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면 계속 1인 가구로 살아야 하는 건가요?

성소수자면 계속 1인 가구로 살아야 하는 건가요?

닷페이스가 심상정 후보를 만났다 [주거 편]

2021년 12월 30일
에디터

에디터의 말

집값 얘기할 때마다 저는 좀 어지러워져요. 우리가 평생 제대로 만져보기 어렵고, 실감하기도 어려운 금액이 말로만 돌고 도는 것 같아요. 가진 건 별로 없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집에 대한 욕구를 포기하긴 어려워서 늘 한숨만 쉬게 되는데요.

주거라는 중요한 문제를 공동의 책임으로 알고 함께 답을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단연 가족이겠죠. 그런데 한국 사회에선 가족의 범위가 좁아요. 성인이라면 배우자나 부모 말고도 친구나 애인과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 살면서 먼 미래를 계획할 수도 있는데,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이런 관계를 아직 확실하게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특히 삶의 동반자가 동성일 경우에 그래요.

이전에 야기 씨, 양감 씨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독대해 노동에 관한 질문을 던졌지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인 의현 씨는 주거와 법적인 가족 관계가 굉장히 밀접한 분야라고 보고, 심 후보와 만남을 요청했어요. 사랑을 알고 관계의 힘을 알지만 사회적으로 1인 가구로 간주되는 성소수자로서, 의현 씨는 심 후보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제도적으로 가능한지를 묻습니다.

인물소개

의현 프로필 이미지
의현
30대 초반으로, 주변을 돌아보면 친구들이 차차 결혼을 하고 신혼부부 대출 혜택을 받아 집을 산다고 말한다. 의현 씨는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없기에 자신을 '사회적 1인 가구'라고 생각하는 성소수자다. 파트너와 함께 안정된 집에서 사는 미래를 꿈꾼다.
심상정 프로필 이미지
심상정
2022년 제20대 대선 정의당 후보다. 의현 씨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1인 가구, 아파트는 저 세상

의현: 안녕하세요, 심상정 후보 님. 의현이라고 합니다. 30대 초반이고요, 6년 차 직장인이자 이공계인입니다. 그리고 성소수자이며 1인 가구 생활자입니다.

요새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해요. 청첩장을 받으면서 여기저기 제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결혼하면 다들 아파트에서 시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찾아봤죠.

1인 여성 비혼 가구가 아파트에 가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따져보니 저는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았어요. 제가 아파트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요.

얼마 전엔 인천에 있는 어떤 분양 단지에서 70점짜리 청약 통장이 잔뜩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청약 통장 점수 기준표를 보면 4인 가구라 해도 70점을 받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서 확보한 점수겠죠.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나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청약 가점제를 말한다. 민영 주택 청약 시 1순위 청약자 내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및 청약 통장 가입 기간(17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하고,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점수 계산은 여기서 할 수 있다.
4인 가구가 부양가족 수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35점 만점에 25점으로, 의현 씨가 말한 70점짜리 통장이란 여기에 긴 무주택 기간(최대 32점)과 가입 기간(최대 35점)을 더한 것이다. 관련 기사는 여기를 참고.

심상정: 그런데 의현 씨는 집을 분양받아서 사고 싶었나 봐요.

의현: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2022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의현 씨와 함께 주택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다.
2022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의현 씨와 함께 주택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다.

심상정: 부잣집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면 청년 대부분이 청약 붓고, 적금 통장도 깨고, 부모님 퇴직금까지 가져와서 이른바 '영끌'해서(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사잖아요? 그럼 또 다달이 대출 이자금을 은행에 주죠. 내 집이라고 해도 굉장히 부담이 큰 집이거든.

만약 출퇴근에 지장 없고, 걱정 없이 편안하게 내 삶을 사는 공간만 생각한다면 공공 주택이나 임대 아파트를 찾아볼 수도 있는데, 의현 씨는 이런 덴 마음이 안 가세요?

의현: 그것도 고려해봤지만 어떤 집이든 한 명에게 주어지는 공간이 그렇게 넓지가 않더라고요.

심상정: 그러니까 우리나라 복지가 진짜 후진 거죠. 제도가 세상의 변화를 이토록 따라잡지 못하고, 시민들의 삶을 억누르고 있는 거예요.

지금 1인 가구가 40% 정도 되거든요. 요즘 청년들한텐 결혼이 필수가 아니잖아요. 친구가 가족보다 가까울 수 있고, 반려견이 사람보다 가까울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정부는 신혼부부를 왜 이렇게 부각하는지. 의현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집에 대한 특혜를 신혼부부한테 물아주고 있어요.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1인 세대가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9월말 기준 3분기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이다.

물론 1인 가구를 위한 청년 주택도 있지만 최소 주거 기준 자체가 너무 낮아서 '반려 건조대 방'이라고 할 정도로 나쁜 주거 환경밖에 없어요. 이런 걸 보면 대한민국 국회가 도대체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2011년 행정규칙이 정한 1인 가구의 최소 주거 기준은 14㎡(약 4.2평)이며 부엌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지난 9월 4호 공약으로 주택 공약을 발표하면서 '반려 건조대'라는 표현을 썼다. 1인 가구 최소 주거 기준으로는 집이 너무 좁아 반려 대상이 건조대뿐이라는 뜻이다.
"청년들이 지금 '방' 말고 '집'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반려 건조대'와 함께 잠들어야 하는 비좁은 방, 반지하, 옥탑, 고시원 등 청년 독립 가구의 대다수가 이러한 최저한의 방에서 최저한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최저한의 방'에서 '최저한의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주거권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의현: 꽤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인데, 부동산 매물을 보러 가면 의구심이 드는 곳이 많아요. 반려 건조대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반려 이불이나 반려 프라이팬 정도랄까요. 복층이라 해서 갔는데 딱 눈높이에 층이 있는 그런 집요. 여기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요?

심상정: 저도 그런 집을 많이 다녀봤지요. 예를 들면 단칸방인데 창문 하나가 있으면 월세 5만 원씩 더 받는다든지, 머리맡에서 냉장고 소리를 들으면서 자야 한다든지요.

최저 주거 기준 이하라는 건 결국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저는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하려 합니다. 1인 주택의 최저 기준이 4평 정도 되는데 이걸 7평으로 올리려는 법안을 냈어요. 기준 이하의 공간을 일소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 사회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주거권 문제에 대해선 아주 단호하게 혁신해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려요.

2022 대선을 앞두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발표한 4호 공약(주택)이 포함하는 내용이다.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저 주거 기준 면적을 대폭 늘리겠습니다. 1인당 면적을 현재 14㎡에서 25㎡로 상향하고, 공유 주택 등은 1인당 최소 면적이 10㎡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하겠습니다."

나를 만든 가족도 중요하지만, 내가 만드는 가족도 중요해요

의현: 가족이 생기면 저도 이런저런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요, 저는 성소수자라 파트너가 생겨도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어요. 혼인 신고나 출생 신고를 하면 법적인 가족이 되잖아요? 저는 출산은 가능하다 쳐도 한국의 제도권 안에서는 결혼을 할 수가 없어요. 사회적으로 1인 가구인 거죠.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과 나는 언젠가 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저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에 답변해주기가 너무 어려워요.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질문하는 의현 씨. 의현 씨는 한국 사회의 제도로 성소수자가 가족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보고, 이에 변화를 촉구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질문하는 의현 씨. 의현 씨는 한국 사회의 제도로 성소수자가 가족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보고, 이에 변화를 촉구한다.

심상정: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되는 가족을 정상 가족이라고 보는 낡은 개념이 지금 모든 제도에 다 반영되어 있죠. 혼자서는 주택은 물론이고 세액 공제와 의료 보험 혜택까지 많이 못 받잖아요? 성소수자 커플은 하나도 못 누리는 거죠.

2018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 정책 대응 방안'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주로 보증부 월세 거주가 많고, 아파트보다 단독 주택 거주 비율이 높으며 주거 안정성이 낮"다(박미선, 이재춘). 2016년 서울시립대학논문 '가구 유형에 따른 세 부담 차이 분석'은 "상대적인 관점에선 독신 가구가 두 자녀를 둔 외벌이 가구보다 2배의 세금을 낸다"고 해석했다(이윤주).
2016년 서울시립대학 논문 '1인 가구의 증가에 대응한 조세 제도의 합리적 개편 방안'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세법은 1인 가구에게 불리하다. "가구별 특성과 소비 지출액을 반영해 적용되는 각종 공제 항목이 가족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전병욱).

혼자 사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아파서 수술해야 하는데 가족 같은 파트너가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래서 저는 생활동반자법을 현실화하려 해요. 제가 지난 대선 때 준비한 공약이기도 했어요. 그때만 해도 동성애 헌법이냐 뭐냐 해서 저항이 따라왔는데, 여론 조사를 해보니까 절대 다수의 시민이 이 법의 취지에 동의했어요. 부부나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같이 주거하면서 생존의 기반을 만든다면 가족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80%에 달했거든요. 그 결과가 여성가족부한테도 영향을 줬어요. 그 법 제정해야 한다, 이렇게 나왔거든요.

이미 시민들이 실감하는 삶의 변화가 구 질서와 충돌하고 있어요.

2014년 7월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 발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법안에서는 혼인 없이 함께 사는 생활동반자 관계 당사자에게 동거 및 부양 · 협조의 의무, 일상 가사 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 책임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2017년 3월 심상정 18대 대선 후보는 이성 간 혼인에 의한 가족뿐만 아니라 동성 가정, 미혼모, 동거 노인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동반자등록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을 발표했다. 혈연 · 혼인 · 입양 관계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모두 사회적 돌봄 체계 안에 속할 수 있도록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려는 계획안이다.

저는 이번 대선을 통해 생활동반자법을 다시 이슈화해서 지금까지 지속되는 구체제가 우리 청년들의 삶을 얼마나 억누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말할 생각이에요. 이런 다양한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고, 민주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일에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5년 전에도 안 됐고 지금도 변화가 없지만, 우리가 그렇게 노력한 것이 헛되지는 않았어요. 이제는 시민들이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하고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요. 그 변화를 만나는 자리가 바로 이번 대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현 씨, 힘을 내세요.

의현 씨의 질문에 답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심 후보는 생활동반자법으로 가족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현 씨의 질문에 답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심 후보는 생활동반자법으로 가족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현: 그런 변화를 만들려면 상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민법 개정부터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시민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죠.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 제도적으로 변화가 필요한지, 또 이런 제도 개선으로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심상정: 네, 그거는 제가 꼭 하겠고요. 우리 시민에게는 주거권이 필요한데, 옛날식 가부장제적인 가족 개념을 고정해놓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시민을 권리로부터 내쫓고 있단 말이죠. 시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칙이 바로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 바뀌지 않으면 여러분들 가만히 있을 거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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