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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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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1
탈시설: 당신 곁에 살 권리

당신 곁에 내가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장애인 유진화 씨, 이동훈 씨 이야기

장애
탈시설

에디터의 말: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 닷페이스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장애인도 한 곳에 수용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 안에서 자유롭게 살 권리라고요.

닷페이스 <탈시설 :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는 탈시설 이슈에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 경험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까지 총 2,228분이 함께 하고 있는데요.

그 중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봤어요. 탈시설을 경험한 발달장애인 유진화씨, 광주에 사는 지적장애인 이동훈씨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인물소개

유진화

2살부터 19살까지 시설에서 살았다. 지금은 지원주택에서 3명이 함께 살고 있다. 조만간 자신만의 집을 구해 완전히 독립하고 싶다.

이동훈

탈시설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장애인이 지역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닷페이스에 말을 걸었다.

Q1.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당사자 활동가 유진화씨

유진화씨,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유진화: 안녕하세요? 저는 피플퍼스트센터에서 동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유진화라고 합니다. 나이는 24세입니다.

동료지원 활동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발달장애인들이 서로 돕고, 놀고, 문화생활도 하는 자조모임도 있고, 교육도 하고,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기도 해요. 탈시설 지원법 제정하라고 시위도 갔었어요.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당사자로서 인권교육을 한다.

언제부터 시설에서 사셨나요?

유진화: 2살 때부터 김포 해맑은마음터에서 살았어요. 19살 때 시설에서 준비해 준 그룹홈으로 나왔어요. 네 명이서 4년 정도 살았어요. 그룹홈도 어쨌든 시설이라 저만의 공간이 없었어요. 같이 살면서 저 혼자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작년부터 지원주택에서 살고 있어요. 3명이서.

어떤 계기로 시설을 나오셨나요?

유진화: 다른 친구들을 보고 알게 됐어요.

고등학교를 다닐 때, 다른 친구들은 가족과 같이 살고, 혼자 살고 하니까. 그게 부러웠어요.

시설에서는 간섭이 많았거든요. 뭐만 하면 하지 마라, 먹지 마라, 이런 식으로. 밥을 딱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고, 야식도 먹으면 안 되고. 10명이 한 방을 써서 내 공간이 없었어요.

선생님들도 별로였어요. 이상한 사람들이어서 그런 게 아니고, 딱히 친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늦게 오면 뭐라고 하니까, 학교 끝나고 다른 데 안 가고 바로 시설로 돌아갔었어요. 학교에서 지내는 게 시설에서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시설을 나올 때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유진화:

집. 일. 월급. 친구!

에디터 한슬과 탈시설 프로젝트 영상을 보는 유진화씨.
에디터 한슬과 탈시설 프로젝트 영상을 보는 유진화씨.

시설을 나와서 제일 힘든 건 뭐였어요?

유진화: 다 힘들었어요. 그냥 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게 제일 무서웠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주위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요. 제가 좀 우울했거든요. 자살시도도 했어요.

많이 힘드셨구나. 왜 그렇게 우울했다고 생각하세요?

유진화: 생각 안 해봤어요.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어떻게 괜찮아질 수 있었나요?

유진화: 여기(피플퍼스트센터)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서. 다들 잘 해주고, 내가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주니까요. 센터는 작년에 지원주택 코디네이터가 소개시켜줘서 알게 됐어요. 제가 우울하니까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 뭔가 좀 해 보라고 해서.

'친구'가 정말 중요하네요.

유진화: 네.

힘들어도 주위에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시설에선 안 그랬어요.

시설에서 지내실 때도 많이 힘드셨나요?

유진화: 그런 건 아니지만. 나오고 나서 힘들었죠.

시설을 나오고 너무 힘들었다면, 시설에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유진화: 그건 아니에요. 시설에 더 있기 싫어요. 시설은 감옥인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많이 힘드셨는데도, 다시 돌아가는 건 더 싫으신 것이군요.

유진화: 맞아요.

시설을 나와서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유진화: 내 방도 생기고. 나만의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시설에서는 저만의 공간이 없었어요.

공동생활이다보니 룸메이트들이랑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같이 뭘 먹자고 해도 잘 안 먹고, 친구들을 데려오려고 해도 잘 허락해주지 않아요.

몇달 전까지는 지원주택에서 쭉 살고 싶었는데, 이제 나와서 혼자 살고 싶어요. 친구도 마음껏 초대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원주택에 살면서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혼자 살면 친구들을 데려와서 밥을 해 먹이고 싶어요. 저 요리 잘해요. 전 직장이 ‘자연별곡’이거든요. 주방에서 요리를 담당했어요, 고3 때 구했던 일자리였어요. 시설 나와서 뭐 사먹고 하려면 돈이 필요해서요.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유진화: 다 잘해요. 밀푀유.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Q2.
광주 장애인 청년 이동훈씨

이동훈씨,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동훈: 안녕하세요? 광주 사는 장애인 청년 동훈이라고 합니다.

닷페이스 탈시설 프로젝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이동훈: 사실 탈시설 당사자분들 인터뷰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어떻게 하면 많은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공무원들이 관심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군요.

이동훈: 왜냐하면 공무원들이 관심이 없다면 장애인 관련 정책이나 탈시설 정책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요. 공무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탈시설이 가능하려면 인프라가 엄청 중요해요. 예를 들면 놀이시설. 자폐를 가진 어린이들이 놀 곳이 없어요.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니까요. 춤을 추고 노는 걸 좋아하는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어요.

장애인 청소년들이 졸업하고 나서도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학교와 일자리도 필요하고요.

심리센터도 많이 필요해요. 차별을 겪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그게 너무 부족해요.

특히 광주에는 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어요. 수도권에 비해서 장애인들이 살기 어렵다고 느껴요. 일자리도 너무 부족하고요.

인프라가 없으면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도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동훈: 탈시설은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 압박을 하지 않는 이상 달라지지 않아요.

장애인이 행복해지는 방법,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저는 장애인이지만 행복해요. 왜냐하면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요.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족끼리 미국여행을 갔었거든요. 장애인이라도 눈치 안 보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이동훈: 탈시설은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해요!

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면!

만든 사람들

  • 한슬
    한슬
    인터뷰, 작성

8/0
탈시설: 당신 곁에 살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