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제대로 막아낼 대선 후보는 누구?

2022 대선 캐비닛, 여성 폭력 공약 살펴보기 [디지털 성폭력 편]

2021년 12월 23일
에디터 한슬

'이건 범죄다. 멈춰라. 처벌하라. 방지하라.'

지난 5년간 여성들은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끈질기게 요구했습니다. 성과도 있었습니다. '소라넷'과 'N번방'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사이트를 폐쇄하고, 가해자를 검거하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죠.

디지털 성폭력은 끝난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성폭력 전문 심층 취재단인 추적단불꽃, 그리고 디지털 범죄 근절 비영리 단체인 리셋(ReSET)과 함께 대선 후보의 정책을 검증했습니다.

추적단불꽃은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 최초 보도자이자 신고자로서 세상에 디지털 성폭력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리셋 또한 디지털 성폭력 수사를 돕고, 나아가 정책을 제안하는 등, 디지털 공간에서도 안전하지 못한 여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활동해온 비영리 단체입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에서 자행된 성 착취 사건을 말한다. 이 방을 개설 · 운영한 조주빈 등 가해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해당 영상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판매했다.

Q.

대선 후보들, 디지털 성폭력 관련 공약을 내긴 냈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대선 후보 중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성폭력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Q.

쓸 만한 공약이 있어?

현장 활동가들은 대체로 필요한 정책들이 나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셋: 심상정, 안철수, 이재명 후보의 공약 내용 중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것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추적단불꽃: 대체로 필요한 얘기를 하고 있어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서로의 정책을 가져와서 총체적인 지원 체계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Q.

그럼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디지털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나?

리셋: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 디지털 성범죄를 법적으로 근절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보들의 공약 대다수가 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져야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추적단불꽃: 아무래도 입법안이 아니라 대선 공약이다 보니,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느낀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디지털 성 착취물 삭제하는 예산과 인력을 확대하겠다"면, 얼마나 확대할 건지 궁금한 거죠. 지금 여성가족부에서 디지털 성 착취물 삭제를 전담하는 인력이 39명인데, 그중 22명이 비정규직이에요. 2차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성 인지 감수성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도 말이죠. 예산을 10배 확대해도 모자란 게 지금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Q.

그래서, 어떤 공약이 있는데?

닷페이스가 후보들의 디지털 성폭력 관련 공약을 내용에 따라 정리해봤어요.

  • 디지털 성 착취물 삭제와 피해자 보호
  •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플랫폼 규제
  •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 그 외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불법 촬영, 리얼돌 판매 등 기타 공약

지금부터 누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 하나씩 살펴보고, 리셋과 추적단불꽃의 평가도 들어볼게요.

Q.

디지털 성 착취물, 어떻게 삭제한대?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활동가들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는 성 착취물을 즉시 삭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해요. 각 후보 공약 중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모아봤어요.

디지털 성 착취물 삭제와 피해자 보호 관련 공약

정의당 심상정 후보
  • 수사 기관에서 불법촬영물을 발견 즉시 삭제하고 차단하겠습니다.
  • 디지털 성폭력 삭제 전담반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겠습니다.
  • 피해자의 신고, 상담, 사후 관리까지, 피해자 지원을 제대로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모델을 전국에 확대하겠습니다.
  • 원스톱지원센터와 광역 자치경찰, 경찰청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습니다.
  •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겠습니다.
  • 디지털 성착취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술 개발 투자에 힘쓰겠습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
  • '사이버 범죄 조약'에 가입하겠습니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리셋: 심상정 후보는 불법촬영물을 확인하는 즉시 수사 기관을 통해 삭제하고 차단하겠다고 했어요. 이 조치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불법촬영물의 삭제, 차단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2021년 10월 법무부가 "방심위를 통하지 않고 바로 성 착취물 삭제, 차단 요청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법률안을 권고하기도 했어요.

즉시 삭제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디지털 성 착취물은 '콘텐츠'가 아니라 '범죄물'이라고 인식을 바꿔야 해요.

'콘텐츠 심의'를 요청하는 게 아니고, '수사의 일환'으로 삭제와 차단을 요청해야 한다는 거죠. 경찰 내부에 삭제, 차단 업무를 담당할 기구와 인력 충원이 필요할 거고요. 결국 예산과 인력 충원이 선행되어야만 도입을 논의할 수 있을 거예요.

추적단불꽃: 현장 활동가들은 디지털 성폭력만 전담해서 수사, 지원할 수 있는 전담국이 필요하다고 말해왔어요. 이재명 후보가 약속한 컨트롤 타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궁금증이 많이 생겨요.

리셋: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모델을 전국에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의아합니다. 이미 여성가족부 산하에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2018년 만들어진 이래 적은 인력과 예산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활약을 하고 있어요. 굳이 특정 지역 모델을 전국에 확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존 센터와 각 지역 상담소 간에 유기적인 연결망을 구축하고, 피해자들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면 몰라도요.

Q.

텔레그램, 카카오톡, 트위터… 플랫폼은 내버려둔대?

디지털 성폭력의 온상으로 악용되는 채팅앱과 SNS. 그들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걸까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대선 주자들의 방안을 모아봤습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공약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디지털 성 착취 재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겠습니다.
  • 민 ・ 형사상 처벌, 징벌적 손해 배상, 그리고 디지털 성 착취에 가담한 플랫폼과 운영자를 강력히 처벌하겠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의무 조치를 마련하겠습니다. 불법촬영물을 유통시키는 앱에 대한 등록을 일시 중단, 또 영구 차단하겠습니다.
  • 아동 ・ 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채팅앱 등 디지털 기술 제공자를 강력 처벌하겠습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
  • 불법촬영물 공급망을 단속하고 처벌하겠습니다.

추적단불꽃: 안철수 후보가 플랫폼 책임과 운영자 처벌을 강조했는데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텔레그램처럼 본사 소재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불가능하죠. 그래서 심상정 후보가 얘기한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에 대한 조치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리셋: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들은 앱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으로 이익을 얻었음에도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웠어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심상정 후보의 앱 마켓 규제도 좋은 의견이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현재 사실상 모든 SNS 앱에서 디지털 성 착취물이 유포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트위터, 라인, 카카오톡의 설치와 이용을 규제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에요.

성 착취물 등 명백한 불법 정보의 유통을 방치할 경우, 해당 플랫폼 사업자에 징벌적인 손해 배상은 물론 형사상 처벌을 하는 규제가 더 실효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사업자가 늘어난 책임과 의무를 이용자에게 전가할 확률이 높은데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사업자가 어떤 수준의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추적단불꽃: 심상정 후보가 온라인 그루밍 현장 점검 강화를 이야기했는데요. 필요한 부분이에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생기고 나서 범죄 양상이 좀 바뀌었어요. 익명의 상대와 대화하는 '랜덤 채팅' 앱이 주요 단속 대상인 게 알려지면서, 다른 온라인 아동 · 청소년 커뮤니티에 어른이 들어가고 있다고 해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나이에 관련된 해시태그를 올리면 성인 남성들이 유입된다든지. 이런 실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요.

2021년 2월 개정된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말한다. 이제 아동 · 청소년의 성 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욕망,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하거나 반복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 이전에는 아동 · 청소년의 '성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유인과 권유만 처벌할 수 있었다.

Q.

디지털 성범죄자, 어떻게 처벌할 건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겠죠. 대선 주자들의 공약 중,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에 관한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에 관한 공약

정의당 심상정 후보
  • 디지털 성범죄물을 활용한 수익은 끝까지 몰수, 추징하겠습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
  •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하겠습니다. (양형기준안 제시)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형벌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실형인지, 벌금형인지, 집행유예인지 결정할 때 참고한다.

추적단불꽃: 디지털 성 착취물을 활용한 수익을 몰수, 추징하겠다는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가해자의 수익을 몰수하려면 결국 가해자를 검거해야 하잖아요. 수사 기관이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인가, 그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부분까지 논의가 이어져야 해요.

리셋: 디지털 성 착취물로 인해 발생한 부당한 수익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디지털 성범죄 근절 업무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몰수, 추징한 수익을 어디에 쓸 것인지도 더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합니다.

추적단불꽃: 김재연 후보는 처벌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양형 기준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라서 실제로 판결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지금도 감옥에 가지 않고 벌금,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아요. 초범이라서, 반성해서, 학생이라 공부하다 스트레스 받아서 형을 삭감해주는 판사들의 인식도 문제고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차라리 해외처럼 성범죄자는 디지털 매체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처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무여성인권상담소가 2020년에 나온 510여 건의 디지털 성범죄 판례를 분석해본 결과, 실형을 선고 받은 자 중 37%만이 수감 생활을 했다. 나머지는 벌금, 집행유예로 끝났다.

Q.

다른 공약은 더 없어?

그 외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공약들을 모아봤어요.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불법촬영 단속, 리얼돌 판매 등 기타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 변형카메라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 불법촬영 단속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
  • 전 국민 대상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리셋: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 대상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이야기했는데요. 지금도 교육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교육의 질과 이수자들의 자세입니다. 영상 링크 하나 주고, 음소거나 빨리 감기 기능을 이용해 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아도 이수증을 주기도 한대요. 오프라인 교육할 때 강사에게 '페미냐' 하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욕설하고 수업 중에 잠을 자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할 건지, 구체적인 로드맵과 세부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말은 참 좋아요. "선제적 기술 개발을 하고,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하여 인간 존엄의 가치를 존중하게 하겠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효성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이 공약이 속 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단계별로 세부 사항까지 고려해 제대로 보완하길 바랍니다.

Q.

총체적으로 공약을 평가한다면?

추적단불꽃: 전반적으로 가해자 처벌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 후보는 안철수, 피해자 지원 체계 확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 후보는 심상정, 이재명이었어요. 물론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지원 정책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리셋: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당장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실현하려면 현재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과 인력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기술 개발이든 제도 개편이든, 무엇이든 간에 인력이 충원되어야 가능합니다. 이들의 인건비를 위해서라도 예산이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니, 대선 이후에도 꼭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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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관심 있게 보셨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공통 관심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닷페이스는 여성 차별에 관해 가장 실천적인 이야기를 해온 미디어입니다.

닷페이스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다룬 영상을 처음 알리면서 매체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꽃이 다 쌓이기 전, 지상파 방송사 카메라들이 도착하기 전, 그 자리에 가장 먼저 닷페이스가 있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나간 몇 번의 시위들이 떠오릅니다. 여성 혐오 살인부터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규탄 시위까지. 낙태죄 위헌 선고가 나던 그 날 우리는 헌법 재판소에 있었고, 텔레그램 성착취를 고발하던 때 닷페이스는 그 방에 있었습니다. 랜덤채팅앱으로 미성년자에게 성매수를 제안한 사람들을 직접 거리에서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시도해왔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경험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모아 제도 실험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가 주목해야 할 방향을 깊이 고민하며, 가장 실천적인 모습으로 계속 여성 차별의 현실을 말하겠습니다. 닷페이스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싶다면, 닷페이스 후원을 지금 시작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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