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특구' 대구 달서구엔 결혼전담부서가 있다

'결혼 특구' 대구 달서구엔 결혼전담부서가 있다

결혼장려엔 8천만 원, '양성평등 사업'엔 1백만 원 예산을 쓴다

2021년 08월 06일
에디터 우리

Intro.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

2017년, 페미니즘 활동 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외친 목소리다. 국책 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이 '고소득·고학력 여성의 눈 낮춘 결혼 유도' 등 부적절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었다.

이후 여성들은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를 외치는 '4B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경력단절, 독박육아·독박가사, 데이트 폭력과 같은 성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끈질기게 ~나대고~ 결혼을 유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청년 대상 맞선 프로그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선후보 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가 있다." 남녀가 만나기만 하면 저출산이 해결된다는 논리다.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결혼장려지원 조례를 도입하고, 미팅 프로그램을 주선한다. 그중 특히 '결혼 특구'를 자처하는 곳이 있다. 바로 2016년 '결혼전담부서'를 신설한 대구 달서구.

도대체 '결혼 특구'는 얼마나 청년들의 결혼에 진심일까? 구체적으로 어떤 결혼을 장려하고 싶은 걸까? 달서구의 '결혼장려사업'을 들여다봤다.

결혼전담부서, 대체 뭐 하는 곳일까

달서구 결혼전담부서의 추진 전략은 4가지다.

  • 결혼공감형 사업
  • 달서만남프로그램
  • 신(新)나는 결혼1번지 달서만들기 사업
  • 민관협업 러브라인 구축사업
달서구청 홈페이지 결혼전담부서 추진전략
달서구청 홈페이지 결혼전담부서 추진전략

2018년 열린 '결혼청문회'는 '결혼 공감형 사업'의 일환이다. 지역 청년들이 결혼문화 확산을 주제 삼아 청문회 형식으로 연출한 공연이었다. 연애·결혼으로 '3감(자존감, 안정감,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달서구 결혼장려사업을 소개했다.

결혼 친화 공원도 있다. 이곡동의 '배실웨딩공원'과 도원동의 '월광수변공원'이다. 특히 배실웨딩공원은 2020년 9월 '배실상공원'을 예비신혼부부를 위한 공원으로 개조한 것이다. 공원에는 웨딩카뿐 아니라 거대한 결혼반지, 하트 모양 등의 결혼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20년에는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송현여자고등학교 3학년 350명을 대상으로 결혼 공감 아카데미 '청춘의 푸른 꿈 결혼으로 펼치자'를 개최했다. "청소년들에게 인생길의 큰 관문 중 하나인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하여" 마련된 행사였다.

2019년 9월 8일 열린 '두근두근 페스티벌'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언니, 오빠 결혼하세요” 피켓을 들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2019년 9월 8일 열린 '두근두근 페스티벌'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언니, 오빠 결혼하세요” 피켓을 들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결혼 장려 행사에는 어린이가 종종 동원된다. 2019년 열린 '두근두근 페스티벌' 행사에서는 어린이들이 "언니, 오빠 결혼하세요." 피켓을 들었다. 같은 해 대구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결혼공감토크' 행사에서도 한 어린이집 아동들이 같은 문구의 피켓을 들었다. 결혼전담부서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아동 공연의 취지를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과 사랑의 아름다운 감성을 이끌어 내어 결혼과 출산이 가져다주는 축복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결혼전령사' 발대식이 개최됐다. 결혼전령사의 임무는 '지역 구석구석 숨어있는 미혼남녀를 찾아 등록·관리하고, 만남행사 적극 지원하기'다. 결혼전령사 구성원은 각 동의 통우회장과 결혼협력단체(달서구새마을회, 한국자유총연맹 대구 달서구지회 등) 회원이다.

이외에도 결혼전담부서는 달서웨딩북, 결혼레시피 등의 자료집도 발간했다.

GoGo(만나go 결혼하go) 미팅, 내자식 천생연분 찾는 데이(day)

대구 달서구 결혼전담부서의 운영 목표는 미혼남녀의 결혼이다. 그래서 미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결혼전담부서의 한 해 예산은 8천 3백만 원(2021년 기준)이고, 그 중 썸남썸녀 매칭, 고고이벤트, 부모공감 데이트 등 민간위탁 프로그램 예산이 3천 1백만 원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반면 해당 부서가 양성평등 사회 구현에 쓰이는 예산은 1백만 원에 불과하다.

대구 달서구 결혼전담부서에서 진행했던 미팅 프로그램들
  • GoGo(만나go 결혼하go) 미팅
  • 온택트 GoGo 미팅
  • 썸타는 동아리
  • 쿡남쿡녀 펀(fun) 데이트
  • 청춘 결혼으로 점핑(jumping)하자!
  • 두근두근 페스티벌
  • 선남선녀 펫(pet)팅
  • 도시철도 3호선 데이트
  • 사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 미혼남녀 힐링업 만남행사
  • 러브하이킹
  • 마스크 이색 미팅
2021년 2월 8일에 열린 '온택트 1:1 고고미팅' 시범 실시 모습. (©달서구청 여성가족과)
2021년 2월 8일에 열린 '온택트 1:1 고고미팅' 시범 실시 모습. (©달서구청 여성가족과)

당사자 없이 진행하는 미팅 프로그램도 있다. 부모가 참석해 서로의 자녀를 매칭해주는 '내자식 천생연분 찾는 데이(day)'다. 이 행사에 참여한 부모들은 아들 측, 딸 측으로 나뉘어 서로의 프로필을 검토한다. 서로의 자녀가 마음에 드는 경우, 각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연락해 의사를 묻고 만남을 계획한다.

2021년 현재까지 이러한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총 123쌍이 결혼했다(달서구 주관한 만남 행사 12쌍, 민‧관 협업 만남 사업 111쌍).

구청이 열어준 결혼 장려 미팅, 직접 참여해 보니

실제로 미팅에 참가해 본 적이 있는 대구 시민에게, 프로그램 경험에 대해 물어봤다.

대구시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이나리 씨는 2016년에 맞선 프로그램 '달빛오작교'에 참여했다. 달서구에서 운영한 사업은 아니었지만, 대구 청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달빛오작교: 대구시의 여성 청년과 광주시의 남성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맞선 프로그램. 대구시와 광주시가 후원하고, 매일신문사와 무등일보사가 주관한 행사였다.

애인이 있었는데도 미혼이라는 이유로 미팅 행사에 참여해야 했어요. 사실 업무의 일환으로 '동원'된 측면이 크죠. 참가자 중에 결혼을 앞둔 사람도 있었고요.

나리 씨에 따르면, 당시 미팅 프로그램은 대구의 한 호텔에서 숙박하며 70명 규모의 인원으로 1박 2일간 진행됐다. 아침에 다 같이 모여 결혼 및 만남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이후 조를 나눠 대구 관광지를 돌고, 커플 사진을 찍고, 문화 예술인의 공연도 관람했다. 당시 개통을 앞둔 대구 3호선을 시승하며 종점을 지나서는 관에서 운영하는 사격장에서 커플 사격을 진행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여성 청년들은 미팅 행사를 근무의 일환으로 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반면 남성 청년들은 만남에 좀 더 희망을 품는 느낌이었어요."

나리 씨는 처음에 미팅 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평소에 하던 업무와 달리 별 생각 없이 참여하면 되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허탈하더라고요."

미션: 결혼 적령기 여성을 충당하라!?

나리 씨는 왜 미팅프로그램에 동원되어야 했을까.

지난해 10월 영주시에서 진행한 미팅프로그램을 통해 커플이 된 김천섭 씨는 "위에서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김천섭 씨는 영주시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이다.

"미팅 프로그램에 남성분들 지원은 되게 많다고 들었어요. 여자분들이 미달이어서 영주시 사업 담당자가 일일이 전화해서 "미팅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대구의 한 청년단체 소속 김철수(가명) 활동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팅 프로그램은 보통 미혼 남성분들이 더 관심을 가진다고 봐요. 제 주변만 봐도, 여성분들은 "생활 수준이 살만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할 수 있다."라고 해요. 반면 남성분들은 '어떻게든 결혼하겠다'는 생각이더라고요."

<대구신문>에 따르면, 결혼전담부서는 2019년에 결혼장려추진협의회(이하 협의회)와 연 회의에서 "결혼사업 대상층을 타지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내 결혼적령기 여성 부족'이 그 이유였다.

이날 회의에서 협의회 소속 이승희 결혼아카데미 대표는 이렇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 안에서 (결혼적령기 여성 충당이) 해결이 어려우니 경북 포항, 구미 등 가깝고 질 좋은 직군의 직장인이 많은 지역과의 교류부터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달서구의 자매도시인 성주군과 함께 미팅프로그램 '참 외롭지 않은 날!'을 진행했다. (성주군의 특산품은 참외다.)

2019년 10월 31일 달서구와 성주군이 공동 개최한 맞선 프로그램 '참 외롭지 않은 날!' (©달서구청 홈페이지)
2019년 10월 31일 달서구와 성주군이 공동 개최한 맞선 프로그램 '참 외롭지 않은 날!' (©달서구청 홈페이지)

왜 여성들은 미팅사업 프로그램 참여율이 낮을까?

미국에서 유학 중인 김소정 씨는 달서구에서 나고 자랐다. 소정 씨도 달서구에 살았을 때 결혼장려사업 플래카드를 본 적이 있다.

놀라우면서 놀랍지 않았어요. 놀라웠던 건, 공공기관에서 '틴더' 하듯이 미팅 프로그램을 주선한다는 점이었어요. 놀랍지 않았던 건, 지자체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틴더(Tinder): 데이팅 앱

소정 씨는 대학 입시를 치를 때까지만 달서구에 거주했다. 주변 여자 동창 중에 달서구에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달서구 자체가 여성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어려운 환경이거든요."

그는 달서구의 결혼장려사업도 여성들이 오히려 결혼을 더 기피하도록 만드는 방향이라고 본다.

"(이런 방식으로 결혼하면) 여성들이 결혼 제도에서 빠져나오기 더 힘들잖아요. 결혼할 때에도 정부에 보고해야 하고요. 공공기관을 통해 결혼하게 되면, 시댁과 비슷하게 보는 눈이 늘어나기 때문에 관계를 깨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데이트 폭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대 흐름을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소정 씨는 달서구의 2016년 미팅 프로그램 홍보 게시물 내용 중 '결혼 A/S'라는 표현도 지적했다.

"결혼 A/S를 해준다."고 했을 때, '하자'는 무엇일까요? 또 어떻게 고쳐준다는 걸까요? 어떻게든 결혼을 유지해주겠다는 뜻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부부끼리는 강간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결혼 a/s'를 홍보하는 달서구 SNS 게시물 (©대구 달서구청 페이스북)
'결혼 a/s'를 홍보하는 달서구 SNS 게시물 (©대구 달서구청 페이스북)

김철수 청년 활동가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정치권에서 여성들을 출산 도구로 여기는 발언들을 하잖아요. ' 가임기 여성 지도'가 대표적이죠. 이런 현실에서 단순히 "결혼하고 출산하면 돈 주겠다."고 하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봐요."

대구여성주의그룹 '나쁜페미니스트' 활동가 민뎅(가명) 씨도 이에 공감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출산을 했을 때 남성보다 부담을 져야 하는 게 훨씬 많잖아요.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계속 목격했던 건, 임신과 출산 후에 경력이 단절되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몇백만 원 받는 걸로 아이를 키우고 삶을 책임질 수 있나요."

가임기 여성 지도: 2016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 지역별 가임 여성 수를 지도에 나타냈다.

사실상 공무원 맞선 프로그램?

결혼장려사업에 정작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은 지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청년만을 대상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미팅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나리 씨, 천섭 씨 모두 공공기관 소속으로 근무할 때, 결혼장려사업 공문을 통해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철수 청년 활동가는 대구시 청년 정책을 조사할 때 이 사실을 확인했다. "공무원들이 많이 간대요. 미팅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공문들을 각 기관에 뿌리니까요. 그러면 성사된 커플도 공무원이 많을 수밖에 없겠죠. 같이 조사한 사람들끼리 "사실상 공무원 맞선 프로그램 아니냐."고 이야기했어요."

실제로 미팅사업을 운영하는 지자체 중에는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곳들도 있다. 대전 서구, 경북 포항시, 경남 밀양시가 그렇다(2020년 기준).

아예 정부 기관 차원에서 관내 직원들에게 미팅 프로그램을 지원한 적도 있다. 2005년에는 복지부가 부내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데이팅 서비스를 지원했다. 결혼정보업체 '좋은만남 선우'와 업무체결을 맺어 진행했다. '좋은만남 선우' 측에서는 자사 홈페이지에 복지부 직원 전용 미팅 코너를 마련하고, 전담 커플매니저도 지정했다.

2016년에는 국세청이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결혼문화확산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세청 직원뿐 아니라, 직원의 직계 가족을 대상으로 결혼 컨설팅과 매칭 서비스를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가연은 자사 홈페이지에 국세청과의 업무 협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배우자 직업 선호도 1위를 차지하는 공무원 중 국세청 직원은 이상적인 배우자감으로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 '천만모여'는 가연이 업체 최초로 선보인 모바일 결혼 정보 서비스로 미혼 여부, 재직, 학력 등 철저한 신원인증이 완료된 회원에게 이성의 프로필을 제공해 신뢰성 있는 이성 간의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굳이 미팅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더라도 결혼했을 사람들

김철수(가명) 청년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할 수 있는 사람도 조건이 되는 사람만 가능하잖아요."

대구 시민이자 두 초등학생의 자녀가 있는 박석준 씨도 달서구가 올해 대구텍 노조와 업무협약을 맺은 이유로 대구텍이 대구 내에서 연봉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대략 100쌍 정도 결혼했다고 했잖아요. 1년마다 20커플 정도 성사됐다는 건데, 이게 그렇게 대단한 실적인지 모르겠네요. 이분들은 이 프로그램 아니더라도 결혼했을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보통 공무원들이 결혼을 빨리하고, 미혼자가 적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어차피 안정된 직장에 다니니 결혼정보업체 입장에서는 소위 '상품'이 되는 사람들일 거니까요.

"이런 지자체 미팅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운영하지 않더라고요. 공공기관 소속이라던가 사업장별로 공문 내려서 할 거 아닙니까. 말이 공개모집이지, 연봉 얼마 안 되는 비정규직 청년은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거예요."

솔로탈출 결혼원정대 신청서 (©달서구청 홈페이지)
솔로탈출 결혼원정대 신청서 (©달서구청 홈페이지)

달서구 미팅사업에 참여하려면 '솔로탈출 결혼원정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필수 제출 서류는 재직증명서와 졸업증명서, 결혼사실확인서다.

실제로 달서구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 남성도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해 봤다. 담당자로부터 "조금 어려울 거 같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접수 자체는 되지만, 상대방이 적어둔 이상형과 맞추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구청 담당자는 또 지원자가 20대 남성일 경우 매칭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 참가자분이 30대 중반인데 20대 남성분들이 나올 수는 없잖아요. 여성들이 대부분 본인보다 나이 많은 남성을 원할 테니까요.

김철수 청년 활동가는 이렇게 구청 차원에서 키, 학력, 직장명, 종교 등을 적도록 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맞선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고착화하는 거죠."

결혼 특구, 대체 누구를 위한 도시일까

'나쁜페미니스트' 활동가 민뎅 씨는 결혼장려사업이 정상 가족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미팅 프로그램에서 여성으로서 여성 파트너를 만난다거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된다고 해서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가 참여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을 거잖아요. 또 여성 파트너를 만난다고 해도, 국가가 결혼 관련 복지 혜택을 주지 않을 거고요.

논바이너리(non-binary): 성별이나 젠더를 남·녀로만 분류하는 이분법을 벗어난 성 정체성.

"제도권이 1:1 이성애 남녀 관계만을 허용하는 거죠.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 구성하거나 삶을 이루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상 공적 차원에서 정해둔 '정상'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사업이라고 봐요."

대구 달서구 결혼전담부서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우리 구는 결혼을 강요하거나 결혼자, 비결혼자의 차이를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족과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면서, 결혼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도움을 주고자 결혼장려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세금 45억 원 들여 청년들 결혼시키기

이러한 미팅 프로그램은 달서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출산장려정책을 근거로 시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출산장려정책 단계를 기존의 '결혼-임신-출산-육아-가족'에서 '결혼 전-결혼-임신 전-임신-출산-육아-가족'으로 세분화했다. "결혼과 임신 준비 단계 지원정책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지자체의 미팅 프로그램은 이 중 '결혼 전' 단계의 서비스 지원 항목 사업이다.

보건복지부의 결혼 전 단계 지원 항목들
  • 서비스 지원 사업: 미혼남녀 만남 기회 제공, HIV 등 건강검진 제공
  • 현금 지원 사업: 청년 주택자금 지원, 국제결혼 비용 지원 등
  • 교육: 결혼예비학교 교육과정 운영, 공공기관 미혼 직원 저출산 대응 인식개선 특강 등

2020년 결혼 전 단계 지원 정책 예산 규모는 45억 2천 2백만 원. 2019년 22억 1천 1백만 원에 비해 두 배 증액됐다. 출산장려정책 전체 예산 중 2019년 0.4%, 2020년 0.6%를 차지했다. 절대적으로는 적은 비중이지만, 한 해만에 1.5배 늘어난 수치다.

2020년 지방자치단체 출산장려금 '결혼 전' 단계 지출 규모 (출처: 2020년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 사례집, 보건복지부)
2020년 지방자치단체 출산장려금 '결혼 전' 단계 지출 규모 (출처: 2020년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정책 사례집, 보건복지부)
전국 미혼남녀 맞선 프로그램 사업 현황(2020년)
  • 광역 지방자치단체: 3곳. 충남, 경북, 경남.
  • 기초 지방자치단체: 16곳. 충북 충주시, 전남 고흥군·해남군, 경북 포항시·경주시·문경시·성주군·칠곡군·예천군·달서구, 경남 창원시·진주시·통영시·밀양시

2018년에는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선포식'에 참여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결혼정보업체 '가연'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운동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결혼 권유가 기성세대의 책무라는 구청장

달서구의 적극적인 결혼장려사업은 이태훈 달서구청장의 의지가 크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이런 칼럼도 썼다. "혼밥·혼술이 유행하고 미혼 청춘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는 것이 결례라는 사회 분위기에도 결혼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얘기해 주며 축복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무가 아닐까?"

그는 지난해 자치행정 부문에서 '대한민국 헌정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태훈 구청장의 주요 공적 중 하나로 '전국 최초 결혼장려팀 신설로 결혼 친화 정책을 펼친바'가 꼽혔다.

대한민국 헌정 대상: 전·현직 국회의원 등이 결성한 단체 '대한민국 헌정회'가 수여하는 상.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의 헌법 가치 수호, 국민 복리 증진 등에 기여한 공적을 평가한다.

대구 달서구 결혼전담부서는 올해 7월을 '결혼장려의 달'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결혼장려프로그램을 펼쳤다. 이에 대해 정의당 대구광역시당은 '달서구는 결혼정보업체인가? 결혼장려팀 해체하라'는 논평을 냈다. 그러자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결혼장려사업은 누군가는 꼭 팔을 걷고 나서야 하는 일인 만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닷페이스가 만난 지역 사회 인터뷰이 6명은 청년이든, 기혼자이든, 유자녀이든, 결혼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무관심하든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결혼 특별 사회에서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사회로

10년 전 결혼한 박석준 씨는 대구에서 22평짜리 신혼집을 8,000만 원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중간에 이사를 나왔는데, 최근 알아보니 집값이 두 배가 됐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편인데, 다들 주식을 하거나 주택보험을 들더라고요. 저희 때는 그런 거 생각도 못 했거든요. 그렇게 준비해도 계산이 안 서는 거예요. 결혼하고 싶어도 전세 보증금, 월세 감당이 안 돼서 첫발을 못 떼는 사람이 많아요. 나라에서 주택 지원을 찔끔찔끔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해요."

지금 한국 사회는 청년들보고 결혼하라고 하기에도 미안한 곳이에요.

"솔직히 말해, 청년들이 미팅 사업에 분노한다기보다 관심 자체가 없는 거 같아요. 공무원 정도의 직업이 되지 않으면 결혼이라는 게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달서구가 '결혼 특구'라고 말하기에는 망신스럽지 않나요. 보통 '특구'라 하면 그 지역의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든지,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걸 말하잖아요."

결혼 특구가 아니라 '결혼 특별 사회'인 것 같아요. 이미 우리나라 제도가 결혼 중심적으로 흘러가고 있잖아요.

'나쁜페미니스트' 활동가 민뎅 씨도 이렇게 말했다.

"저 같은 청년들이 많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결혼만이 목표가 아닌 사람 많아질 텐데, 정치권에서 "결혼만이 답이고, 이것만이 정상이야."라는 틀을 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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