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둘러싼 한국의 법과 현실, 공항 편.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일반적인 난민 신청 제도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난민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알 수 있다. 먼저 읽어 보길!
대부분 회부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난민 신청조차 해보지 못하고 공항에서 살게 된다.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하기 전에 난민 신청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별도의 절차를 거친다. 이것이 회부심사다.
회부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2019년 한 해 동안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 중 약 90%가 회부심사에서 '불회부' 처분을 받았다. 비슷한 적격심사 절차가 있는 캐나다의 경우 반대로 통과하는 비율이 90%다.
불회부 처분을 받으면 이의를 제기하는 항고 소송을 할 수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입국을 거부당하기 때문에 환승 구역에서 살게 된다.
항고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법적인 조력을 얻지 못하거나, 소송을 포기하면 난민 신청을 해보지도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 한다.
법무부가 공항에 송환 업무를 담당하는 용역회사를 배치해놨다. 용역회사 직원들은 불회부 처분을 받은 난민 신청자들의 짐과 옷가지를 빼서, 출국절차를 거쳐 게이트 앞으로 데리고 간다.
용역회사 직원 "나가세요."
난민 신청자 "이대로 본국에 가면 죽거나 감옥에 가야 해요. 아직 난민 심사도 못 받아봤습니다."
용역회사 직원 "어쨌든 나가세요. 저는 얘기했습니다."
난민 신청자들은 거기서 그대로 방치된다. 용역회사 직원은 경찰도, 공무원도 아니기 때문에 강제로 끌고 갈 권한도 없다.
'누구든 항고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변호사를 무료로 선임받을 수 있다' '그동안은 어디서 지내면 된다'라고 안내해 주지 않는다. (시민단체나 공익변호사단체가 찾아가지 않는 한!) 그대로 밤이 되면 갈 곳 없는 공항난민이 된다.
공항 환승 구역은 국토가 아닌 것처럼 여기는 관습 때문이다. 영미법에서 '엔트리 픽션(Entry Fiction)'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법적인 차원에만 존재하는 '소설'인 셈이다. 공항 환승 구역은 실제로는 국경 안에 있지만, 마치 국경 외이거나 국경과 국경 사이에 있는 공간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편의적으로,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공항 심사대를 통과하면 물건을 살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이지, 실제가 아니다.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도 않는다. 인천공항에 불이 난다고 국제소방대가 출동하지는 않고, 인천소방대가 출동하듯이.
1953년, 미국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엔트리 픽션'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났다. 냉전 시대에 동유럽에서 온 이주민을 무기한 구금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엔트리 픽션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국경에서 한 번 멈춰세운 그 순간부터 이주민은 아직 미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며, 미국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경지대, 공항, 해안, 항구에서 붙잡힌 이민자나 이주자는 법적인 허가를 받을 때까지 마치 국내에 입국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하는 엔트리 픽션. 우리 법에도 이런 '픽션'이 녹아 있다. 그래서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은 회부심사라는 별도의 제도를 거치도록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2013년 유엔난민기구(UNHCR)이 한국 정부를 향해 이 점을 지적하는 의견 을 냈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이란?
실제로 난민 신청자를 한국에서 내보내는 주체는 법무부가 아닌 난민을 국내로 태워온 항공사다. 정부가 제3국을 알아봐주거나 하지 않는다. 난민을 관리하는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 항공사에 의해 난민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 결국 대부분은 강제로 본국으로 보내진다.
알아서 먹고, 자고, 씻어야 한다. 공항 탑승 구역에서 식사를 하려면 한 끼에 최소 만원 이상. 당연히 난민 신청자들은 소지금이 많지 않다. 굶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불이 켜진 환승 구역의 딱딱한 소파에서 잔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씻는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방치된다. 해외에서 출입국항 신청 제도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아이를 동반했거나 임산부, 장애인인 경우에는 공항 밖의 특별 거주 시설에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보고서의 102페이지를 보면, 288일간 아이를 데리고 공항에서 노숙했던 난민 신청자 가족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이 가족은 결국 난민으로 인정됐다.
그렇지 않다. 난민법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야 하며, 만약 7일 안에 회부심사 결정이 나지 않으면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난민 신청을 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신청서를 받는 데에만 1~2주가 걸린다.
또한 법적으로 7일이 지나면 일단 입국은 허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신청이 지연되는 동안 입국을 거부당한다. 결국 한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난민 신청 절차와 이의 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살게 된다.
크게 두 가지.
첫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난민협약의 취지에 맞도록 법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현재 난민법상 공항에 갇힌 이들을 보호할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일선에서는 법무부, 항공사, 공항공사가 서로 책임 주체가 아니라며 미룬다.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서로 책임자가 아니라고 한다. 임산부・어린이・노약자・장애인 등 취약한 난민에 대한 처우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법을 지켜야 한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최대한 난민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거나, 난민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위법 행위를 해왔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명백하게 법을 어긴 경우에는 시민단체나 공익변호사단체의 도움으로 소송을 통해 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적인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난민 신청자는 계속 공항 환승 구역에 갇혀 살아야 했다. 열악한 환경과 언제 본국으로 송환될 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닷페이스는 실제로 공항에서 423일을 살았던 공항난민 A씨를 취재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읽어보길!