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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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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16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의 나날들

엄마가 갑자기 숨을 못 쉬었어요. 그리고는...

[코로나19 위중증] "입원도, 치료도, 간호도 모두 고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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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엄마가 갑자기 숨을 못 쉬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이른 아침부터 민지씨의 전화기가 울렸다. 며칠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격리 중이던 70대 어머니 노OO씨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몸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숨이 차는 게 느껴졌다.

보건소에서 아무 안내도 못 받았어? 엄마한테 온 문자 나한테 보내봐.

민지씨는 어머니가 받은 재택치료 안내 문자를 확인하고는 보건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아침 일곱시였다. 민지씨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재택치료 중인 환자인데, 숨이 안 쉬어져요. 구급차를 불러주세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19종합상황실에서는 관할구역 재택치료관리팀과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해 환자 정보를 공유한다. 이에 따라 응급 이송이 필요한 환자라고 판단하면 적정 병원으로 이동한다. 환자가 얼마나 위중한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건소와의 전화 연결에 실패한 민지씨는 직접 응급차를 불렀다. 재택치료 대상자를 위해 운영한다던 24시간 핫라인은 민지씨에게 무용지물이었다.

대개 코로나19 확진자는 인후통이나 기침, 가래 등을 호소한다. 노씨에게는 이 같은 증상을 넘어 호흡 곤란이 왔다. 혈액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이때 산소포화도는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혈액 내 산소 비율을 뜻한다.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구급차에서 노씨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결과 50~60%가 나왔다. 정상 범위를 한참 벗어난 수치다.

침대 위에 이불이 덮여 있고, 그 아래 사람의 왼손이 힘없이 늘어져 있다. 검지손가락 끝에 하얀색 집게 같은 기계가 달려 있다.
구급차에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산소포화도의 정상 범위를 95% 이상으로 규정하고, 95% 미만 수치가 반복적으로 측정되거나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를 응급 상황으로 본다. 2020년 3월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도 산소포화도 90% 미만의 경우를 중증 폐렴으로 규정하고 중환자실 입실을 권고한 바 있다. 산소포화도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시중에서 파는 측정기로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포털에서 발행한 산소포화도 수치와 상태. 산소포화도가 95~100%면 정상 범위다. 91~94%면 저산소증 주의 상태다. 81~90%면 저산소증으로 인해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수치다. 80% 이하면 매우 심한 저산소증이다.
산소포화도 수치에 따른 상태.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포털, 2022.3.7.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중증도 분류 기준. 경증 이하, 중등증, 위중증, 사망으로 환자의 상태를 분류하고 있다.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중증도 분류 기준.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지자체용) 제13판, 2022.4.25.

재택치료의 맹점

노씨와 함께 확진된 배우자의 격리해제 다음 날, 딸 민지씨는 노씨의 집으로 갔다. 어머니의 퇴원을 기다리며 청소를 하던 중 어머니 이름이 적혀 있는 여러 개의 약봉투를 발견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각 병원에 문의했다. 그러자 노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심한 감기 증상으로 동네 병원 두 곳에 다녀왔지만 그중 어느 곳에서도 PCR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호전의 기미가 없던 노씨에게 지인이 코로나19 양성 검사를 해보라고 조언해 그제야 지역 보건소에서 검사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어서 민지씨는 확진 판정 이후 보건소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오간 대화도 확인했다. 노씨의 휴대폰에 자동 통화 녹음 기능이 작동한 까닭이다. 보건소에서는 그의 어머니에게 생활치료센터에 갈 것인지, 재택치료를 받을 것인지를 물었다.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노씨가 묻자 담당 직원은 "집에 있을 건지 아니면 다른 데서 격리를 할 건지를 정하시면 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노씨는 집에 있는 것을 택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자의 상태, 병상 현황 등을 고려해 질병청장,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이 재택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민지씨의 어머니가 재택치료 중이던 때,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재택치료지침 제5판(2021.12.13 발행)에는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따라 관할구역의 재택치료추진단이 유선 전화나 재택치료자 애플리케이션으로 매일 확진자의 증상을 살핀다. 앱 사용법을 해당 앱에 생체 신호(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등)를 입력하면 환자의 상태가 담당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1일 2회 유선 모니터링을 원칙으로 하되 모바일 앱에 생체 신호를 매일 입력하는 경우 전화 진료는 1회로 대체될 수 있다.

재택치료가 원칙이라고는 해도 예외가 있다. 관할구역의 재택치료추진단은 확진자의 주거형태, 의사소통 및 스마트폰 활용 능력 등을 확인하고 재택치료 여부를 정한다. 해당 확진자가 소아·장애·70세 이상 등 돌봄이 필요하지만 보호자와 공동격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되면, 생활치료센터를 포함한 병상에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민지씨는 어머니의 휴대폰 통화 녹음 내역에서 보건소 담당자가 노씨에게 애플리케이션을 쓰라고 권한 것을 확인했다. 통화에서 노씨가 앱을 쓸 줄 모른다고 말하니 보건소 담당자는 "그러면 하루에 전화를 두 번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노씨는 재택치료 기간 동안 하루에 한 번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용 가운데에는 재택치료자가 폭증하면서 전화할 곳이 너무 많아 제때 확인을 못 하고 있다는 양해의 말도 있었다.

노씨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을 당시 그의 배우자도 확진되었다. 배우자는 등록 장애인이다. 70대인 이들 부부는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능숙하지 않다. 게다가 노씨는 그간 고혈압 약을 복용해온 기저질환자다. 둘만 사는 집에서 사실상 서로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재택치료 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다.

민지씨가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 이틀 전, 노씨는 보건소 담당 직원에게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가래에 피가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선상 별도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날 보건소에 두 번에 걸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오후 다섯시가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앱 사용법, 산소포화도 측정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전화였다.

민지씨는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왜 재택치료라는 이름으로 노씨가 집에 방치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지만, 암 환자와 기저질환 환자도 재택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답만 들었다.

애초에 동네 병원에서부터 진단이 잘못되었다. 노씨는 감기 기운으로 동네 이비인후과 두 곳에 들렀지만 아무도 코로나19를 의심하지 않았다.

결국 병원도, 보건소도 마땅한 답을 주지 않았다. 재택치료와 온라인 원격 진료 같은 환자용 초기 대응 시스템이 모든 세대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간과되었다.

노씨는 한국의 코로나19 3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11~12월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위중증 환자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확진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초기 대응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진작 병상을 배정받아야 했을 고위험군 환자가 재택치료자로 분류되어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다. 2022년 4월 29일, 노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입원도, 면회도, 간병도, 쉬운 게 하나 없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환자관리반을 운영한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관할구역 보건소 의료진이 관리하는 체계다. 환자관리반은 중증도분류팀과 병상배정팀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환자를 필요한 치료 수준에 따라 경증・중등증・위중증으로 구분하고, 연계된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보낸다.

이 시스템이 이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환자관리반에서 앱과 전화 상담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중증도를 판단하고, 코로나19 전담 병원의 병상을 파악하여 환자를 입원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이 언제나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씨의 경우 호흡 곤란을 호소한 시점이 이른 아침이다. 지역 보건소와 소통이 불가능한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딸 민지씨가 직접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동했다.

119 구조대의 구급차 문이 열려 있다. 그 앞에 구급대원 두 명이 서 있다.

확진자가 늘면 위중한 환자의 수도 늘어난다. 최악은 병상이 없어 입원할 수 없는 경우다. 보건 당국은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위중증 병상 숫자 관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일 경우 상황은 열악했다. 확진자가 폭증했던 2022년 3월 17일, 전국 코로나19 위중증 병상 가동률은 66.5%였지만, 전라남도 광주의 병상 가동률은 98.1%로 포화 상태였다.

무사히 입원을 했다는 건 음압병실에 격리되었다는 뜻이다. 감염병 환자를 격리해 치료하는 시설로, 실내 기압이 외부보다 낮게 유지되어 공기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한 특수 병실이다.

2022년 3월,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자 방역 당국은 일반병실에서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허용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음압병실은 코로나 전담 병원, 그리고 대학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에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방역 당국이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를 대비하기 위해 2020년 5월 음압병실을 83개 확충했다고 밝혔다.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일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과 다르다. 치료도, 간병도 훨씬 어렵다. 의료진은 항상 방호복을 입고 출입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의료진의 출입은 물론 보호자의 면회도 통제된다.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임종면회조차 CCTV로 이루어진다. 문OO씨는 지난 12월 코로나19로 입원한 아버지(70대)를 떠나보내기 전까지 52일간 면회를 네 번 했다. 그중 세 번의 면회는 CCTV로 이루어졌다.

환자가 병원에 격리된 뒤로 의료진과 소통이 매우 어렵다고 느낀 보호자들도 있다. 오O민씨의 아버지(70대)는 코로나19 전담 병원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욕창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위해 기저귀와 패드, 면도기와 물티슈 등을 한 상자씩 보내라고 했다.

20만원어치를 보냈는데, 병원에서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어요. 하나도 못 받았다는 거예요. 택배사에서는 잘 보냈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보냈는데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오O민씨는 두 달 만에 면회가 허용되어 아버지를 만났다.

입원 전에는 말끔했는데, 하얀 수염이 산신령처럼 가슴까지 자라 있었어요. 아빠가 내버려진 느낌이었어요.

병원 측에서는 환자를 위한 물품을 요청할 때, 환자의 인공호흡기 사용 동의를 구할 때, 병실을 옮길 때만 연락을 해왔다.

"코로나 전담 병원이라고 했을 때, 저는 코로나19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병원이니까 더 잘해주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 같아요. 완전히 오해했어요. 코로나19 환자를 전담으로 '격리'하는 병원일 뿐이에요. 오히려 상처만 받았어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입원 과정에서 병원을 선택하지 못한다. 음압병동 병상이 남아 있는 병원으로 배정된다. 그러다보니 병원의 규모나 전문 분야에 따라 치료 역량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폐섬유화(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질환)가 심해지면, 에크모(ECMO, 혈액 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기계)를 연결해 호흡을 보조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전담 병원 중에는 에크모가 갖춰져 있지 않은 병원도 있다.

오O민씨는 아버지가 병원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면 호흡기내과에 전문성을 가진 대학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자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중증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건 병원 측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도, 치료도, 간호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보호자가 겪는 일이다.

오씨의 아버지는 코로나19 전담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하고 2021년 12월 3일 사망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병원이 말을 바꿔서, 제가 보내드렸던 물품을 못 받은 게 아니라 받았는데 음압병실로 보낸 물건이라 전부 폐기됐을 거라고 했어요. 폐기할 거면 왜 보내라고 했는지… 음압병실의 물건은 모두 폐기한다는 지침 때문에 아버지가 입원하실 때 입으셨던 옷과 물건조차 돌려받지 못했어요."

감염병은 개인만의 질병이 아니다. 온 사회가 겪은 질병을 당국이 여러 의료기관과 협력해 원칙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규정이 있어도 환자 관리 체계가 어느 현장에서나 고르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는 위중한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보다 가혹한 일이다.

팬데믹 시대, 나와 가족 누구든 아플 수 있었다. 남들보다 더 아플 수도 있었다. 그때 해결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병상이 배정된 병원의 의료 자원이나 환자 관리 수준에 대해서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보호자는 직접 의료진을 찾아야 했고, 무한정 대기해야 했으며, 환자의 관리 상태를 몰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은 대개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이다.

힘들게 병상을 배정받았다고 해도 여기가 끝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에는 격리 기간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격리 해제가 곧 '코로나 해방'을 의미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규정된 격리 해제 기간이 끝나도 몸이 회복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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