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도록 후리덤을 외쳤어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도록 후리덤을 외쳤어요

장애인 시설 밖으로 나온 호영선 씨 이야기

2021년 07월 14일
에디터 한슬

에디터의 말

장애를 겪기 전에는 몰라도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호영선씨도 사고로 몸 한쪽이 마비되는 중증 장애를 얻기 전까지는 '시설'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2005년 경기 김포시 향유의집(당시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장애인 집단생활 시설의 존재를 알았다고 해요.

호영선씨는 15년간 시설에서 살았고, 2020년 서울시의 한 지원주택으로 탈시설했습니다. 시설 속으로, 다시 시설 밖으로. 그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호영선씨의 자택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설을 나와서 이사하는 날, 기분이 어떠셨어요?

이불 뒤집어쓰고 밤새도록 외쳤어요. '후리덤(freedom)'이라고. 나는 자유인이다!

그렇게 밤새도록 외치고 며칠 잠을 설쳤어요. 한 마디로 너무 좋아서요.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자유롭잖아요. 내 방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거실이 있고, 화장실 이용하고 싶으면 바로 왼쪽으로 돌아가면 되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누가 문만 따주면 바로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고. 조금 마음이 '업'된다고 하나? 그렇게 많이 업 됐었어요.

출퇴근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용산의 한 장애인 자립지원센터에서 공공 근로 중증장애인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어요. 장애인들의 문화활동, 권익옹호 활동,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곳이에요. 남들이 딱 보면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아도, 나도 대한민국 장애인으로 살고 있으면서 뭔가 장애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좋죠.

출퇴근이 멀고 힘들긴 해요. 장애인 콜택시를 주로 이용하는데, 내 맘 같지 않아요. 다 각자 고집들이 있어서 늦게 오는 사람도 있고, 엉뚱한 데 가서 왜 안 나왔냐고 전화 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만 내가 비록 몸 한쪽이 마비된 상태라도 내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거, 이것이 즐거운 일이지요.

호영선씨에게 집은 어떤 장소인가요?

특별할 게 있나요? 일단은 내 맘대로 할 수 있잖아요. 옷을 홀라당 벗고 있어도 누가 뭐라 그럴 사람 없고, 보는 사람 없고. 밤새도록 자 놓고도 낮잠을 마냥 즐길 수가 있고. 구속 없이, 간섭 없이, 내 맘대로 편히 살다 이 세상을 마치는 게 제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집이네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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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을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 요즘은 이런 인터뷰 요청이 하도 많이 들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내 생활이 너무 좋고, 이 자유로운 공기가 너무 좋다고. 이제는 진짜 자유인이 되어 가는 거 같아요. 그 정도로 만족합니다.

지금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런 분들한테 남기고 싶은 말은요. 내가 선행자로서 권해 드리는데, 두려워하지 말고 지역으로 나오기를 두 발 벗고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 얘기를 남겨 주고 싶네요.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나 봐요.

그렇죠. 많이 두려웠죠. 나도 나오기 전에 며칠 밤을 새운 것이 설레는 마음 반, 두려움 반이었어요. 뭐든지 낯선 환경일 거 아닙니까. 낯선 환경, 낯선 동네, 낯선 지역에 가서 부대끼며 살아야 되니까. 그런데 나오고 난 다음 날, 그 두려움이 해소가 됐어요. 별거 아니더라구요.

시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첫 기분은 별로였어요. 그때는 시설이 논 한가운데 있었는데요. 무슨 건물이 옛날 교도소처럼 생겼고, 담장 쳐져 있고.

시설이라는 게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 걸 나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전반적인 생활 방식이 다 이상했어요. 시간 되면 자야 되고, 시간 되면 눈 뜨고. 옛날 군대 생활할 때 마냥 식판에다가 음식을 받아서 먹어야 되고. 그러는 게 참 이상했어요.

방 두 개 사이에 욕실이 하나 있고, 양쪽 방에서 그 욕실을 같이 쓰는데요. 식구들이 많은 때는 진짜 전쟁이에요. 욕실이래야 뭐 다른 거 있습니까. 대변 보고 세면만 하는 곳인데, 대변기를 한 번 차지하려면 몇 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고. 아니면 아무도 없는 새벽에 들어가서 일 봐야 하고.

향유의집에서 지내셨던 방, 기억나세요?

이 방, 저 방,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살았어요. 위에서 배정해 주는 방으로 왔다 갔다 했죠. 2층에서는 내 방문을 열면 바로 앞에 별관하고 연결된 통로가 보였던 게 기억이 납니다. 방 안에는 텔레비전, 장롱, 그거 달랑 두 개 있었고요.

한 방에 몇 분이서 생활하셨나요?

대중이 없었어요. 방이 넓으면 인원수가 더 들어왔고, 좁으면 인원수가 빠져나갔고.

* 향유의집을 운영하는 프리웰재단 이사장 김정하씨의 말에 따르면, 한 방에 적게는 2~3명부터 많게는 5~8명까지 생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향유의집 운영하는 사람들이 내가 기거하는 방에는 항상 내 한쪽 손으로나마 돌봐줄 사람을 같이 배정해 줬어요. 나이 든 사람도 있었고,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저처럼 멀쩡했던 사람이 뇌에 이상이 생겨서 장애가 생긴 친구도 많았고.

그 친구들을 돌봐주면서 같이 생활하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도와줬어요. 식사서부터 옷 입는 거, 이부자리 개고 까는 거, 주로 이런 것들. 내가 선생 노릇, 사회복지사 노릇을 겸해가면서 했었으니깐.

결국은 15년 사는 동안 내가 보살폈던 친구들은 다 먼저 저기로 갔어요. (천장을 힐끗 본다) 성질들이 급해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다.

너무 가슴 아팠겠어요.

아이고, 가슴 아픈 정도가 아니죠. 같이 살던 사람이 갑자기 운구차에 사진만 빙빙 도는데. 그걸 보는 입장에서는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죠.

그게 제일 마음에 남으세요?

예.

생활하는 데 다른 불만이나 불편은 없었나요?

내 불만은 한 가지였어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맘 놓고 나가질 못했어요. 규정상 직원이 동행을 해야 허락을 해 줬거든요. 근처에 오일장이 서는데, 그러면 구경할 게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것도 못 나갔어요.

나만 있는 게 아니고, 직원들이 1대1로 섭외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전체적으로 1층에 몇 명, 2층에 몇 명, 이런 식으로 배정되었으니까요.

마음대로 나갈 수 없으니 주로 방에서 지내셨겠네요.

그러니까 지루한 일상이죠. 매일 눈 뜨면 똑같은 일을 해야 되고, 또 해 떨어지면 '취침시간 다 왔다, 자야지.'

향유의집에 살면서 그곳을 '집'이라고 느끼셨나요?

아, 집은 집이죠. 비바람 막아 주고, 추위 더위 다 막아 주니깐. 말이 시설이지. 그래도 오는 사람들마다 집처럼 운영해 나가려고 애를 썼어요.

그렇지만 오는 사람들마다 자기 방식의 운영 방침을 밀고 나가려고 하니깐 우리 생활인들하고는 안 맞는 부분이 꽤 많았죠. 거기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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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 한슬 | 작성
  • 모모 | 인터뷰, 촬영
  • 선욱 |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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