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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성교육 제대로 안 하나?
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
2021-10-28

요즘도 성교육 제대로 안 하나?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성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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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청소년

에디터의 말

그냥 비디오를 하나 틀어줬던 것 같다. 임신을 하고, 주 수에 따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열심히 보여줬지만,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무엇이 성폭력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싫어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라고만 했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성교육을 받기 싫어했다. 푹 자도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받은 성교육은 대충 이런 식이었다.

지금은 다를까? 2021의 청소년들은 나보다는 나은 성교육을 받고 있을까? '구린 성교육'이 무엇인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그럼 정작 '좋은 성교육'은 뭘까?

이 질문을 최전선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전국의 청소년성문화센터 활동가들을 찾아가봤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여성가족부, 지자체, 민간기관이 협력해서 만든 성교육 전문 기관이다.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성 인지적 성교육을 목표로, 전국 곳곳에 58개가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체험관 성교육, 학교나 기관에 찾아가는 성교육, 청소년 성 상담 등을 진행한다.

듣기만 하지 않고 체험하는 성교육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에게 할 수 있는 체험형 성교육이 뭘까? 우선 나와 너의 경계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나와 타인의 보이지 않는 비눗방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 사람이 들어 있는 영상을 보여준다.

"우리 몸을 둘러싼 비눗방울이 있어. 다른 사람의 몸을 허락받지 않고 만지면 이 비눗방울이 빵! 터져."

내 몸의 결정권이 어디까지인지를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결정권과 자유권도 존중할 수 있도록 '경계'를 인지하는 교육이다.

이 교육을 여러 번 진행해본 울산 청소년성문화센터 김수지 팀장에게 유난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비눗방울 교육이 끝나고 나서였어요. 한 아이가 옆의 친구에게 갑자기 손을 잡혔나 봐요. "어! 지금 내 비눗방울 터졌어."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우리의 교육 의도가 잘 통했다고 느낀 순간이었어요."

울산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교육하는 장소를 '강의실'이라고 부르지 않고 '체험관'이라고 부른다. 어린이집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청소년이 성교육을 받으러 방문한다. 학교 단위로 오기도 하고, 개인들이 신청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사춘기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공간은 '공사장'을 컨셉으로 꾸몄다. 청소년은 성장해가는 과정 중에 있고, 이때 방향성, 경험, 관점,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벽에 걸린 삽과 안전모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삽질(쓸모 없는 일)도 경험이야. 그러니까 안전하게!"

울산 청소년성문화센터 체험관 중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 프로그램 교구들.
울산 청소년성문화센터 체험관 중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 프로그램 교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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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 때 궁금할 만한 질문이 먼저 붙어 있고, 답이 쓰여 있다. "월경색이 검은데 왜 그럴까?" "나는 키가 작은데, 월경이 시작되면 키가 크지 않을까?" "포경 수술은 꼭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좌우 가슴 크기가 다른데 이상한 걸까?"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 프로그램 교구 중, 다양하고 생생한 질문과 대답들.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 프로그램 교구 중, 다양하고 생생한 질문과 대답들.

아예 직접 질문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체험관 한쪽 벽이 교육 참여자들의 질문으로 꽉 차 있다. 강사들은 교육 참여자의 모든 궁금증과 호기심에 과학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체험관 벽을 꽉 채운 초등학교 5학년들의 질문들. "남자는 왜 임신을 못하나요?" "성별은 왜 여자와 남자로 나뉘어지나요?" "성은 왜 부끄러운 건가요?"
체험관 벽을 꽉 채운 초등학교 5학년들의 질문들. "남자는 왜 임신을 못하나요?" "성별은 왜 여자와 남자로 나뉘어지나요?" "성은 왜 부끄러운 건가요?"

"대답을 못하는 질문은 없나요? 이런 건 지금 가르쳐주긴 너무 이르다든지." 김수지 팀장에게 물었다.

"음…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가 궁금해하는 것에 충분히 대답해주려고 해요. 그게 그 나이 때 알아야 할 가장 적합한 지식이 아닐까요?"

중고등학생부터는 피임 도구를 직접 보고 만지면서 사용법을 배우거나, 데이트 폭력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행동을 두고 이건 사랑인지, 폭력인지 골라보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말한다.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강요한다." "외모나 성격 등을 비난하는 표현을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중학교 1학년 이상을 위한 <그러니까 이것이 피임이군요!> 프로그램 교구. 콘돔, 경구 피임약, 응급 피임약 등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이상을 위한 <그러니까 이것이 피임이군요!> 프로그램 교구. 콘돔, 경구 피임약, 응급 피임약 등을 실제로 볼 수 있다.
<함께할 수 없는 두 이름, 데이트, 폭력> 프로그램 교구. 구체적인 상황을 읽고 이것이 사랑인지, 폭력인지 자신의 생각에 막대기를 넣는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한다.
<함께할 수 없는 두 이름, 데이트, 폭력> 프로그램 교구. 구체적인 상황을 읽고 이것이 사랑인지, 폭력인지 자신의 생각에 막대기를 넣는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한다.

사실 나는 한 번도 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배우지 못했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성교육

왜 이런 교육을 학교에서 하지 않고 청소년성문화센터라는 전담 조직을 만들어서 하는 걸까? 서울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조민정 팀장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성교육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진짜 실질적으로 궁금해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기도 하고요.

또 성교육이라고 하면 성적 행위만 다룬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이 있잖아요. 좀 더 확장되고, 다양성을 반영한,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예를 들면 학교 성교육에서 가족의 탄생을 대체로 임신과 출산 중심으로만 다루잖아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임신을 통해서 소중한 네가 태어났어요.' 이렇게만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많다고 느꼈어요.

사실 임신과 출산을 통해서만 가족 관계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입양을 통해서도 가족이 될 수 있고요. 꼭 아이를 낳아야만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1인 가족도 있고, 비혼 가족도 있고, 한부모 가족도 있고, 성소수자 가족도 있고, 조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도 있고.

이런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관계가 있다는 것, 모든 가족의 형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까지, 교육의 내용을 확장해서 이야기하려는 거죠."

서울 동작청소년문화센터는 청소년을 '교육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들이 '성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자원과 환경을 마련해주고자 한다. 동작센터 활동가에게 '성적 주체'라는 건 무엇인지 물어봤다.

"어떤 행동의 '주체'라고 하면, 내가 나한테 맞는 걸 잘 알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청소년들은 성적인 영역에서 무조건 배제함으로써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아요. 성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다뤄지지 않는 거죠.

그중에서도 성소수자 청소년은 아예 존재가 지워지고, 여성 청소년은 자신의 욕구를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여겨지고요.

결과적으로 성적 주체로서 필요한 정보나 자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거죠. 오히려 위험에 처하거나 방치될 수 있어요. 저희는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서,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에게 맞는 걸 찾고, 실천할 수 있게 도우려고 해요."

사실 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을 신청하는 사람부터가 부모나 교사 등 성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혹시 이런 내용은 빼줄 수 있나요?" "이런 내용을 강조해줄 수 있나요?" 하는 요청이 많다.

동작센터는 이래서는 청소년이 주체로서 궁금해하는 정보, 청소년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21년 8월, 아예 청소년이 직접 신청하는 온라인 기획 강연 <세상이 감춘 성교육, 청소년&성(sex)>를 열었다.

동작센터에서 진행한 온라인 기획 강연 <세상이 감춘 성교육, 청소년&성(sex)> 포스터.
동작센터에서 진행한 온라인 기획 강연 <세상이 감춘 성교육, 청소년&성(sex)> 포스터.

총 3강으로 진행됐다. 첫번째 강의 ❮일단 내 몸부터 알아보자❯에서는 성기와 신체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성기가 가진 성적 쾌락도 어떻게 보면 손, 발, 눈, 귀처럼 인간의 신체 일부가 보유한 기능일 뿐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성에 대한 환상이나 편견 없이 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려 했다.

두 번째 강의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들❯에서는 안전한 방식으로 내 욕망을 탐구하고, 타인과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특히 동의에 대해서 '예스' 또는 '노'로 한 번에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가 중요했다. 예를 들어 한 쪽이 피임 없는 섹스를 요구했을 때, 다른 쪽이 거절하지 못했다면, 이건 정말 동의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럼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더불어 피임과 성병 검사(STI,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강의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활동가에 따르면, 온라인인데도 채팅을 통해 정말 활발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강사가 실시간으로 채팅에 올라오는 질문에 답변하기도 했지만, 채팅창 안에서 청소년들이 서로 대신 대답해주고 대화하기도 했다.

강의 평가도 좋았다. "이렇게 자세히, 임신과 출산에 집중하지 않은 성교육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무 짱 재밌고 잘 알아듣게 설명을 잘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것,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너무 많았어요!" "여성 성기, 남성 성기라고 지칭하지 않고 정확한 부위의 명칭을 쓰는 것에 정말 놀라고 멋지다고 느꼈어요."

세 번째 강의 ❮섹슈얼리티 지도 그리기❯는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워크숍에 가까웠다. 30명 가까이 참여했던 1, 2강과 달리 7명만 참여했다. 내 성적 욕망이 무엇인지 구체화하는 '섹슈얼리티 지도'를 그렸다.

다양한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이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전 동의서를 받고 시작했다. 혐오나 차별 발언은 곧바로 통제할 것, 강의 내용은 엄격하게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 강의를 듣다가 심리적∙신체적 반응이 오면 운영진에게 반드시 도움을 요청할 것.

설명을 들어보니, '성교육'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정말 많다. 신체와 기능에 대한 과학적 사실부터, 존중∙동의∙협상∙차별∙폭력과 같은 사회적인 가치와 실천, 가족∙친구∙동거인∙연인∙동료와 같은 다양한 관계 맺기 속에서의 적절한 선, 그리고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욕망의 탐구까지.

모두를 위한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한다는 것. 생각보다 빡세다.

성교육? 중요하지. 근데 너무 '세게' 가르치지 마!

동작센터에서 진행한 온라인 강의 ❮세상이 감춘 성교육, 청소년&성(sex)❯는 '바른인권여성연합'이라는 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실제 교육을 하기도 전에, 강의 포스터를 보고 성명서를 낸 것이다. 다음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그들의 성명서 내용 중 일부다.

"소개된 강좌는 (중간 생략) 입에 담기도 힘든 적나라하고 음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얼핏 제목만 봐도 성관계와 성적 쾌락,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란한 내용의 교육을 청소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에 우리 바른인권여성연합과 41개 학부모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가 계획하는 청소년 대상의 성교육 강좌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이런 항의는 보수단체에서만 오는 건 아니다. 동작센터로 성교육을 신청하는 성인들도 비슷한 '걱정'을 한다.

"명확하게 "이건 가르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는 분은 거의 없어요. "너무 '세게' 교육하지 말아 주세요. 너무 노골적으로 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죠."

"그럼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여쭤보거나, 구체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을 알려 드려요. 그리고 각각의 교육 내용이 별개가 아니라 통으로 하나의 교육이라고 알려드려요. 예를 들어 자신의 욕망을 탐구하는 것은 가르치지 않고, 폭력 예방만 가르칠 수는 없다고요."

공감N교육성교육상담소 조아라 소장은 책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에서 학교 담당자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고 집에 가서 얘기했을 때, 부모님에게 그 어떤 감흥도 주지 않는 강의를 할 것."

그러니까 아이들이 "엄마, 선생님이 이렇게 얘기하던데, 이게 뭐야?"라고 질문하지 않는 성교육을 해달라는 것이다.

울산 청소년성문화센터에는 울산의 모든 초등학교 5학년이 성교육을 받으러 온다. 울산교육청은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때 15차시의 성교육을 받아야 하는 '성교육 집중학년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청소년성문화센터는 위탁기관으로 실제 교육을 맡고 있다.

집중학년제 시작 이후, 센터의 성교육 내용에 대한 공격적인 전화와 방문이 갑자기 폭증했다. 크게 두 가지 내용이었다. 동성애를 조장한다. 페미니즘을 가르쳐서 성차별을 조장한다(?).

익명을 요청한 울산센터 활동가는 이렇게 기억한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차별 경험에 대해서, '여자는/남자는 이래야 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걸 보고 항의하는 거예요. 그런 교육을 해서 성차별이 조장된대요. 지금은 이미 성평등한 시대라고요. 막상 아이들은 자기가 들은 말에 대해서 활발하게 이야기하는데요."

울산센터가 준비한 초등학교 5학년 집중학년제 교재 중 성평등에 관한 부분.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항의하는 학부모가 있었다.
울산센터가 준비한 초등학교 5학년 집중학년제 교재 중 성평등에 관한 부분.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항의하는 학부모가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공격은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 다양한 섹슈얼리티가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하기만 해도 동성애를 '조장하고' '가르치고' '주입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기독교 계열 유투브 채널인 KHTV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동성애 옹호∙조장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게시물을 꾸준히 올린다. 비슷한 내용의 민원전화가 몰리는 시기도 있었다.

성교육 내용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하센터의 설명을 들어보자.

"교육 진행 중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생각, 고민, 더 알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토론합니다. 이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질문이 자주 등장합니다. "동성애는 왜 하나요?" "제가 여자인데 여자가 좋아요. 이런 저도 괜찮나요?" "동성애하면 에이즈 걸리나요?" "친구들이 게이 같다고 놀려요." 성소수자 관련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성소수자들의 현실과 차별∙혐오의 실태 등, 아하센터 성교육에서는 모든 질문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어느 순간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에 대한 탐구와 혼란의 시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남자 여자라는 범주만으로 구분할 수 없는 존재(인터섹스, 트렌스젠더 등)가 있습니다. 성적 지향 또한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 등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거나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차별과 낙인·혐오를 만들어내고 용인하는 것입니다."

청소년성문화센터로서는 적은 인력으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공격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쏟는 것이 버겁다. 민원전화가 집중됐던 시기에는 2주간 아무런 업무를 못 봤다. 성교육을 신청했던 학교에서 민원을 받고 교육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다. 울산센터는 아예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모아 직접 교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연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대부분은 교육 내용에 납득했다. 어떤 학부모는 그 자리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페미니즘 교육을 하지 마라'고 주장하는 다른 학부모에게 맞받아치기도 했다.

"당신은 원하지 않으면 아이를 보내지 마세요. 나는 내 아이가 앞으로도 이런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데."

다음 세대의 성교육은 어때야 할까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성교육을 충분히, 제대로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밝혀지거나, 남자 연예인들의 볼썽사납고 추악한 사생활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쉽게 댓글을 단다.

"그거 다 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래. 성교육도 안 하고 뭐하고 있었어?"

하지만 정작 성교육 전문 기관인 청소년성문화센터의 환경은 열악하다.

"전국에 58개밖에 없잖아요. 모든 지역을 커버하지 못해요. 어떤 데는 이동형 센터라고 해서, 방문 교육을 신청하면 트레일러를 운전해서 산간벽지로 가거나, 배 타고 섬 지역에 가야 해요."

"울산센터의 2021년 국가 및 지자체 예산이 대략 1억 5천만원인데요. 10년 전에도 1억 5천만원이었어요. 시간은 없고, 점점 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예산은 10년째 동결. 발돋움을 못 하는 게 안타깝죠."

막상 부모들과 대화해보면 성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처음에는 그런 걸 많이 물어보세요. "초등학교 5학년인데, 꼭 성교육이 필요한가요?" 그러니까 성교육은 굉장히 충동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일탈적인 행동을 할 것 같은 청소년의 비행을 막아주는 도구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요. 설득이 돼요. 아이의 정서적, 신체적 안정과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구체적이고 자세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요. "그래도 절대 못 해요. 그냥 순결 교육 해주세요." 이런 분들은 저는 만나보진 못했거든요."

"결국 청소년을 교육하는 것보다 양육자를 교육하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청소년에게 배우는 순간도 있다. 아하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콘돔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피임이라고 부르지 말고, 안전한 성관계 방법이라고 해주세요."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콘돔은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는다. 성매개 질환을 예방하고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 한다. 그 이후로 아하센터에서는 피임이라는 표현 대신 안전한 성관계 방법이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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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 한슬
    한슬
    취재, 정리
  • 은나
    은나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