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가 약속한 그 집, 어떻게 생겼대?

2022 대선 캐비닛, 주거 공약 살펴보기 [유형 편]

2021년 11월 24일
에디터 리나

선거고 뭐고 요즘 제 고민은 바로 집이에요. 정말 거주 문제만 생각하면 막막해요. 집세는 비싼데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집이 없거든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 후보로 등록한 17명(2021년 11월 19일 기준) 중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나다순) 후보는 주택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럼 대선 후보가 무엇을 약속하는지 (구체적이진 않아도) 한 번 그려볼까요? 닷페이스가 '공약 번역기'를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각 후보가 약속한 집이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같이 살펴보아요.

대선 후보가 그리는 집은 어떻게 생겼어?

우선 우리가 피하고 싶은 집 형태는 비교적 명확해요. 바로 좁고 불편한 집일 겁니다. 닷페이스 설문조사 내용만 봐도 "닭장 같은 청년주택"은 싫다고 했거든요.

왜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닭장' 같은 집이 존재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현재의 최저주거기준 행정규칙이 그래도 된다고 허락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행정규칙상 1인 가구 총 주거 면적 최소 기준은 14제곱미터(㎡)입니다. 14㎡면 겨우 4평 조금 넘네요. 방 세 칸짜리 30평형대 아파트를 상상한다면, 방 하나 정도 될 만한 크기입니다.

14㎡는 어느 정도 크기인 공간일까요? 서울시가 2019년 시내 고시원 5곳을 샘플로 실태 조사했더니 실제 면적은 4~9㎡였다고 합니다. 이 기준으로 생각하면 14㎡는 대략 고시원 한두 개 붙인 정도의 크기입니다.

참고로 이 기준에서 2인 표준 가구 구성을 '부부'로 규정하고 총 주거 면적을 26㎡를 최소로 잡았습니다. 2인 가구는 '부엌 겸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의무 규정으로 정해줬지만, 1인 가구는 '부엌' 공간만 있으면 오케이입니다. 1인 가구는 식사 공간이 없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자연히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인 '청년주택'은 몸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면적이어도 되는 겁니다.

이런 닭장 같은 집이 문제라고 직접적인 공약을 낸 사람은 현재까지는 심상정 후보뿐입니다. 심 후보는 법정 최저주거기준을 1인당 14㎡에서 25㎡로 넓히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유주택 등의 1인당 최소 면적도 10㎡ 이상이 되도록 의무 규정으로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심 후보가 새로 짓겠다는 집은 신개념 공공주택이에요. 다양한 계층과 집단, 풍부한 문화 시설, 녹색 전환의 비전, 그리고 지역 사회와 결합한 주거 단지를 뜻합니다. 여러 사회적 계층이 같이 살아야 누구나 공공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는 친밀감이 들 테니까요.

대선 정책에서 명시한 집 형태가 불명확해

이재명 후보는 공공주택에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주택의 특징은 아래와 같아요.

  •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는 집
  •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있는 집
  • 고품질의 충분한 면적

그런데 막상 이 주택이 아파트인지, 다세대 주택인지, 얼마나 크거나 작은 집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고품질의 충분한 면적'이 무엇인지도 모호해요. 8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아파트로 치면 30평형대인 국민주택(85㎡)과 같은 크기를 포함해서 여러 평수로 짓겠다고만 말했습니다.

국민주택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개량한 주택이다. 주거 용도로만 쓰이는 면적(주거전용면적)은 85㎡ 이하이다.

윤석열 후보도 어떤 공간을 제공할지 구체적으로 약속한 바 없습니다. 다만 윤 후보는 공공주택 대신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는 '청년 원가주택' 정책을 제시했는데요. 국가가 고밀도 대규모로 건설한 국민주택 크기 이하인 집을 건설 원가로 공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집인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고밀도 대규모'라는 부분에서 빼곡하고 높은 빌딩이 상상되네요. 아무리 넓어도 30평형대 아파트 정도 크기이겠고요.

일단 전국에 집을 200-250만호씩 새로 만들겠대

어떻게 생겼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모든 후보가 '복붙(복사 붙여넣기)' 하듯이 주택 수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5년간 전국에 200~250만호를 짓겠대요. 그렇다면 1년에 4~50만호씩 짓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집을 많이 지을 수 있는 게 가능할까요?

여기서 처음 보는 어려운 단어가 하나 나옵니다.

바로 용적률(Floor area ratio). 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이에요. 다시 말하면, 일정한 토지 위에 건물을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는지 정하는 수치입니다. 건물이 수직으로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 결정하는 기준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와 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는 토지의 용적률이 다릅니다. 상업 시설은 용적률이 높아서 123층인 롯데월드타워처럼 초고층으로도 지을 수 있어요. 대신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 같은 주거 시설은 롯데월드타워처럼 지을 수 없습니다. 용적률이 상업 건물보다 훨씬 낮거든요.

윤석열 후보는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 카드를 꺼냈습니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사업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높이겠대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층수를 더 높여서 더 많은 사람이 살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도시가 그려지네요.

그런데 대선 후보는 주택 정책에서 왜 이런 얘기를 쏙 빼놨어?

사실 닷페이스 설문조사에서 정책과 관련해 눈에 많이 띈 주관식 답변은 "안전"입니다. "혼자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이나 "여성으로 안전하게" 거주할 공간을 원하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간접적으로는 심 후보가 최저주거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주거와 관련해 채광, 환기, 방음, 진동, 악취, 대기오염 등의 최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겠다고 했어요. 누가 어디에서 살든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요. 그러나 안전과 관련된 공약을 낸 후보는 11월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다음 편은 대선 후보가 누구를 위한 집을 약속했는지 살펴볼게요.

네 줄 요약

  • 현재까지는 심상정 후보만 주거 공간을 개선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 세 후보 모두 일단 5년간 200~250만 채를 새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 이재명, 심상정 후보는 공공주택을, 윤석열 후보는 시세보다 할인된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 안전한 집을 원하는 목소리에 아직 구체적으로 답한 후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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