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도록’ 유인하는 거대한 산업, 뒤에 숨겨진 ‘협업’

‘벗도록’ 유인하는 거대한 산업, 뒤에 숨겨진 ‘협업’

성인 방송과 웹하드의 연결고리

2022년 04월 29일
에디터 지혜

에디터의 말

2021년 12월, 20여일 간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한 민영씨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닷페이스 사무실에 방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 개인방송'이란 개인이 장비를 마련해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트위치 같은 플랫폼에서 방송하는, 단순한 구조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개인방송 뒤에는 '산업'이 있었다. 우선, BJ를 모집하는 엔터테인먼트사가 있다. 민영씨는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하고 개인방송을 시작하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섹시함'이 끔찍했다고 말했다. '방제는 섹시한 느낌이 좋고, 썸네일도 섹시한 느낌으로' 아티클에는 그가 겪은 일들이 상세히 적혀 있다.

개인방송 플랫폼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트위치 같은 대형 사이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다. 검색해보면, 주로 성인물을 방송하는 플랫폼이었다. 민영씨가 진행한 플랫폼 역시 그와 계약한 엔터테인먼트사가 강제로 지정한 성인 방송 플랫폼이었다.

성인 방송 플랫폼은 2018년 말, 양진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웹하드와 '협업'을 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양진호는 불법촬영물 유통에 앞장선 국내 1위, 2위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사회적 파장이 거센 이후 경찰이 불법촬영물 유포를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웹하드의 '수익 상품'이 가로막혔고, 이때 웹하드 업체는 '벗방' 플랫폼을 홈페이지에 연동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다.

양진호 사건으로 알려진 '웹하드 카르텔'이란 불법촬영물을 둘러싼 거대 산업을 말한다. 불법촬영물을 웹하드에 올리면, 해당 업체는 이를 유포하고 유통시킨다. 그리고 불법 검색 목록을 차단하는 업체 역시 이들과 유착 관계를 맺는다. 피해자들은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업체를 찾아가지만 이들 역시 웹하드, 필터링 업체와 유착 관계를 맺고 있어서 불법촬영물을 삭제한 것처럼 꾸민 뒤에 웹하드에 다시 유통시키면서 수익을 얻는다.

당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불법촬영물을 둘러싼 범죄를 없애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웹하드 카르텔'을 최초로 문제제기하는가 하면 웹하드에서 불법촬영물이 더이상 유통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개선했고,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웹하드에서 불법촬영물이 나간 자리에 '여성BJ' 방송이 들어선 사실이 발견되었다.

웹하드 사이트에서 곧바로 여성BJ 방송을 볼 수 있게 개인방송 플랫폼을 연동시킨 것이다. 이들의 수익은 시청자가 지출하는 사이버머니(후원금)로부터 나온다. 수익을 극대화할 자극적인 콘텐츠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졌고, 여성BJ는 선정적인 콘텐츠 전면에 등장했다.

노트북 화면에 여성 여러 명이 각각 방송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 웹하드에서 들어가서 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여성들이 방송을 하고 있다.

'벗방'이 성행하면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다뤄온 한사성 활동가의 고민이 깊어졌다. 여성BJ는 (겉으로 보기에는) '자발적'으로 옷을 벗으며, 이 같은 성인물은 (많은 논란을 뒤로하고 아직까지는) '합법'이다. 어디까지가 착취이고 혹은 어디까지 성폭력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경계에 서 있다.

'성 착취 산업'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여성을 '벗도록' 유인하는 이 거대한 산업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랑 활동가를 만나 '웹하드와 플랫폼, 그리고 여성BJ'를 둘러싼 구조를 들여다보고, 남은 과제를 물었다.

웹하드와 '벗방' 플랫폼, 한통속인가?

웹하드에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연동해 한 번에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2021년 5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웹하드 42개 사이트를 조사했다. 이 중 22개 사이트에서 '벗방'을 송출하고 있었다. 만약에 웹하드 사이트에서 만원어치 사이버머니를 결제했다면, 이 돈을 연동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방송 중인 '벗방' BJ에게 곧바로 쏠 수 있다. 웹하드 사이트에서 채팅을 해도 '벗방' BJ채널에 글이 올라간다. 별도의 채널로 이동하는 게 아니다. 시스템상 완전히 연결돼 있는 구조다.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도 있지만, 홍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 이용자가 몇 십, 몇 백만 명에 달하는 웹하드에 창구를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었다. 웹하드 입장에서는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먹고살던 수익 구조를 바꿀 수 있고. 이렇게 상호 이점을 나누면서 발달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웹하드와 플랫폼의 사업체명이나 대표이사 이름이 같은 곳은 없었다. 하지만 회사 운영에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소유주는 별도로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측에 불과하지만, 실소유주의 기획하에 '벗방' 플랫폼, '벗방' 플랫폼을 송출하는 웹하드가 운영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긴 머리를 한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랑 활동가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은 무엇인가?

아프리카tv와 같이 개인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말한다. 아프리카tv는 규모가 커지면서 양지화 전략을 택했다. 자체적인 규정을 두고 지나친 성적 노출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주로 '벗방'을 송출하는 사이트도 적지 않다. 한사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52개로 나타났다. 한 사업체가 ㄹ티비, ㄴ티비 등 6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또 다른 한 사업체는 ㅍ티비, ㅎ티비, ㅍ, ㅁ 등 11개 플랫폼을 운영한다. 한 회사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다.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플랫폼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영향력에 따라 다른 플랫폼을 흡수하거나 통폐합하기도 한다. A플랫폼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이버머니를 B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플랫폼에 들어가보니 사이트 생김새가 다 비슷하더라.

그렇다. '벗방' 콘텐츠를 홍보하는 플랫폼 사이트가 대체로 비슷한 디자인이다. 특히 ㅅ플랫폼과 ㅂ플랫폼은 배너와 카테고리도 똑같다. 두 플랫폼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업자등록번호, 대표이사, 주소, 업체명 등이 다르다. 사이트를 베끼거나 홈페이지를 만드는 업체를 공유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이름만 다른 플랫폼이라는 게 더 합당한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웹하드도 비슷한 모양이 많다. 사업체 간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새롭게 유입되는 BJ는 이미 인기가 있는 BJ가 많은 대형 플랫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는 BJ에게 신생 플랫폼에서 방송을 시작하도록 강제한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해당 신생 플랫폼의 소유주가 곧 엔터테인먼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신생 플랫폼에서 진행되는 방송은 대형 플랫폼에도 그대로 송출된다. 이를 대형 플랫폼의 '연동티비'라고 부른다.

가령 팝콘연동티비는 80여 곳의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공유받은 방송을 내보낸다고 홍보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연동티비에서 결제한 사이버머니를 해당 연동티비와 팝콘티비에서 나눠 갖는다. 연동티비는 '큰 손' 시청자가 나타나면 수익을 올리는 데 반해 팝콘티비는 손 대지 않고도 추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검은색 바탕 이미지에 '팝콘연동티비'라고 적혀 있다.
팝콘연동티비 홈페이지에서 연동티비를 홍보하는 화면. ⓒ팝콘티비 홈페이지 캡처

'벗방'은 언제 등장했나? 어떤 구조로 유지되나?

양진호가 구속된 직후인 2019년부터다. '국산 야동'으로 불린 불법촬영물을 웹하드에서 더이상 보기 어려워졌을 때, 마치 이를 대체하듯 '벗방' 카테고리가 등장했다. 이들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방송을 만들면서 '강제성'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개발했다.

결과적으로 2019년 말에는 거의 모든 웹하드에서 'BJ방송' 카테고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큰 플랫폼에서는 유명 '벗방'BJ가 한 번 방송할 때마다 몇 십만명씩 시청한다. 시청자가 모르는, 사이버머니를 경쟁적으로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바람잡이'가 있다. 후원금을 많이 넣은 시청자(일명 '회장님')는 여성BJ와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더 자극적인 방송을 볼 수 있는 '팬방'에 들어갈 수 있다.

한사성은 웹하드, 플랫폼, 엔터테인먼트사 등 눈에 보이는 사업체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자극을 좇는 시청자까지 산업 구조의 일부라고 본다.

'벗방'의 수익 구조는 웹하드+플랫폼이 포함된 인터넷 사업주(20~40%), 엔터테인먼트사(30~40%), 여성 스트리머(20~30%)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 동안 11개 플랫폼 방송국을 가진 ㄷ사업체는 6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인터넷 개인방송 산업에서 유통되는 돈의 규모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합법과 성 착취 사이에서

인터넷 개인방송 산업의 한 축은 '여성BJ'이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것'이라면 외부에서 개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디지털 성폭력 피해 촬영물은, 누가 봐도 피해 촬영물이다. 피해자가 플랫폼과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국가를 상대로 삭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명백한 디지털 성폭력 피해인 것이다.

하지만 여성BJ 방송 산업은 상당히 교묘한 구조로 돼 있어 성 착취로 단정짓기가 어렵다. 앞서 말했듯 어디까지가 착취이고 혹은 어디까지 성폭력인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슴과 엉덩이를 노출하는 성인물은 일반적으로 합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어떤 콘텐츠를 음란물로 판정하기까지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있어왔다.

또 현행법상 성매매특별법에는 디지털상에서 돈을 내고 성적인 행위를 감상하는 것에 대한 조항이 없어 이 같은 행위를 성매매라고 부를 근거가 없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는다. '벗방'에 대한 규모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명확히 규제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인방송의 불법성을 적발하고 시정을 권고할 수 있지만,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개인방송 특성상 위법성 여부를 즉시 적발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법적 정의나 근거 법령이 없어 현실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도 어디까지가 자발적이고 어디서부터 착취인지 분명하게 선 그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여성BJ 방송 역시 성매매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다. '벗방' 여성 BJ를 양산하는 산업 구조를 만들면서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말이다.

노트북 모니터에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음란물 OUT'이라고 적힌 화면이 띄워져 있다.
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사이트의 첫 화면.

'벗방' 여성BJ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스트리밍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 번 방송하고 지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 방송이 동영상으로 추출돼 별도의 파일로 저장된다. 이게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 팔린다.

예를 들어 생방송을 하면서 속옷을 벗어 성기가 노출될 부분을 이미지로 가렸다고 하자. 하지만 동영상으로 추출된 파일에는 해당 부분이 그대로 보인다. 당사자는 다른 사이트에서 본인의 모습을 뒤늦게 확인한다.

한사성은 여성BJ 영상이 주기적으로 특정 포르노 사이트에 업로드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업로드되는 게 정말로 해킹일까? 의문스럽다.

누군가 동영상을 추출해 불법 포르노 사이트와 거래한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벗방' BJ는 노출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한다고 생각할 텐데, 피해 사례를 보면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피해로 규정할 수 있는 상황까지 몰리고 당사자가 그것을 인지하고서야 불합리하고 착취적인 구조를 깨닫게 된다. 동영상으로 유통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거나 혹은 노출 요구를 받았을 때 대수롭지 않게 응했다가 원치 않는 노출 수위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 아니면 방송 장비 등 지원받았던 비용이 빚으로 쌓여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이 가혹한 한국 사회에서 과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싸울 수 있을까? '네가 자발적으로 '벗방'을 해놓고 어떻게 피해자라고 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동영상 유포 피해를 입는 경우, 지금도 유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경험하면서 힘을 내어 사건에 대응하는 게 어렵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대화하고 있는 모습.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랑 활동가(왼쪽)가 한슬 에디터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성인방송은 성구매자와 판매자 간 '접촉'이 없어서 현행법상 성매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벗방'이 유사 성매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모든 '벗방' 콘텐츠는 다 비슷하다. 음식점 메뉴판처럼 메모장을 띄워서 가슴을 보이는 데 얼마, 샤워를 하는 데 얼마 등 금액을 매겨두었다. 가격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지는 구조가 보편화되어 있다. 더욱이 사회의 낙인 때문에 피해를 경험했어도 이에 대응하거나 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운 점도 성매매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대한 성 착취 산업을 설계해서 여성을 유인하고 이들의 신체를 이용해 돈을 번다'고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벗방'에 참여한 여성 개인별로 참여하고자 한 적극성 정도가 다르고, 피해의 내용이나 피해가 발생한 범위도 다르다. '자발성' '합법' '표현의 자유' 등을 포함해 '벗방' BJ 산업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어떤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야 할지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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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취재
  • 지혜 | 정리, 작성
  • 조아현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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