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재수사가 시작된 건 노원 시민들 덕분이었다

스쿨 미투, 재수사가 시작된 건 노원 시민들 덕분이었다

용화여고 미투, 3년간의 싸움을 함께한 노원시민모임

2021년 07월 20일
에디터 우리

에디터의 말

3년 전 스쿨미투. 기억하시나요? 2018년 3월, 노원구 용화여고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SNS를 통해 고등학생 때 겪은 성폭력을 폭로했습니다. 그에 연대하는 움직임으로 재학생들이 창문에 '#with you'라는 글씨를 포스트잇으로 만들어 붙였었죠.

이후 100여 개 학교에서 잇달아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만들어집니다. 용화여고가 스쿨미투의 시작점이 된 겁니다.

스쿨미투, 그 후. 용화여고의 가해 교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부분은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파면과 해임 각각 1명, 정직 3명, 견책 5명, 경고 9명 등. 그중 한 사람은 형사 고발을 당했습니다.

그 한 사람은 가해 교사 A씨. 피해자들은 그가 면담 시간에 학생의 볼을 깨물고, 수업 중 "너희가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스쿨미투가 있었던 2018년, 그는 검찰로부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 미투는 2018년에 이렇게 끝나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말입니다.

이 끈질긴 싸움에 함께 연대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원 시민모임'. 20년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내면서 검찰이 보완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계기로 A 씨는 불구속 기소됐고, 21년 1심과 2심 모두 1년 6개월 실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해자 A 씨는 이 결과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고, 대법원에서 다시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대체 이 '노원 시민모임'은 누구일까요?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직업도 모두 다릅니다. 공통점은 '노원 주민'이라는 것 뿐. 이들의 연대기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노원 시민모임은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요?

스쿨미투가 있기 전, 저는 '한국여성의전화(이하 한여전)'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이미 미투 간담회를 '마들 주민회'에 제안해뒀었어요. 스쿨미투가 터진 다음, 주민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노원 시민모임을 결성하게 됐어요.

우리 노원구에 있는 용화여고에서 일어난 일인데, 동네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

노원이 교육열이 높은 곳인데, 자녀들의 성적뿐 아니라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또 세월호 참사 때의 충격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어서, 스쿨미투도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었죠.

한국여성의전화: 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 서비스 및 쉼터 제공, 여성 인권 보호 및 지원 단체. 현재 전국 25개 지부가 있다.
마들 주민회: 서울 노원구 일대의 저소득층 여성・청소년과 주민 자치와 공동체 운동을 하는 단체.

직업부터 연령대까지 다른 분들이 모였던 건데, 어떻게 활동을 했나요?

처음에 '스쿨미투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은 컸는데,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는 막막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단체에 "이걸 도와주세요."라는 말도 선뜻하기가 어려웠어요.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모임 안팎으로 교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분들이 정보를 많이 알려주신 덕분에 활동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먼저 어떤 분이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라고 해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어요. 또 제가 "보도자료도 안 써봤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물었을 때, "이건 이렇게 쓰는 거다."라고 조언을 듣기도 했어요.

회의나 시위는 항상 모두가 참석하기는 어려웠거든요. 구성원들이 각자 생업이 있었으니까요. 그때그때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했죠.

노원 시민모임에서 어떻게 스쿨미투에 연대했는지, 그 과정들이 궁금해요.

첫 활동은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발표한 기자회견이었어요. 그 기자회견에서 '노원 스쿨미투 지지 성명서'와 성폭력 가해자 처벌 등의 내용을 담은 '10대 요구안'을 발표했어요. 그 성명서와 요구안은 모임 구성원 한 분이 쓴 초고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문구 하나하나 수정하면서 완성했고요. 연서명은 처음에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받았다가, 나중에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도 전국의 여성연합 지부에 요청해서 연서명을 천명 넘게 받을 수 있었어요.

기자회견 때 방송사 기자분들이 많이 오셨거든요. 저희 앞에 카메라가 수십 대 놓여 있으니까 엄청 놀랐어요. '스쿨미투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구나. 고맙다.'라고도 생각했고요.

한국여성단체연합: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주로 성폭력 및 성차별 등의 해결을 위한 사업을 운영한다.

저는 그날 현장 주변에서 진행을 도왔는데, 북부교육지원청 경비실 뒤쪽에 학생 두 명이 가방을 메고 기자회견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 학생들이 "용화여고 재학생인데, 시험 끝나고 궁금해서 왔다."고 하는데 뭉클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자회견 끝나고 같이 식사도 했어요.

모임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제 무슨 활동을 할지를 논의했어요. "지금 진행되는 것들을 모아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나와서, 포럼을 열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때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였거든요. 이슈가 겹치지 않게 포럼을 열려다 보니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그래서 "우리한테 너무 벅찬 일이다."라는 의견이 있어서 못 열뻔하다가, "그래도 이건 해야 된다."고 얘기가 나와서 진행하게 됐죠.

처음에는 포럼 장소로 노원구청에 있는 강당을 잡았는데, "500명 올 수 있는 곳인데 적게 오면 없어 보이지 않느냐."라는 얘기가 나와서 다른 데를 찾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또 너무 규모가 작은 곳을 잡은 거예요. "근사한 데를 잡자"고 해서 당고개에 있는 복지관을 대관하게 됐는데, 적당한 규모에 사람들이 자리를 채워 주셔서 성공적이었어요. 또 포럼을 열려면 발제자가 필요하잖아요. "발제비를 줄 수 없어도 우선 섭외해보자."라고 말이 나와서 인맥으로 섭외했었죠.

그 포럼 때 제작한 자료집이 두고두고 유용했어요. 노원 시민모임 이름으로 인터뷰할 때나, 관련 회의에 갈 때 스쿨미투에 대해 말로 전부 설명하는 것보다 자료집을 미리 공유하는 게 효율적이었거든요.

2018년 7월 13일, 시민들이 노원 스쿨미투 징계 촉구를 위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노원시민모임)
2018년 7월 13일, 시민들이 노원 스쿨미투 징계 촉구를 위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노원시민모임)

스쿨미투를 사람들에게 더 알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했어요. 모임에서 "딱딱한 형식의 집회 말고 다른 방식으로 열 수 없을까." 이야기하다가,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주축이 돼서 함께 문화제를 기획했어요. 노원의 번화가인 노원역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열었어요. 문화 공연도 열고, '스쿨미투 나도 말하기' 시간도 갖고, 위원회에서 스쿨미투 관심을 촉구하는 핀 버튼을 제작해서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거리 행진도 하면서 신나게 했어요.

그 후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용화여고에 징계 권고가 내려왔어요. 그런데 용화여고는 사립학교라서. 교육부의 징계 권고를 수용할지 여부는 학교 재량이거든요. 그전까지 사립학교에서 교육청의 징계를 그대로 수용한 전례가 없었어요. 학교 측에 압박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열흘간 용화여고 등하교 시간마다 정문에 서서 징계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했어요. 다행히 용화여고에서 성폭력 가해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의결됐죠.

2018년 7월 2일 노원시민모임 구성원들이 용화여고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원시민모임)
2018년 7월 2일 노원시민모임 구성원들이 용화여고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원시민모임)

경찰과 연결되지 못했던 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수사 상황에 대해서 경찰에게 물어보면 "진행 중이다."라는 답변만 들었거든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는 방법은 잘 모르기도 했고, 용기도 없기도 했었고요.

모임에서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워크숍 정도 열면서, 쉬어가는 시간이었죠.

이게 그렇잖아요. 처음에 사건 기사들이 뜨면, 사람들이 관심도 많이 가지고 사건 해결도 진행되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언론에서 잠잠하면 사람들이 '사건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해요. 가해 교사들에 대한 징계도 나왔으니까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12월에 경찰 조사 결과 불기소 처분이 났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저희는 기사를 보고서야 그 결과를 알았죠. 피해자분도 법원이나 국선 변호사분이 알아서 처리할 거로 생각했다가 나중에 연락을 받은 거죠.

항고를 준비했었는데, 그즈음 피해자 실명이 쓰인 기사가 나왔거든요. "이거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모임에서 긴급하게 집행부 회의를 소집했어요. 그때 뒤에서 조언해주시던 분도 참석했는데, 그분이 "이건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 재수사 촉구를 요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또 다른 분은 "우리가 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냐."고 했거든요. 그때 모인 날이 토요일 밤이었는데, 기자회견으로 언급된 날이 월요일이어서 준비할 시간이 3일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분이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을 권유하신 덕분에, 기자회견을 열자는 결정을 내렸고 저는 밤새워서 탄원서를 썼어요. 그렇더라도 시간이 워낙 없었다 보니 기자회견은 하루 미뤄서 화요일 아침에 발표하게 됐어요.

기자회견 장소도 고민이 되더라고요. 교육부 앞에서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북부지검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니 거기서 열어야 하는 건지. 그러다가 "우리 동네로 가자."고 얘기가 나와서 검찰청 앞에서 열게 됐어요. 기자회견 마치고서는 검찰에 민원을 넣었어요.

저희가 얼마나 잘 몰랐냐면, 민원서를 따로 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보도자료와 성명서만 모아서 제출했었죠.

2019년 1월 30일, 노원시민모임이 재수사 촉구 및 가해 교사 파면 취소처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노원시민모임)
2019년 1월 30일, 노원시민모임이 재수사 촉구 및 가해 교사 파면 취소처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노원시민모임)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을 때, 법을 아시는 분들은 전부 "하지 마라."라고 얘기를 했어요. "검찰이 한번 불기소 결정 내리면 재수사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오히려 재수사 과정이 피해자들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저희 모임이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함께 가는 단체지, 그분들을 이끄는 단체가 아니었거든요. 저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싶다고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많이 물었죠.

피해자분 중에 한 분만 연락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분은 "끝까지 재판 가고 싶다. 가해자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 취소를 요청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유죄 판결을 받지 않으면 언제든 번복될 가능성이 있지 않냐."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모임에서도 재수사를 신청하고 싶었는데, 변호사분들이 전부 재수사가 어렵다는 시각이니 의기소침해지더라고요.

'정치하는 엄마들'에게도 연락을 했었는데, 변호사 한 분을 소개해주더라고요. 기자회견 전날 그분과 전화했어요.

정치하는 엄마들: 엄마들의 정치 참여를 통해 엄마여서 겪는 한국 사회의 불합리,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고자 도모하는 비영리단체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교직 공무원의 징계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관할 지역에서 특별법상의 행정심판을 한다.

그렇게 모두가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재수사 요청을 하게 됐나요?

그분도 "재수사는 안 될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렇지만 요구는 해봐야 하지 않나요. 시민들이 그런 말조차도 할 수 없으면 안 되지 않나요.'라고 했더니, "그럼 당연히 재수사 요구를 해야죠. 시민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고, 해야죠."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서 기자회견을 했어요.

그 기자회견 끝나고, 검찰에서 "이야기 좀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모임 공동대표끼리 갔더니, 검사님이 불기소 과정을 말해주더라고요. "사실은 스쿨미투 고소 건이 구속영장까지 청구가 됐다가 기각이 됐고, 우리도 불기소 결과를 기사로 알게 됐다. 그런데 그 불기소를 검사가 결정한 게 아니라, 검찰시민위원회 에서 결정해서 불기소한 거다."라고요.

검찰시민위원회: 미국의 대배심 제도를 참고하여 신설된 위원회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해 구성된 집단이다. 검사의 검찰권 행사에 있어 국민의 관점을 반영한다는 검찰개혁제도의 일환이다.

저희는 왜 이 사건이 기소되어야만 하는지 이유를 설명했어요. 그랬더니 그 검사님이 검토해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노원 시민모임으로부터 재수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받고, 수사 자료 보완해서 재수사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자회견도 극적으로 열렸는데, 그다음 어떤 분이 조언한 덕분에 민원서를 제출한 게 재수사의 큰 계기가 됐던 거예요.

강물이 넓게 흐르다가 좁아지는 지점이 있잖아요. 스쿨미투도 그 흐름이 좁아질 때 끊길 수도 있었는데, 작은 계기들이 모여서 다시 커다란 물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온 것 같아요.

재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이 시작됐어요. 그 사이에 한여전에서 피해자분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익 변호사분을 연결해 줬어요. 한여전으로 사건 해결의 공이 넘어간 상황이어서, 모임 입장에서는 또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피해자분 중에 한 분을 제외하고는 연락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피해자 한 분은 애가 타고, 변호사분과 지원 단체 측에서도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기소가 될지 불확실한 상태였어요.

모임에서 '우리가 직접 변호사를 만나보자. 계속 사건 진행 상황을 전해 듣고, 거기에 대해 우리 이야기를 전하고, 또 그 답변을 전달받는 식이니까 너무 오래 걸린다'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변호사분을 만나서 들은 얘기가, "안 그래도 검찰에서 마지막으로 낼 자료 있으면 내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탄원서를 내려고 했는데, 탄원서 마감 기한이 이틀 정도밖에 없었어요. "탄원서 제출 날짜 조금만 미룰 수 없느냐."고 물어서, 변호사분이 검사님에게 양해를 구해서 3일을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탄원서 부랴부랴 써서 연서명을 받았는데, 8천 명이 서명해 주셨어요.

기소 결정 압박을 주기 위해 북부지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 전까지 시위했는데, 하루 해보니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효율적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위 일정을 점심시간 중심으로 바꾸고 다시 시작했죠. 그런데 생업이 따로 있는 분들은 그 시간대에 일정을 내기가 어렵잖아요. 저는 당시 야간 근무 중이어서 평일 낮에는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주로 시위를 했어요. 저는 시위 끝나면 항상 검사실에 전화했어요. 기소 언제 나는지를 물어봤을 때 "5월 초에 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결과가 5월 중순이 돼도 안 나오는 거예요. 변호사님이 "느낌이 안 좋다."라고 하더라고요. "기소될 거면 빨리 될 건데, 빨리 불기소 못 하고 일정을 질질 끄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하니까, 조바심이 났어요.

시위 마지막 날, 페이스북에 하소연을 올렸어요. "오늘도 기소 났는지 안 났는지 연락이 안 왔네." 이런 내용으로요. 그날은 검사실에 전화를 안 했어요. 그리고 검찰청에서 나가려던 때 전화가 딱 오는 거예요. 검사실에서 "오늘도 시위했냐, 기소 어제 됐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기소 다음날에 1인 시위가 끝난 거죠.

그다음 저희가 할 수 있었던 건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었어요. 첫 공판 날, '이런 역사적인 날 그냥 재판만 할 수 없다. 기자회견 열자'고 해서 한여전이랑, 위원회랑 우리 모임이랑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이후 10차 공판까지, 재판 방청해서 진술 과정을 다 들었어요. 저는 피해자분들 증언을 들으면서 '이분들 참 멋있다'라고 생각했어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많잖아요. 그분들은 당당한 태도로 증언하시더라고요. 제가 그 입장이었다면 그렇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이름 하나 신문에 나가는 것도 쫄아가지고… 어떨 때는 기자분에게 "제 이름 빼주세요."라고도 했으니까요.

그중에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는데, 피고 측 증인 참고인으로 동료 교사분을 신청했더라고요. 그런데 가해자 측에서 참고인을 잘못 골랐던 것 같아요. 변호사가 그 교사분에게 가해자와 같이 근무했던 시기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물었는데, "내가 어제 주차를 2층에 했는지, 3층에 했는지도 모르는데 몇 년 전의 일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고 답했거든요. 바꿔 말하면,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말이잖아요.

검사가 가해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어요. 구형 수준이 낮다고 생각했죠. 게다가 보통 5년 구형이면 선고 때는 3년으로 줄어들거든요. 선고 전날, 정말 잠이 안 오더라고요. '형량이 얼마 나올까?' 계속 생각했어요.

그런데 1심에서 1년 반이 선고된 거예요. 3년의 절반밖에 안 나오니까 "헉." 하게 되더라고요. 바로 기자회견 해서 "가해자는 이 결과에도 항소할 거다."라고 입장을 밝혔죠. 다행히 검사 측에서 먼저 항소를 하셨더라고요.

오늘 인터뷰 오는 길에 항소심 재판부가 배당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제 곧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미투 관련해서 또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스쿨미투 백서'를 남기고 싶어요. 특히 '왜 스쿨미투 첫 선고까지 3년이나 걸려야 했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 변호사분이 "첫 고발 당시 가해자를 구속했으면 2018년도에 끝날 수도 있던 사건이다. 교육청이 가졌던 자료로 수사 의뢰를 했으면 사건 진행이 더 빨랐을 것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사건 진행이 길어지니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많이 겪어야 했어요. 그 와중에 사법 정의를 실현한 것도 대부분 피해자분의 몫이었어요. 사건 해결을 주도해야 할 교육부와 사법 당국은 뒤로 빠져 있었고요. 왜 사건 해결을 피해자들이, 그것도 청소년이 도맡아야 했는지 살펴야 해요.

스쿨미투라는 이름은 용화여고 이전에도 있었죠. 그런데 그때 고발된 사건들은 용화여고처럼 지속적으로 운동이 이어지지 못했어요. 연대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는 지점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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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관심 있게 보셨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공통 관심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닷페이스는 여성 차별에 관해 가장 실천적인 이야기를 해온 미디어입니다.

닷페이스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다룬 영상을 처음 알리면서 매체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꽃이 다 쌓이기 전, 지상파 방송사 카메라들이 도착하기 전, 그 자리에 가장 먼저 닷페이스가 있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나간 몇 번의 시위들이 떠오릅니다. 여성 혐오 살인부터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규탄 시위까지. 낙태죄 위헌 선고가 나던 그 날 우리는 헌법 재판소에 있었고, 텔레그램 성착취를 고발하던 때 닷페이스는 그 방에 있었습니다. 랜덤채팅앱으로 미성년자에게 성매수를 제안한 사람들을 직접 거리에서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시도해왔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경험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모아 제도 실험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가 주목해야 할 방향을 깊이 고민하며, 가장 실천적인 모습으로 계속 여성 차별의 현실을 말하겠습니다. 닷페이스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싶다면, 닷페이스 후원을 지금 시작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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