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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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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의 나날들

우리 가족에게 코로나19는 감기가 아니었어요

[코로나19 위중증] "숫자 뒤에 사람이 있는데, 늘 숫자만 이야기해요"

코로나
코로나19
위중증

"국민들께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주신 덕분에 현재 오미크론의 유행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위중증 환자, 병실 가동률 등 모든 지표가 나아지며 의료 체계도 충분한 여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나 이제 다시 일상회복을 조심스럽게 시도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역 상황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하여 오늘 중대본에서는 4월 18일, 다음 주 월요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022년 4월 15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1년 반 동안 적용해오던 영업 시간이나 사적 모임 제한은 모두 사라졌다. 정부는 앞으로의 코로나19 대응은 "일상 속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질병이 아니었다. 사회 전체가 함께 맞서는 질병이었다. '코로나 시국' 2년 3개월 동안 1610만여명이 확진됐고, 2만여명이 사망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 구성원은 여러 번 집단적인 경험을 했다. 매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누구에게나 적용됐기에, 약속을 미루고 회식을 없애고 재택근무를 했다. 너도나도 백신을 신청하다가 온라인 플랫폼 서버가 마비됐다. 코로나19는 나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라는 감각이 생기는 지점들이었다.

오미크론 이후, 코로나19 확진은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 가운데 확진자가 폭증했다. 대부분 경증이었다. 확진 결과와 함께 보건소에서 날아오는 문자 메시지가 시키는 대로 집에 있다 보면, 자가격리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증상은 제각각이었지만 다들 비슷한 말을 했다. "코로나19는 이제 감기랑 똑같은 것 같아." "차라리 빨리 걸리면 좋겠다. 조금만 아프고, 회사 일주일 쉬고 싶다." 심지어 중고 거래 앱에는 확진자가 쓰고 다닌 마스크, 코로나19 양성이 표시된 자가진단키트 판매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그러나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가족들이다.

가족이 확진되는 시점까지는, 이들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경증으로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이 때문에, 기저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기 전이라서, 또는 단순히 운이 없어서… 때로는 누구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경증이 아닌 중증 증상이 이어졌다.

그때부터 이들의 세상은 경증으로 끝난 사람들과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이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진다. 게다가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음압병동에 격리된다. 곁에서 간병조차 마음껏 할 수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새롭다 보니 치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와는 달리, 이들에게 '일상 회복'은 먼 이야기다.

닷페이스가 만난 사람들은 가족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된 뒤, "매일매일이 만우절 거짓말 같다"고 토로했다.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처럼 생각하고, 걸려도 별 일 없을 거라고 말할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사망자 유가족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한 충분한 위로나 애도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오히려 어디서 걸렸냐, 백신은 맞았냐, 추궁을 더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혼자서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고립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함께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도, 주간 평균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200명이 넘는다(4월 20일 기준).

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보호자는 간곡하게 말했다.

"뉴스에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에 대해 다룰 때는 늘 숫자만 이야기해요.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이 줄었다, 위중증 환자 숫자가 몇 명이다…

정부가 '위중증 환자 위주의 방역을 하겠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 숫자를 '관리'하겠다는 걸로만 들려요. 이미 위중증으로 진행된 환자의 치료나 회복을 도와주는 정책은 정말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그 숫자 하나하나 뒤에 사람이 있어요. 어제보다 몇 명 줄어들었다고 해도, 계속해서 사람이 심하게 아프고 죽어가고 있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그걸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뉴스를 잘 못 보겠더라고요.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숫자가 나오면, 그게 다 엄마 얼굴로 보여서…"

2022년 4월 셋째 주, 이 숫자는 더 늘어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규 위중증 환자는 634명, 사망자는 1135명이다.

닷페이스는 숫자 뒤에 가려져 충분히 말해지지 않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가족들의 경험을 들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거나 경증으로 지나간 사람들은 모르는 세계가 거기 있었다. 그들만의 공통된 경험은 무엇인지, 시기마다 달라지는 방역지침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무엇이 가장 상처가 되고 고립감을 야기했는지 기록했다. 한국 사회가 코로나19를 어떻게 겪어냈는지 돌아볼 때, 이들의 경험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의 경험을 획일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각양각색의 경험 중에서, 닷페이스는 정부가 만든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이 잘 돌아갔던 최선의 경우보다는, 무언가 놓치고 빠지고 제외되어 곤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코로나19 위중증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공통된 경험을 분류했다. 크게 확진 초기 시점의 대응, 격리해제 후로 나눴다. 마지막으로 사망자 유가족들 중 코로나19로 사망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는 일방적인 행정 처리를 겪었던 사람들을 만났다. 뉴스에 나오지 않았던 코로나19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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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 한슬
    한슬
    취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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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의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