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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지혜
에디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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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남초 현장을 뚫는 여자들

배려는 고맙지만, 일을 더 잘하고 싶은데요

[남초 현장을 뚫는 여자들] “저 건물, 진짜 내가 지었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

노동
건설
노동자

못 주머니를 찬 여성 작업자

햇살이 내리쬐는 공사장에서 초록색 안전모를 쓴 양효주씨(36)를 처음 만났다. 안경과 마스크가 그의 얼굴 절반을 가렸다. 안경은 태양광이 비치면서 자연스럽게 선글라스가 되었다. 검은색 작업복은 황토색 흙먼지로 덮여 있고, 온몸에 둘러맨 안전벨트와 허리에 찬 망치와 못 주머니가 그의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사장에서 못 주머니는 '목수'와 동의어다. 못을 보관하는 주머니를 뜻하는데, 못 주머니를 찼다는 건 목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못 주머니를 맨 이들을 보면 "저 사람은 목수군" 하고 생각해도 된다.

목수는 구조물을 만든다. 나무로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을 내장목수, 건물 ・ 공장 ・ 다리 등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을 형틀목수라고 부른다. 효주씨는 형틀목수다. 정확히 말하면 콘크리트를 붓기 전에 '거푸집' 형태로 틀을 짠다. 무슨 일인지 감을 잡기 위해 먼저 건축 공정을 살펴보자.

콘크리트 건물을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철근을 뼈대 삼아 콘크리트를 입혀 굳히는 것이다. 이때 콘크리트 반죽을 그냥 부으면 아무렇게 흘러넘치기 때문에 틀을 만들어서 콘크리트가 들어갈 자리를 만든다. 빵틀이나 얼음 트레이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형틀목수는 유로폼이라는 자재를 레고처럼 엮어서 전체 틀을 완성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짜인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히면 그게 기둥이나 벽이 된다.

공사장에서 안전모를 쓴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 유로폼을 쌓아 만든 거푸집. 콘크리트가 굳은 후 유로폼을 철거하면 기둥이나 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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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틀목수는 건설 현장의 핵심 노동자다. 고급 기술자인 만큼 일당도 상대적으로 높고, 기술 말고도 많은 힘이 필요하다.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무거운 자재를 들고 나르며, 나무를 자르고 망치질을 한다. 흔히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땀 흘리는 공사장 인부' 9할이 형틀목수다.

3월2일 방문한 건설 현장에서도 형틀목수 20여명이 거푸집을 짜고 있었다. 지상 20층을 목표로 지하 4층부터 쌓아올린 건물은 그때 지상 4층을 짓고 있었다. 기둥의 뼈대가 될 철근들이 유로폼에 둘러싸여 우뚝 솟아 있었다. 아직 천장이 없어 해와 바람이 통하는 빌딩의 중간에 있다니, 처음 겪는 낯선 느낌이었다.

'깡깡깡깡' 망치질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렸다. 효주씨는 거푸집을 짤 때 쓸 재래식 나무폼을 손수 만들고 있었다. 원형 전기톱으로 목재를 자르는 소리가 '카라라랑' 귀를 때렸다. 망치질 울림과 톱질 소리에 말소리가 거의 묻혔다.

한 여성노동자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양효주씨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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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작업복에 못을 담는 주머니가 달려 있다.
양효주씨의 뒷모습. 못 주머니가 보인다. 못 주머니를 찼다는 건 목수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사 작업복에 망치와 줄자가 달려 있다.
양효주씨가 오른쪽 허리에 차고 있는 망치와 줄자.

수십만 평 대지의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백 명 가운데, 여성 형틀목수는 두 명뿐이다.

효주씨 외에 다른 한 명은 외국에서 귀화한 여성이다. 효주씨는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같은 일을 하는 남성 작업자를 매일 수십 명씩 마주치지만, 다른 여성 형틀목수를 만나기는 어렵다.

아버지와 새언니를 따라 망치를 들었다

효주씨가 건설 현장에 입문한 건 서른세 살이던 2019년 6월. 새언니(오빠의 배우자)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그의 시아버지 즉, 효주씨의 아버지를 따라 시작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효주씨의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 여자들도 있다'는 얘기를 한 적 있었다. 그때는 흘려듣고 말았다. 직장 생활을 하던 때라 "남 이야기 같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직 노동자로 일했다. 퇴근 후에도 업무를 이어가야 하는데다 '니편내편' 따지고 줄 세우는 '정치질'에, 수직적인 조직 문화까지, 직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회사는 나랑 안 맞더라"며 효주씨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 후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온몸을 쓰며 일하고 야근해도 최저임금을 받았다. 하루 8만원 남짓 손에 쥐었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에 미쳤다.

'몸 쓰며 일하는데 고작 8만원 받을 거면 공사장 가도 되겠는데?'

뉴스에서 건설 현장은 부실 공사, 추락사고, 부상 또는 '안전 대책' 같은 소식으로만 다뤄진다. 대다수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에서 살지만 누가 어떻게 짓고,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에 관해서 알려고 하지 않고, 알기도 어렵다. 건설 현장이라면 막연하게 '무서운' 느낌만 남는다.

효주씨에게 공사장이 겁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다들 어렸을 때 그런 생각해보지 않아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20대 초반에 남자들은 용돈이 필요하면 주말에 '노가다' 뛰면서 10여만 원씩 벌어와요. 그 나이대에는 고수익이에요. 여자들이 그렇게 벌려면 술집밖에 갈 데가 없어요. 그렇게 안 하려면 평일에 꾸준히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밖에 없고요.

남자들 보면서 '아, 나도 남자였으면 노가다판 갔을 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건설 현장에는 여성 작업자가 11%에 불과하다(통계청, 2018년 기준). 그마저도 하는 업무가 대략 정해져 있다. 정리팀에서 하는 핀 분류나, 도면에 따라 실제 시공할 땅에 위치를 표시하는 '먹매김'이 그렇다. 효주씨는 두 작업보다 더 활동적인 망치질과 톱질이 좋았다.

2년 전, 경기도에 위치한 롯데캐슬 아파트 상가도 그가 지었다. 공정의 일부에 손을 보탠 것뿐이지만 매끈한 콘크리트에 외장이 더해져 확 달라진 건물을 보면 신기하고 뿌듯하다.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효주씨는 "저 건물, 내가 지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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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배우고 싶어, 일 더 잘하고 싶어"

업무 만족도에는 의외로 낮은 점수를 매겼다. 70~80점이다.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형틀목수는 숙련도에 따라 '양성공-준기능공-기능공'으로 나뉘는데, 현재 준기능공인 효주씨는 한 단계 더 높은 기능공이 되고 싶다. 기능공은 형틀목수 중에서 가장 베테랑이다. 건설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설계 도면에 따라 자재를 규격에 맞게 제작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능숙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작업반장이 시키는 일을 성실히 할 뿐이다. 현장에서 만난 작업반장은 "여성 작업자도 다 할 수 있다. 다만 힘이 필요한 건 남성 작업자가 하고, 여성 작업자는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일종의 '배려'로 읽혔다.

효주씨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느낀다. 그는 "힘들어도 좋으니 더 배워서 기술을 향상시키고 싶다". 하지만 "무거운 장비를 떨어뜨릴까봐" 우려 섞인 '보호'를 받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같은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실제로 숙련 남성 작업자에겐 10초면 될 일이, 효주씨의 손에서 1분이 걸리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배려와 보호 속에 일이 늘지 않는다.

계속 해봐야만 기술이 발달한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고마우면서도 아쉽다.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물어보고 '해봐도 되냐'고 먼저 다가가고 직접 해보기도 하지만, 딱 그때뿐이다.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누가 신경 써주지 않으면 더 힘들 것 같아요. 무거운 것 들다가 떨어뜨려서 사고가 날까봐 염려하는 것도 알지만, 나는 해보고 싶고… 정말 해보고 싶어요."

여성 작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숙련 기회를 얻지 못한다. 2020년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 1222명을 조사해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남성의 경우 기능공이 36.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데 반해 여성 기능공은 12.7%에 불과했다. 또 청소나 자재를 정리하는 일반공이 63.5%로 가장 높았다. 많은 여성 작업자가 비숙련 업무를 맡고 있었다.

작업반장이 작업자의 능력을 판단해 '준기능공' '기능공' 등 단계를 결정한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력을 쌓지 못하면 결국 숙련공이 될 수 없다.

일부 남성 작업자들은 여성 작업자가 늘어날수록 경쟁 의식을 느끼거나, "임신이나 출산을 위해 가르쳐줘도 결국 떠날 것"이라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다'고 여긴다. 이 같은 인식은 여성 작업자가 오랫동안 근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효주씨는 힘이 달려서 느린 만큼 쉬지 않고 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식의 작업은 남성 작업자 틈에서 "눈에 덜 띄고" 버티는 방법이기도 하다.

남성 형틀목수 24명은 한 명씩 돌아가며 담배를 피우거나 10분씩 쉰다. 일을 못하거나 게으름을 피워도 눈에 덜 띄고 가려지기도 한다. 효주씨는 움직이는 모든 순간에 주목을 받는다.

"건설 현장에 여자가 있는 게 신기하잖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신기하게 생각해요. 쉬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죠."

그래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아주 힘들지 않는 이상 남들이 쉴 때도 일을 한다.

동료가 아니라 '여성'으로 보는 시선은 늘 신경 쓰인다. 30대 중반인 그는 건설 현장에서 꽤 젊은 편에 속한다. 평균 50대인 남성 작업자들은 "조카뻘"인 효주씨를 좀 어렵게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효주씨가 그렇게 거리를 두더라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효주씨는 "저 둘이 눈 맞았다"는 둥 남성과 다른 여성 작업자를 '엮는' 말들을 자주 들었다.

그와 비슷하게 남성이 더 많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작업자들은 성희롱이나 폭력적인 말에 노출된 경험을 들려주었다. "반말도 하고 아가씨라고도 하고." "집에서 애 안 키우고 현장에 오네?" "남편이 무능력한가봐, 여자를 현장에 보내고?" "여자가 얼마나 하겠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 <여성 건설근로자 취업 현황과 정책 방안>)

그는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거품식 화장실, 흙먼지 날림 등 노동 환경뿐만이 아니다. 남성 작업자들끼리 모여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도 못 들은 척 넘어가야" 한다. "내 이름이 들리고 희롱하는 듯한 발언이 있다면 싸워야지요. 하지만 사사건건 싸울 수는 없어요." 그러지 않으면 당사자 본인이 힘들어서 버틸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건설 현장 노동자도 필수적으로 매년 1시간 이상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더 심도 깊은 성희롱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여성 작업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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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눈가리고 아웅

1월27일, 전국 건설 현장에서 동시에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일어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법에 따라 일터에서 사망 등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정작 현장에서는 안전을 강화하기보다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대다수 대형 건설사는 예고 없이 열흘간 일을 멈췄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가 되지 않겠다는 꼼수였다.

효주씨가 일하는 이곳에서도 그랬다. 대뜸 건설사에서 1월27일~2월6일 휴가를 지시했다. 공사장 일을 시작한 이래 처음 맞은, "납득할 수 없는" 긴 휴가였다. 안전관리 감독관을 고용하거나 안전 시설물에 투자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1호'는 피하겠다면서 공사를 중단했다. 강제적으로 일을 쉬지만 일당으로 임금이 계산되는 까닭에 대다수 노동자는 수입이 없다.

심지어 토요일 업무도 없어졌다. 건설 현장에서 토요일의 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를 참고해 내린 조치다. 현장에서는 쉬기 전날 들뜬 마음에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사실 토요일엔 평일보다 원청 안전관리자들의 인원이 적다.

효주씨는 이렇게 의심한다. '혹시 토요일 사고를 예방하려면 평소와 같은 인원의 안전관리자가 출근해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토요일 업무를 없앴나?' 토요일에 쉰다고 금요일에 들뜨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금요일에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면, 금요일 업무도 없앨 건가?'

지난 1월,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사고를 본 효주씨는 "내 일이 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작업자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공사 기간을 앞당기라는 시공사의 압력에 저항하기는 어렵다.

건물 공사는 대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진행된다. 하청업체는 공정별로 '대장(현장에서는 '오야지'라고 부른다. 아버지라는 뜻의 일본어)'을 섭외한다. 즉 형틀목수팀 대장, 철근팀 대장, 해체정리팀 대장 등이 각각 팀원을 모아서 건설 현장으로 간다. 현장이 크고 넓을수록 공정별 대장이 많아진다.

하청업체가 '대장'과 하도급 계약을 맺는 건 불법이지만 계속되고 있다. 가령 하청업체가 대장에게 00억원을 주고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면, 대장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적은 인원을 데리고 보다 빠르게 완공하려 할 것이다. 남긴 돈을 모두 대장이 먹을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관행은 매우 오랫동안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다.

중대재해는 드물지만, '사소한' 사고는 늘 일어난다. 날카롭고 위험한 연장을 사용하고, 높은 데서 하는 작업도 많다. 철근이나 파이프 같은 자재들에 언제 어떻게 부딪힐지 모른다. 망치질로 자기 손을 때리는 일은 일상이다. 효주씨는 일한 지 3일 만에 스스로 새끼손가락을 내리쳤다. 손톱이 빠지거나 손가락뼈 한두 개 금이 간 걸 모른 채 지나가는 이들도 많다.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효주씨는 높은 데서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발판이 없는 곳을 디뎌 추락할 뻔한 사고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면 '다행이다'라고 되뇌며 누구에게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추천해요, 건설 노동

한 여성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못질을 하고 있다.
양효주씨가 나무를 잘라 재래식 폼을 만들고 있는 모습.
한 여성의 손.
건설 현장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양효주씨의 손.

그럼에도 효주씨는 진입 장벽만 넘는다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일터라고 소개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수직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힘들어했던 그는 비교적 수평적이고 임금이 높으며 출퇴근이 규칙적인 이 일을 좋아했다.

효주씨는 매달 평균 20일가량 출근하는데, 400만원을 넘게 받는다. 보통 7시간을 일하고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해 1시간 더 쉰다. 퇴근은 오후 4시.

2019년 양성공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16만5000원을 받았다가 6개월차부터 1년까지 2만원을 더 받았다. 준기능공이 되면서 일당 22만원을 받기 시작했다. 숙련공이 될수록 액수가 높아지는데, 정부가 건설 부문 직종별로 '적정임금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매년 추가적으로도 "착착" 잘 오른다.

또 하나 장점은 '결근'을 이유로 타박을 받거나 출근을 강제하는 이들이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와 같이, 일을 쉬면 돈을 못 버는" 것뿐이다. 쉬면 내 손해다. 몸이 아파 쉬어야 한다면 출근 전에 작업반장에게 연락하면 된다. 효주씨는 다만 "일이 진척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장기간 쉬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지금 하는 일을 '꼭 해야겠다'가 아니라 '그냥 월급 받으려고 일하지' 하는 마음이라면, 웬만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건설 현장에 오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이 맞지 않는 사람이 한 번쯤 고려해보면 좋은 일자리라고 추천했다. 삶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에게도 좋을 듯하다. 일을 하면 일의 결과가 눈에 보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일한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여성 형틀목수로서 효주씨는 뒤이어 오는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여기고, 숙련 기술공이 되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려 하며, 건설 현장을 매력적이라고 소개한 터였다.

그의 뜻이 이루어지려면 동시에 현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여성 작업자들이 많아지면 고충을 서로 공감하고, 다같이 목소리를 내면서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과정에 선글라스를 낀 효주씨가 망치를 들고 든든히 서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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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 지혜
    지혜
    취재, 작성
  • 홍시
    홍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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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현장을 뚫는 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