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이유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해설해드립니다

2021년 10월 15일
에디터 리나

에디터의 말:

"육군참모총장이 변희수에 대하여 한 2020. 1. 23.자 전역처분을 취소한다."

2021년 10월 7일, 법원은 변희수 하사를 전역 처분한 군대가 잘못했다고 판결했다.

의외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사법부가 트랜스젠더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법부 뿐만 아니다. 변 하사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군을 믿고 신뢰했다.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는 변 하사의 전우와 군 간부가 그의 군 복무를 돕기 위해 애썼다는 정황이 발견된다.

대전지방법원 1심 판결문(2020구합104810)을 포함해 관련 문서를 근거로 이번 판결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짚어보자.

Q1.

법원은 군대가 틀렸다고 했다고?

대전지방법원은 변 하사의 2020년 1월 23일 자 전역 처분을 취소하고 육군에 책임을 물었다. 다시 말해,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 원치 않았음에도 강제로 전역시킨 군대가 잘못했다는 판결이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젠더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여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인식(Female to Male, FTM)하거나 남성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여성으로 인식하는 사람(Male to Female, MTF), 또는 남성∙여성 어느 쪽도 인식하지 않는 사람(Nonbinary Transgender) 등.

변 하사는 태어나서 남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스스로 여성이라는 젠더 정체성을 지닌 사람(MTF)이었다. 그런데 군대는 '여성'으로 성 확정 수술을 받은 변 하사를 '심신 장애 남성'으로 취급하고 군대 밖으로 내몰았다.

성 확정 수술(성별 재지정 수술): 신체 특징을 지정 성별과 다른 형태로 변화시키는 외과 수술을 뜻한다. '성 확정 수술' 또는 '성별 재지정 수술'은 트랜스젠더가 타고난 성별을 전환하는 게 아닌, 젠더 정체성에 맞게 신체 특징을 변형한다는 의미에서 '성 전환 수술' 대안으로 쓰이는 단어이다.

평생 군인으로 일하고 싶었던 변 하사는 부당한 군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곧바로 육군 본부에 강제 전역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육군 본부는 이를 거절했다. 변 하사는 2020년 8월 11일 군대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Q2.

왜 군대는 변 하사를 강제로 전역시켰어?

정확히는 육군 내 상급 결정기관인 육군본부가 내린 결정이다. 육군본부는 '남성' 현역 군인이 성 확정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복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변 하사가 성 확정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른 전우에게 숨길 수 없다는 점도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육군본부가 변 하사의 복무를 반대한 세부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성 확정 수술 후) 신체를 회복하려면 별도로 안정 기간이 필요하다.
  • 변 하사가 다수와 생활하면 성 확정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기 어렵다.
  • 젠더 위화감(젠더 불쾌감)과 같은 과거 병력으로 정신과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정상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 남성 생식기 등을 제거한 행위가 법적으로 '심신 장애' 사유에 해당한다.
젠더 위화감(Gender Dysphoria):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가 트랜스젠더를 정신 질환이나 장애가 아닌, 성별 불일치(Gender Incongruence)로 경험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정의하기 위해 도입한 용어이다.

그런데 육군본부의 주장은 사실상 모순이다.

첫째, 변 하사가 어떤 종류의 수술을 받았느냐와 관계없이, 직장인은 수술을 받으면 직장에 병가를 낼 권리를 갖는다. 회복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회사에서 자르면 부당 해고이다.

군이 복무 중인 변 하사의 성 확정 수술을 반대한 적도 없다. 오히려 변 하사는 주변 전우의 응원에 힘입어 2019년 10월 8일 부대에 사적 국외 여행을 신청했다. 이때 여행 기간과 목적, 수술명과 회복을 위한 숙박 장소 등이 기재된 국외 여행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이 계획은 당연히 결재권자(여단장)의 허락 아래 진행되었다.

2020년 기자 회견 당시 변 하사는 "응원해주셨던 소속부대장님, 군단장님, 소속부대원, 그리고 안팎으로 도와주신 모든 전우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적어도 군이 자신을 배척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서 보인 발언이었다.

둘째, 변 하사는 여성으로 살기 원했으므로, 주변 전우와 군 간부에게 젠더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 변 하사의 소속 부대는 수술 결정에 내부에서 응원하고 격려했다. 여군으로 재배치해 군 복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성 확정 수술 이후에도 변 하사를 계속 복무하게 해줄 것을 상급 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 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 본부에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소속 부대는 변 하사를 계속 복무하도록 돕겠다고 했을 뿐, 내보내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셋째, 과거 정신과적 병력은 오히려 성 확정 수술로 인해 치유되었다고 봐야 한다. 변 하사는 수술 이후에 별다른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육군 전역심사위원회가 변 하사와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육군 전역심사위원회: 수술 후 지금 회복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변 하사: 지금이라도 전투 임무 수행이 가능한 상태이다.
육군 전역심사위원회: 현재 몸 관리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가?
변 하사: 3주에 한 번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육군 전역심사위원회: 3주 단위로 관리하는 것 이외에 복용하는 약은 없나?
변 하사: 없다.

군이 전역 결정을 내렸을 때 문제 삼은 정신과 약물은 바로 '호르몬 주사'이다. 그런데 호르몬 주사는 변 하사가 여성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제이지 정신과 약물이 아니다. 의료인이 포함된 군 내부 의무조사위원회도 "여성 복무자의 기준에 합당"하다고 판단했지만, 군 인사운영부서는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무조사위원회: '심신장애자전역규정 제6조'에 따라 구성되는 군 내부 조직으로 전역시킬 대상자를 조사한다. 군 병원장이 지정한 내부인 3인 이상 5인 이내(군의관 포함)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신 장애자로 분류된 군인을 심사해 전역 여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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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법원이 변 하사의 전역을 취소한 근거는 뭐야?

법원은 군과 달리 변희수 하사의 성별을 '여성'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군대가 애초에 변 하사를 '남성'으로 전제하고 전역시킨 조치는 이유를 고려할 필요도 없이 위법하다. 세부 근거는 아래와 같다.

  • 변 하사가 오랜 기간 젠더 위화감을 겪은 끝에 성 확정 수술을 받았다.
  • 의학적으로 검증된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 없이 회복하고, 그 결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했다.
  • 법원이 가족관계등록부 중 성별 부분을 '남'에서 '여'로 수정할 것을 허가했다.

변 하사는 항상 사회가 지정한 성별이 아닌 여성에 속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수술로 트랜지션하진 않는다. 하지만 젠더 위화감을 해결하고 군인으로 남고 싶었던 변 하사는 수술을 택했다.

트랜지션(Transition): 트랜스젠더가 출생 시 지정된 성별의 외모, 신체 특징, 성 역할 등을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맞추어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에는 외모, 복장 등의 변화부터 개명, 법적 성별 정정, 수술 등 의료적 조치를 모두 포함하며, 어느 정도의 과정을 어떤 형태로 이행할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Q4.

군인이 되고픈 또 다른 트랜스젠더가 무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부분은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군은 군인을 선발할 때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준수한다. 그런데 그 규칙 중에서 질병 및 심신 장애 평가 기준 항목에 '성별 불일치(Gender Incongruence)'가 존재한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제11조 질병ㆍ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
<별표 3> 102의3항 성별불일치(gender incongruence)

주: 생활기록부, 정밀심리검사결과 등의 자료와 정신건강의학과적 평가 등으로 성별 불일치 상태가 확인된 사람 가운데 사회적 변화나 신체적 변화로 인한 군 복무의 적응가능성을 판단한다.

가. 향후 일정기간 관찰이 필요한 경우
나. 고도(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증상이 있거나 몇 가지의 심각한 증상이 있어 군 복무에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 현행법상 군대는 트랜스젠더를 질병이나 심신 장애로 취급한다.

이런 법이 유지된다면, 성 확정 수술을 받은 사람은 현역병 선발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다. 실제로 변 하사 이전에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없었다. 현역 군인도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심신 장애로 판명 나면 비슷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법이 이렇게 뒤처져 있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젠더 위화감으로 고통받는 트랜스젠더에 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법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출생 성별에서 반대 성별로 성 확정 수술을 받고, 호르몬 투입 등을 받는 사람이 개인적,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고 판결했다. 10월 7일 법원도 이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트랜스젠더의 사회적 활동인 군 복무를 강제로 중단시킨 군대는 이와 한참 동떨어진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장을 주축으로 대법관까지 총 13명이 한 사건을 심리(판단)하는 단위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구성해서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의미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로 사건을 심리한다.

국가는 앞으로 군 입대를 원하는 트랜스젠더의 복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군의 특수성과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인권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변 하사는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진보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유효해야만 트랜스젠더 군인은 자유롭게 복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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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군번: 17-500589
2017년 3월 1일 입대
2020년 1월 23일 강제 전역
2021년 10월 7일 전역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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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닷페이스는 제목과 본문에 썼던 "첫 번째 트랜스젠더 군인"이라는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닷페이스는 이번 판결로 군대가 비로소 트랜스젠더 군인의 존재를 제도적인 차원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인정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이런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표현이 변 하사 이외에 군대 내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정확하지 못한 표현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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