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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민
에디터
·
2021-12-30
대선후보인터뷰

주4일제, 프리랜서도 할 수 있는 건가요?

닷페이스가 심상정 후보를 만났다 [노동 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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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말

정치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거기서 피로를 느껴요. 내 삶과 별 관계가 없는 것 같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참 멀리 있는 것만 같고, 모르는 얘기만 하면서 서로들 시끄럽게 싸우기만 하는 것 같고.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닷페이스는 이 거리를 조금 좁혀보기로 했어요. 미래의 대통령과 1:1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고민과 개인을 둘러싼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고, 해결법을 묻는 자리를요. 정책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고요.

먼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를 만나요. 심 후보는 특히 취업 시장에서 '자기 탓'을 많이 하는 청년들에게 의구심을 풀고 생각을 바꿔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만연한 좌절감과 비관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겠다고요.

그렇게 자리를 만들어놔도 정치인과 독대하려면 용기가 필요할 것인데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차차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로, 대구에 사는 웹 소설 작가인 야기 씨가 대선 후보의 면전에서 우리가 처한 노동의 조건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인물소개

야기
야기

대구에 사는 웹 소설 작가다. 이전까지 공기업에서 일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주4일제를 약속했지만, 프리랜서인 자신은 물론 지역 기업에 다니는 고졸 친구들도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상정
심상정

2022년 제20대 대선 정의당 후보다. 야기 씨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해결할 수 있어요?

야기: 안녕하세요, 심상정 후보 님. 저는 야기예요. 웹 소설 작가로서 이야기를 쓰고 있기도 하고, 무언가를 야기하고 싶다는 뜻에서 제가 만든 별명이에요.

심상정: 악수해봐도 돼요? 어떤 얘길 하고 싶어서 오셨나요?

야기: 저를 구성하는 키워드가 굉장히 많은데, 제가 비수도권에서 자라오기도 했고 동시에 대학 비진학자이거든요. 한 번의 회사 생활을 하고, 이어서 웹 소설 작가라는 새로운 진로를 찾으면서 느꼈던 부조리를 고루 얘기해보고 싶어요.

심상정: 멀리서 오셨겠네요. 어디 살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요?

야기: 대구에 살아요.

2022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구에 사는 야기 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2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구에 사는 야기 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심상정: 서울과 비교해서 대구에 살면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한가요?

야기: 대구는 생활하기에는 좋지만 생존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에요. 물론 제도적으로 배움의 기회가 있긴 해요. 고용노동부가 국비 지원으로 여러 가지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수도권에서 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죠. 제가 필요로 하는 건 다 서울에 있어요.

대구에 산다는 건요, 이렇게 빈약한 인프라 속에서 산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수도권에서 하는 좋은 정책을 누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다 남 얘기 같아요. 특히 심상정 후보 님이 주4일제를 공약으로 발표했을 때 그랬어요.

심상정: 이해해요. 대구에서 기자 회견을 한 적이 있는데, "대구를 주4일제 모범 도시,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 했더니 기자들 반응이 싸한 거예요. 이런 반응이었어요. '여기는 중소기업밖에 없는데 무슨 소리야?'

제가 주4일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이래요. "너무나 좋고 꿈 같은 얘기지만 나하고는 관련이 없어." 그래서 이런 요청을 들어요. "5인 미만 사업장에 더 주력해주세요." 이렇게 주4일제라는 말만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죠. 금융기관, 공기업, 대기업에서나 혜택을 볼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야기: 한동네에서 일하는 제 친구들 대부분이 토요일까지 일하고 격주로만 쉬어요. 원래 토요일도 나와야 하는 건데 이것도 감지덕지하라면서요. 이런 환경에서 주4일제를 어떻게 실현할 건가요?

심상정: 지방에는 중소기업밖에 없다고들 하는데, 중소기업에선 또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하죠.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노동자가 너무 장시간 일한다는 거죠.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없으니 미래를 기약할 수 없고, 그러다가 그만두는 거거든요.

저는 주4일제를 우선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입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평균 노동 시간도 단축되고, 우리 청년들이 갈 만한 직장도 늘어요. 중소기업에 가는 게 스펙도 쌓고 미래를 위한 기회를 만드는 계기라는 걸 알게 되면 더는 청년들이 입사를 기피하지 않겠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가 여기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예요.

똑같이 주4일제를 해도 목표에 따라 방향이 확 달라질 거라고 봐요. 만약 주4일제 우선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삼는다면, 정부가 이런 기업에게 보험료와 세제 혜택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중소기업 직원 대상 자기 계발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도 있겠죠.

저는 신노동법을 공약으로 내놨어요. 특수 고용직,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직업군에게 동등한 노동권을 보장한 정책입니다. 저는 주4일제가 이것과 패키지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단지 주4일제를 앞당기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주4일제를 추진하면서 규모별 기본권의 격차와 학력별 격차를 해소하고, 장시간 노동의 관행까지 해결하려고 합니다. 노동권 문제를 이렇게 다 함께 묶어서 풀어나가려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노동법('일하는 사람의 기본법')은 심상정 후보가 2022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1호 공약이다(2021년 9월 1일 발표). 항목은 총 일곱 개로, 첫 번째 약속은 일하는 시민 모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심 후보가 규정한 일하는 시민에는 비정규직, 특수 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소상공인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약속은 주4일제 전환이다.

특수 고용직이란 사업주와 개인이 도급 계약을 맺은 경우를 말한다. 보험 설계사, 택배 기사, 가전 제품 설치 기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7월 1일부터 "특수 고용직에게 고용 보험을 적용하고 구직 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 급여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 전까지 특수 고용직은 이 혜택의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질문하는 야기 씨. 야기 씨는 심상정 후보가 공약한 주4일제에 의구심이 많다. 프리랜서인 자신은 물론 대구에 살면서 지역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또한 누리기 어려운 제도라고 생각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질문하는 야기 씨. 야기 씨는 심상정 후보가 공약한 주4일제에 의구심이 많다. 프리랜서인 자신은 물론 대구에 살면서 지역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또한 누리기 어려운 제도라고 생각한다.

대학 나온 사람이랑 똑같이 배우고 일해도 급여가 달라요

야기: 저는 웹 소설 작가가 되기 전까지 공기업에 다녔어요. 고졸 전형으로 입사해서 2년 반 만에 퇴사하기까지 대졸자보다 40~50만 원쯤 덜 받고 일했어요. 회사에선 4년 지나면 올려주겠다고 했죠. 처음에는 나는 대학에 안 갔으니까 당연한 대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대졸자 동료들은 대학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제가 모르는 특별한 직무 기술을 가진 게 아니었던 거예요.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이 일하고도 나보다 더 받는 사람들 틈에서 의문을 안고 결국 회사를 나왔어요. '동등하게 시작했는데, 나만 4년을 기다려야 동일 임금이 보장되는 게 정당한 걸까?'

심상정: 학력 차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나 많이 하죠. 저는 진정한 인식 개선을 이끌려면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차별은 눈에 보이는 근로 환경 차이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임금 차별에 있습니다.

적은 급여 앞에서 '내가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 이거 어디다 항의해?' 하다가도 '그냥 내가 그만두고 말지' 하고 체념하는 청년이 많아요. 이것은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일이고, 사회가 청년 세대에게 가하는 구조적인 압박이자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발표한 공약 가운데에 '공공 부문의 동일 노동과 동일 임금 실현'이 있어요. 임금 수준이 낮은 동일 업종을 살피고, 임금을 상향 평준화하는 방식으로 바꿔가는 것입니다. 현재 226개의 지자체가 있어요. 도서관 사서나 환경 미화원 같은 업종에서 임금 현황을 지자체별로 따져보니까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저는 이런 부분부터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기준을 사회적으로 확대해나갈 겁니다.

심상정 후보가 2021년 11월 발표한 '정의로운 노동 국가 비전'의 일부로, 이를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실현'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인 약속은 다음과 같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임금 체계 개편을 하려 합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향 평준화하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확대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격차를 줄여나가겠습니다."

프리랜서는 늘 후순위라니까요

야기: 지금은 웹 소설 작가가 됐어요. 카카오, 네이버, 리디북스 같은 곳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매출액의 최대 50%까지 뜯기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뜻이죠. 플랫폼은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유통 업체인데, 이렇게까지 과하게 가져가는 것이 마땅할까 싶어요.

게다가 플랫폼은 저작권 보호 의식도 없어요. 작품을 불법으로 유포하는 사람들을 규제할 줄을 몰라요. 콘텐츠 유료 결제가 시작된 이래 쭉 지속된 문제인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됐어요.

심상정: 그래도 공기업은 다른 직장에 비해 좋은 직장인데, 그걸 과감하게 두고 창의적인 직업을 선택한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야기: 저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은데 불안 요소가 너무 많아요. 주4일제를 약속하셨는데, 관리 감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같은 프리랜서한테는 너무 먼 이야기 같아요.

심상정: 당연히 그런 불안을 느낄 것 같아요. 회사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꼼수를 쓸 수 있어요. 직장인이 쓰는 근로 계약서마저 노동자 개인을 지키는 근거가 되지 못할 때가 많아요. 프리랜서라면 더 하겠지요. 프리랜서는 노동자 취급도 못 받지 않습니까? 개별 계약 관계로 일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근로 감독도 없으니 노동권이 유린된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는 누구나 똑같이 주4일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의 마감일도 주4일을 원칙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이 실현되려면 프리랜서가 쓰는 표준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갖도록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제가 계획한 주4일제는 프리랜서도 노동자로서, 계약하는 사용자와 노무 관계를 맺고 그것을 기준으로 나의 권리를 보호받도록 만드는 시스템이에요.

저는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또 시민들이 여기에 얼마나 힘을 보태주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야기 씨의 질문에 답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심 후보는 주4일제를 어느 직업이든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기 씨의 질문에 답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심 후보는 주4일제를 어느 직업이든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기: 사실 지금 연재하는 작가들은 주5일에서 주7일, 하루에 1편 이상 연재처에 업로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플랫폼 시장에서 형성된 금액이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그래요.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심상정: 지금은 일주일에 일곱 편을 연재하지만, 주4일 근무가 제도화되면 일주일에 네 편 이상 연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요. 프리랜서에게 당장 이런 의사 표현이 쉽지는 않겠지만,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되면 프리랜서 노동 조합도 만들 수 있죠. 촘촘하게 나의 권리를 챙길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거라는 뜻입니다.

'라떼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1983년에 제가 노동 운동을 할 때였어요. 그땐 노동이라는 말만 해도 빨갱이 소리를 들었거든요. 노동법이 있다는 걸 아는 노동자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 이후, 19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어요. 그때 몇 개월 사이에 노동 조합이 3천 개쯤 만들어졌거든요.

저는 지금 우리 야기 씨랑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시민이 많다는 걸 알아요. 프리랜서뿐 아니라 제가 방송사에 인터뷰하러 가면 작가들이 맨날 그 얘기해요. 다른 분야의 예술인들도 마찬가지예요. 프리랜서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정치 변화를 통해 가능성이 열릴 거라고 봐요. 제도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 제가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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