거, 보건·의료, 활동지원, 소득, 일자리 등 필요한 지역사회 내 지원체계가 조속히 마련되지 않을까요.

나아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탈시설 지원법 관련 토론회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 (ⓒ최혜영 의원실)
탈시설 지원법 관련 토론회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 (ⓒ최혜영 의원실)

탈시설을 이룬 해외 나라들을 보면, 반드시 탈시설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실제 정책과 예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선배·동료 의원님들 67명과 함께 탈시설 지원법안을 발의한 이유입니다.

Q3.
탈시설 지원법이 생기면 현재 존재하는 장애인 시설을 모두 폐쇄하게 되나요?

최혜영: 많이들 오해하시는 부분인데요. "모든 시설을 당장 폐쇄하는 것인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법안은 충분한 기간 동안 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쇄하거나 또는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기존 시설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면, 국가가 그것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반면, 인권침해 시설에 대해서는 폐쇄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장혜영: 법안에 따르면, 탈시설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탈시설화에 나서는 시설은 정부나 지자체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하죠. 인권침해나 폭력이 발생한 시설은 최혜영 의원님 말대로 즉시 폐쇄합니다. 그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탈시설을 지원하고요.

당장 닫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탈시설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시설도 있을 텐데요. 이 경우에는 신규 입소를 더 이상 받지 않습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 탈시설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욕구 조사'를 해요. "탈시설 하고 싶나요?" 물어봤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부터 나온다는 거죠.

저는 그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아요. 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갈 때는 그런 식으로 동의 받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자유를 박탈 당하시겠어요?"라는 선택지를 줬던 건 아니잖아요. 지금 자유롭게 살 권리가 박탈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유를 원하는지, 아닌지 선택하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탈시설을 장애인의 권리라고 바라보는 논리와 맞지 않다고 봐요.

그렇지만 단계적인 탈시설 전환을 위해 필요한 방법일 수는 있겠죠. 시설에 40명이 살고 있다가 한 번에 나오려면 주거지 40군데와 활동지원사 40명 이상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한 분, 한 분에 대한 맞춤형 계획을 세워서 10년 안에 모두 탈시설하게 만드는 계획을 함께 세우자는 거죠.

Q4.
장애인 가족들이 '시설 폐쇄는 사형선고다'라며 탈시설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어요. 탈시설 지원법은 장애인 가족에게도 답을 줄 수 있나요?

장혜영: 가족을 시설에 보냈었던 경험이 있는 장애 가족으로서, 그분들이 갖고 계시는 불안이나 두려움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도 비슷한 마음이셨기 때문에 제 동생을 시설로 보내셨거든요. 저도 우리한테 주어진 선택지가 시설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또 자립이나 탈시설은 장애가 가벼운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제 동생처럼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발달장애인은 못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을 뒤집어 보면, '시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왜 지역사회에서는 제공할 수 없지?' 라는 질문을 던져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게 특별히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그냥 기거할 공간이 있고요. 그 안에서 식사나 목욕 같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살 곳과 생활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들이 지역 사회에 있으면 시설에 들어갈 필요가 없잖아요.

우리 장애 가족들의 선택지가 왜 반드시 시설이어야 하는 거죠? 그것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면 안 될까요?

시설이라는 선택지는 필연적으로 장애 당사자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근거로 하잖아요. 그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른 비장애인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면 되죠.

사실 요즘도 문제가 생긴 시설에서 지내던 장애인분들이 탈시설을 하실 때, 당사자는 나오고 싶어도 부모님들의 반대에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 부모님들을 모시고 말씀을 나눠 보면, 지금 탈시설을 반대하시는 분들과 비슷한 말씀을 하세요.

"지역 사회가 준비가 안 돼 있다. 진짜 내 자식은 시설이 아니면 못 산다. 내 자식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럴 때 현장에서 활동가들은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탈시설하신 분이 어떻게 사시는지 보여드려요.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해 드리는 거죠.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수많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주거 지원이든, 활동지원 서비스이든, 생계급여이든, 장애인 연금이든… 가족의 도움 없이도 사회가 정확하게 필요한 지원을 제 때 제공할 수 있다면 자립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려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탈시설 지원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탈시설 지원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펑펑 우세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고.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왜 내 자식을 시설로 보내냐고.

그래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거예요. 지금까지 정부가 장애 부모들에게 보여준 복지 정책이 시설밖에 없었잖아요. 정부가 이 지점을 반성하는 게 탈시설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국민들에게 시설 밖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굉장히 적극적으로 보여줬어야죠. 하지만 정부가 그 믿음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 여론이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이 있는지, 내 자식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주거를 보장해 줄 수 있는지 확신이 없으신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불안해 하시는 거예요.

사실 탈시설을 소리 높이 외치는 장애 가족들과 탈시설 반대를 외치는 장애 가족들이 걱정하는 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애매하게 제대로 된 탈시설 정책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조차 못 들어가게 되는 것.

모든 장애 가족이 원하는 건 같아요. 부모가 자식보다 하루 더 나중에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

어떤 분들은 시설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법을 통해 제대로 된 지원 정책을 약속하고 강제해야 하는 거죠.

Q5.
탈시설 지원법 때문에 시설 관련 종사자들이 일자리 문제로 곤란을 겪지는 않나요?

최혜영: 기존 시설 종사자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자리로 이직하거나, 다른 새로운 일자리를 모색할 수 있어요.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늘어나고 더 많은 지원인력이 필요함에 따라 직업 영역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전환재배치 해야겠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존 인력을 지역사회 서비스에 활용하고 재배치할지, 실효적인 방안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할 때예요.

그럼에도 우리가 유념할 점은, 기존 시설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앞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Q6.
지역사회 준비, 어떤 게 필요할까요?

장혜영: 가장 중요한 건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줄 수 있는 법적인 근거, 예산, 시스템을 확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실질적으로 활동지원사와 매칭될 수 있도록 양질의 활동지원사 풀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요.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다고 하면 '오, 국가가 알아서 집에 사람을 보내주겠구나.'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명목상의 시간만 주어지는 거지, 활동지원사를 구하고, 면접을 보고, 어떤 방식으로 일할 지 결정하는 건 전부 당사자의 몫이에요. 그러다보니 실제 매칭이 쉽지 않아요.

예를 들면 제 동생은 국가에서 활동지원 서비스가 월 120시간 나와요. 근데 전업 활동지원사로 일하는 분에게 이건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거든요. 최저임금 수준에서 수가가 책정되니까 대충 120시간은 120만원이라고 해 봅시다. 그런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만원 정도는 필요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200시간 넘게 지원할 수 있는 당사자를 선호하게 되는 거죠.

중증 발달장애는 사회적 낙인이 있다 보니 활동지원사분들이 기피하기도 하고요. 저는 두 분을 면접 봤었는데, 한 분은 면접 이후 소식이 없으시고, 한 분은 출근 전 날 못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러고 나니 방법이 없더라고요.

사실상 종잇장으로만 존재하는 제도를 믿고서, 시설을 전면적으로 없애자고 얘기하면, 당연히 장애 가족들은 너무 걱정스러우시겠죠.

그렇기 때문에 활동지원 서비스가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해요. 그래서 수요만큼 공급이 늘어나야 합니다. 지금은 수가가 너무 낮아요.

또 한편으로는 장애인 학대 피해의 대부분이 주변 사람의 가해로 발생하거든요. 동네 사람들이라든가, 가족이라든가, 활동지원사라든가. 그래서 활동지원사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탈시설 지원법 22조를 보면 개인별 탈시설 지원 계획의 수립이라는 조항이 있어요. 이 조항에 따르면 개인별로 탈시설을 지원할 때 활동지원이 포함되어야 하거든요. 이걸 근거로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7.
탈시설에 대해, 탈시설 지원법에 대해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최혜영: 장애인 탈시설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입니다. 그러나 그간 탈시설 정책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시설에서 나오는 장애인보다 시설에 입소하는 장애인이 더 많아, 탈시설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안정적인 정책실행을 위해서 입법을 선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법이 제정되어야 법적 근거를 통해 정책과 예산이 안정적으로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는 법안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시설 위주의 정책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기존에 구축된 다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관성을 깨야 하는 힘든 과제라는 것을, 이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이 1970년대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대대적인 탈시설 정책을 추진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어요.

여전히 2만9천 명의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이들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나아가 장애계,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8.
탈시설 지원법, 국회를 통과해 제정될 수 있을까요?

최혜영: 현재 법안이 소관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의절차를 앞두고 있어요.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이라 무게가 상당한 만큼, 공청회를 거친 심사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요.

2021년 5월 31일 열린 '제1차 장애인리더스포럼'에서 탈시설 지원법을 토론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실)
2021년 5월 31일 열린 '제1차 장애인리더스포럼'에서 탈시설 지원법을 토론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실)

여야 간사님들을 비롯해 복지위 의원님들께 끊임없이 저희 법안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수시로 전달하며 빠르게 심사될 수 있도록 당부드리고 있어요. 관계부처와도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요.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핵심 주장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여러 주체와 긴밀하게 소통해가며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1년 8월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새로 제정하고,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Q9.
동료 시민으로서 탈시설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장혜영: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는 장애인 3만여 명이 약 1500개 시설에서 살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가정 형편에 따라 언제라도 시설에 들어갈 수 있고, 어떤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 아니라 시설로 가게 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어요.

10년 후에도 여전히 이런 나라로 남아있기를 바라시나요? 아니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시나요?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좀 더 나은 길을 찾아보자"라고 말하는 것.

동료 시민이 겪고 있는 상황을 알게 되면, "같이 다른 길을 찾아 보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더 많을 거라고 믿어요. 게다가 방법이 있거든요.

이 세상에서 장애를 없앨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장애를 차별하는 사회를 바꿀 수는 있거든요. 그걸 해 보자는 이야기예요.

최혜영: '탈시설이 진행되면 가족에게 다시 책임이 전가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탈시설 지원법은 다시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에요. 탈시설 전 과정에 걸쳐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분명히 하려는 '국가책임제'가 핵심입니다.

비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듯이, 장애인도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탈시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써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장애인도 자유가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법안 통과를 위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면!

만든 사람들

  • 한슬
    한슬
    인터뷰, 작성
  • 모모
    모모
    촬영

10/0
탈시설: 당신 곁에 살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