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다, 난민 [공항난민 편]

일단, 공항에 왜 난민들이 살고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2021년 06월 25일
에디터 한슬

시작하며

난민을 둘러싼 한국의 법과 현실, 공항편.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 공항난민은 뭐지?
  • 왜 공항에서 살고 있지?
  • 공항에서 어떻게 살지?
  •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일반적인 난민 신청 제도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난민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알 수 있다. 먼저 읽어 보길!

Q1.

공항난민이 뭐야? 어쩌다 공항에서 살게 된 거야?

대부분 회부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난민 신청조차 해 보지 못하고 공항에서 살게 된다.

Q2.

회부심사가 뭔데?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하기 전에 난민 신청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별도의 절차를 거친다. 이것이 회부심사다.

난민인정 신청 및 처리 절차
난민인정 신청 및 처리 절차

회부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2019년 한 해 동안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 중 약 90%가 회부심사에서 ‘불회부’ 처분을 받았다. 비슷한 적격심사 절차가 있는 캐나다의 경우 반대로 통과하는 비율이 90%다.

불회부 처분을 받으면 이의를 제기하는 항고 소송을 할 수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수 개월 동안 입국을 거부 당하기 때문에 환승구역에서 살게 된다.

항고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법적인 조력을 얻지 못하거나, 소송을 포기하면 난민 신청을 해 보지도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 한다.

Q3.

불회부 결정을 받고 나면 어떻게 돼?

법무부가 공항에 송환 업무를 담당하는 용역회사를 배치해 놨다. 용역회사 직원들은 불회부 처분을 받은 난민 신청자들의 짐과 옷가지를 빼서, 출국절차를 거쳐 게이트 앞으로 데리고 간다.

용역회사 직원 "나가세요."
난민 신청자 "이대로 본국에 가면 죽거나 감옥에 가야 해요. 아직 난민 심사도 못 받아 봤습니다."
용역회사 직원 "어쨌든 나가세요. 저는 얘기했습니다."

난민 신청자들은 거기서 그대로 방치된다. 용역회사 직원은 경찰도, 공무원도 아니기 때문에 강제로 끌고 갈 권한도 없다.

누구도 항고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변호사를 무료로 선임 받을 수 있다, 그 동안은 어디서 지내면 된다고 안내해 주지 않는다. (시민단체나 공익변호사단체가 찾아가지 않는 한!) 그대로 밤이 되면 갈 곳 없는 공항난민이 된다.

Q4.

왜 회부심사를 따로 만들었지?

공항 환승구역은 국토가 아닌 것처럼 여기는 관습 때문이다. 영미법에서 ‘엔트리 픽션(Entry Fiction)’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법적인 차원에만 존재하는 ‘소설’인 셈이다. 공항 환승구역은 실제로는 국경 안에 있지만, 마치 국경 외이거나 국경과 국경 사이에 있는 공간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편의적으로,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공항 심사대를 통과하면 물건 살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이지, 실제가 아니다.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도 않는다. 인천공항에 불이 난다고 국제소방대가 출동하지는 않고, 인천소방대가 출동하듯이.

1953년, 미국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엔트리 픽션’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났다. 냉전 시대에 동유럽에서 온 이주민을 무기한 구금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엔트리 픽션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국경에서 한 번 멈춰세운 그 순간부터 이주민은 아직 미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며, 미국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경지대, 공항, 해안, 항구에서 붙잡힌 이민자나 이주자는 법적인 허가를 받을 때까지 마치 국내에 입국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하는 ‘엔트리 픽션’. 우리 법에도 이런 ‘픽션’이 녹아 있다. 그래서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은 회부심사라는 별도의 제도를 거치도록 한다.

Q5.

회부심사로 난민 심사 전에 90%를 돌려보내도 되는 건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2013년 유엔난민기구(UNHCR)이 한국 정부를 향해 이 점을 지적하는 의견 을 냈다.

"UNHCR의 견해는 출입국항의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난민인정신청에 관한 면접을 실시하거나 결정을 내리거나 혹은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출입국관리공무원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비호신청자를 파악하여 비호신청권 및 난민인정심사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호신청을 접수하며, 난민인정심사 전담 기관에 회부하는 업무만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 대한민국 난민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에 관한 UNHCR 의 의견, 2013

강제송환금지 원칙이란?

  • 난민인정신청에 대한 최종적 심사가 아직 계류 중인 신청자와 난민을 그들의 생명, 자유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국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원칙.
  • 한국 난민법에도 이 원칙이 반영되어 있다.
난민법 제3조(강제송환의 금지)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 및 난민신청자는 난민협약 제33조 및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3조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아니한다.

Q6.

난민 신청자가 비행기를 타고 환송되면 어디로 가?

실제로 난민 신청자를 한국에서 내보내는 주체는 법무부가 아닌 난민을 국내로 태워 온 항공사다. 정부가 제3국을 알아봐주거나 하지 않는다. 난민을 관리하는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 항공사에 의해 난민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 결국 대부분은 강제로 본국으로 보내진다.

Q7.

공항에서 어떻게 지내는데?

알아서 먹고, 자고, 씻어야 한다. 공항 탑승구역에서 식사를 하려면 한 끼에 최소 만 원 이상. 당연히 난민 신청자들은 소지금이 많지 않다. 굶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불이 켜진 환승구역의 딱딱한 소파에서 잔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씻는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방치된다. 해외에서 출입국항 신청 제도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아이를 동반했거나 임산부, 장애인인 경우에는 공항 밖의 특별 거주시설에 지낼 수 있게 해 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보고서의 102페이지를 보면, 288일 간 아이를 데리고 공항에서 노숙했던 난민 신청자 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이 가족은 결국 난민으로 인정됐다.

Q8.

난민 인정이 되기 전엔 그렇게 방치해도 되는 거야?

그렇지 않다. 난민법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야 하며, 만약 7일 안에 회부심사 결정이 나지 않으면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

난민법 제6조(출입국항에서 하는 신청)
②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은 제1항에 따라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에 대하여 7일의 범위에서 출입국항에 있는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
③ 법무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에 대하여는 그 신청서가 제출된 날부터 7일 이내에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기간 안에 결정하지 못하면 그 신청자의 입국을 허가하여야 한다.
④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2항의 기간 동안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난민 신청을 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신청서를 받는 데에만 1~2주가 걸린다.

또한 법적으로 7일이 지나면 일단 입국은 허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신청이 지연되는 동안 입국을 거부 당한다. 결국 한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난민 신청 절차와 이의 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살게 된다.

Q9.

이 사람들이 사람 대접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크게 두 가지.

첫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난민협약의 취지에 맞도록 법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현재 난민법상 공항에 갇힌 이들을 보호할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일선에서는 법무부, 항공사, 공항공사가 서로 책임 주체가 아니라며 미룬다.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서로 책임자가 아니라고 한다. 임산부・어린이・노약자・장애인 등 취약한 난민에 대한 처우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법을 지켜야 한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최대한 난민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거나, 난민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위법행위를 해 왔다.

예를 들면 이렇다.

  • 회부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이의신청을 원하는 난민 신청자가 있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변호인을 만날 수 없도록 방해해,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받았다.
  • 난민 신청자의 비행기 티켓의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고, 한국은 환승지라는 이유로 회부심사 신청조차 받지 않고 입국을 거절했다. 법원이 위법행위라고 판결했다.
  • 난민 신청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거나, 한국어와 영어로만 통지해, 많은 난민이 법적 기간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다.
  • 난민 신청자들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관행적으로 여권을 압수했다.

명백하게 법을 어긴 경우에는 시민단체나 공익변호사단체의 도움으로 소송을 통해 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적인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난민 신청자는 계속 공항 환승구역에 갇혀 살아야 했다. 열악한 환경과, 언제 본국으로 송환될 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닷페이스는 실제로 공항에서 423일을 살았던 공항난민 A씨를 취재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읽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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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 취재, 작성
  • 은나 |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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