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대통령, 기후 위기 '잘알'인가요?

2022 대선 캐비닛, 기후 위기 공약 [시작 편]

2021년 12월 01일
에디터

대선 공약 시리즈 대표 이미지

가끔 분리수거를 하면서 생각해요. 이 많은 재활용품이 내 손을 떠나면 다 어디로 갈까.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 맞다고 하는 포장재는 또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그런데 난 제대로 하는 걸까?

가끔 이렇게 무기력에 빠지더라도 우리 각각이 일회용품 덜 쓰면서 가까운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는 동안, 대통령은 기업이나 외국처럼 더 큰 곳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사람이에요. 더 나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변화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도 반드시 헤아려야 할 사람이죠.

내년 초, 좋든 싫든 우린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해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에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도 있어요. 대선 후보들은 이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요? 답을 찾기 어렵다면, 누가 우리의 판단을 도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문제를 혼자서만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기후 위기라는 모두의 숙제를 한 사람과 한 나라가 돌파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힘과 뜻을 모아서 여럿이서 진단해보려고 해요. 마침 각 대선 후보(의 일부)가 공약으로 기후 위기 대책을 공약으로 내놨어요.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그 여파를 따져볼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만나서 길고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어요.

함께할 전문가를 소개합니다

"귀 후보는 한국의 책임과 역량을 고려한 탄소 예산에 맞추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17년 배출량 대비 70% 이상 감축'으로 상향하고자 공약할 수 있습니까?"

어렵네요. 이런 어려운 질문을 누가 던졌을까요? 이것은 세상을 향해 기후 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청소년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낸 문제예요. 올해 9월 청소년기후행동이 열아홉 명의 대선 예비 후보들에게 보낸 '기후정치검증고사'의 일부입니다.

이 난도 높은 시험지는 1,570여 명의 '기후정치크루'가 만들었다고 해요. '고시' 같은 이 '고사'를 기획하고 필요한 곳에 전달한 단체가 청소년기후행동이고요. 열아홉 명의 예비 후보 가운데 시험지를 푼 후보는 일곱 명이었습니다.

답을 제출한 일곱 후보는 다음과 같다. ① 심상정 ② 이정미 ③ 김윤기 ④ 황순식(이상 정의당) ⑤ 윤석열 ⑥ 원희룡(이상 국민의힘) ⑦ 김재연(진보당).

스웨덴에 그레타 툰베리가 있다면 우리 곁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각 대선 후보들의 기후 위기 공약을 펼쳐놓고 그게 말이 되는지 하나하나 따져볼 예정입니다.

2003년생 환경 운동가. 부모의 교육을 통해 전 세계 기후 위기의 실상을 파악하고 행동에 나섰다. 2018년 8월 전 세계 또래 친구들에게 제안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 그 시작이다. 기후 위기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등교를 거부하겠다는 이 시위에 2019년 3월에는 125개국, 100만여 명의 청소년이 동참했다.

2021년 10월 3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렸죠. 우리 모두에게 긴급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칠레 동료 시민 마리아 베니테스가 총회 현장에서 한 말을 여기서도 나누고 싶어요. "청년들을 사진 찍을 때만 부르지 말고, 실제로 정책을 논의하는 장에 포함해야 한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 '시스템을 전복하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제작해 시위에 나간 바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 '시스템을 전복하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제작해 시위에 나간 바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 '지금 안 할 거면 정치도 30년 후에'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제작해 시위에 나간 바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 '지금 안 할 거면 정치도 30년 후에'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제작해 시위에 나간 바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먼저 정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부터 해보려고 해요. 우리와 함께할 청기행을 소개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 위기의 당사자인 청소년, 청년의 목소리와 행동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드는 단체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조금 더 깊숙하게 이해하려면 기후 위기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 몇 개를 알아두는 게 좋겠어요. 그중 하나는 '기후 정의'예요.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고요. 뜻부터 살펴볼게요. 조금 딱딱할 수 있어요.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란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즉 환경과 인권, 평등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것은 대개 운동 형태로 진행된다. 예를 들자면 선진 산업국에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고, 개발 도상국에 자원과 기술을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산업 구조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할 때,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려는 목소리다. 지금 우리의 삶은 화석 연료로 만드는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지만,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로 산업이 전환될 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조금 더 풀어볼까요. 북미 기업이 아시아에 큰 공장을 세웠을 때 각자에게 돌아갈 이익은 다를 거예요.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덜 벌고, 더 나쁜 공기 속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이 잔뜩 생겨요. 석탄을 태우는 대신 바람과 태양 같은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에너지 산업은 워낙 규모가 커서 이렇게 재료가 달라지면 일터를 잃거나 근거지를 떠나야 하는 사람이 많이 생겨요. 대통령 같은 책임자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헤아려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에게 '기후 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우리가 세상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여기고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기후 위기를 해결하되, 정의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당연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주장해온 단체가 있어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예요. 이 연구소를 대표하는 한재각 기획위원이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대선 후보들의 기후 위기 공약을 살펴보려 해요.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 김서경 ・ 윤현정 활동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 기획위원, 닷페이스 한슬 에디터가 2022 대선 후보의 기후 공약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 김서경 ・ 윤현정 활동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 기획위원, 닷페이스 한슬 에디터가 2022 대선 후보의 기후 공약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재각 기획위원은 <기후 정의>(2021)라는 책을 썼어요. "서로 빌려주고 돌려 읽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끝나는 책이에요. 기후 위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되어야겠죠. 자연에 빚진 것을 같이 쓰고 같이 갚자고 제안하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소개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장설 것입니다.

에너지 말고도 숨 막히는 환경 문제가 많죠. 그중 하나는 쓰레기입니다. 닷페이스가 그동안 영상을 통해 깊게 다뤄온 문제이기도 해요. 플라스틱이 산처럼 쌓인 재활용 수거 현장에도 가봤고, 재사용 배달 음식 용기를 제안하는 업체와도 만나봤어요. 끔찍한 현실과 마땅한 대안을 접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변했을 거예요.

그런데 쓰레기 문제에 있어 더 많이 변해야 할 곳은 따로 있더라고요. 얼마 전에 한 매체를 통해 이런 문장을 봤거든요. "재활용되지 못한 건설 폐기물 1.1%가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의 58%를 차지한다." 어지럽네요. 여기서 우리가 뭘 더 해야 하는 것일까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행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2019)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 쌓인 폐기물 가운데 '생활 폐기물'(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비율은 약 11.6%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된다. 즉 한국의 쓰레기 대부분은 기업에서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9월 수도권 매립지(인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심 후보는 2025년까지 폐기물 반입을 끝내겠다고 했고, 이 후보는 지역과 논의해 대안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쓰레기 없는 제주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주의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신산업을 약속했습니다. 이 모든 약속이 가능할까요? 그렇다면 제주와 인천의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가 2022 대선 후보의 쓰레기 관련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가 2022 대선 후보의 쓰레기 관련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와 함께 살펴보기로 했어요. 환경운동연합은 올해 '플라스틱 트레이 제로' 운동을 시작한 단체입니다. 과자나 김 같은 식료품 봉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그만 넣자는 운동인데요, 롯데제과 ・ 해태제과 ・ 농심 ・ 동원F&B 등의 기업에게 이를 요구해 공정 개선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어요.

플라스틱 문제는 우리의 노력 이상으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요. 우리가 덜 소비하려면, 기업이 나서서 덜 생산해야 한다는 거예요. 기업을 규제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닷페이스는 앞으로 대선 후보에게 요구해야 할 내용을 추려보려 해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해온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와 함께요.

환경운동연합은 30년간 생명을 지켜온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환경 단체입니다.

우린 앞으로 이런 약속을 살펴볼 거예요

의견을 나눠줄 전문가를 찾고 토론을 어떻게 진행할까 닷페이스가 고민하는 동안, 2022 대선 후보의 기후 위기 대처 공약이 차곡차곡 쌓였어요. 2021년 11월 기준으로 후보들이 공개한 약속을 살펴볼게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올해 9월 공약으로 '구해줘 지구! 5050 플랜'을 발표했습니다. 탄소 배출은 50%로 줄이고, 재생 에너지는 50%로 늘리겠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올해 11월 '대한민국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렇게 연설했어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습니다." 기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로운 에너지 산업을 개척하겠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공약도 이미 8월에 발표했어요.

심 후보와 이 후보의 기후 위기 대처 공약은 비슷해요. 화석 연료와 서서히 작별하고, 해와 바람으로 여는 재생 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거예요. 이런 변화를 '전환 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에너지 공급 방식이 변하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생길 텐데요, 두 후보 모두 전환 산업을 추진하되 이때 생기는 실업자에게 재교육과 재취업을 약속했습니다. 둘 다 '정의로운 전환'을 하겠다는 겁니다.

또 두 후보는 온실가스(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규제하겠다고 했어요. 그런 기업에게 '탄소세'를 받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걷은 돈을 우리에게 돌려주려 하는데, 이것을 '탄소 배당'이라고 해요.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고요. 두 후보 모두 약속한 것인데, 이 후보는 탄소 배당 대신 '에너지 기본 소득'이라는 표현을 써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호 공약에도 기후 위기 대책이 있습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이용한 것이라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되 높은 기술력으로 '안전한 원전'을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미래의 재생 에너지 사업은 한국 여건에 맞지 않는다면서요.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에겐 어떤 목표가 있을까요. 11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해 내놓은 공약은 없습니다. 다만 수도권 바깥에서 공사 약속을 잔뜩 했어요. 제주경남경북강원 등지에 공항과 다리, 항구를 짓겠다고 합니다. 원전 복구 계획도 있어요.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공약도 있어요. 김 후보는 9월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민중이 만드는 기후정치 대전환을 시작하겠습니다!" 기후 위기 정책을 제대로 만들려면 기업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농민 같은 민중의 의견이 훨씬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공항 대신 철도'를 약속했어요. 무리하게 벌어지는 신공항 사업을 축소하고, 남북 간의 교류도 고려해 동북아로 향하는 철도를 개설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 우리는 이 많은 약속을 토론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 합니다. 그다음 편에선 진짜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약속이 무엇인가를 챙길 거예요. 기후 위기라는 심각한 문제를 누구보다 깊게 고민하고 대책을 찾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과 함께요. 우리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덜 미안한 세상을 바라면서요.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했던 설문 조사에서, 세 번째로 시급한 화두로 꼽은 게 바로 기후 위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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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관심 있게 보셨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닷페이스는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왔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합니다.

닷페이스는 50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인 선별장을 찾아갔습니다. 우리 상식과 달리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직면할 수 있도록' 100만이 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다회용기 사용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상적 실천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니까,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해 끝까지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 우리가 알아야 할 지점들을 계속 전하겠습니다. 이 일을 응원하고 싶다면, 닷페이스 후원을 지금 시작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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