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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0
대선후보인터뷰

2021년인데 임금 체불, 말이 되나요?

닷페이스가 심상정 후보를 만났다 [노동 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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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말

일을 시작한 순간 우리는 할 말이 많아져요. 해야 하고, 돈이 되고, 그래서 필요한데, 그렇게 선택한 삶이 행복과 상당한 거리가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일하는 개인이 부당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일터에서 누구나 크게든 작게든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더 많이 말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미래의 대통령 면전에서 노동 환경에 대해 질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앞서 제20대 대선 공약으로 주4일제를 발표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구에 사는 웹 소설가 야기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죠. 이 제도가 실현된다면 지금보다 덜 일하는 삶을 수도권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프리랜서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이번에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조리사로 일하는 양감 씨가 임금 체불 문제 해결과 조기 노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합니다. 일하면서 겪는 부조리, 그리고 취업 시장에서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 시민 상식에 대해서요. 미래의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있을까요?

인물소개

양감
양감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학교에서 충분한 취업 교육을 받아 취업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취업 이후 일어나는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제도 교육도, 사회도 눈을 감고 있다고 생각한다. 임금 체불 당사자다.

심상정
심상정

2022년 제20대 대선 정의당 후보다. 양감 씨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임금 체불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양감: 안녕하세요, 심상정 후보 님. 저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조리사로 일하는 양감이라고 합니다. 노동 환경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어요.

지금은 2021년이고, 노동에 관한 법과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실에선 그게 잘 적용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심상정: 구체적으로 어떤 법이 적용이 안 되었나요?

양감: 고용노동부가 있고, 여기에 여러 관계 기관이 있잖아요? 그중 하나는 임금 체불을 당했다고 신고하면 중재자가 개입해서 노사 간 합의를 해주거나 때에 따라선 법으로 처리해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임금 체불을 당해보니까…

심상정: 임금 체불을 당했어요?

양감: 네. 제가 겪은 일이에요. 임금 체불 신고까지는 어렵지 않았어요. 그 제도는 잘 마련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그 이후가 힘들었어요.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구제가 시작되는 과정부터요.

피해자가 모든 걸 다 증명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더라고요. 밀린 급여를 4개월 만에 겨우 받았어요.

심상정: 4개월이나 걸렸군요.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시민의 삶은 후진적이라고 느끼는 상징적인 사례가 체불이거든요. 진짜 고질적인 문제라는 걸 알아요.

2019년 기준으로 체불액이 1조 7천억쯤 되는데, 이웃 나라 일본은 1천억이에요. 체불 규모만 보면 약 열일곱 배지만, 경제 규모랑 인구수를 고려하면 서른 배쯤 되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은 GDP 같은 경제 지표로 볼 때나 세계 10위권 선진국이지, 시민의 삶을 보면 OECD 꼴찌 수준이란 말이죠.

더 많이 체불당하는 분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는 것도 문제예요.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 청년들도 대체로 그렇잖아요.

그런데 체불돼서 시정되기까지 하세월이 걸리죠. 체불을 어디에 진정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겨우 신청이 되면 노동 행정이 회사 사정만 봐줄 때가 많고요. 그 과정에서 상당한 좌절감이 있을 거예요.

고용노동부 통계로 2019년 한국 기업의 임금 체불액은 1조 7,217억 원, 2020년 1조 5,830원이다. 한편 2021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한 근로 감독 제도 개선 방안'(이종수)이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참고한 것에 따르면, 일본의 통상적인 연간 임금 체불액은 100억 7,200만 엔(한화 약 1천억 원)으로 한국은 그보다 16.5배가 높다. 같은 해 일본의 취업자 수는 한국보다 3배가 높다.

해당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2020년 기준으로 29인 이하 사업장의 체불 피해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82.2%를 차지한다. 29인 이하 사업장 소속의 종사자 비중은 전체의 54.7%다." 참고로 같은 해 집계된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 수는 41만 3,722명이다.

2022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임금 체불을 겪은 양감 씨와 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2 대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임금 체불을 겪은 양감 씨와 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양감: 근로감독관한테 제가 처음 들은 말이 이거였어요. "선생님, 이거 힘드실 것 같은데…" 저는 이런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입장이 있다면, 사측에서도 주장하고 싶은 게 있었겠죠.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서 입금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래요. 그래서 기다렸는데 약속한 날짜가 됐는데도 지급이 안 돼서 전화를 했더니 근로감독관이 그래요. "원래 1일까지 주기로 했는데 아직도 힘들답니다."

심상정: 내가 피해자로 왔는데 왜 이렇게 구걸하듯 해야 하지, 국가 공무원이 시민한테 이렇게 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저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싶어 공약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근로감독관이 그렇게 무성의한 데는 또 그분들 나름의 사정이 있어요. 부당 노동 행위나 직장 내 갑질 감독도 해야 하는데, 약 80%가 체불에 매달려 있거든요. 체불 사업장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래서 체불 문제가 정성껏 다뤄질 수가 없는 거예요. 일본과 비교하면 근로관독관 수가 4분의 1밖에 안 돼요. 이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업무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냥 해왔던 대로, 매뉴얼에 따라 처리를 하고 만단 말이에요.

2021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한 근로 감독 제도 개선 방안'(이종수)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약 1% 수준의 사업장에 대해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4%로 집계된다.

양감: 그걸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심상정: 체불 문제만큼은 노동부에서 다 처리하기 어려우니까 지방 정부에 그 권한을 이양해서 수요자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체불을 겪은 사람들이 쉽게 가서 신고하고, 접수하고, 조사받고, 집으로 가서 체불된 돈 받을 수 있게끔요.

예를 들면 주민 자치 위원회나 노동 센터에 민간 상담원을 둬서 여기서 원스톱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거예요. 지방 정부가 노동부랑 공조해 추진한다면 빠른 해법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임금 체불을 겪은 양감 씨가 자신이 겪은 일을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설명하고 있다.
임금 체불을 겪은 양감 씨가 자신이 겪은 일을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설명하고 있다.

조기 노동 교육, 언제까지 미룰 거야?

양감: 문제 해결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일찍부터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특성화고를 졸업했는데, 취업이 어렵진 않았어요. 취업 대비에 대해서는 학교가 많이 가르쳐요. 자기소개서 잘 쓰는 요령 같은 것을요. 학교에 취업부라는 부서가 따로 있거든요. 취업 담당관이라고 부르는 외부 초빙 선생님도 있어요. 이 사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그렇죠. 취업이라는 목표 하나에는 여러 전문가가 붙어서 모두를 취업 전문가로 만들어요.

그런데 취업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다들 잘 몰라요. 임금 체불은 물론이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같은 부당한 문제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요.

스무 살에 입사한 사람이라면 더 막막하겠죠. 무엇이 부당한 일인지를 몰라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디에 가서 피해를 주장하고 구제받아야 하는지도요. 이런 걸 제대로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요?

심상정: 맞아요. 아무도 노동법을 안 가르쳐요.

양감: 저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아까 말씀드린 체불도 제가 일일이 검색을 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겨우 해결했거든요.

심상정: 정말 공감하는 얘기예요. 그동안 우리 정치가 어디 있었나, 우리 교육이 뭘 가르쳤나를 성찰하게 하는 말씀이세요.

좋은 교육이라는 건 좋은 길을 안내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어떻게 근로 계약서를 쓰는지, 나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에게 주어진 권리는 무엇인지 하는 교육이 전무하다는 거죠. 유럽 학교에서 노동 교육은 기본이고, 정당을 서로 만들어보는 식으로 정치 교육을 하고 있거든요.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국제 노동 브리프'에 따르면 독일은 1969년 노동학이 독립적인 과목으로 교과 과정에 편성됐다(황수옥). 영국은 2002년부터 학교 정규 교육 과정 내에 시민 교육을 필수 교과로 도입했다(송태수). 프랑스는 1985년 시민 교육이 초등학교 교과목으로 편입된 데 이어 2015년부터 노동 교육이 역사지리 과목에 통합되었다(심성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20년 발표한 '정치 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교육은 정치 제도, 정당, 선거 등에 대한 지식 전달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이정진). 2018년 6월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만들기'와 같은 모의 교육을 진행하지만, 이는 공교육 의무 과정이 아니라 학교나 교사가 특정 프로그램을 지역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청할 때 이루어지는 특수 수업이다(김지윤).

우리 시민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기본권은 노동권과 참정권이거든요. 우리 사회는 이 중요한 무기를 안 가르치고 있고요.

저는 지난 대선 때 노동 교육을 의무 교육화하겠다고 밝혔고,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그래야 우리 청년들이 자기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지킬 수 있어요. 그건 제가 준비한 공약에 포함되는 내용이지만, 교육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을 만나 늘 이야기했던 것이기도 해요. 이제는 초등학교 교육에도 일정하게 반영되고 있어요.

2017년 심 후보(당시 국회의원)는 '노동 헌법 개헌 국회 토론회'를 개최해 현장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노동 인권 교육을 우리 청소년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 초 ‧ 중등과정에서 노동 인권 교육을 적어도 연 10시간 이상 의무화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였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권리 교육은 현재 의무가 아니라 권고 교육이다. 일례로 2021년 9월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학교로 찾아가는 교원 노동 인권 교육' 실시 안내문을 발표했다. 선정 대상은 중학교 및 고등학교 선착순 16교로 한정되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노동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려면 일찍부터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노동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려면 일찍부터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오래전에 노동 운동을 했어요. 그 계기가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그렇게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데 노동법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두에게 주어진 수단을 모르는 거예요. 대한민국 법을 그 주체가 모른다면 이게 민주주의냐, 이런 생각에서 노동법을 가르치고 노동 조합을 만들고 그랬어요.

그게 몇십 년 전 일인데 우리 청년들한테 지금 바로 필요한 게 또 그거죠. 근데 안 가르치는 거잖아요. 바꿔야 하는 거죠. 바꿀 수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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