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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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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의 나날들

코로나19로 의식도 없는데, '완치 확인서' 발급?

[코로나19 위중증] "인공호흡기 단 환자를 강제로 옮긴다는 게 말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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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중증

에디터의 말

닷페이스팀 안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화상 회의에서 만난 동료는 증상이 거의 없고, 다만 방 안에 갇혀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경증 환자에게 격리해제는 '해방'을 의미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다. 후유증이 남아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의 코로나19가 치료된 것으로 본다. 대부분 경증 환자는 격리가 해제되면 축하를 받는다.

위중증 환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에게 격리해제란 어떤 의미일까? 그 후에는 어떤 일을 겪을까?

격리해제되었으니 코로나 '완치'?

민지씨의 어머니는 2021년 12월 24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로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음압병동에 입원했다. 12월 31일, 민지씨는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환자분, 격리병동에서 내과 중환자실로 이송되실 예정입니다."

당시 정부의 위중증 환자 격리해제 기준은 PCR 검사에서 3회 연속 음성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더이상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격리병동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다.

격리는 해제됐지만, 민지씨의 어머니는 여전히 위중한 상태였다.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도에 관을 껴(삽관) 인공호흡기에 연결했다. 담당 의사에 따르면 폐섬유화(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심각한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질환)가 너무 많이 진행됐고,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 회복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격리해제와 함께 돌려받은 어머니의 휴대폰. COOV(쿠브, 정부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반 코로나19 예방접종 인증 시스템) 앱을 열어 본 민지씨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 앞으로 '코로나19 완치 증명서'가 발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지씨의 어머니 노OO씨가 COOV 앱을 통해 받은 코로나19 완치 확인서. 질병관리청을 통해 확인된 확진일(2021.12.21.)과 완치 확인서의 유효 기간(2022.06.19.)이 적혀 있다.
민지씨의 어머니 노OO씨가 COOV 앱을 통해 받은 코로나19 완치 확인서.

"'완치'라고 하면 어떤 걸 상상하세요? 다들 걸어서 퇴원하는 걸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의료적으로 음압병동에 있을 때나, 일반 중환자실로 옮긴 후나 똑같은 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인공호흡기 끼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완치 증명서라뇨.

전파력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완치'라고 판단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몸속에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라졌을 수 있지만, 그 바이러스가 폐를 다 망쳐놓아서 아직 치료를 받고 있는데... '완치'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장OO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장씨의 아버지는 2021년 9월 17일에 확진되었고, 12월 10일에 사망했다. 그런데 사망과 관련된 서류를 떼러 보건소에 갔더니, 아버지가 사망일 한참 전인 격리해제일에 '퇴원'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저희 아버지는 위중증으로 입원하신 후에 병원 밖으로 못 나오시고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음압병실에서 격리해제되어 일반 중환자실로 옮겼던 그날 퇴원한 걸로 기록되어 있다는 거예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죠. 보건소에서는 원래 행정상 그렇게 표기된다고만 답변했어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그 시점에 격리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는 사람 수를 뜻한다. 격리해제가 된 순간, 위중증 환자 통계에서 제외된다.

즉, 어제보다 오늘 위중증 환자 통계가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환자의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부는 병세가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갔을 수 있지만, 민지씨의 어머니나 장씨의 아버지처럼 전파력이 없어 격리가 해제되었을 뿐,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기한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도 통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강제 전원'의 불안

팬데믹 2년 3개월 동안 위중증 환자의 격리해제 기준은 점점 짧아졌다. 처음에는 격리 일수와 상관없이 PCR 검사가 2회 이상 음성일 경우 격리해제됐다. 2021년 12월 17일, PCR 검사와 무관하게 증상 발생 이후 20일이 지나면 격리해제로 기준이 바뀌었다. 정부는 "증상 발생 이후 20일이 지나면 몸 속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의 없어진다는 학계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가 격리해제 지침을 변경한 시기는 1000~2000명대였던 일일 확진자 수가 4000~5000명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난 직후였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함께 늘어나는 신규 위중증 환자가 들어갈 격리병동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격리해제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2월 24일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 중증병상은 감염 전파력이 있는 환자의 치료 및 격리를 위한 병상이나, 감염 전파력이 없어졌음에도 일반병상으로 전원(병원을 옮김)·전실(병실을 옮김)·퇴원하지 않는 격리해제자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 중증병상에 위중한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격리해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격리해제자는 일반 병동으로 전실하거나 다른 병원의 일반 병실로 전원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20일 중증 환자 약 100명이 병원이나 병실을 옮기도록 권고받았다. 증상이 발현된 후 20일이 지나 감염력이 떨어졌는데도 '전원 명령'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원명령서는 중앙사고수습본부장 명의로 발부되어 보건복지부 장관 직인이 찍혀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 격리해제 후 전원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민지씨처럼 같은 병원의 일반 병실로 전실한 경우, 격리병동에서 CCTV를 통해 진찰을 받고 방호복을 입고 간호를 받던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라면 여러 진료 과목의 전공의들이 협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입원 중인 병원의 일반 병실에 자리가 없거나, 모든 병상이 격리병상으로 운영되는 코로나 전담병원에 입원했던 경우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상이 발생한 지 20일이 지나 감염 전파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증세가 악화돼 위중한 상태라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일 그 자체에 위험이 따른다.

심장박동수를 표시한 초록색 선과 뇌파를 표시한 파란색 선이 기계에 표시되어 있다.
구급차로 이송되는 환자의 모습.

건강 상태가 매우 불안정한 중환자를 병원 밖으로 옮기고, 구급차에 태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기도에 관을 꽂아 인공 호흡기를 연결했거나, 심지어 에크모(ECMO, 폐를 대신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빼주는 기기)에 의존해 호흡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국내에는 에크모를 단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구급차가 거의 없다.

조수진씨의 할머니 손귀례씨(94세)가 바로 이 시기에 전원명령 대상자가 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였다. 2021년 12월 20일 즈음의 일이다. 병원으로부터 격리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20일이 넘었으니 나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병원의 일반 중환자실로는 옮겨갈 수 없었다. 조씨는 담당교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는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는 게 말이 되나요? 평상시라면 일어날 일이 아니지 않나요?"

의료진은 "정부에서 명령을 내려서 이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조씨는 그들도 난감해한다고 느꼈다.

언론기사를 뒤지고 주변 아는 의사들에게 물어물어 정보를 찾아 보니, 의료진이 아직 격리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소명을 하면 입원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직장에 연차를 써가며 병원을 찾아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의료진에게 호소했다.

덕분에 이듬해 1월 3일까지 격리 중환자실 입원을 연장했다. 의료진은 "중환자실에서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간 덕분에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병원의 일반병동에 자리가 생겨, 병원을 옮길 필요 없이 격리 중환자실을 나올 수 있었다.

"의료진들도 난감했을 것 같아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전원시키면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테니까요.

환자들도 격리 중환자실이 좋아서 안 나가는 게 아니에요. 그 시점에서 무리하게 병원을 옮기는 건 할머니를 돌아가시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버틸 수밖에 없었어요." 5월 현재, 조씨의 할머니는 입원 중에 노출된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전문 재활병원에 가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최소한의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동한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 것도 문제다. 환자나 보호자가 이송할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지영(가명)씨는 이 과정이 "100% 강제적이었다"고 느꼈다.

김씨의 어머니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로 2022년 2월 18일 수도권의 한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에 입원했다. 3월 9일은 김씨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인공호흡기를 뗀 날이었다. 이날 병원 측은 김씨에게 "내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니 바로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저보고 요양병원을 알아보라고,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린 거라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

김씨는 병원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이제 막 인공호흡기를 뗀 어머니가 중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가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전원을 하더라도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으로 옮겨달라고 간청했다.

환자나 보호자는 이송될 병원을 선택할 수 없었고, 의료진의 통보를 기다려야 했다. 보호자는 언제, 어디로 이송 가능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김씨는 하루종일 병원에서 올 전화를 기다렸다.

드디어 전화가 왔다. 다행히 요양원이 아니라, 일반 중환자실이 있는 2차 병원(100개 이상의 병상, 7개 또는 9개 이상의 진료과목과 이에 따른 전문의를 갖춘 병원)으로 이동이 정해졌다는 소식이었다. 3월 9일, 처음 전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이후, 이 모든 결정이 24시간만에 이루어졌다.

병원 측에서는 만약 김씨가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환자를 보호자 없이 이송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김씨의 어머니 이외에도 두 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보호자 없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면서.

"어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상태가 나아졌고, 일반병실에서 재활을 하고 계셔요. 우리보다 힘든 사람들이 많아요. 환자의 치료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20일이 지났으니 '방 빼'라고 하는 전원 명령이 정말 문제라고 느꼈어요."

심지어 강제로 옮긴 병원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환자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요. 전파력이 아직 남아 있을까봐 우려됩니다. 우리 병원은 코로나 전담병원도 아니고, 에크모도 없어요. 원래 있던 병원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걸로 보건소에 얘기하겠습니다."

날벼락이었다. 전파력이 없어져서 강제로 병원을 옮겼는데, 전파력이 걱정되어 다시 돌려보내겠다니. 김씨와 가족들은 밤새 울며 어머니를 받아줄 만한 다른 병원을 찾았다. 찾아낸다고 그 병원으로 갈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다행히 병원에서 생각을 바꿔 입원을 결정했다. 악몽 같은 전원 절차 끝에 간신히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22년 1월 말, 일일 확진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고, 2월을 지나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10만명을 넘어섰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보다 위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적다. 그러나 동시에 감염력은 훨씬 강하다. 예를 들어 오미크론이 위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4분의1이라고 해도, 확진자 수가 40배 증가한다면, 결과적으로 위중증 환자는 10배 증가한다. 국내 확진자 수는 2022년 1월 3000~4000명대에서 3월 최대 40만여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따라서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면 신규 위중증 병상 확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3월 8일, 위중증 환자 격리해제 기준은 증상 발현 후 7일로 바뀌었다. 일주일 만에 병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위중증인 상태로 병실 또는 병원을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전원 명령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도 자주 불거지는 이슈다. 코로나19가 위중증으로 진행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치료와 회복에 관련된 정보는 예방, 백신, 경증치료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은 직접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여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갑작스런 전원 명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도 괜찮은 건지, 상태가 너무 안 좋은데 다른 방법은 없는지… 200명이 넘는 보호자들이 전원에 대한 혼란과 불안, 돌파구와 해결책을 주고 받는다.

정부는 전원과 이송 문제로 힘들어하는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닷페이스에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지속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로 사망률도, 위중증 환자의 수도 높지 않다. 호흡기 악화로 사망하는 것보다 기저질환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 여태 치료받던 병상에서 지속적으로 협업을 통해서 호흡기 질환 치료만 부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보호자들이 현장에서 겪은 것과 동떨어진 답변이었다.

격리해제 이후에는 '기저질환' 치료다?

격리해제 이후 또 하나 달라지는 점이 있다. 바로 치료비다.

국가는 선의나 동정으로 국민의 코로나19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으로 인해 입원 등의 치료를 받는 사람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내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 입원·격리치료 및 재택치료는 감염병이 타인에게 전파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에 국가 및 지자체는 감염병의 전파 및 확산을 방지하고자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대응지침'에 따른 의사환자(일부), 보건소에서 입원·격리통지서를 발급받은 확진환자는 지원대상에 해당합니다.
  • 코로나19에 관련된 입원치료, 재택치료, 조사, 진찰 등에 드는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이외 코로나19에 관련되지 않은 비용은 자부담 대상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여기서 '입원치료'의 의미를 코로나19 격리병상에 입원한 후 격리해제 이전까지의 치료로 규정했다. 실제로는 환자가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증상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격리해제 이후에 행정상 '퇴원'으로 표시되고, 코로나19 '완치' 증명서가 발급되는 모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왜 격리 중일 때만 치료비를 지원할까? 3월 8일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예방법에 따라 지원되는 비용은 강제격리로 인한 병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예를 들어 암 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코로나19 감염은 종료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중증 암에 대한 치료를 할 경우,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국가지원예산의 타당성과 형평성에 논란이 생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격리 이후 기저질환으로 인한 치료비는 지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증상 또는 코로나19로 인한 바이러스 배출에 의한 후유증 등에 대해서는 의료 현장의 판단에 따라서 계속적으로 국가가 지원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종료됐다고 판단된 순간 별도의 질환에 대한 치료는 통상적인 국민들과 같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그 외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기저질환 여부로 치료비 지원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후유증이든 아니든, 코로나19 감염이 종료됐다고 판단한 순간, 즉 격리해제된 순간부터 치료비 지원은 끝난다는 것이다.

민지씨의 어머니는 코로나19에 걸리기 전, 고혈압 치료약 이외에 다른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코로나19에 걸렸고, 격리해제가 된 이후, 민지씨에게 필요한 치료비는 기저질환이었던 고혈압 치료비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질환 치료비다.

"저희 어머니는 다른 장기에 이상이 없었어요. 신장도 튼튼하셔서 장기간 입원 중에도 투석조차 받지 않았어요. 입원 전에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전혀 없었고요. 친구들도 만나시고, 저희 집에 반찬도 갖다 주시고… 코로나19와 무관한 기저질환 치료비를 지원해 달라고 우기고 싶은 게 전혀 아니죠."

그래도 일반 국민들처럼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감당할 만한 금액이 아닐까? 민지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민지씨의 어머니는 의료급여 수급자다. 소득이 적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중에도 국민건강보험료의 자기 부담 금액이 가장 적은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4개월 동안 입원하고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총 5030만원이다. 환자의 호흡을 돕는 기계인 에크모 관련 비용부터, 중환자실 입원비를 포함하는 비용에, 비급여 항목이 있는 데다, 신약을 써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민지씨의 어머니 노OO씨가 받은 진료 영수증. 진료기간이 2021-12-31~2022-04-29로 표기되어 있다. 진료비 총액은 349,612,119원, 환자 부담액 총액이 50,347,860원으로 적혀 있다. 사진상에서 산정된 비급여 항목은 총 7개다.
민지씨의 어머니 노OO씨가 받은 진료 영수증. 환자 부담액 총액이 50,347,860원으로 적혀 있다.

"사실 치료비 얘기를 꺼낼 생각이 없었어요. 어차피 제가 감당해야 되는 돈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숫자가, 제 재산 규모를 넘어선 액수가 찍히기 시작하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서 SNS에 치료비 영수증을 찍어 올렸더니 주변 사람들도 깜짝 놀랐어요. 미국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걸려서 이렇게 치료비가 많이 드는지 몰랐다고요."

민지씨는 결국 치료비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위중증 환자 보호자 카톡방에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 많으세요. 다들 자동차부터 파시더라고요. 장기적으로 갈수록 감당을 못 할 금액이 돼요."

그러나 천문학적인 치료비보다도 막막한 건 격리해제 이후에는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실이다.

"정부가 전파력이나 감염 위험성만 관리한다고 느꼈어요. 전파력이 없어졌다고 판단되는 순간, 아무 정보도 가이드도 지원도 없는 허허벌판으로 쫓겨나는 기분이에요.

오미크론 이후에 방역 당국에서 '위중증환자 위주의 방역'이라는 말을 많이 했잖아요. 그건 그냥 신규 위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격리병상 가동률을 잘 관리하겠다는 의미 같아요.

모든 행정 시스템이 눈에 보이는 격리병상 가동률, 격리해제가 되면 배제되는 위중증 환자 통계 위주로만 돌아간다고 느꼈어요. 그 숫자 뒤에 있는, 진짜 재난과 싸우고 있는 위중증 환자나 보호자를 위한 치료나 인도주의적 관점이 너무 부족해요."

민지씨의 어머니는 2022년 4월 29일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민지씨의 어머니는 포함되지 않는다. 왜 코로나19로 사망했는데,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들어가지 못할까? 마지막 편에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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