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회용 쓰레기 줄이고 퇴근합니다

오늘도 일회용 쓰레기 줄이고 퇴근합니다

쓰레기 잡는 사람들, 트래쉬버스터즈

2021년 06월 23일
에디터 한슬

에디터의 말

2020년 한 해 동안 내가 먹은 배달음식 쓰레기를 쌓으면 얼마나 많을까요? 회사에서 점심, 저녁을 먹을 때도 배달앱을 먼저 켜는 새로운 습관이 생길 지경이었어요. 한 끼마다 쏟아지는 일회용 쓰레기 양에 질려서 요즘은 배달음식을 거의 끊었답니다.

생각해보면 일회용 쓰레기를 만드는 순간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을 때,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은행에서 정수기 옆의 종이컵을 쓸 때…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조금 낫겠지만 아무래도 짐이 되고 귀찮아요. 이 모든 곳에 집에서처럼 세척할 수 있는 컵이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장소에서 매일같이 컵을 세척해 주길 기대할 수는 없죠.

그런데 이런 순간에 출동해서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대체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트래쉬버스터즈인데요. 그들의 정체를 공개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어떤 곳인가요?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땅에 묻으면 썩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번 쓰는 다회용기를 쓰는 거예요.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 사용을 널리 퍼뜨려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인가요?

곽재원: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이 늘어나고, 일회용품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잖아요. 다회용기를 쓰면 환경에는 좋지만, 수거하고 세척하는 게 어렵죠. 그래서 저희가 대여, 수거, 세척, 소독까지 한 번에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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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대표적으로 저희 고객 중에 도시락 업체가 있어요. 요즘 점심시간에 직장에서 사내로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생긴 도시락 용기를 업체에 대여해 드려요. 업체에서는 자신의 레시피대로 이 용기에 음식을 배달합니다. 도시락을 받은 고객들은 음식을 다 먹고 수거함에 용기를 담아서 내놔요. 그러면 저희가 그 용기를 수거해서 세척, 살균을 거쳐 다시 도시락 업체에 납품합니다.

세척과 살균에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비즈니스가 가능한가요?

곽재원: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배송, 수거, 세척 인력이에요. 그런데 다회용기 대여 비용이 일회용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굉장히 많이 비싸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겠죠. 그래서 일회용기와 비슷한 금액을 유지하면서도 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인건비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게 되죠.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인정 받아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어요. 사실 일회용 쓰레기는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잖아요. 쓰레기가 줄어들면 지자체로서도 매립, 소각과 같은 처리 비용이 저감되는 셈이지요.

현재 저희가 비용을 산출하는 기준은 세척 단가인데요. 일회용품을 사는 것과 비슷한 금액 정도로 효율화해서 낮춰 놓았습니다. 물론 일대일로 배송하는 곳은 일일히 수거해야 하니까 현재의 솔루션을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대규모 배달 업체부터 실험을 시작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도시락 용기도 플라스틱이잖아요?

최안나: 다들 그런 질문을 많이 해요. "이것도 플라스틱 아니야? 친환경적인 거 맞아?"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자체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한 번 쓰고 바로 버려져서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오는 게 문제이지요.

사실 플라스틱은 내구성도 좋고, 가볍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재활용도 가능한 소재예요. 주변을 둘러보면 플라스틱이 아닌 물건이 없어요. 인류의 굉장한 발명품이에요. 그런데 한 번 쓰고 버리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미운 대상이 되어 버린 거죠.

저희가 쓰는 도시락 용기는 PP소재라는 플라스틱인데요. 플라스틱 중에서도 BPA 프리라고 해서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해요. 가정에서 사용하는 반찬통에 많이 쓰이는 소재예요. 또 나중에 재가공 하기 쉬운 소재예요. 그래서 훼손이 되거나 파손됐을 경우에 다시 원재료화 해서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생산 하려고 해요.

물론 스테인리스나 멜라민이나, 여러가지 다른 소재를 쓸 수도 있는데요. 이런 소재는 재생이 가능하지 않고, 한 번 쓰고 버리게 되면 오히려 환경에 더 큰 악영향을 주거든요.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보다는 재생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위생에 민감해지면서 일회용품을 더 많이 쓴다던데요.

곽재원: 그래서 저희가 테스트를 해 봤어요. 한 번도 뜯지 않은 일회용컵과 세척한 플라스틱 컵, 어느 쪽이 더 깨끗할까요? 미생물 수치를 비교해 봤더니 세척한 플라스틱 컵이 30배 더 깨끗했어요. 결국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심리적인 것일 수 있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 카페에서 일회용품 규제를 해서 다회용 컵이 잘 자리잡아 가는 단계였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규제를 확 풀어 줬어요. 하지만 사실 잘 세척한 다회용기보다 사람의 손, 휴대폰, 신용카드, 이런 것이 더 비위생적이고 바이러스를 잘 옮기죠. 게다가 저희는 99% 살균까지 하니까 위생 걱정은 없어요.

곽동렬: 아직 심리적인 위생을 넘어서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다회용기라서 안 먹고 싶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고요.

곽재원: 그럴 때 굉장히 안타까워요. 김밥천국 가면 컵도, 접시도, 수저도 다회용이잖아요. 그건 안 드시는지 여쭤보고 싶고. 사실 같은 건데요.

곽동렬: 인식을 바꿀 수 있게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할 거 같아요. 과학적인 근거를 더 많이 알려 드리고, 브랜딩이나 스토리로 풀어갈 수 있는 것도 많고요.

최안나: 언론 매체에서 많이 언급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서비스를 런칭한 후 반응이 어떤가요?

곽재원: 기업 대상으로 배달하는 도시락 업체는 평소에도 다회용기로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대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고객 요청으로 도시락 업체에서 일회용 쓰레기를 수거해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트래쉬버스터즈를 이용하면 저희가 수거해 가니까 업체는 일이 줄어든 거죠. 또 저희 도시락 용기는 일회용보다 훨씬 예쁘잖아요. 먹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고요. 그래서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나요?

곽재원: 사실 코로나 때문에 제일 어려웠어요. 2020년 1월 31일에 처음 런칭했는데, 그 때는 대규모 축제나 컨퍼런스를 겨냥한 서비스를 출시했었어요. 그런 곳에서 일회용품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 지금처럼 다회용기를 빌려주고, 수거하고, 세척해서 다시 사용하는 솔루션이었죠.

축제를 겨냥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대여 솔루션 부스. ⓒ트래쉬버스터즈
축제를 겨냥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대여 솔루션 부스. ⓒ트래쉬버스터즈

반응이 뜨거웠어요. 런칭 두 달 만에 300건 정도 예약이 됐거든요. 우리나라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5만 명 이상 오는 축제가 986개인데 그 중 300건이면 대단하죠.

그런데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다 취소됐어요. 거의 1년 내내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요. 그나마 2020년 가을에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에 한 번 나갔고요. 오픈하자마자 바로 휴업했던 거죠.

최안나: 다들 참 운도 지지리도 없다고 걱정을 많이 해 주시고. 측은하게 봐 주셨어요.

곽재원: 그런데 처음부터 축제만 하려고 한 건 아니거든요. 축제, 행사장, 야구장, 영화관, 장례식장, 배달까지 차근차근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고 했었어요. 야구장, 영화관은 실제로 미팅도 하고 그랬는데요. 코로나19로 업계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무산됐어요. 그 대신 배달 솔루션부터 시작하게 된 거죠.

곽동렬: 지금 솔루션에서 어려운 점은 그거예요.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려고 도시락 용기를 보급했는데, 수거해 보니까 음식물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오더라고요. 하나를 캐니까 다른 게 딸려 나오는 느낌?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건조시켜서 최소화 해서 배출하고 있어요.

현재는 단체 배달업체에만 솔루션을 제공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대부분 배달 수요가 늘어난 건 각 집에서 대형 배달업체를 통해 한 개, 두 개씩 시켜먹는 형태예요. 이런 경우도 다회용기 순환이 가능할까요?

곽재원: 사실 쉽지 않죠. 일단 첫째로는 음식의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그만큼 용기도 다양하게 갖추고 준비해야 하죠.

또 설득 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까요. 음식은 음식점에서 준비하고, 배달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통해서 나가고. 만약 저희가 다회용기를 수거하려면 위치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겠죠. 마음 같아서는 빨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시도해 보고 싶지만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대형 배달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준다면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 같은데, 분위기가 변했다고 느끼나요?

곽재원: 1년 사이에 엄청 많이 바뀌었죠. 먼저 연락 주는 곳도 많아요. 예를 들면 대기업은 사내 카페에서 직원들이 매일 커피를 마시니까 일회용 컵이 하루에 만 잔까지 나오는 곳도 있거든요. 어차피 같은 공간에서 계속 드시는 거니까, 컵만 바꾸는 건 어렵지 않죠. 그래서 사내 카페에 다회용컵을 대여해 드리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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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GS, KT 사내 카페와 탕비실에서 트래쉬버스터즈를 이용하는 모습.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GS, KT 사내 카페와 탕비실에서 트래쉬버스터즈를 이용하는 모습.

곽재원: 카페 뿐 만 아니라 탕비실에도 종이컵 많이 쓰잖아요. 그것도 다회용컵으로 대체할 수 있거든요. 저희가 수거, 세척까지 해 드리니까 기업의 부담이 없고요. 이렇게 바로 적용 가능한 서비스를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최안나: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한데요. 많은 분들이 배달음식 한 번 시켜먹었을 때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걸 눈앞에서 체감했잖아요. 시민들이나 개인들의 환경 의식 수준은 굉장히 높아졌다고 봐요.{" "}

그런데 시민들에 비해 정부나 기업에서 하고 있는 해결책은 너무 수준 미달이 아닌가 싶어요. "예쁜 스티커를 줄게." 그걸로 해결되지 않는데.

좀 더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곽재원: 사실 시민들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 되냐는 거죠.

"텀블러를 쓰세요." "배달 음식이지만 용기 내서 용기에 받아 오세요." 이걸 왜 시민들이 다 해야 되냐고요. 시스템을 바꿔야 되는데.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정부나 기업이 마냥 캠페인만 권장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봐요.

어떤 계기로 트래쉬버스터즈가 됐나요?

곽재원: 저는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축제를 기획하는 일을 오래 했어요. 축제에 사람이 많이 오면 많이 올수록 엄청난 쓰레기가 나왔어요. 그런 쓰레기가 관객들에게 보이지는 않거든요. 대부분이 일회용 쓰레기고요.

심지어 서울시는 일회용품 사용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매년 내려오거든요. 예를 들어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 서울시 산하기관에 있는 카페 내 일회용품 금지, 페트병 금지. 그런데 축제를 열었는데 시민분들에게 "일회용품 못 씁니다." 이러면 사실 행사를 못 하는 거잖아요. 유명무실한 가이드라인인 거죠. 이런 부분에서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최안나: 저는 개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주로 했던 일들이 카페나 상업 공간에 필요한 브랜딩, 그래픽 디자인이었어요. 공간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디자인과 다르게, 그래픽 디자인은 소모품에 사용되는 패키지라든지, 포스터나 현수막처럼 한 번 비주얼을 보여주고 금방 버려지는 작업물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수명이 짧은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굉장히 불편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자원 순환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트래쉬버스터즈가 되었습니다.

곽동렬: 저는 미술작가로 활동했어요. 버려진 것들을 소재로 사용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많이 했는데요. 일상 속에서 비즈니스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트래쉬버스터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안나: 트래쉬버스터즈라는 이름이 쓰레기를 잡는 사람들이라는 뜻이거든요.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만드는 일을 '버스팅'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여러분도 일상생활에서도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했다면 버스팅 하신 거예요. 버스팅 많이 하세요!

곽재원: 저희가 대규모 행사나 단체에만 서비스를 하지는 않아요. 5명만 넘으면 어디든지 갑니다. 외국만 빼고. 특히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일회용품 많이 사용하시면 연락 주세요.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기 싫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연락 주세요. 비용 자체도 저렴하니까.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함께 일회용품을 줄여 봐요.

곽동렬: 전국의 국공립 공연장, 전시관. 언제든 불러주시면 가겠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 홈페이지, 전화번호 02-6010-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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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작성
  • 선욱 | 인터뷰, 촬영
  • 모모 |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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